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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5화 (35/374)

35화

고블린

쿵- 쿵-

영역에 들어온지 얼마 안돼서 그것을 볼 수 있었다. 루프스보다 족히 다섯배에 달하는 크기를 가지고 있는 초록색 피부의 인간형의 생물체. 키가 상당히 큰 나무의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음에도 나무의 크기가 조금만 작았었으면 발각 될 정도로 커다란 육체를 가진 몬스터, 기본 상급이상의 등급으로 추정되는 이 지역 일대에서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 오우거였다.

"크르르르- 킁!"

"...꿀꺽"

루프스가 직접 오우거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더 위험해보이는데'

오우거의 그 모습과 위압감은 트롤과 한 등급 차이나는 몬스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오우거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긴장한채로 숨죽이고 나뭇가지의 사이에서 숨어있었다. 그리고 오우거는 그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쳐서 점점 사라졌다.

"후우..."

'트롤은 그래도 상대하려 하면 충분히 상대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녀석은 도저히 대적할 생각이 들지를 않는군'

오우거가 점점 멀어지자 긴장이 풀린 루프스는 한숨을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방금만난 오우거 이외에 다른 몬스터는 이 근처에는 없어보였다. 한 몬스터의 영역이라고 해도 정확히 선이 그어져 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입부분에는 주변에 인접해 있는 몬스터들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다른 몬스터들은 대적 할 수 없는 오우거들을 상대로는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그들을 피해서 오우거의 영역에 숨어 살고 있는 몬스터들이 종종 있었다.

오우거는 부모 형제도 못알아보고 싸울 정도로 멍청하지만 자신보다 월등히 약한 몬스터들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배가 고플때만 관심을 두지 않던 이들을 배가 부를 정도로만 잡아 먹을 뿐 그 외에는 영역내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어도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부의 희생으로 전체가 살 수 있기 때문에 영역싸움에서 져버려서 전멸의 위기를 겪은 몬스터들이 살아갈 곳을 찾아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루프스가 하는 정찰을 하려는 것도 오우거들보다는 그렇게 들어온 몬스터들 중에서 고블린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루프스가 동굴을 나와서 수년이 지났고 그동안 주변에 자리잡았던 고블린들을 발견하거나 새로 외부의 고블린들을 받아들인 일이 있었다.

문제는 자신과 함께 나왔던 고블린들 중에서 지금까지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 부족이 거의 없다는 거였다. 그가 발견한 고블린 부족들도 대부분 이미 전멸해서 폐허가 된 부족의 터나 소수만이 살아있는 부족들 뿐이었다. 그 중 전멸한 고블린들 중 일부는 이곳으로 흘러들어오지 않았나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다른 고블린들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들은 고블린들의 멸종의 이야기가 신경이 쓰여서 고블린들을 찾아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걸린 것이 그동안 자신을 찾아온 고블린들이 모두 자신과 같은 동굴에서 퍼져나온 고블린들이라는 점이 신경쓰였던 것이다.

'설마, 그 이야기가 진짜인건 아니겠지? 이곳에 그 동굴에 살던 고블린들 말고 다른 고블린들이 있기를 바래야겠군'

그는 오우거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우거의 영역이라지만 오우거들이 워낙 소수라 그런지 초입에서 조우했던 오우거를 제외하고는 다른 오우거들은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영역내부를 휘젓고 다니다 보니 그가 목적했던 고블린들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그 고블린들은 오우거에게 바쳐진 이들이었는지 한 오우거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산채로 잡아먹히다니?! 게다가 저건 어린 고블린들이 아닌가?!'

그가 찾은 고블린들은 다 자란 고블린이 아닌 아직 어려서 성체 고블린의 반도 않되는 크기의 고블린들이 오우거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었다.

예상을 벗어난 장면을 목격한 것에 루프스는 충격을 받았지만 오우거를 대적 할 수 없었던 그는 오우거가 고블린들을 모두 잡아먹는 것을 구경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설마하니 아직 자라지도 않은 이들을 그렇게 버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 주변의 고블린들은 대부분이 어린 고블린들인가?"

의아하게 생각한 루프스는 오우거들이 고블린을 잡아먹고 있던 장소를 기점으로 고블린들의 주거지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블린들이 들락거렸던 흔적이 있는 지하로 뚫려있는 동굴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여기가 이곳에 사는 고블린들의 주거지인가? 그런데...'

고블린들의 주거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은 루프스는 곧 표정이 심각해질 수 밖에 없었다. 동굴의 근처에 나있는 흔적은 확실히 고블린의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크기가 작은것이 오면서 어느정도 예상했듯이 어린 고블린들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그 주변에 나있는 발자국들 이었다. 그 발자국들은 얼마 되지 않아보였지만 고블린들의 발자국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리고 이 발자국은 고블린들의 발자국 위에 찍혀있어 그들의 흔적을 덮고 있었다.

'이건... 침략당한 건가?'

루프스는 예상외의 사태에 얼른 동굴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뛰어들어가고 얼마가지 않아 고블린들이 생활하는 곳이 나타났다.

"으음..."

그곳은 이미 입구에서 예상했듯이 전투의 흔적이 있었다.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는 혈흔과 어린 고블린들이 쓰러져 있었다.

키악-! 캬하아-!

퍽-! 쿵-!

컹-! 컹-!

그렇게 생활구역에 들어서고 주변을 살펴보면서 나아가다 보니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은것을 직감한 루프스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있는힘을 다해서 달려갔다.

달려가는 그의 눈에 점점 들어오는 것은 적은 수의 성체 고블린들이 다수의 코볼트들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고블린들의 수가 적고 더 많이 다쳐있는 모습이 한순간에 보아도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뒤에 어린 고블린들을 지키기까지 하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임을 확인한 루프스는 그들에게 달려가면서 코볼트들의 주위에 분신을 만들어냈다. 거리 때문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겠지만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컹-?! 커- 깨개갱-"

약해진 분신들은 최하급 시절의 그와 비슷한 힘을 내고 있었다. 최하급들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하는 코볼트들에 비하면 약하지만 그들에게서 시간을 끌기에는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점점 강해지는 분신에게 코볼트들은 점점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거의 근접하자 분신들도 제 힘을 발휘해서 코볼트들을 밀어 냈다.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당황하던 코볼트들은 희생이 발생했지만 그들끼리 뭉쳐서 루프스의 분신들을 이겨내려 했다.

자신의 분신이 코볼트들과 밀고 밀리는 싸움을 하면서 시간을 끌어주자 코볼트들에게 근접해서 그들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축복을 받은 코볼트는 없었는지 전원 최하급의 코볼트들이었고 그들은 상급에 다다른 루프스가 그들에게 도달하는 순간 순식간에 학살당해 전멸 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의 족장이 누구지?"

급박한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코볼트들을 순식간에 해치워 버린 그를 보면서 벙찐 표정을 보이던 고블린들은 그의 말을 듣자 길을 열고 한 고블린에게 안내해줬다. 그곳에는 팔이 하나 없는 피투성이의 고블린이 있었고 그 고블린은 루프스도 아는 고블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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