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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1화 (21/374)

21화

오크

함정의 발동을 위해서 함정지대가 보이는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넷은 곧이어 함정지대에 깊숙이 들어온 오크들을 발견 할 수있었다. 그런 오크들을 본 루프스는 곧바로 세 고블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함정을 발동시켜라 먼저 프리트가 늪지를 발동시켜라"

"알았다!"

루프스의 명령을 받은 프리트는 오크들을 위해 준비해두었던 함정을 발동시켰다.

"키야악!"

함정이 발동되자 오크들이 지나가던 바닥의 여기저기가 바닥이 불안정해지더니 오크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이 밑으로 잠겨버렸다. 바닥이 잠겨버리자 오크들의 발도 점점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우...우워억?! 이.. 이게 뭐냐?"

"발... 안 움직인다! 바닥 빠진다!"

"쿠워억! 빨리 나와라! 나오면 괜찮다!"

"어...어떻게 나온다?!"

"발 바닥 빠졌다. 힘 빠진다..."

프리트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늪지함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라면 프리트가 만드는 늪지는 이렇게 수백의 오크가 빠질 수 있는 크기를 만들수는 없었다. 하지만 늪지로 변한 땅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특징과 언젠가 오크들이 올것을 대비해 오크들에 대해서 알았을 때부터 늪지를 만들어 온 것이 반수 이상의 오크를 늪지로 잡아두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늪지함정의 구조는 바닥 안쪽에 늪지를 미리 만들어두고 그 위를 흙이나 자갈등으로 덮어두었다. 그리고 프리트의 능력으로 덮어둔 바닥을 얇고 넓게 늪지화시켜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구조였다.

그런 늪지함정에서 선두의 앞서가던 오크들 중 급히 움직인 몇몇 오크들만이 늪지로 바뀐 지역에서 빠져나올수있었다. 그리고 후열의 오크들은 바로 앞을 가던 오크가 바닥으로 빠지는걸 보고 급히 걸음을 멈춰 늪지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이외의 대부분의 오크들은 늪지에 빠져버렸다. 초반에는 그래도 늪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크들이 점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너희들 왜 안나온다?! 움직여라!"

"꾸억... 소족장 몸 힘빠진다. 나갈 힘 없다"

"눈이... 감긴...다"

"벌...써 밤이...다?"

오크들이 빠져나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더니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리고는 늪지의 안으로 가라앉아 사라져갔다.

"캭, 생각보다 독이 잘 먹히는군"

"우리도 빠지면 끝장날거다 족장"

"키히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반항없이 늪지로 빠졌다. 늪지에 빠진 오크들의 힘이 점차적으로 빠지는 이유는 바로 고블린들이 늪지에 독을 같이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늪지에 빠지는 순간은 아직 독이 제대로 침투하기 전이라 오크들의 힘이 남아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를 통해 움직이면서 튀는 독이 입을통해 들어가면서 몸에 독이 퍼졌다. 퍼진 독은 마비성분이 강한 독이라 그대로 오크들의 힘을 빼놓았고 힘이빠진 오크들이 늪에 완전히 잠겨 익사해버렸다.

"내... 내... 부족원 될놈들 많이 죽었다. 고블린놈들 나쁘다! 나 화났다! 쿠워어어!"

소족장이라고 불린 오크는 늪에 잠겨 죽어가는 오크들을 보면서 망연자실해 있다가 고블린들에게 분노를 토해냈다. 분노를 토하는 소족장에 주변의 오크도 동화되듯이 같이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크들은 분노에 빠져 함정이 더 있을거란 예상을 못하고 늪지를 피해 모여 고블린들의 부족으로 쳐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이는 순간 이었다.

"케케케 일어나라! 생명을 갈취하라! 그들을 너희와 같게 하라!"

스콘드가 함정지역 전체에 그 목소리가 들리도록 크게 소리질렀다. 그가 외치는 목소리를 들은 오크들은 주변 경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런 이상도 일어나자 안도하는 순간 바닥이 들썩였다. 순간적으로 또다시 늪지함정인가 하고 움찔했던 오크들은 곧이어 바닥을 뚫고 나오는 손과 동물의 발, 머리 등을 볼 수 있었다.

"으어어..."

"그르르르륵..."

"가가...가각..."

바닥에서 튀어나온 것은 그들과 같은 오크들과 동물들의 시체였다. 텅빈 동공, 썩어가는 살점, 변색된 피부, 군데군데 보이는 하얀 뼈들이 땅밑에서 튀어나오는 이것들이 시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시체들은 고블린들이 독을 실험하면서 사용된 오크와 동물들의 시체로 독이 사용돼 식용으로 쓸 수 없어 함정에 투입한 시체들이다.

"그와아악!"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이 시체들에 놀란 오크들은 주춤 물러섰다. 이 움직이는 시체들은 바닥에서 일어나자 곧바로 주변에 있는 오크들에게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시체가 다가와 놀란 오크들은 시체들을 떨어뜨리려 했지만 그것들은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오크들이 시체에 붙들려 움직이질 못하는 순간 준비해둔 마지막 함정을 발동하기 위해서 파인피가 앞으로 나섰다.

"불타라!"

이번에는 파인피의 능력이 발동하면서 시체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끄워어어! 뜨겁다! 뜨겁다!"

"뀌에에엑!"

"불이다! 불이다! 죽는다!"

시체들이 불타오르자 시체들이 매달려있던 오크들도 마찬가지로 불타올랐다. 루프스가 세 고블린이 축복을 받아 하급이 되면서 생긴 능력들을 듣고 이런 함정들을 생각해 낸 것이다.

먼저 프리트의 능력으로 늪지를 만들어내고 이 늪지에 독을 풀어 그 수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수가 많이 남았을 경우 스콘드의 능력으로 시체들을 일으킨 뒤에 적에게 달라붙게 한다. 공격이라는 명령을 더하면 그 수가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에 달라붙는게 한계였다. 그렇게 달라붙게 할 시체들은 미리 파인피의 능력으로 불을 부여받아둔다. 그리고 적들에게 완전히 달라붙은 시체에 파인피가 그대로 발화시켜 남은 적들을 일소시키는 함정이었다.

대부분의 오크들은 마지막에 시체들과 함께 불타 죽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체들을 떨궈내서 살아남은 오크들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 수백에 달하던 오크들이 결국 간신히 스물정도의 수 만이 살아남았다. 게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오크들도 대부분이 중상을 입고있는 상태라 전력이 되는 오크는 미처 열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비교적 멀쩡한것은 온몸에 그을음이 남아있는 소족장 오크 뿐이었다.

"끄...끄윽... 많이 죽었다. 싸울수... 없다. 크흑... 우리 졌다... 크흐흡... 돌아간다"

"으...."

자신을 따르는 오크들 대부분을 이끌고 왔던 오크는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수백에 달하는 오크들을 잃었다. 이 수로는 이길수 없음을 실감한 오크는 부족으로 돌아가 다시 수를 채워서 오고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오크들이 귀환을 생각하고 서로 부축하고 있을 때 그대로 보내줄 생각이 전혀 없던 루프스는 뒤로 빠져있던 병력을 불러들였다.

"녀석들은 지치고 상처입었다. 게다가 그 수까지 대폭 줄어들었다. 이제 힘빠진 사냥감을 잡으러 가자!"

""와아!""

루프스는 그대로 고블린들을 이끌고 돌아가려는 오크들을 덮쳤다.

"꾸워억!"

"키엑!"

"뀌이이..."

"캭!"

오크들은 지치고 잔뜩 다친 상태에서 고블린들이 들이치자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크와아악!"

퍽!

"끼익!"

"꾸왁!"

하지만 개중에도 가볍게 고블린들을 잡아내고 있는 오크가 있었다. 오크 소족장이었다. 오크 소족장은 다가온 고블린들을 전부 잡아내 주변의 고블린들을 전부 죽였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축복을 받고 안받고의 차이 없이 공평하게 오크의 손에 죽어갔다. 그렇게 고블린들을 잡아낸 오크는 그들과 거리를 벌리더니 힘껏 소리쳤다.

- 크워어어어어!

소족장의 외침에 오크들은 갑작스레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크와아아!"

"크허어어엉!"

"오오오오오!"

이제 열마리도 남지않은 오크들이 온몸이 부풀어오르고 눈이 붉어지면서 이성을 잃고 들이닥쳐오는 공격들을 무시하고 가까운 고블린들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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