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전장의 축복
랫맨은 나무 몽둥이를 머리위로 들어올려 내리쳐 왔다. 그에 위영은 곧 바로 돌도끼를 들어 몽둥이에 맞부딪쳤다. 랫맨 보다 힘이 더 좋은 위영의 돌도끼가 몽둥이를 쳐내고 튕겨나간 몽둥이에 균형을 잃은 랫맨을 향해 이번엔 위영이 돌도끼를 내리쳐 머리를 박살냈다.
랫맨을 해치우자 또다시 바로 뒤에 있던 랫맨이 달려들었다. 방금전 동료가 허무하게 죽는 모습을 봐서인지 이번에는 몽둥이를 짧게 휘두르면서 위영을 위협해 왔다. 하지만 랫맨들은 무기를 휘둘러 온다는 정도의 지능은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과의 힘의 차이를 인식하는 지능은 가지지 못했다. 위영은 휘둘러져 오는 몽둥이를 숙여서 피해내고 곧바로 아래에서 위로 도끼를 올려쳤다. 도끼의 뭉툭한 날에 맞은 랫맨은 뒤로 쓰러졌고 위영은 곧바로 도끼를 다시 머리로 휘둘러 확인사살을 했다.
[부술 1단계 획득]
저번 전투 부터 계속해서 돌도끼를 사용해 왔더니 부술의 스킬을 획득했다. 스킬을 획득하자 다른 랫맨들을 상대하면서 도끼를 휘두르니 지금까지 그저 되는대로 휘둘러오던 것과 달리 몸이 절로 움직이듯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랫맨들을 쳐내고 내리찍는 동작이 이어졌다.
주변의 랫맨들을 어느정도 정리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서서 공격해오는 랫맨들 보다 쓰러져있는 랫맨들의 수가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그만큼 고블린들도 피해를 입어 서서 싸울 수 있는 고블린은 현재 처음의 반이 안되는 300마리 뿐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고블린은 대부분이 정예 고블린들이었고 그 중 절반 정도와 일반 고블린 중 일부는 전장의 축복을 받았는지 크기는 무리 대장급의 고블린인데 처음보는 고블린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 상태라면 곧 전투는 끝날것이라고 짐작됐고 그 짐작대로 잠시후 모든 랫맨들은 바닥에 몸을 뉘었다.
랫맨들을 지나쳐 랫맨들의 브릭에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동굴의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혈흔들과 씹다 버린 것 처럼 보이는 살덩이들이었다. 이를 지나치자 한쪽 구석에 산처럼 쌓인 무언가가 보였다. 알수 없는 물체에 다가가자 그 정체가 드러났는데 바로 죽은 랫맨들의 시체들이었다. 그리고 랫맨들의 부족에는 이 시체들을 제외한 그 어떤 식량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랫맨들은 과도한 번식을 하다가 가지고 있던 식량들을 번식을 위해 암컷들과 족장쪽의 랫맨들이 소비하고 다른 일반 랫맨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확보하지 못 해 짐작대로 서로를 잡아 먹으면서 살아 오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방금전의 광기에 찬 랫맨들은 지속적인 동족 포식으로 정신까지 갉아 먹혀서 결국 미쳐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일반 랫맨들의 거주지를 지나치자 고블린 부족 옆에 있던 것과 같은 모습의 연못이 드러났다. 그러고 보니 전에 아스드가 본래 이 동굴에는 중앙 호수 같은 곳은 그곳 하나 뿐이지만 부족의 옆에있던 연못과 같은 것은 몇 곳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동굴이 무너져 내리면서 갈 수 있는 길이 사라졌고 일부만 남아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랫맨들이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연못도 지나치자 알수 없는 뼈로 막아 놓은 길과 뚫려 있는 길이 나타났다. 막혀 있는 길은 먼저 대장 고블린들이 나서서 뚫어 보려 했지만 어찌나 두껍게 막아 두었는지 뼈들이 앞으로 일부 무너져 내리는 것 말고는 멀쩡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고블린들은 마저 뚫려있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렇게 잠시 걸으니 이번에는 거주지의 안쪽에서 모여서 기다리고 있는 랫맨들이 보였다. 그리고 랫맨들의 앞에는 그들의 족장으로 보이는 보통의 랫맨보다 머리 두개는 더 큰 랫맨이 앞에 서있었다.
"찍찍! 이놈들 기습을 하다니!"
랫맨의 족장이 말하자 뒤쪽에 있던 족장이 앞으로 나서서 서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캭캭캭, 어쩐지 요즘 조용하다 했더니 이놈들 힘을 키우고 있었구나?"
"찍!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아챈거냐?!"
"그러게 몰래 하려면 관리를 잘 했어야지 캭캭캭! 겁에 질린 새파란 것들이 덤벼든 덕분에 네놈의 계획을 알 수 있었지 캭캭캭!"
"느그그극"
서로 대화를 나누던 두 족장은 이내 서로를 노려보며 각자 외쳤다.
"하지만 너희한테는 아쉽게도 한발 늦었다! 찍찍, 우리가 한발 빨리 너희를 밀어버릴 숫자를 확보 했으니 말이다! 이번에야 말로 너희를 이곳에서 완전히 밀어 버리겠다!"
랫맨 족장의 말이 끝나자 랫맨들이 앞으로 나섰고 앞으로 나선 랫맨들을 보니 그 숫자를 짐작하기 힘들정도로 바글바글 거리는 쥐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너희가 아무리 숫자가 많아봤자 쥐라는건 변하지 않지! 이번에야 말로 숫자 말고는 내새울것 없는 놈들은 이번에야 말로 이곳에서 멸종 시킬 것이다!"
고블린들도 고블린 족장의 말과 함께 랫맨들과의 충돌을 대비하며 앞으로 나섰다.
"이 냄새나는 고블린 놈들을"
"시궁창에서 냄새나 풍기고 다니던 쥐새끼들을"
""완전히 밀어버려라!""
두 족장이 명령을 내리자 양측의 병력들은 서로를 향해 짓쳐들어왔다.
이번 충돌에서는 이전처럼 정예 병력들이 일부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함께 오게된 정예 병력들까지 모두 참전하게 되어서 일반 고블린 약 170마리 정예고블린 약 290마리에 이번에 전장의 축복을 받은 고블린이 포함된 무리 대장급 고블린이 약 50마리까지 더해서 총 510의 병력이 랫맨들 총 오천의 병력과 충돌했다.
이번의 싸움은 양측 모두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정예병력을 포함한 전력의 충돌이었고 당연히 무리 대장급의 충돌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강자들의 싸움은 그 자체로 주위에 까지 영향을 끼쳐 전장의 여기저기에 불이 날아다니고 땅이 치솟고 물이 쏟아지고 냉기가 몸을 얼리고 힘에 밀려 날아가는 등 온갖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화려한 전장이 있다면 특히 강자들의 수가 적어 화려하지 않고 치열하기만한 전장도 있었다. 그곳에서 위영은 랫맨들의 합공을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고블린들이 발목을 잡고있는 랫맨들만을 노리는데 주력했었다면 이번에는 위영이 랫맨들을 붙잡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당한 수의 랫맨을 잡아온 위영은 그 영향으로 육체의 능력이 강화되어 있었다. 이전에는 영락없는 그저 고블린 이었다면 지금은 몸 곳곳에 근육이 붙어있는 고블린치고는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정예 고블린에 가까워진 것이다.
위영은 자신을 향해 오는 랫맨들을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위영의 도끼질은 이전의 전투에서 스킬로 얻으면서 그때까지의 막무가내식 도끼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도끼에 대해서 배워본 적도 따로 훈련을 해본 적도 없던 위영은 스킬 덕분에 숙련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끼질의 기초를 배운자 처럼 휘두를수 있게 되었다.
위영의 도끼는 랫맨들의 몽둥이를 쳐내는데 주력하고 있었고 기회가 된다면 몽둥이를 도끼로 찍어눌러 랫맨의 균형을 잃게 만들어 가면서 그리고 잡아두고 있는 랫맨들은 다른 고블린들이 뒤에서 습격을 해오면서 그 수 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랫맨들의 수를 차근차근 줄여가던 중에 위영은 다시 한번 알림음을 듣게 되었다.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등급이 '최하급(정예)'가 되었습니다]
[전투가 끝난 후 정보창을 확인해 주십시오]
알림음이 울리자 지금까지 랫맨을 잡아오면서 조금씩 성장해오던 육체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키가 커진다거나 피부색이 변하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극적인 변화는 전장의 축복을 받아야만 일어나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는 근육의 밀도가 더 높아지려는지 몸 곳곳이 조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체형 또한 전투에 적합한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변화중이라고 해도 딱히 몸에 고통이 느껴진다거나 신경에 거슬려서 움직임이 둔해지는 정도는 아니기에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보다 고급 전력이 많았던 고블린측의 무리 대장들이 수의 폭력으로 상대쪽 무리 대장들을 밀어내면서 고블린들의 우세가 점처져 전세가 기울기 시작하자 랫맨들의 뒤에서 고블린 족장을 견제하던 랫맨 족장이 그 친위대들과 함께 앞으로 나서서 전장에 난입했다. 그러자 기울었던 전세는 다시 원상 복구를 하려 하지만 난입하는 랫맨 족장을 본 고블린 족장 또한 전장에 들어서면서 곧바로 랫맨 족장과의 전투에 돌입했다.
랫맨 족장은 근접 전투를 위주로 하는 전사였고 고블린 족장은 전사들의 뒤에서 지원을 해주는 샤먼이었다. 얼핏 보면 근접전에 능한 랫맨이 더 유리해 보이지만 전투에 나서는 것은 친위대까지 포함된 다수 대 다수의 대결이었다.
랫맨이 친위대와 함께 고블린 친위대와 격돌 했고 바로 뒤에서 샤먼의 지원이 고블린 친위대에게 쏟아졌다. 샤먼의 지원으로 고블린들은 신체능력이 향상되면서 상대 쪽에 랫맨 족장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조금씩 밖에 밀리지 않게 되었다. 거기에 랫맨쪽으로 샤먼의 저주가 쏟아졌고 저주를 뒤집어쓴 랫맨들은 힘이 빠지면서 고블린 친위대에게 완전히 밀리게 되었고 결국 랫맨 족장만이 남고 전부 쓸려나갔다.
그리고 두 족장은 패배자와 승리자의 입장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캭캭캭, 드디어 너희를 완전히 몰아내겠구나 캭캭캭!"
"찌찍.. 이렇게 끝나다니... 이럴 순 없다! 이럴 순 없어!"
"캬캬캭 시끄럽다 이놈아 너희들은 이제 이곳에서 완전히 밀려날 것이다! 잘 가라! 그동안 징그러웠다!"
말을 마친 고블린 족장은 옆에서 대기하던 친위대에게 창을 받아 랫맨 족장의 안면을 향해 찔러 넣었고 머리가 관통된 랫맨 족장은 곧 절명했다.
랫맨의 족장이 죽고 곧장 고블린 족장은 친위대와 함께 바로 전장에 참여했고 수는 많았지만 고급 전력에서 밀리면서 결국 모든 랫맨들은 죽음을 맞이 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