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6화 (6/374)

6화

전장의 축복

랫맨들과의 전투가 끝난뒤 언제 다시 공격해 올지 모르기에 전투 현장에 널려있는 시체들은 그대로 두고 귀환하기 시작했다. 귀환하는 도중 지원으로 오고 있던 고블린들과 합류해서 안심하고 부족으로 돌아 갈수 있었다.

부족으로 돌아오고 중앙 호수 파견 무리 전원이 전투의 후유증으로 휴식에 들어갔다. 귀환후 확인해 보니 이번의 전투로 13의 고블린들이 죽고 20의 고블린이 중상을 입었고 다른 고블린들도 자잘한 경상을 입고 있었다. 위영 또한 랫맨들과의 전투로 상당한 피로와 전투로 여기저기에 찰과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리 내에서 죽은 이들도 둘이나 있고 넷은 중상을 입었다. 이번에 중상을 입은 고블린들은 대부분 육체적으로 회복된다고 해도 이후로는 전투에 참여하기 힘들 것이다. 고블린들의 중상은 보통 신체의 결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스드는 살아남은 위영을 포함한 부하들에게 쉬면서 상처를 회복하고 있으라고 하고 다른 무리 대장들과 함께 옆의 족장의 거주지 쪽으로 넘어갔다. 무리 대장들이 식량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항상 그랬듯이 한두 마리의 고블린을 대리고갔을 것인데 무리 대장끼리만 가는 것을 보니 아마 이번 일에 대해 족장에게 보고하러 간 것으로 추측된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랫맨들의 동향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부족에 살면서 들어온 것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중앙 호수로 진출하는 것을 모든 무리들이 합의해서 5무리씩 가서 채집 해오고 있지만 그 전에도 중앙 호수에서 채집해오는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전에도 채집해온 대부분의 식량을 족장의 거주지와 새끼들이 있는 양육터에 공급하고 남은 식량중 대부분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식량 구덩이에 넣어두고 있다. 그렇게 채집해온 식량들을 나눠주고 나면 매우 적긴 하지만 분명히 일부의 식량이 남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식량을 보관하지 않는 고블린들은 그 식량은 대부분 채집해온 날 바로 먹어버리는 것이다. 식량 구덩이에 보존 해둔 식량들은 구해온 식량이 적어 먹을 식량이 없는 고블린들이 먹기 위해서 보존 해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은 새끼들과 전체적인 고블린의 수가 늘어나면서 식량구덩이의 식량이 유지되지 않고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잉여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전에도 하나에서 두 무리 정도 중앙 호수에서 식량을 가져왔었다. 그런데 이 경우 랫맨들과의 전투가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전 위영이 있던 무리들이 중앙으로 갔을 때 충돌했던 랫맨들 이후로 몇 달에 달하도록 랫맨들과의 충돌이 없었다는 것은 그동안 고블린들 사이에서 특히나 의아하게 생각하던 것이다.

그 궁금증은 이번의 습격으로 풀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랫맨들이 수개월 동안 습격하지 않았던 것은 고블린들을 상대하기 위해 그 수를 늘리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전에 이야기 했듯이 랫맨들의 번식력은 고블린에 비해 우월하다. 최근 고블린들도 그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나 식량 수급에 곤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고블린들도 식량 수급에 곤란을 겪을 정도로 그 수가 늘었는데 랫맨들도 식량 수급이 어려울 정도로 숫자가 불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수가 그렇게 늘어나면 아무리 이놈들이 고블린보다 체형이 작아 필요로 하는 식량이 적다고 하지만 짐작이 맞다면 정말 식량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걸 넘어서 확실히 부족해 질 텐데... 설마 이 쥐새끼들 동족 포식하고 있는 건가? 그럼 개체 수가 생각보단 적을 수 있겠는데, 고블린보다 수가 한 4~5배 정도 많을려나'

그렇게 이번 랫맨의 습격으로 알 수 있게된 정보를 정리하다 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습격을 할 필요가 있었던 건가? 정찰을 온 병력 치고는 너무 많았고 그렇다고 전면전을 하러 처들어오는 수라고 치기엔 적은데다가 추가 병력도 나타나지 않은 게 이상한데? 거기다가 전장의 축복을 받은 무리 대장급의 랫맨도 없었던 거 같고,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잡아먹히게 될까봐 도망쳐 나온 랫맨들이었나?'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연못에 식량 확보를 위해 나가있던 고블린들이 돌아오고 먼저 있던 고블린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다른 대장 고블린들도 족장의 거주지로 향했다. 그러고 잠시 후 족장의 거주지 방향에서 다수의 고블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맨 앞에 있던 고블린은 일반 고블린보다 머리 두개는 큰 키에 알 수 없는 뼈로 만들어진 장신구들을 차고 있고 손에는 일반 고블린에 비하면 훨씬 큰 두개골을 장식으로 한 나무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 뒤로 이 고블린보단 작지만 일반 고블린의 머리 하나는 큰 족장의 호위대와 무리 대장 고블린들이 따라 나오고 그 뒤로는 정예 고블린들이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 대장 고블린들을 이끌고 있는 것을 보면 제일 앞의 고블린이 바로 이 부족의 족장 고블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캬악! 이 놈들아 전부 여기를 봐라!"

족장 고블린이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두르며 고블린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쥐새끼들이 우리를 습격했다! 안 그래도 식량이 부족해 거슬리던 참인데 이놈들이 먼저 공격해 왔다! 우리는 참지 않는다! 당장 이놈들을 갈기갈기 찢어 우리의 식량으로 만들러 가자!"

족장의 말을 듣고 있던 고블린들은 분분히 일어나서 무기를 손에 쥐고 들어 올렸다.

"가라 이놈들아! 놈들을 이번에야 말로 전부 잡아 쳐서 이곳을 온전히 우리의 영역으로 하는 것이다!"

족장의 뒤에 있던 무리 대장들이 족장의 말이 끝나자 각자 자신의 무리에 돌아가서 중상자들을 제외한 무리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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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좋게 앞으로 향하면서 연못으로 가는 통로를 지나치고 호수로 가는 통로도 지나치자 지금까지 한번 도 가보지 못한 길이 나왔다. 길을 따라서 쭉 가다 보니 앞쪽의 고블린들이 속도를 줄이고 조심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가다보니 왜 고블린들이 천천히 경계하면서 가는지를 알 수 있었는데 통로의 벽 여기저기에 붉은 색의 피가 묻어 있었다. 거기에 피가 있는 곳의 주변 바닥에는 벽과 마찬가지로 피가뿌려져 있는데다가 랫맨으로 추정되는 살점도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어 섬뜩한 길이 되어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는 기세 좋게 나가던 기세도 꺾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앞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점점 더 많아지는 살점들과 곳곳에 형성 돼있는 피 웅덩이를 보면 아무리 괴물들이라도 경계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이 광경을 만든 것이 바닥의 살점과 피들의 주인과 동족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게 살점과 피로 이루어진 것 같은 통로를 지나 가시거리에 공동으로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시야에 나타난 공동을 눈에 담고 앞으로 나가니 공동의 안쪽 여기저기서 마치 광기에 물든 듯한 붉은색의 안광이 공동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찍"

"찍찍찍"

"찍찍, 캬악!"

그리고 피를 흘리듯 붉은 눈들은 곧바로 고블린들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고블린들도 그 광기에 감화 되듯이 뛰쳐나온 랫맨들에게 마찬가지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캬악!"

어찌 보면 뻔하고 어찌 보면 갑작스러운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규모의 충돌에 위영은 뒤쪽으로 처지고 말았다. 충돌한 고블린들은 그 수가 이번에 합류한 일부의 정예 고블린들 까지 하면 700이 넘는다. 거기에 달려드는 랫맨들은 이전 습격의 백이 넘는 습격은 애들 장난 이었다는 듯이 이번에는 이천이 넘어가는 거의 삼천에 육박하는 숫자가 고블린들을 습격 하고 있었다. 거기에 이번에는 랫맨들 쪽에서도 무리 대장급의 랫맨들이 있는지 일부분에서 고블린들이 날아가고 쓰러지는 등의 모습이 연출 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뛰쳐나간 고블린들의 뒤에 있던 무리 대장들이 마찬가지로 랫맨들의 무리 대장들 쪽으로 달려가 맞상대를 시작했다.

전장이 점점 혼잡해지는 가운데 굳어 뒤로 처져있던 위영은 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장에 뛰어들어가 이전과 마찬 가지로 고블린을 공격하고 있는 랫맨의 뒤를 잡아 습격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너무 많은 숫자에 위영도 곧 랫맨과 맞부딪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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