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눈을 뜨니
“이봐, 일어나라!”
“으..으음...”
결국 기억 이상에 대한 고민은 별다른 결과 없이 잠이 들어 버렸고 다시 일어난 것은 전날 함께하기로 한 고블린 무리 중 하나가 깨워서였다.
"이제 식량을 찾으러 가야한다. 안 그럼 오늘은 굶어야 할 거다."
"밥부터 먹고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밥? 뭔가 먹는 건가? 어쨌든 뭐든 먹을 려면 일단 식량 탐색 이후다! 네 무리도 그랬을 텐데 무슨 멍청한 소릴 하고 있는 거냐!"
확실히 전날 확인했던 식량 구덩이에서는 쌀이나 보리 같은 곡식류는 없었고 대부분 열매나 생선이었고 고기가 약간 있던 정도였다. 곡식류는 생으로 먹기에는 힘들어서 안가지고 왔거나 이 동굴에서는 곡식이 자라지 않아 밥이라는 단어가 없는가 보다.
"그럼 배를 채우는건 하루에 한번이라는 건가?"
"그렇다! 게다가 최근 들어 식량 사정까지 점점 악화되고 있어서 우리 같은 이름 없는 고블린들은 수일 지나면 하루걸러 한번 먹거나 아예 굶어야 되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네 대장은 그런 것도 알려주지 않았던 거냐?"
아무래도 이름 없는 고블린들은 새끼 고블린들이 금방 태어나고 자라는 만큼 금방 보충 할 수 있어서 그런지 대우가 열악하다. 게다가 사냥하는 과정이나 랫맨들과의 충돌이 생기면 그대로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런 걸로 보인다.
"아..알았다. 그럼 얼른 가자"
"따라와라 지금이면 전부 모여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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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고블린 너무 기니 앞으로는 네임리스에서 따서 리스라고 부르자. 리스를 따라서 걸어가니 부족의 입구 근처에 고블린 무리가 모여 있는 것을 확인 할수 있었다.
"캭! 늦었다! 왜 이렇게 늦는 거냐!"
"미안하다 대장. 신입이 일어나질 못 하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대장. 잠을 설쳐서 늦었습니다."
도착 했을 때는 이미 무리는 전부 모여 있었다. 일어난 시간이 너무 늦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늦게 일어났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날 뜬금없이 동굴에서 일어났지만 햇빛 아래에서 살던 기억이 있고 습관이 있는 자가 어느 날 갑자기 빛을 찾기 어려운 동굴에서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기가 어려울 뿐더러 모이는 정확한 때도 모르고 있었다. 다른 고블린들에 비해 늦게 도착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빨리 가지 않으면 다른 놈들한테 전부 내주고 우리는 수확이 없을거다! 이미 대부분 식량 찾으러 출발했다! 우리도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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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를 걸어가니 저 멀리서 지금까지 어두운 공간에서 별로 보지 못했던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연못이 있는 곳은 빛이 투과 하는 곳이라더니 그 빛이 통로를 가면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빛을 향해 걸으니 밝은 빛 아래에 초목과 연못이 보였다.
"와아"
빛이 비추고 있는 연못은 연못이 아니라 호수라고 해도 될 정도의 넓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방이 막히고 돌바닥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보지 못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초목이 연못의 주변으로 자라나 있는 모습은 과연 장관이었다. 천장까지의 높이가 상당히 높아서 나무들도 자라고 있다는 것이 특히나 놀라웠다. 그리고 자라나 있는 풀들도 대부분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빛이 비춰지는 이 곳 저 곳에는 고블린들이 무언 가를 열심히 주워 담고 있거나 연못의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생선들을 잡아서 나오는 모습 등이 보였다.
"봐라! 앞서간 무리들은 벌써 채집을 시작 했다! 우리도 얼른 식량을 채집해라! 충분한 수확 을 거두지 못하면 굶을 줄 알아라! 채집은 항상 그랬듯이 천장의 빛이 희미해질 때 까지다!"
"이봐! 얼른 가자. 빨리 채집을 하지 않으면 다른 녀석들이 전부 채집해 갈 거다!"
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수풀 사이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 가듯이 무리의 고블린들은 모두 수풀로 뛰어가고 위영도 얼른 그들을 따라 수풀로 뛰어들었다.
식량 채집은 대장의 말대로 천장의 빛이 희미해지면서 끝이 났다. 채집한 열매와 생선 들은 오면서 챙겨온 가죽으로 된 주머니에 담아놓았다. 가죽 주머니의 재료는 주로 랫맨의 가죽이나 중앙과 이 근처까지 들어오는 동물들의 가죽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있는 대로 전부 채집해 가면 다음날 채집은 어떻게 되는 거지?"
"어차피 전부 채집해 가도 다시 빛이 들기 시작하면 채집했던 만큼 다시 생겨난다! 자꾸 당연한 것들 묻지 좀 말아라!"
이렇게 한꺼번에 전부 채취해 가도 다음날 다시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다시 열매 등은 자라난다고 한다. 다만 생선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서 잡아가는 양이 매일 다르다고 한다. 그래도 연못 중앙은 수심이 꽤 깊어서 고블린들이 그곳까지는 잡아가지 못해 생선들이 번식을 해서 개체수는 유지를 하는것 같다.
"이제 돌아간다!"
대장 고블린인 아스드는 일반 고블린들이 채집을 하고 있는 동안 따라서 채집을 하지 않고 연못 공동에 들어온 입구 쪽에서 다른 대장 고블린들과 같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의 통로 쪽에도 고블린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그곳은 족장이 거주하고 있는 곳의 입구라고 한다. 혹시나 랫맨들이 쳐들어 올 지도 모르기에 통로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거라고 옆에서 같이 열매를 채집하고 있던 리스가 말해줬다. 이렇게 식량의 수확이 끝나면 다시 왔던 통로에 모여서 아스드의 선도로 부족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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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위영은 고블린 부족에서의 본격적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식량을 채집하러 가는 것은 알고 보니 매일 가는 것이 아니었다. 9번을 채집을 하러 가면 1번은 부족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일반 고블린들은 약 500마리 정도가 좁은 부족에 머물고 있는데 이 숫자는 비교적 유지가 되는 편이다.
고블린들이 문제가 생겨 죽어나가고 간혹 강해진 고블린이 나와 족장의 거주지로 향해도 가장 안쪽에서 성체까지 자란 새끼들이 계속해서 부족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 고블린들의 거주지 바로 옆에 있는 통로로 족장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고블린들은 통로를 계속 지키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식량을 구해오는 것을 그만 두고 계속 지키고 있을 수는 없기에 5개 무리가 남아서 부족을 지키고 그 외의 무리는 그대로 식량을 채집하러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부족을 지키는 것은 교대로 돌아가면서 하다 보니 10번에 1번은 부족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3번째로 부족을 지키던 때 결국 식량이 떨어져 가고 있던 것이 눈에 보일정도로 심각해졌다. 최근 들어 랫맨들이 조용해져 랫맨들과의 싸움도 거의 없고 동물을 사냥 할 일도 거의 없어 고블린들이 죽는 일이 거의 없자 입의 숫자가 늘어나고 결국 식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그날 가장 수확이 적었던 고블린들에게 식량이 돌아가지 않게 되면서 굶게 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점점 굶는 이들이 늘어나 5개 무리가 배를 곯게 되자 굶어 죽는 고블린들이 나오고 배가고파 예민해진 고블린들끼리 싸우는 일이 늘어났다. 결국 6번째로 부족을 지키기 바로 전에는 위영의 무리도 배를 곯게 되었다.
식량 부족으로 불화가 생기고 서로 싸우는 고블린들이 늘어나게 되자 족장이 직접 부족에 나타나 대장 고블린들을 모았고 그 뒤부터는 5무리의 고블린들은 중앙의 호수로 가서 식량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자 식량 부족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아무래도 호수 쪽은 연못보다도 훨씬 넓기에 그만큼 채집 할 수 있는 식량도 많다고 한다. 그렇게 중앙 호수로 간 고블린들이 무사히 부족으로 많은 식량을 가지고 복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중앙 호수로 몇 번을 갔다 오는데도 이전 위영의 무리들이 랫맨들과 싸웠던 게 거짓말인 것 처럼 랫맨들과 조우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앙 호수로 가서 식량을 가져오는 것을 위영의 무리가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