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눈을 뜨니
“으윽..”
잠에서 깨듯 몽롱한 정신에 주변의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거칠고 단단한 그리고 울퉁불퉁한 바닥이 느껴진다.
“뭐..뭐야? 분명히 공부하다가 침대에 누워서 잤을 텐데?”
일어나 바닥을 바라보니 그것은 자기 전에 누웠던 침대가 아닌 자연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돌바닥이었다. 그에 위영은 당혹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이...이게 뭐야?!”
주변은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녹색피부의 난쟁이 괴물과 커다란 쥐들이 쓰러져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동물의 뼈로 만들어진 듯 한 다양한 종류의 무기들이 떨어져 있었다.
“녹색피부에 난쟁이라니 완전히 판타지에나 나오는 고블린 이잖아. 그리고 옆에 있는건 쥐...인건가? 그런데 무슨 쥐가 이렇게 커?”
그렇게 주변을 살펴보던 위영은 자신의 몸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런데 어째 분명 일어서 있는데 시야가 앉아 있는 것 같지?”
위화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몸과 손을 살펴 보니 평소와 확연히 다른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몸이랑... 손이... 초록색? 게다가 귀랑, 코도 툭 튀어나...와...?”
완전히 바뀐 자신의 몸에 저절로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온다.
“으.. 으아악! 이.. 이건 또 뭐야?! 내.. 내 몸이 완전히 고블린이 되있잖아?!”
위영의 몸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고블린들의 시체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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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패닉에 빠져 있던 위영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억지로나마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자다가 일어났을 뿐인데 주변은 자기 전이랑 완전히 뒤바뀌어 있고 내 몸은 이런 고블린이 되어 있는 건지...”
하지만 신세한탄을 하고 있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후... 일단 이 끔찍한 곳에서 벗어나서 이곳이 어떻게 생겨 먹은 곳인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겠지”
지금 위영이 있는 장소는 높이가 상당한 동굴이다. 현재의 자신의 다섯 배는 되는 높이로 보인다. 폭은 자신과 같은 고블린이라면 7~8 정도가 동시에 통과 할 수 있는 정도이며 길은 앞뒤로 일직선으로 뚫려 있을 뿐인 공간이다. 그리고 주변에는 피를 흘리는 몬스터들의 시체들만이 흩뿌려져 있다.
“근데... 지금 내 모습이 고블린이면 마을이 있는 곳에 가면 공격 받는거 아냐?”
일단 시체들뿐인 이 자리를 벗어나 동굴을 나갈 출구를 찾는것 아니면 지금의 모습과 같은 고블린들을 찾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사항이다. 주변에 고블린들의 시체들이 있다는 것은 외부에서 동굴 안으로 들어왔거나 동굴 내부에 고블린들이 살고 있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같이 널브러져 있는 쥐들의 시체를 보건데 고블린들과는 적대적인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변을 조사하면서 최대한 쥐들과는 마주치지 않는 것을 우선 사항으로 해야 한다.
위영은 일단 무작정 걷기로 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30분 정도 걸어가자 오른쪽으로 꺾을수 있는 길이 나타났다. 이대로 직진을 할지 아니면 우회전을 해서 새로 나타난 길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을 할지 고민을 하는 그 순간 오른쪽 통로에서 말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온다.
“---”
“---”
나타난 것은 11체의 고블린들 이었다. 10체의 고블린은 지금의 그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모습과 크기였다. 하지만 다른 1체의 고블린은 다른 이들에 비해 큰 키에 피부의 색도 녹색에 파란색이 섞여있는 피부색을 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나타난 것에 긴장한 위영은 그들의 앞에 인기척을 내며 다가서기 시작했다.
“캭! 누구냐?!”
“저거 아까 전에 식량 구한다고 중앙으로 간 녀석 아닌가?”
“근데 왜 혼자인 거냐?”
“캭! 쥐새끼들이랑 싸운 것 같다!”
그들에게 접근하니 다행히도 말이 통했다. 일단 현재의 몸과 동족인 고블린을 찾는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불안 했었다.
“다른 녀석들은 어디가고 너 혼자 뿐이냐?”
대장으로 보이는 고블린이 나에게 추궁하듯이 물어 와서 저도 모르게 대답을 해버렸다.
“쥐..쥐새끼들과 싸움이 붙어서 겨우 저 혼자 살아 남아왔습니다.”
“그럼 싸웠던 곳으로 안내해라! 시체들을 가지고 가야겠다!”
‘?’
전투에 대한 이야기 보다 시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아 하지만 그들의 틈에 끼어들려면 일단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이 들어 그들을 내가 깨어난 곳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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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니 시체들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시체들을 본 고블린들은 얼른 뛰어가더니 쥐들의 시체들을 위주로 짊어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동족들이 아닌 그 쥐들을 먼저 챙기는 건가요?
“그야 당연히 이놈들이 식량이 될 수 있으니까 그렇지, 당연한 걸 왜 묻고 있는거냐?”
죽어있는 쥐의 시체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식량 취급을 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옛날에 쥐들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는 현대에 들어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사례들이기에 쥐를 먹는 다는 발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식량사정을 생각하면 동족들도 챙겨서 가고 싶지만 이놈들 보다 먹을 수 있는 부분도 적고 동족을 먹기는 약간 꺼리니까 이놈들을 먼저 챙기는 거지. 식량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니 이렇게라도 챙기는 수밖에”
그들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식량이 부족하다고 하나 동족들을 먹는다는 발상 자체가 없거니와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꺼림칙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동족을 먹는다는 것에 조금 꺼리는 것 이외의 반응이 없으니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평범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