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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351화 (완결) (351/351)

351화.  < 나는 마법사다 (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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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릴린드라에 도착한 반태수는 바로 상부 도시로 이동했다.

반태수의 공간이동을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다.

상부 도시는 대부분의 장비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인데, 시스템 자체가 반태수의 것이니 그걸 이용하는 장비에 반태수가 걸려들 이유가 없었다.

카르멕은 장로원에 말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반태수는 굳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 영혼의 힘이 몇 차례에 걸쳐 성장하면서 카르멕이 장로원을 부리는 방법을 알아냈다.

장로원에 소속된 자들에게 명령 코드를 입력하면 받아들이도록 미리 그 부분을 개조해 놓은 것이다.

코드 자체가 카르멕의 영혼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따로 암호 같은 것도 필요 없었다.

오직 카르멕의 영혼에만 반응하는 코드였으니까.

코드를 통해 받은 명령은 본능적인 영역을 통해 수행하기 때문에 나중에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심지어 명령권자가 원하면 기억을 선택해서 삭제할 수도 있었다.

한 마디로 그 사람을 마치 꼭두각시처럼 만들어 버린다.

그러니 반태수는 그저 그 코드를 이용해 명령만 하면 된다.

반태수는 상부 도시 중앙에 있는 빌딩으로 갔다.

예전 그 빌딩 지하에서 시스템에 등록을 했었다.

한데 오늘은 지하가 아닌 최상층에 갈 것이다.

그 빌딩의 최상층은 오직 카르멕에게만 허락된 장소였다.

그곳에 들어가려면 카르멕의 영혼에 기반한 코드가 필요하다.

반태수는 공간이동을 통해 빌딩 최상층, 커다란 문 앞에 도착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반태수는 코드를 활성화했다.

그러자 문이 스르특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다시 문이 닫혔다.

한 층을 전부 쓰기에 굉장히 넓었다.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상부 도시는 물론이고 하부 도시까지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반태수는 곧장 다음 단계로 들어갔다.

장로원에 명령 코드를 전달한 것이다.

반태수는 그렇게 하고서야 주위를 둘러봤다.

굉장히 고급스러운 소파도 있고, 책상도 있었다. 그렇게까지 크진 않지만 역시 고급스러운 책장도 있었고.

딱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모든 집기에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이 방에 있는 모든 것이 마도구였다. 그것도 그냥 마도구가 아니라 유물이나 다름없는, 아니, 어떤 면에서는 웬만한 유물보다 훨씬 대단한 마도구였다.

아마 카르멕이 직접 만든 것들인지도 모른다.

그럼 유물이라고 해도 되려나?

아무튼 반태수는 소파에 앉았다. 이제 곧 장로원 사람들이 카르멕이 든 관을 들고 나타날 것이다.

소파에 앉은 채 오늘 카르멕을 만나면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해 차분히 점검했다.

자신의 예상이 맞았을 때와 틀렸을 때를 구분해서 두 가지 계획을 세워왔다.

하지만 아마 예상이 틀렸을 것 같지는 않다. 거의 확신한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비행선이 감지되었다.

고개를 돌려 날아오는 비행선을 쳐다봤다.

비행선은 빌딩 옥상에 착륙했고, 그 안에서 녹색 액체가 채워진 관을 든 장로원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들은 서둘러 움직여 반태수가 있는 방으로 왔다.

반태수는 타이밍에 맞춰 코드를 활성화 해 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장로원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초록색 액체가 찰랑이는 투명한 관을 조심스럽게 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 비행선을 타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여기까지가 반태수가 코드를 이용해 장로원에 지시한 내용이었다.

반태수는 소파에 앉은 채 초록색 관을 가만히 쳐다봤다.

예전처럼 바로 심상 공간으로 끌려가지 않았다.

당연했다. 반태수가 카르멕이 이어 놓은 끈을 잘라냈으니까.

이제 그는 반태수의 심상공간에 들어올 방법이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반태수가 그를 끌어들이는 것뿐이었다.

반태수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초록색 관 안에 있는 카르멕의 마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저 마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영혼의 힘도 잔뜩 있었다.

아마 그동안 열심히 비축해 둔 모양이다.

저 힘들이 한꺼번에 터지면, 그리고 카르멕이 의도한다면, 아마 트릴린드라 정도는 가볍게 날아가 버릴 것이다.

물론 그런 힘이 터져 나온다고 해서 반태수가 당할 일은 없다.

단순히 마법만으로 따지면 아직 반태수는 카르멕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건 마력이 많고 적고, 그리고 마법에 대한 지식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순수한 경험의 문제다.

카르멕을 마법만으로 따라잡으려면 아마 치열한 경험을 최소 10년 이상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반태수가 가진 것은 마법만이 아니다.

반태수에게는 마력회로도 있다.

심지어 이제 영혼의 힘도 각성했다.

그러니 한 번 해볼 만하다.

반태수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영혼의 힘을 끌어올렸다.

이내 자신이 설정한 심상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

사방이 새하얀 공간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얀 공간에 하얀색 선으로 굉장히 복잡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문양의 정체는 일종의 마력회로다.

심상 공간 안에 마력회로를 깔아놓은 것이다.

반태수가 카르멕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 중 하나였다.

이내 좀 떨어진 곳에 카르멕이 나타났다.

그의 표정이 굳어 있는 걸로 보아 심기가 굉장히 불편한 모양이었다.

당연하다. 그가 원해서 여기 온 것이 아니라 반태수에게 끌려왔으니 기분이 좋을 리 있나.

자신이 남에게는 해도 남이 자신에게 하는 건 못 참겠는 거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반태수가 제법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카르멕은 대답하지 않았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어때? 이제 지난번에 내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좀 알겠어?”

"지난번이랑 지금은 다르지.”

"다르다고?”

"난 널 위해서 그런 자리를 마련한 거야. 그런데 넌 아니잖아.”

“날 위하긴 개뿔이. 널 위한 거겠지.”

반태수는 이러는 와중에도 카르멕의 영혼이 자신에게 밀려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카르멕이 심상 공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그의 영혼이 반태수의 영혼과 교환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카르멕의 표정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서도 어딘가 여유로웠다.

시간을 끌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니 당연했다.

이대로 아무 대비 없이 시간만 보내도 카르멕이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다.

반태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늘 속성 종족들을 만나고 왔는데 말이야.”

카르멕이 그 말에 흠칫했다.

"의자에 앉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오늘 널 만난 다음에 앉기로 했지.”

반태수의 말에 카르멕이 담담한 척하며 말했다.

"속성 종족 놈들을 믿는 건가?”

반태수가 어깨를 으쓱 했다.

“날 왕처럼 떠받들어 주는데 못 믿을 건 뭐지? 솔직히 너 보다는 믿을 만하지. 너야말로 날 속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잖아. 안 그래?”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널 속여서 뭐 하겠어? 그나저나…… 보아하니 지구에도 시스템을 만든 모양이군. 아주 잘 했어. 왕이 되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해야지.”

"그건 어떻게 알았지?”

"내 영혼이 얼마나 융합했는지 보면 딱 알지. 이제 조금만 있으면 한계치까지 교환하겠군.”

"한계치가 있나?”

"딱 절반이 한계치지. 네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 이상은 안 될 것 같지 않아?”

"하긴. 정체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군.”

"이미 절반만 해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충분하지. 하지만 내가 워낙 뛰어나서 그 정도는 무마할 수 있는 거고.”

반태수는 이 와중에도 자기 잘난 척을 하는 카르멕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아직도 진짜 속셈을 말할 생각이 없나?”

카르멕은 어깨를 으쓱 했다.

"그런 거 없다니까? 내 목적은 너랑 영혼을 반씩 나눠 갖는 것뿐이야.”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지? 그리고 지금 네 육체는 거의 붕괴 직전 아닌가?”

카르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무리하게 지구에 일을 벌이느라 육체가 다 망가졌지. 영혼에도 타격이 좀 있긴 했는데, 그 정도야 버틸 수 있고.”

“그러니까 타격 받은 영혼을 나한테 보낸 건가?”

"그럴 리가! 타격 받은 쪽은 내가 갖고 있어. 그러니까 육체가 이렇게 빨리 붕괴하는 거고. 너한테는 진짜 깨꿋한 부분만 삭삭 골라서 보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 영혼을 지구에서 쓸 일이 있어서 깨끗한 걸로 골라 보낸 거로군. 그렇지?”

카르멕이 입을 다물었다.

"내가 진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내 성욕이 엄청나게 올라간 거, 너 때문이지? 아니, 정확히는 네 목적 때문이지?”

카르멕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반태수는 카르멕이 대답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너 말이야, 혹시 나한테 붙인 영혼을 담아서 내 자식으로 태어나겠다, 뭐 이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그게 왜 얼토당토않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반태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설마 했는데 정말이었다.

진짜 지구인으로 태어나서 지구와 이면세계 양쪽의 왕이 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면세계의 육체를 입고서는 지구로 갈 수가 없으니 지구의 육체로 갈아타고자 한 것이다.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내가 그걸 허락할 것 같아?”

"허락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끝났으니까. 설마 그게 무서워서 자식을 안 낳겠다는 건 아니겠지? 내가 진짜 효도도 잘 할 자신 있다.”

반태수는 소름이 쫙 돋았다.

“이 미친놈이 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너한테도 나쁜 얘기는 아닐 거다. 태어나면서 이미 모든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식이다. 부모 속 썩일 일도 없고, 손 갈 일도 없다. 마법을 쓸 수 있으니 전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

반태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됐으니까, 영혼 도로 가져가라. 내 거 다시 내놓고.”

카르멕이 씨익 웃었다.

"이미 불가능하다니까? 각자의 영혼에 이렇게 찰떡같이 융합했는데 그걸 어떻게 분리하나?”

"분리할 수 있으니까 내 자식으로 태어나겠다고 한 거 아니었어? 아니면, 바로 가서 속성 종족 의자에 앉아볼까? 그거 재미있는 의자던데.”

"그러지 마라!”

카르멕이 조곤조곤 반태수를 설득했다.

"서로 다른 영혼이 너무 바짝 달라붙어 진짜 하나가 되면 부작용이 엄청나다. 속성 종족 놈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위험한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자아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반태수는 지금 하는 카르멕의 말이 진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의자도 부쉈고, 다시 의자를 만들더라도 결코 앉을 생각이 없으니 상관없는 일이다.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넌 하던 일 다 끝났고?”

너무나 정확한 타이밍에 말해서 카르멕은 흠칫 놀랐다.

방금 막 서로의 영혼이 정확히 절반씩 나뉘었다.

애초에 영혼의 크기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그걸 절반씩 나눠서 정확히 같은 크기로 만든 것이다.

“…… 그래. 다 끝났다.”

카르멕은 반태수의 태도 때문에 뭔가 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저렇게 담담한 걸 보니 반태수도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카르멕은 자신했다. 자신의 계획이 정확히 이뤄질 거라고.

이제 남은 건 원래 육체에 남은 영혼을 태워서 만들어낸 에너지로 자신이 미리 준비한 마법을 펼치는 것뿐이었다.

꺼림칙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준비한 걸 쏟아낼 때다.

카르멕은 미리 준비한 영혼 마법을 펼쳤다.

자신의 영혼을 분리하고 그 존재감을 없애 반태수가 어떤 상황에서도 건드릴 수 없게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반태수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 그의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 스며들듯 몸을 옮겨가는 마법이었다.

이건 결코 막을 수 없다.

그렇게 마법을 펼치고 영혼이 분리된 순간, 새하얀 공간 안에 깔려 있는 마력회로가 작동했다.

그 마력회로는 반태수의 몸에 새겨진 마력회로와 연동했다.

카르멕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아, 안 돼!”

분리된 그의 영혼이 반태수의 몸에 새겨진 마력회로의 중심으로 이동해 버렸다.

그것은 영혼의 힘을 이용해 영혼을 가둘 수 있는 마력회로였다.

반태수가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자, 이제 모든 걸 되돌릴 차례다.”

반태수의 말에 카르멕이 당황하며 손을 마구 내저었다.

"그러지 마! 내가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반태수는 대꾸도 하지 않고 하던 일을 마저 했다.

마력회로가 맹렬히 돌아갔고, 카르멕의 육체에 있던 반태수의 영혼을 쭈욱 빨아들였다.

"기억은 안 돌아오네.”

기억은 이미 카르멕의 영혼으로 넘어갔는지라 돌아오지 않았다.

그건 반태수가 카르멕의 영혼을 분리했지만 마법 지식을 잃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였다.

카르멕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눈은 퀭했고, 어깨는 축 늘어졌다.

"남은 시간, 아껴서 잘 쓰길 바라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심상 공간이 후두둑 무너져 내렸다.

카르멕은 심상 공간에서 튕겨져 나가 자신의 육체로 돌아갔다.

이제 손상된 반쪽짜리 영혼만, 그것도 태우다 만 영혼만 남았으니 육체의 붕괴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초록색 액체가 그것을 억지로 막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무래도 카르멕에게 남은 시간은 정말 짧을 모양이다.

반태수는 아무도 카르멕에게 무언가를 해주지 못하도록 초록색 관에 수백 겹의 결계를 씌웠다.

이면세계에 있는 그 누구도 이 결계를 깨지 못할 것이다.

이제 진짜로 다 끝났다.

***

개척도시 아리크 근처의 숲, 그 한가운데 있는 아름다운 호수에 리조트가 완공되었다.

얼마나 신경을 써서 만들었는지, 호수와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오늘은 그 리조트의 완공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리조트 완공을 축하하고자 모였다.

유명인들도 잔뜩 왔고, 신분이 높은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어설픈 사람은 아예 참석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파티의 서빙을 담당하는 자들은 전부 속성 종족들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예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그 모든 사람들의 중심에 반태수 일행이 있었다.

오늘 파티에는 지구에서 온 사람도 섞여 있었다.

백진희와 제인, 아리아나를 비롯해 엘리스와 패트릭, 그리고 카페 위자드를 운영하던 이서영과 한서현까지 참석했다.

다들 반태수 근처에서 떨어지지 않고 신기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백진희가 이 중에서는 이면세계의 경험이 가장 많다. 하지만 그런 백진희도 기껏해야 크랙톤의 변두리에서 몇 년 활동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런 파티에 언제 참석해 봤겠는가.

그런 일행에게 이면세계 사람들이 다가왔다.

키에라 나서스를 비롯해 아네스, 케트라 브리저, 페일라 린치필드와 안드렐라 윌렉스였다.

다섯 명이나 되는 아름다운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오니 반태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이 긴장했다.

“와, 이젠 난감해 하지도 않네요?”

키에라 나서스가 반태수에게 바짝 붙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반태수 뒤에 있는 지구의 여자들을 향해 빙긋 웃었다.

"반가워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어느새 여자들끼리 잘 어울리며 놀기 시작했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그리고 호숫가로 걸어갔다.

그런 반태수에게 데드릭 벨크리스가 다가왔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일찍 왔네?"

"지구 쪽은 솔직히 별로 할 것도 없으니까요. 챙길 사람도 몇 명 없고.”

반태수와 카르멕의 싸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 중 한 명이 데드릭 벨크리스였다.

"어때? 양쪽 세상의 왕이 된 기분은?”

"왕은 무슨. 그런 거 아닙 니다.”

"그럼 흑막인가?”

"나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흑막이 어디 있습니까?”

데드릭 벨크리스는 재미있다는 듯 낄낄 웃다가 불쑥 물었다.

"아직 애는 아무도 안 가졌지?”

그 질문에 반태수가 헉소리를 낼 뻔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애는 무슨.”

데드릭 벨크리스가 시선을 돌려 반태수의 여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봤다.

“원하는 사람이 좀 있는 거 같아서.”

반태수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돌아갔다.

아이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반태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혹시 카르멕 때문에 그래?”

반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카르멕의 육체는 이제 모두 붕괴되어 더 이상 육체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반태수는 장로원을 동원해 카르멕의 육신을 화장하고 장례식을 치르게 했다.

이제 남은 건 반태수가 마력회로를 이용해 잡은 카르멕의 영혼 반쪽이었다.

그조차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육체가 사라진 뒤부터 영혼도 함께 증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민하는 반태수를 보면서 데드릭 벨크리스가 낄낄 웃었다.

"그런 걸로 무슨 고민을 해? 원하면 낳게 해주면 되지.”

반태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다. 무서울 게 뭐 있겠나. 사실 무서울 일도 없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밤에 퀴무르 가서 한 잔?”

반태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데드릭 벨크리스와 자신의 여인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내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사람이 참 한결같아서 좋다.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다.

문득 아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양 쪽 세상의 왕.

지금 반태수의 힘은 그것을 충분히 이루고도 남는다.

반태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왕은 무슨.

나는 그저 마법사다.

양쪽 세상을 잇는.

351화.  < 나는 마법사다 (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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