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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347화 (347/351)

347화.  < 버려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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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공간이동을 써서 뉴욕으로 갔다.

사실 비행기를 타고 정식으로 입국해야 하지만, 반태수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혹시라도 문제가 되면 다시 공간이동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뭐,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았고.

뉴욕에 도착한 반태수는 일단 회사부터 찾아갔다.

지금 시간에는 거기 전부 모여 있을 테니 가서 한 번에 보고 인사할 생각이었다.

회사까지는 공간이동을 쓰지 않고 천천히 걸어갔다.

미국에서 할 일을 정리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법 큰 빌딩을 매입했기에 회사 규모가 커졌는데도 빌딩을 그냥 쓰고 있었다.

아마 당분간 더 회사 규모를 확대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빌딩 안으로 들어가니 로비에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로비 곳곳에 손님이 오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거기도 대부분 꽉 차 있었다.

회사가 정말 바쁘게 정신없이 돌아간다는 느낌이 확 드는 모습들이었다.

일단 백진희가 있는 방으로 가면 그녀가 알아서 나머지 사람들을 모아줄 것이다.

반태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영역화를 통해 빌딩 전체를 확인해봤는데, 보안은 중요한 것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쓰는 듯했다.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안도 더욱 단단해졌다.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반태수는 백진희의 방으로 찾아가 노크를 한 다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백진희가 놀란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태수 씨!”

그녀는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우다다 달려가 반태수에게 와락 안겼다.

너무나도 격한 반응에 반태수도 살짝 놀랐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욕망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 욕망을 터트리면 안 된다.

“오랜만이에요.”

반태수의 말에 백진희가 반태수를 꽉 끌어안은 채로 고개를 들어 얼굴을 바라봤다.

"매일 기다렸어요.”

반태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함과 대견함에 애정과 욕망이 섞여서 그런 미소를 만들어냈다.

"일이 좀 많았어요. 당분간은 뉴욕에 있을 거고, 일이 마무리 되면 또 어디 다녀올 거예요.”

반태수의 말에 백진희가 빙긋 웃었다.

“어제 제인한테 얘기 들었어요.”

난데없는 기습에 반태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헛숨을 들이켰다.

반태수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입을 다무는 쪽을 선택했다.

뭐라고 하겠는가. 그냥 그렇게 되었는데.

백진희가 그런 반태수의 태도에 빙긋 웃었다.

"뭐,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각오하던 바였어요. 딱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좀 편해지긴 하는데, 그렇다고 미안함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말하면 오히려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계속 입을 다물고 백진희를 안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백진희는 한동안 그렇게 안겨 있다가 천천히 반태수를 밀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오랜만에 오셨으니 다른 분들도 만나보셔 야죠. 제인도 만나야 하고.”

그녀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반태수가 또 어색하게 웃었다.

잠시 후, 반태수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백진희의 방으로 모였다.

패트릭과 제인이 제일 먼저 달려왔고, 그 뒤로 엘리스가 우아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좀 더 있으니 테사라와 에트리안이 들어왔다.

일단 회사에서 반태수가 아는 사람은 이들이 전부였다.

“다들 잘 지낸 것 같아 보이는군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었다.

그 뒤로 제법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테사라와 에트리안이 여전히 반태수를 두려워하긴 했지만, 그게 분위기를 깰 정도는 아니었다.

두 사람도 나름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들의 가문인 스타르나 가문도 굉장히 협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윈윈이 되어 스타르나 가문도 급격히 발전했다.

그 외에도 다른 가문들과도 잘 연계를 해서 포션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회사 발전에 이용했다.

물론 회사에 도움을 주는 가문에는 이쪽에서도 충분한 도움을 주었다.

그런 식으로 짧은 시간 만에 포션은 아주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더 이상 정부에서 건드리지도 간을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다른 세력들도 포션을 경계만 할 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적대 행위를 절대 하지 않았다.

기공술사들로 이루어진 가문들과 연계한 포션을 건드릴 수 있는 간 큰 세력이 어디 있겠는가.

이쪽은 이제 반태수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반태수는 기분이 좋아져 일행에게 커피를 한 잔씩 돌렸다.

다들 반색을 하며 커피를 받아 마셨다.

조만간 이들과도 맥주 파티를 한 번 벌여야겠다.

두 시간 정도 즐겁게 어울렸다.

"슬슬 가봐야겠네요. 다들 일하시는데 방해만 해서 어쩌죠.”

"방해는요, 무슨. 절대 그런 거 없으니까 언제든 오세요. 참, 잠은 어디서 주무실 거예요? 집으로 오실 거죠?”

그렇게 말하는 백진희의 눈이 과하게 반짝였다. 그리고 그녀의 뒤쪽에 서 있는 제인의 눈도 똑같이 반짝였다.

두 사람의 눈에 깃든 기대감을 배신할 수 없어서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엘리스가 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요즘 거기서 같이 지내는 거 아시죠?”

“예?”

반태수가 깜짝 놀라 엘리스를 쳐다봤다.

그러자 뭘 그리 놀라느냐는 듯 제인이 말했다.

"요즘 다들 거기서 지내요. 패트릭도, 저도, 테사라도, 에트리안도.”

저택이 워낙 크니 다들 같이 지내도 별 무리가 없긴 하다.

그래도 좀 놀라웠다. 저들이 전부 한집에서 산다니.

"아, 참. 오늘 친구들 놀러오기로 했는데. 우린 즐겁게 파티 할 계획이니까 같이 즐겨요.”

그렇게 말하는 제인을 반태수가 멍하니 쳐다봤다.

원래 저런 성격이 아니지 않았나?

집에만 있는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다니.

"왜요?”

제인이 요염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반태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뭐, 파티, 재밌겠네요. 오늘 일찍 들어가죠.”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일행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왠지 잘 놀다가 마지막에 기가 빨린 기분이었다.

***

회사를 나선 반태수는 제닉스 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예전 미국에 왔을 때 관계되었던 곳들을 하나씩 둘러봤다.

다들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때 처리할 일은 대부분 처리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반태수는 그 정도로 하고 저택으로 향했다.

오늘 제인의 친구들이 와서 파티를 한다니 살짝 기대되긴 했다.

예전, 그러니까 이면세계를 겪기 전이나 이면세계 초반 같았으면 아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반태수는 이제 예전의 반태수가 아니다.

이면세계에서 파티를 몇 번이나 겪었던가.

게다가 이면세계에서는 최상위 층인 5대 가문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러니 부담스러울 일도 없다. 그저 즐기면 될 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늘을 날다 보니, 어느새 저택에 도착했다.

사실 저택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침에 출근하려면 헬기를 이용해야 한다.

실제로 백진희를 비롯해 저택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전부 헬기를 타고 출근한다.

저택 정문에 내려서며 모습을 드러냈다.

정문에서 건물까지는 상당히 멀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걸어서 가고 싶었다.

차로도 10분 가까이 가야 하는데 걸어서 가려면 얼마나 멀겠는가.

하지만 반태수는 굳이 걸어서 갔다.

정문에서 건물까지 이어진 구불구불한 도로 양 옆으로 높이 치솟은 나무들이 마치 벽처럼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가니 삼림욕이라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참 좋다.

어느새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물 앞에 주차한 차들이 보였다.

값비싼 차들만 있었는데, 아마 오늘 온다던 손님들이 타고 온 차인 모양이다.

헬기 착륙장에는 헬기가 세 대나 있었다.

두 대는 회사 소유이니 남은 한 대는 손님이 타고 온 것이리라.

반태수는 천천히 그것들을 둘러보며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면서 반사적으로 영역화를 펼쳐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익숙한 사람들의 정보가 먼저 도착했다.

아까 회사에서 봤던 사람들은 전부 있었다. 그리고 스타르나 가문의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심지어 하리뮬러 가문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생소한 사람들의 정보가 들어왔다.

아마 그들이 제인의 친구인 모양이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반태수는 그렇게 확인하면서 걷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마법사?”

안에 마법사가 있었다.

그저 마력을 품은 능력자가 아니라 마력 코어를 가진 진짜 마법사 말이다.

심지어 마력 코어는 이면세계의 마법사들처럼 서클을 이룬 것이 아니라 반태수가 가진 것처럼 진짜 코어였다. 마력 생성이 가능한.

반태수는 빠르게 위상을 뒤집었다.

지구에서는 한 번도 하지 않던 일을 한 것이다.

반태수는 일단 들어가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안에 있는 마법사의 상태를 좀 더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아마 첫 번째 영역화를 펼쳤을 때, 분명히 눈치챘을 것이다. 무언가 마력이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마법이라고는 여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에는 기공술이라는 마법이나 다름없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수두룩하니까.

아무튼 이제 위상을 뒤집었으니 어지간해서는 마법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반태수는 안에 있는 마법사에게 영역화를 집중했다.

코어의 크기는 반태수보다 약간 작았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육체는 아주 훌륭했다. 그저 마법만 익힌 것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단련을 오랫동안 지속해온 것이 분명했다.

코어에서 마력이 꿈틀거리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법을 쓰려는 모양이다.

반태수는 영역화를 이용해 순식간에 마법사가 쓰려는 마법을 분석했다.

탐지 마법이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마력이 자신을 훑고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알아보지 않으면 마법사가 아니다.

탐지 마법의 수준이 상당하다. 이번에 벽을 넘지 못했으면 피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반태수의 상대가 아니다.

영혼의 감각을 얻은 이후, 그리고 그 상태에서 벽을 넘고 나서부터 마법에 대한 감각도 월등히 위로 올라갔으니까.

반태수는 아주 교묘하게 탐지 마법을 피해냈다.

자신의 마력회로 일부만 슬쩍 드러내고 나머지는 전부 감췄다. 당연히 코어도 감췄기에 자신이 마법사라고는 생각지도 않을 것이다.

탐지 마법을 한 번 피한 다음,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파티는 저택 로비와 2층에 걸쳐서 벌어지고 있었다.

안드렐라 윌렉스가 열었던 파티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좀 덜 화려했다.

아무튼 반태수가 등장하자 제인과 백진희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

“일찍 왔네요. 우리도 이제 막 시작했어요.”

백진희의 말을 제인이 받았다.

“이리로 오세요. 제 친구들 소개해 줄게요.”

두 사람은 반태수의 양 손을 각각 하나씩 잡고 안쪽으로 당겼다.

반태수가 가는 쪽에 마법사가 있었다.

제인의 친구로 여기에 왔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모델처럼 생긴 남자 몇 명이 먼저 다가왔다. 그들의 시선은 반태수보다는 제인과 백진희에게 더 많이 머물렀다.

제인은 가볍게 남자들을 소개해 주었다. 이 중에는 마법사가 없다.

남자들이 지나가고 여자들이 다가왔다.

제인과 최근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남자들은 이 여자들에게 붙어서 다니는 것에 불과했다.

반태수는 그 중에 아리아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에게 주목했다.

그 여자가 바로 마법사였다.

겉모습은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실제로 행동도 그렇게 꾸몄고, 자신을 소개할 때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리아나는 반태수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녀는 굉장한 미녀였다.

여자들 중에는 압도적인 미모를 자랑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케트라 브리저보다 더 아름다웠다.

물론 외모로 반태수가 흔들릴 일은 없었다. 반태수는 오히려 그래서 더 경계했다.

"어때요? 아리아나, 정말 예쁘죠?”

제인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아니, 자기가 예쁜 것도 아닌데 뭘 저렇게 뿌듯해 할까.

반태수는 그냥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었다.

"뭐야, 관심 없는 척 하면서 관심 좀 끌어보려는 건 아니죠? 뭐, 아리아나만 좋다면 난 상관없어요.”

제인의 말에 백진희가 기겁을 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제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리아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리아나, 어때? 우리 보스 굉장하지? 생각 있어?”

아리아나는 재미난 농담을 들은 것처럼 크게 웃었다.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좋아! 그럼 오늘 하루는 내가 특별히 양보한다.”

제인이 그렇게 말하며 아리아나의 등을 슬쩍 밀어 반태수에게로 보내버렸다.

백진희가 당황한 눈으로 제인과 아리아나, 그리고 반태수를 번갈아 바라봤다.

뭘 어째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반태수는 이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자연스럽지 않고 위화감이 느껴진다. 이건 저 아리아나가 만들어낸 상황이 분명했다.

오늘 만든 상황이 아니다.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쌓아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반태수가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아리아나는 마치 밀려서 그런 것처럼 반태수에게 바짝 다가갔다.

"우리 따로 둘이서만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아리아나가 눈웃음을 치며 그렇게 말했다.

그림 같은 외모로 저러니 파괴력이 엄청났다.

하지만 반태수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최근 이보다 훨씬 약한 상황에서도 욕망이 들끓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반태수는 아리아나가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걸 확신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위에 내 침실이 있으니 거기로 갈까요?”

아리아나가 기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기대되는데요?”

두 사람은 나란히 위로 올라갔다.

백진희가 굉장히 복잡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울컥했는지 옆에 있던 제인의 등을 손바닥으로 짝 내리쳤다.

"아야야!”

제인이 깜짝 놀라며 몸을 기괴하게 비틀었다. 정말 아픈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 마디도 반항하지 못했다. 지은 죄가 있으니까. 솔직히 자신도 저렇게 갑자기 침실로 데려갈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은 수시로 시선을 위로 향하는 바람에 제대로 파티를 즐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각 반태수 침실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반태수와 아리아나 사이에 깊고 무거운 침묵이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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