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345화 (345/351)

345화.  < 과거를 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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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파티 이후, 반태수는 호숫가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일행이 밤마다 맥주를 원해서 내주긴 했지만, 첫 날을 제외하고는 그렇게까지 미친 듯이 맥주를 퍼마시지는 않았다.

그저 적당히 즐길 정도로만 마시면서 맥주의 풍미와 짜릿함에 젖어들었다.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러져 정말 즐거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반태수가 휴가를 즐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의 여자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다들 잔뜩 기대하고 왔지만, 정작 반태수는 밤을 홀로 보냈다.

밤마다 자신을 관조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게 끝나기 전까지는 계속 혼자서 지낼 생각이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확실히 파악해야 앞으로 뭘 하든 안정적으로 해낼 테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지가 올라갔구나.”

반태수는 결국 변화의 원인을 알아냈다. 경지가 올라간 것이다.

한데 보통 때와 달리 올라갔는지 아닌지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은근슬쩍 올라갔다.

반태수도 며칠이나 투자해 관조를 하고서야 간신히 알아낼 정도로 은밀했다.

한데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 변화를 보자마자 알아냈으니 정말 대단한 직감이다.

아무튼 이번에 올라간 경지는 그저 단순히 마법이나 마력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영혼에 관한 것이었다.

즉, 영혼에 대한 감각이 눈을 뜬 것이다.

원인은 역시 맥주 제조였다.

하지만 단순히 맥주를 제조하면서 얻은 경험 때문에 경지가 상승한 건 아니었다.

그동안 연구하고 수련하고 경험한 모든 것이 차곡차곡 쌓여 물이 넘치기 직전처럼 찰랑찰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맥주 제조는 그저 마지막 한 방울을 떨어뜨린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이 아주 멋진 계기가 된 것이다.

아무튼 경지가 상승해 영혼에 대한 감각을 얻음으로 인해 다양한 것들이 가능해졌고,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었다.

이번에 얻은 지식은 카르멕이 남긴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반태수가 얻은 지식이었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었다.

***

반태수는 변화의 원인을 깨달은 후, 다시 사람들과 어울렸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던 여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밤마다 맥주 파티도 더 화끈하게 즐겼다.

그렇게 열흘을 더 보냈다.

반태수가 굳이 그렇게 한 이유는 새로 올라간 경지를 안정시키기 위함이었다.

영혼에 대한 감각은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그 어떤 것보다 난해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했고, 감각 자체를 안정시켜야 했다.

감각이 자칫 폭주하기라도 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아직 영혼 쪽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기에 뭘 하든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확인했다.

일단 예전 카르멕의 육체를 보관한 초록색 관에서 나오던 그 특이한 에너지는 영혼과 관계된 힘이 분명했다.

계약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아마 카르멕은 영혼에 대한 지식은 거의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넘겼더라도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개방되도록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튼 영혼의 감각을 안정시키는 데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과 왁자지껄 떠들고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밤에 마력을 섞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고.

아무튼 그렇게 해서 영혼의 감각을 안정시키는 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

이제 슬슬 돌아갈 때가 되었다.

***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도 트릴린드라에 볼일이 있다며 떠났다.

아마 전후처리에 끼어들어, 우주에서 싸운 공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듯했다.

공적에 욕심이 생긴 게 아니라, 순수하게 반태수를 챙겨주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런 과정들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위상이 올라갈 테고, 어떤 식으로든 나중에 그에 대한 결과가 돌아오게 될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다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고, 반태수는 오랜만에 지구에 가보기로 했다.

가는 김에 포탈도 한 번 분석해 보고 말이다.

반태수는 공간을 뛰어넘어 크랙톤의 포탈로 갔다.

이면세계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지구인의 눈에만 보이는 포탈이 은은한 빛을 뿌리며 서 있었다.

반태수는 포탈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빠르게 정보를 읽어 포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인 지식의 양이 만만치 않았는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분석이 진행되었다.

혹시 영혼의 힘을 이용하지 않았는지 확인해봤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정말로 순수한 마법의 힘으로 만든 포탈이었다.

새삼 카르멕이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였는지 또 한 번 느꼈다.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있었지만 다양한 지식을 끌어와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차근차근 풀어 나갔다.

결국 막힌 부분을 뚫고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계속 막히는 부분이 나왔고, 그때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그것을 뚫고 또 뚫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집중력이 높아졌고, 나중에는 포탈과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반태수가 서서히 집중에서 벗어났다.

포탈을 완벽하게 분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벽을 또 하나 넘었다.

영혼의 감각을 얻은 후에 넘은 벽은 굉장히 특별했다.

아주 특별한 힘이 몸에 깃든 것이다.

영혼이 강해졌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온 힘이 아니라 영혼 자체에서 나온 힘이 몸에 깃들었다.

반태수는 영혼의 작용에 매료되어 버렸다.

이 얼마나 신비한 힘인가.

일반인이 마법을 보고 느낄 만한 감정을 영혼의 힘을 보면서 느꼈다.

아무튼 이제 포탈 분석도 끝났으니 지구로 가면 된다.

반태수는 포탈로 들어가 자신의 연구실에 발을 내디뎠다.

생각해보니 정말 오랜만이다.

바로 머릿속에 카페 위자드가 떠올랐다.

반태수는 연구실에서 나가 곧장 카페 위자드로 향했다.

연구실에서 그리 멀지 않기에 느긋하게 걸어가는데, 습관적으로 영역화를 펼쳐 주변을 확인했다.

범위가 제법 넓기에 카페 위자드까지 포함되었다.

반태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굉장히 많은 기공술사들이 카페 위자드에 있었다.

걸음을 빨리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해서였다.

물론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었다.

카페 위자드가 기공술사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 버린 것뿐이었다.

당연히 손님들의 국적이 굉장히 다양했다.

한국에는 알려진 기공술사가 세 명뿐인데, 그 중 한 명을 반태수가 없애지 않았던가.

그러니 한국의 기공술사가 저렇게 줄을 설 정도로 많을 리는 없다.

아무튼 세계 각국의 기공술사들이 커피 한 잔 사먹겠다고 길게 줄을 섰다.

반태수는 거기 섞여 있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홀리고는 다가갔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테사라는 반태수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갑자기 예전 반태수에게 당했던 점혈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여기서 뭐 하느냐니까? 지금 미국에 있어야 할 시간 아닌가?”

"아니, 그러니까…… 커, 카피 사러 잠깐 왔어요.”

"커피 사러 잠깐? 미국에서 한국까지?”

테사라가 애처로울 정도로 벌벌 떨자, 반태수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떨지 마.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커피 심부름인가? 다른 사람들 것까지 사가지고 가는 거야?"

테사라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을 듣고 여기까지 오게 된 지 이제 고작 열흘밖에 안 됐다.

매일 올 수 없으니 올 때마다 커피를 잔뜩 샀다.

카페 위자드의 커피는 식어도 맛있어서 그렇게 해도 충분히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바로 먹을 때보다는 맛이 살짝 떨어지긴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그래. 이왕 왔으니까 잘 사서 돌아가라.”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카페 위자드로 향했다.

테사라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줄서셔야 할 텐데……."

반태수가 고개를 돌려 테사라를 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여기 주인이야.”

테사라의 멍한 표정을 뒤로하고 반태수는 당당하게 카페 위자드 안으로 들어갔다.

반태수가 들어가자마자 뭘 직감했는지 고개를 휙 들어 반태수를 바라본 이서영의 눈이 놀람과 반가움으로 물들었다.

"사장님!”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사장은 너잖아. 내가 너무 오랜만에 왔지? 잘 지냈어?”

“그럼요.”

이서영은 만들던 커피를 마저 만든 다음, 하던 일을 직원에게 넘겼다.

직원이 네 명이나 있었다.

다들 정신없이 바빴는데, 이서영은 그 와중에도 반태수와 얘기하겠다고 안쪽에서 밖으로 나왔다.

손님이 워낙 많아서 앉을 자리도 없었다.

"우리 나가요. 저쪽으로 가면 앉아서 얘기할 만한 곳이 있어요.”

이서영은 그렇게 말하고 건물 뒤쪽으로 반태수를 데려갔다.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길쭉한 의자들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제가 만들어둔 거예요.”

이서영이 먼저 의자에 앉자, 반태수가 그 옆에 앉았다.

"참, 이 건물 저희가 매입했어요.”

"진짜? 장사 정말 잘 되는 모양이네.”

“요 몇 달 동안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직원도 더 뽑아야 할 거 같아요. 위층 확장한 건 아실 테고, 그 위층도 지금 공사 중이에요. 더 확장하려고.”

“훌륭하네.”

이서영은 정말로 잘 하고 있었다.

그 뒤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한서현도 카페 위자드 2호점을 훌륭하게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이따가 잠깐 들르겠지만, 1호점 못지않다고 하니 아마 거기도 조만간 건물을 매입할지도 모르겠다.

다들 잘 되고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제법 괜찮았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만에 이서영을 보니, 욕망이 들끓었다.

아무래도 이거 영혼 융합의 부작용인 게 분명하다.

카르멕, 이 미친 색마 같으니.

일단 참았다. 하지만 이 인내심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반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여기까지.”

"벌써 가시게요? 또 언제 오실지도 모르는데……."

반태수가 빙긋 웃었다.

"금방 올 거야. 당분간은 계속 여기 있을 거라서.”

이서영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더니 그녀의 눈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요? 그럼 내일도 오시는 거죠?”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기다릴게요.”

이서영이 예쁘게 웃고는 얼른 카페로 달려갔다.

반태수는 가만히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

‘하, 이거 미치겠네.’

반태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눈앞에 제인이 앉아 있었다.

확인할 일이 있어서 제인을 이쪽으로 부른 것이다.

한데 제인을 보자마자 또 욕망이 불같이 일어났다.

이거 부작용이 너무 심하지 않나.

이러다가 제인의 고모인 엘리스를 보고도 이럴까봐 겁난다.

제인은 반태수를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도 하고, 반태수가 직접 대접해주는 커피를 마셔서 좋기도 했다.

"그래서 절 부르신 이유는요?”

백진희가 따라오겠다고 난리였는데, 간신히 떼어놓고 왔다.

따라오긴 어딜 따라온단 말인가.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제인은 일 지옥에서 해방되었다는 생각에 더 기분이 좋아졌다.

최근 주식회사 포션은 엄청난 성장 중이었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회사를 확장하고 새로운 분야에 손을 뻗었는데, 한 번 손을 뻗을 때마다 쏟아지는 일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러다 과로로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그 생지옥에서 빼준 반태수를 위해서라면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었다.

"어서 말해 봐요. 뭘 원해요?”

왠지 제인의 눈빛과 표정이 요염하다고 느껴졌다.

이거 진짜 중증이다. 이러다가 아차하는 순간 사고 치겠다. 이럴 때는 얼른 할 일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다.

"과거 좀 읽으려고요.”

“그거야 제 전문이죠. 어디서 언제쯤 일을 읽으면 될까요?”

"일단 장소부터 안내하죠.”

반태수의 말에 제인이 눈웃음치며 손을 내밀었다.

여기에 데려올 때 공간이동을 썼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그건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한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서울로 이동했다.

제인은 반태수가 한 공간이동이 기공술에 포함된 능력이라고 여겼다.

“또 아까처럼 휘리릭 이동할 거죠? 대체 어떤 기공술을 익히면 그런 걸 할 수 있는 거예요?”

반태수는 대답해주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사실 손을 잡을 필요도 없는데, 그냥 다짜고짜 이동하면 당황할 거 같아서 손을 잡고 이동했었다.

그게 이렇게 돌아온 것이다.

손을 잡으니 욕망이 더욱 강해졌다.

반태수는 심호흡을 해서 욕망을 억누른 다음, 제인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었다.

***

“여긴 어디죠?”

제인이 흥미로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근처에 인적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산기슭이었다.

대체 여기서 무슨 과거를 읽으라는 걸까? 설마 또 고대인에 관한 걸까?

제인은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반태수의 말을 기다렸다.

"정확히 이 자리의 과거를 읽으면 됩니다.”

반태수가 자신이 선 곳의 바닥을 가리켰다.

그리고 날짜와 시간을 말해줬다.

정확히 자신의 기억이 사라진 시점이었다.

"그 시각에 딱 끝나게 시간설정을 하면 됩니다.”

그때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카르멕의 말에 따르면 무슨 계약을 했다는데, 과연 과거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그걸 알 수 있을까?

카르멕은 분명 영혼 상태일 테니 영상에는 찍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있었다.

아마 반태수는 혼잣말을 하겠지만, 그걸 토대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유추하는 건 가능하리라.

아무튼 반태수의 말을 들은 제인이 손가락을 딱 튀겼다.

“아하 그러니까 그 시점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 싶은 거군요? 알았어요. 별로 어렵지도 않네. 맡겨 주세요. 아주 멋지게 확인해 드릴 테니까.”

제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즉시 능력을 썼다.

그녀의 머릿속에 과거의 장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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