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338화 (338/351)

338화.  < 타노로스의 도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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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허공에 살짝 뜬 채로 이동 중이었다.

예전 타노로스 놈들을 상대할 때, 바닥의 진동을 통해 위치와 정보를 들키지 않았던가. 그러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거리를 천천히 이동하며 영역화를 펼쳐 주변 정보를 빠르게 확인했다.

‘정말로 사람이 한 명도 없네.’

대신 안드로이드는 제법 많았다. 그리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작은 기계들도 많았다.

반태수는 혹시 이 거리만 이런 것이 아닌가 해서 빠르게 이동해 다른 거리로 넘어갔다.

한데 아무리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도 사람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대체 이 도시는 뭐지?’

그럼 안드로이드를 위한 도시란 말인가?

안드로이드들은 명확히 할 일이 정해져 있는 듯했다. 그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했다.

이 도시는 거대한 군수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도시 곳곳에 생산 설비가 마련되어 있고, 대부분의 설비는 자동으로 돌아간다.

간혹 자동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에 안드로이드가 투입되어 그 일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안드로이드의 수가 도시의 규모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확인해보니 상당한 숫자의 안드로이드가 창고에서 대기 중이었다. 가동하지 않은 상태로 제작해 쌓아둔 모양이었다.

무수한 드론이 날아다녔는데 =, 드론들도 대부분 임무가 할당되어 있는 듯했다.

그리고 지상으로 나가는 드론의 수가 상당했 =다.

다시 돌아오는 드론의 수도 나간 드론만큼이나 많았고.

도시는 굉장히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같았다.

‘혹시 이 도시 자체가 시스템인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건물 하나, 도로 하나 허투루 지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도 마력은 없었다.

그러니 이 도시 자체가 시스템인 건 아니었다.

문제는 도시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시스템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도시의 규모는 크랙톤 보다 좀 작은 정도였다.

크랙톤의 변두리를 잘라내면 딱 이 정도 크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 도시를 한 번 샅샅이 훑는 건 금방이었다.

더구나 허공에 떠서 빠르게 날아다니지 않았나. 빠르게 다닌다고 확인도 대충한 건 아니었다. 영역화로 아주 촘촘하게 훑었다.

그런데도 시스템을 발견하지 못했다.

반태수는 도시를 두 번 스캔한 다음 바로 도시의 지하를 확인하기로 했다.

도시에 없으면 지하에 있지 않겠는가.

더구나 반태수는 이 지하도시에 있다는 시스템이 이면세계의 지하를 장악하기 위해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하로 눈이 돌아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하로 영역화를 밀어 넣었다.

한데 마치 벽에 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영역화가 아래로 파고들지를 못했다.

아까 지상에서 지하도시를 영역화로 확인하려 했을 때 막아서던 방해전파와는 차원이 다른 방벽이었다.

반태수는 그럼에도 차분하게 영역화를 차단하는 방벽을 찬찬히 살펴봤다.

이것이 타노로스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방벽인지 아니면 시스템 자체가 갖고 있는 방벽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살펴보고서야 어디로부터 기인한 방벽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시스템의 방벽이었다.

‘지금까지 하고 다르게 여기는 왜 이렇게 막는 거지?’

반태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쉽게 시스템을 얻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달에서는 공간이동을 통해 시스템의 입구로 들어가야 했고, 들어가서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나고 보니 별 거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거지 막상 그때는 그렇게까지 쉽지 않았다.

나머지 다른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가장 간단했던 첫 번째 시스템에서도 그 안에 의식을 담아 마법진의 바다에서 한참동안 유영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 정도 방벽은 원래 시스템을 얻기 위한 가벼운 시련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반태수는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다시 한 번 시스템의 방벽에 도전했다.

시스템의 힘이 없는 상황에서 시스템에 도전하는 거라 정말로 만만치 않았다.

시스템의 방벽은 마법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 그걸 마법으로 깨야 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수준이 정말로 엄청나긴 하지만, 이 방벽은 시스템의 온전한 힘이 다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일종의 관문 같은 거였다.

시스템의 주인이 되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듯했다.

예전에 유물의 보안을 뚫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반태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어디 한 번 해볼까?’

반태수는 집중해서 방벽의 구조를 분석하고 그것을 뚫어낼 방법을 찾았다.

무수한 마법이 반태수 주위에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위상을 뒤집은 데다 타노로스의 도시가 마법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썼기에 다른 쪽으로는 아예 신경을 끄고 방벽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반태수의 집중력이 점점 더 높아졌다.

그리고 그 집중력이 최고조에 오른 순간, 반태수는 마법진의 바다에 빠졌다.

***

반태수는 타노로스의 도시에서 나와 근처 들판에 가만히 서 있었다.

왜곡을 쓰거나 하지도 않고 그냥 서 있었는데, 그 주변을 드론이 가끔 스쳐 지나갔다.

한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마치 드론들이 반태수를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아니면 같은 편이라 굳이 뭔가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눈을 지그시 감았다.

드디어 다섯 개의 시스템을 전부 얻었다.

시스템은 다섯 개가 하나였다. 그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온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네 개의 시스템을 쓰던 얼마 전과 다섯 개를 다 모은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일단 이면세계의 모든 곳에서 시스템의 힘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다섯 개의 시스템을 모두 모으면서 영혼이 훨씬 더 많이 융합되었는지, 새롭게 받은 지식의 수준이 월등히 올라갔다.

고차원적인 지식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는데, 지금까지와 달리 그렇게 쏟아지는 지식들은 뇌리에 콱콱 꽂혀서 그대로 반태수의 진짜 지식이 되었다.

그 역시 시스템의 힘이었다.

이제 이면세계에서 시스템은 반태수의 새로운 두뇌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시스템과 반태수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타노로스의 도시에 대한 비밀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지식에 포함되어 있었다.

타노로스의 도시가 군수공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건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타노로스의 도시가 가진 진짜 역할은 타노로스의 머리였다.

즉, 타노로스의 도시 자체가 모든 타노로스를 다스리는 인공지능이었다.

한데 반태수는 그렇게 얻은 지식과 타노로스의 도시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미묘한 균열을 발견했다.

그 균열이 나중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카르멕을 상대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티끌만 한 기대감이 생겼다.

아무튼 이번에 얻은 지식은 양도 많았지만 질도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의 지식이 시스템에 관한 내용이었다.

모든 시스템을 얻음으로 인해 기존에 받은 지식에까지 영향을 미쳐, 대부분 소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단숨에 모든 면의 수준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도 벽을 넘지 못했다는 건, 이 지식들이 완벽히 내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을 믿지 말고, 따로 연구와 공부를 진행해 진짜 자신의 지식으로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지금까지 하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아는 걸 모른다고 가정하고 다시 파고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게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무조건 해내야지.

반태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와 동시에 공간을 뛰어넘어 크랙톤에 있는 저택의 정원에 도착했다.

***

"저거 대체 뭐가 문제야?”

데드릭 벨크리스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눈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반태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칩거 상태에 들어섰다.

방에 틀어 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았다.

다들 대체 반태수가 왜 저러는지 궁금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혼자서 생각할 일이 있어서라는 말이었다.

생각? 혼자서 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루나 이틀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한데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다. 무려 보름 째 안 나오고 있다.

밥도 안 먹는다. 잠은 잘 자는지 모르겠다.

물론 아공간이 있으니 알아서 먹겠지. 침대가 있으니 알아서 잘 테고.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느냔 말이다.

"무슨 생각을 보름이나 하냐고.”

데드릭 벨크리스가 또 투덜거리자, 근처에 있던 살라자 샤마쉬가 툭 말했다.

“어련히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차분히 기다리시죠.”

데드릭 벨크리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살라자 샤마쉬를 쳐다봤다.

살라자 샤마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든 태블릿을 열심히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동안 열심히 정리한 매뉴얼이 있었다.

살라자 샤마쉬 근처에는 오스윈 프리든과 페일라 린치필드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 반태수에게 로봇을 받은 안드렐라 윌렉스도 있었다.

세 사람 역시 태블릿을 들고 열심히 메뉴얼을 숙지 중이었다.

그들은 연신 감탄했다.

“역시 우주 활동도 가능했던 거군요.”

페일라 린치필드가 감탄스런 어조로 말하자, 데드릭 벨크리스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건 내가 확인한 건 아니고, 저기 안에 틀어박힌 녀석이 해보고 알려준 거야."

다들 반짝반짝한 눈으로 데드릭 벨크리스를 바라봤다.

"그럼 반 마법사님은 우주에 다녀왔다는 말입니까? 이 로봇을 타고?”

"뭐…… 그렇다고 하더라고.”

“대체 어떻게 갔을까요?”

"응?"

페일라 린치필드의 의문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다.

그녀는 살짝 당황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도 안 해보신 건가요? 당연히 우주로 나가보실 줄 알았는데……."

다들 약간 황당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우주로 나가려면 그만한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한데 아무리 로봇을 이리저리 조작해 봐도 우주로 나갈 만한 추진력을 얻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페일라 린치필드는 여전히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냥…… 달에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위로 올라갔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살라자 샤마쉬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잘 안 된다고? 그럼 되긴 된다는 말인가?”

페일라 린치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 도중에 몇 번 가속을 했거든요. 알아서 하던데, 그걸 지속할 방법을 못 찾았어요.”

“그럼 우주로 나갈 방법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아직 못 찾은 거였군.”

살라자 샤마쉬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데드릭 벨크리스를 힐끗 쳐다봤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발끈했다.

"야! 내가 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그럼 직접 찾아보든가!”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왜 갑자기 열을 내고 그러십니까.”

"꼭 반, 그놈이 보는 것처럼 날 봤잖아!”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혹시 영감님 마음속에 떳떳치 못한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 아닙니까?”

“뭐? 내가 떳띳치 못할 게 뭐가 있어!”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자, 나머지 사람들은 쥐죽은 듯 입을 다물고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반태수 정도 되면 모를까, 아직 이들에게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는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러고 있을 때, 갑자기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떠들 거면 나가서 하시죠. 혼자 생각 좀 한다는데, 이렇게까지 방해하고 싶습니까?”

안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반태수를 본 모두의 눈에 기쁨과 반가움이 어렸다.

“넌, 젊은 놈이 무슨 생각할 게 그리 많아!”

“그렇게 됐습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냥 맥없이 시스템과 카르멕에게 끌려 다니기만 할 바에는 이렇게 발버둥이라도 쳐봐야 할 것 아닌가.

"표정이 밝은 걸 보니 생각 정리를 잘 한 모양이군. 축하하네.”

살라자 샤마쉬의 말에 반태수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름대로 할 만큼 했습니다. 이제 나머지는 운명에 맡겨 봐야죠.”

데드릭 벨크리스가 투덜거렸다.

"뭐 그리 거창하게 운명까지 튀어나와? 그나저나 몸은 괜찮고? 보름 동안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잔 것 같은데, 어우, 가서 좀 씻고 와라."

반태수가 살짝 인상을 썼다.

"씻고 나왔거든요?”

반태수가 나오자마자 데드릭 벨크리스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나머지 사람들이 한결 편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확실히 반태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다.

다들 반태수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오랜만이에요.”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오늘은 파티라도 여는 게 어떨까요? 하루쯤 신나게 놀아도 괜찮을 거 같은데.”

마지막 말은 안드렐라 윌렉스가 했다. 그녀는 여전히 젊음을 불태우며 노는 것을 즐겼다.

예전과 달라진 거라면 다가오는 남자들과 선을 긋는다는 것 정도였다.

반태수는 빙긋 웃었다. 얼마 전이었으면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다가오는 것 같아 뒤로 물러났겠지만, 이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뭐, 그럴까? 아마 조만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테니 그 전에 충분히 쉬고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안드렐라 윌렉스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나머지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데드릭 벨크리스의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안드렐라 윌렉스의 파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꼭 한 번쯤 참석하고 싶었다.

안드렐라 윌렉스는 자신에게 모이는 시선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제대로 힘주고 준비할 테니까 다들 단단히 기대하세요.”

그래, 이제 곧 타노로스와 전쟁을 할 텐데, 그 전에 온 몸을 불살라보자.

다들 비슷한 눈빛으로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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