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337화 (337/351)

337화.  < 타노로스의 도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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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혼돈 속성 종족과 단둘이 방에 들어가 서로 마주 앉았다.

혼돈 속성 종족은 다른 속성 종족들과는 분위기부터 좀 달랐다.

다른 속성 종족은 전부 반태수를 왕처럼 대하는데, 혼돈 속성 종족은 그렇지 않았다.

예의를 충분히 갖췄지만, 다른 속성 종족들과 달리 당당했다. 반태수에 대한 존경심은 가진 듯했으나 그렇다고 반태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마음은 없어 보였다.

다른 속성 종족들이 딱 이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단둘이 방에 온 것은 혼돈 속성 종족이 원했기 때문이다.

한데 생각해보니 혼돈 속성 종족은 지금 방에 있는 사람이 유일한 듯했다.

반태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영역화를 펼쳐 속성 종족들을 살펴봤다.

총 열두 종족이 있었다.

잘 알려진 아홉 종족, 빛, 어둠, 물, 불, 바람, 전격, 나무, 금속, 암석 종족의 수는 제법 많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세 종족, 보석, 독, 혼돈 종족의 수는 드물었다.

특히 혼돈 속성 종족은 정말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유일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특별해 보였다.

"타노로스의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예. 맞습니다.”

반태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거기는 어떻게 알게 되었지?”

“원래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그냥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혼돈 속성 종족은 제가 유일합니다.”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않을까 짐작은 했다. 그래서 놀라지 않았다.

“저희 종족은 수명이 다하면 새로운 존재가 태어납니다. 그때 필요한 지식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대 혼돈 속성 종족이 가진 기억의 일부가 지식과 함께 남는다.

그가 평소 중요하다고 여겼던 기억들이 남는 것이다.

거기에 타노로스의 도시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제 생각에 이 지식은 대대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혼돈 속성 종족의 말에 반태수는 흥미가 일었다.

사실 전대의 기억 일부를 물려받는데, 전전대의 기억이 거기에 포함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하물며 그걸 수십 세대에 걸쳐 대대로 물려준다는 건 확률이 너무 낮아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반태수는 대번에 카르멕이 떠올랐다.

인위적인 느낌이 확 들지 않나. 아마 카르멕이 어떤 식으로든 설계했으리라.

"다른 종족 중에도 이런 식으로 지식을 받는 경우가 있나?”

"제가 알기로는 혼돈 속성 종족이 유일합니다.”

"죽음과 동시에 탄생하는 건가?”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그것도 받은 지식인가?”

“맞습니다.”

“죽은 자리에서 다시 태어나 일어나는 방식인가?”

"그건 아닙니다. 태어나는 장소가 따로 있습니다.”

"장소가 어디인지는 말해줄 수 없고?”

"당연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장소를 원하십니까?”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혼돈 속성 종족이 열심히 위치를 설명했다.

생각 이상으로 자세한 설명에 반태수는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면 공간이동으로 단숨에 거기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설명을 정말 잘 하네.”

"제가 설명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설명까지 지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명이 지식에 포함되어 있다고?”

“장소에 대한 설명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가 시작의 장소, 그리고 다른 하나가 타노로스의 도시입니다.”

시작의 장소는 애초에 혼돈 속성 종족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지식이었다.

그리고 타노로스의 도시는 대대로 전해지는 지식이었고.

한데 그 두 가지 모두 위치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럼 갑자기 타노로스의 도시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날 찾은 이유는 뭐지? 내가 묻기도 전에 굳이 찾았잖아. 좀 이해가 안 가서."

혼돈 속성 종족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냥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응?"

반태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혼돈 속성 종족을 쳐다봤다.

이 무슨 뜬금없는 말인가. 그냥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니.

한데 그걸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고? 마치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라는 듯하지 않은가.

"그런 일이 자주 있나?”

"무슨 일을 말씀하십니까?”

“그냥 해야 할 일이 떠오르는 거 말이야. 사실 타노로스의 도시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려고 날 부른 건 평범한 일은 아니잖아."

혼돈 속성 종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게 평범하지는 않지.

반태수는 아무래도 그 일에 대해 혼돈 속성 종족과 아무리 오래 얘기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이건 나중에 카르멕을 만났을 때 슬쩍 물어봐야겠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카르멕을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를 한 번 만난 것만으로 지금 자신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건 확실했다.

영혼의 융합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시스템을 하나하나 얻으면서 마찬가지로 또 융합 속도가 빨라졌고.

지금 자신의 영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어서 더더욱 불안하고 답답했다.

아무튼 반태수는 이쯤해서 혼돈 속성 종족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럼 타노로스의 도시가 어디 있는지 이제 알려주면 되겠네.”

혼돈 속성 종족은 아주 열심히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역시 시작의 장소와 마찬가지로 바로 공간이동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설명이었다.

머릿속에 위치와 주변 경관이 그대로 그려졌다.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혼돈 속성 종족이 아쉬운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할 말이 남았나?”

반태수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의자에 앉으셔야 하는데 왠지 그냥 가실 것 같아서……."

반태수는 좀 의외의 눈으로 혼돈 속성 종족을 쳐다봤다.

저렇게 눈치가 빠를 줄은 몰랐다.

솔직히 말하는 것만 봐서는 굉장히 수동적이고 눈치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세운 기준대로만 행동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의자는 나중에.”

반태수는 그 의자에 당장 앉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의자에는 열두 속성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힘의 흐름이 얼기설기 꼬여 있었다.

그걸 제대로 분석하고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 앉을 생각이 없다.

그저 의자에 한 번 앉은 것만으로 반태수의 계획이 확 틀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혼돈 속성 종족의 안타까운 표정과 눈빛을 뒤로하고 반태수는 얼른 방에서 나갔다.

그러자 이리저리 서성이며 반태수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많은 속성 종족들이 보였다.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지만, 반태수는 거기에 응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랬다.

반태수는 빠르게 그들을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나가자마자 바로 공간이동을 썼다.

반태수가 사라진 자리에 속성 종족들의 안타까운 눈빛이 무수히 꽂혔다.

***

반태수가 공간이동을 통해 도착한 곳은 아까 잡은 타노로스의 조직원들을 모아놓은 곳이었다.

당연히 도시 밖이었고, 아직도 그들은 반태수의 마법에 제압된 채 허공에 떠서 허우적거리다가 축 늘어지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들 전격의 새장에 갇혀 있었고, 전격의 새장들은 전부 허공에 떠 있었다.

질서정연하게 떠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니, 아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느낌 자체가 없었다.

결국 시스템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는 이놈들을 심문해서 타노로스의 도시에 대한 힌트라도 얻으려고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반태수는 전화기를 꺼냈다.

"영감님?”

- 뭐야, 너 지금 어디야?

“스태플레톤이요. 어차피 영감님은 못 오는 곳이죠.”

- 거긴 왜 갔는데?

"여기 있는 연구 마법사가 타노로스 조직원들 찾기로 했거든요. 성과가 있는지 확인하러 왔죠.”

- 그래? 성과는 좀 있고?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투에는 기대감이 잔뜩 깃들어 있었다.

"예. 제법 잡았습니다. 그 중에는 여기 있던 거점이 박살 난 걸 조사하러 왔던 조사원도 있으니 제법 성과가 괜찮은 편이죠.”

- 오오. 그거 기대되는구나. 그놈들 어디 있어? 내가 사람 보내마.

“사람은 나중에 보내시고요. 지금 영감님 어디시죠?”

- 나? 방금 전까지 매뉴얼 만들다가 이제 집에서 쉬고 있지.

"어느 집이요?”

- 어느 집이긴, 네 집이지.

반태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럼 거기 정원으로 좀 나가보세요.”

- 정원? 정원에는 왜?

"선물 좀 보내드리려고요.”

- 선물? 기다려 봐.

데드릭 벨크리스가 뚱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어딘가로 빠르게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 정원에 나왔다.

"그럼 거기 잘 지켜봐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법을 펼쳤다.

시스템의 힘을 이용해서 쓰는 공간이동 마법이었다.

반태수 앞에 있던 전격의 새장을 비롯해 그 안에 잡혀 있던 모든 타노로스 조직원들이 일제히 공간을 뛰어넘었다.

- 으헉! 이, 이거 뭐야!

“선물입니다. 이번에 잡은 놈들이에요. 심문 잘 해서 쓸 만한 정보도 좀 뽑아 보시고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전격의 새장을 없앴다.

"이제 제압하세요. 걔들 조만간 풀려납니다.”

물론 데드릭 벨크리스가 다들 제압하기 전까지는 풀어줄 생각이 없지만, 서두르라고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우당탕탕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태수는 전화를 끊었다.

한 가지 마무리 했다. 이제 다음 차례로 넘어가야 한다.

바로 공간이동을 썼다.

반태수가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시작의 장소였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을 정도로 궁금했다.

시작의 장소에 도착한 반태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감탄했다.

아까 혼돈 속성 종족이 설명한 그대로의 광경이 쫙 펼쳐져 있었으니까.

굉장히 평범한 풍경이었다.

한데 이곳에 있는 나무 하나, 바위 하나까지 아까 혼돈 속성 종족이 설명해 주었다.

그 위치가 어느 하나 어긋난 곳이 없었다.

반태수는 천천히 걸어 진짜 시작의 장소로 향했다.

맑은 옹달샘 하나가 나타났다.

그곳이 바로 시작의 장소였다.

반태수는 옹달샘을 보자마자 여기가 왜 시작의 장소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옹달샘에서 그 특별한 힘이 느껴졌다.

아니, 이 옹달샘 자체가 온통 그 힘으로 이루어진 듯했다. 그 정도로 충만하고 농밀한 힘의 응집이 느껴졌다.

‘설마 이것도 카르멕이 만든 건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살펴도 여기에는 인공적인 흔적이 아예 없었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조성된 현상이 분명했다.

이걸 카르멕이 발견해 이용했을 수는 있겠지만, 이것 자체를 카르멕이 만든 건 결코 아니었다.

‘이 힘을 오랫동안 연구해서 뭔가 결과를 낸 건가?’

반태수는 왠지 지구와 연결된 게이트에 이 힘이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확인은 했으니까.’

여기서 더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었다.

반태수는 옹달샘의 힘을 확인한 순간, 자신이 이걸 다루려면 더 성장이 필요하다는 걸 직감했다.

그러니 힘을 더 키워야 한다.

반태수는 바로 공간이동을 써서 타노로스의 도시로 향했다.

***

반태수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이곳 역시 혼돈 속성 종족의 설명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도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듣지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당연히 감췄을 것이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이제부터 알아봐야 하지만.

빛의 굴절이나 반사를 이용해 절묘하게 감췄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태수는 왠지 그건 아닐 것 같았다.

일단 여긴 아직 반태수가 시스템을 통해 장악하지 못한 지역이었기에 강력한 영역화를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평범한 영역화를 일단 사방으로 펼쳤다.

정확히 장소를 여기라고 했으니 도시는 이 근방에 있어야 한다.

한데 최대한 영역화를 넓게 펼쳐서 확인했지만, 지상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나무나 풀, 바위, 실개천 같은 것들뿐이었다.

반태수는 영역화의 방향을 바꿨다.

지상에 없으면 지하에 있을 거라고 단순하게 판단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하로 방향을 돌리자마자 바로 타노로스의 도시를 찾아냈다.

그렇게 소문만 무성하던 지하도시가 바로 여기 있었다.

"오, 역시 타노로스.”

영역화로 더 깊이 파고들어 조사를 해보려고 했더니 마력이 더 이상 파고들지 못하고 막혀 버렸다.

마력 자체를 차단하고 흩어 버리는 장치가 있는 모양이다.

대충 분석해보니 특수한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듯했다.

카르멕의 지식 중에 과학에 관한 것도 종종 나오는데, 그것과 타노로스를 비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언젠간 비슷한 수준의 지식도 나올 것이다.

‘그 전에 상황을 마무리 해야겠지만.’

반태수는 문득 도시가 지하에 있는 것이 왠지 그저 모습을 감추기 위한 것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면세계의 지하까지도 시스템의 영역에 넣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반태수는 아무리 시스템이 없다고 해도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결할 실력이 있었다.

반태수는 방해 장치의 파장을 교묘하게 피해 영역화를 내부로 쑥 밀어 넣었다.

도시 내부의 정보가 반태수에게 쫘악 밀려들었다.

반태수는 일단 왜곡으로 몸을 가리고 공간이동을 통해 도시 내부로 잠입했다.

일단 내부로 들어오니 영역화를 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여기서 할 일은 시스템을 얻는 것뿐이었다.

굳이 싸워서 일을 키울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반태수는 영역화를 통해 빠르게 이곳의 감시 체계부터 파악했다.

한데 의외로 감시 자체가 없는 듯했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런 것이 없었다.

또 하나 이상한 점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거리 주변에 서 있는 건물들 안에도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여긴 사람 없는 거리였다.

반태수는 뭔가 싸늘한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거리로 들어섰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타노로스의 도시를 살펴보면서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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