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화. < 시스템을 찾아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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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탑승형 로봇에 왜곡을 걸었다.
이제 반태수가 거는 왜곡은 능력이 상당해서 웬만해서는 감지가 불가능했다.
마력과 기척, 소리와 시야를 차단하는 건 너무나 당연했고, 그 어떤 전기적 신호까지 전부 대비했기에 아무리 타노로스라고 해도 찾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굳이 왜곡을 쓴 이유는 달 근처에 타노로스의 우주선들이 자주 출몰했기 때문이다.
확인해보니 달에 타노로스의 기지가 존재했다.
상당한 규모였는데, 지상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이쪽 달도 지구의 달과 비슷하네.’
지구의 달처럼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일치해서 지상에서는 한쪽만 확인이 가능했다.
달의 뒷면은 직접 와서 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달의 뒷면에 타노로스의 달 기지가 있었다.
그럼 대체 시스템은 어디 있는 걸까?
반태수는 로봇을 타고 달을 몇 바퀴나 돌며 샅샅이 살폈는데 시스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럼 겉이 아니라 속에 있다는 뜻일까?
반태수는 일단 달에 착륙해서 좀 더 직접적으로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로봇이 조용히 달에 착륙했다.
육중한 무게로 인한 충격을 모조리 흡수해서 진동조차 없었다.
반태수는 달에 왔는데도 연산보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다만 시스템의 힘이 여기까지 미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달의 시스템까지 손에 넣는다면 어쩌면 이면세계가 있는 행성과 달 사이에 있는 우주공간에도 시스템의 힘을 투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벼락숲의 시스템 전달자가 달의 시스템까지 전부 연결해 버릴 테니까.
‘이제 어째야 하나…….'
어쩌긴 뭘 어쩌나, 일단 영역화를 쓰면서 직접 발로 뛰어야지.
반태수는 영역화를 펼쳤다. 이번에도 연산보조 외에는 쓸 수 없었지만, 괜찮다.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다음 일은 이래도 안 될 때 생각하면 된다.
로봇에 탄 채로 영역화를 썼다.
주변을 훑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 쭉 내려 보냈다.
지하에 있다고 확신하고 하는 일이었다.
지하 어디쯤 있는지 모르니 범위를 좀 좁힌 채 아주 깊은 곳까지 영역화를 밀어냈다.
후웅!
살짝 떠올랐다. 그리고 빠르게 이동했다.
달 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하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자원은 어마어마하네.’
영역화를 통해 지하의 자원 정보가 쭉쭉 들어왔다.
굉장히 다양한 자원이 막대하게 잠들어 있었다.
어쩌면 타노로스의 달 기지는 이 자원을 뽑아내기 위해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반태수는 일단 달 표면을 샅샅이 훑을 작정으로 움직였다.
심지어 타노로스의 기지도 싹 확인했다.
예상했던 대로 달의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시설이었다.
굉장히 거대했고, 채취 속도도 빨랐다.
이 정도 시설이 있으니 그 막대한 물량을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타노로스의 기지에는 시스템이 없었다.
그렇게 샅샅이 살피던 중,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달의 극점으로 이동했다.
‘찾았다.’
반태수는 반색했다. 달의 극점 지하 깊은 곳에 시스템이 있었다.
한데 가는 통로가 없었다. 그냥 지하에 시스템만 덩그러니 있었다.
또 한 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반대쪽 극점으로 가봤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도 시스템이 있었다.
그러니까 달의 시스템은 두 개였다.
반태수는 영역화에 집중해서 시스템 주변을 살펴봤다.
혹시 공간이동으로 갈 만한 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절묘하네.’
아주 절묘하게 사람 한 명이 넉넉하게 머무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시스템 옆에 마련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그냥 텅 빈 공간이었다.
반태수는 일단 그곳으로 이동했다. 로봇은 달 표면에 왜곡을 건 채 방치했고.
이동해서 보니 그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다른 시스템들과 달리 시스템 내부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반태수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면 당연히 시스템을 얻어야 하니 망설이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와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감탄했다.
거대한 공간이었다.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니 긴 다리가 이어져 있었다. 반대쪽 벽으로 갈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거기에 간다고 해서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었다.
반태수는 다리의 중간으로 걸어갔다.
거대한 공간에 홀로그램 마법진이 가득했다.
무수한 마법진들이 무질서하게 허공에 떠 있었다. 다른 마법진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마법진을 마구 뿌려 놓았다.
마법진들이 여기저기 겹치고 닿고,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마법진들이 허공에 고정되지도 않았다.
마법진과 마법진이 충돌하기도 하고 그저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그 때마다 튕겨나가거나 서로 간섭해 새로운 마법진이 생겨나거나 혹은 마법진이 소멸하기도 했다.
굉장히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반태수는 이 안에 무언가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직감했다.
반태수는 다리 위에 서서 마법진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연산보조를 이용해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반태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위는 확인했다. 다리가 윗부분에 있어서 30미터 정도 위로 올라가면 천장이 있었다.
반면 아래쪽은 수십 킬로미터는 되는 듯했다. 그 공간이 무수한 홀로그램 마법진으로 채워져 있어서 바닥까지 시야가 닿지 않았다.
그냥 뛰어내려도 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영역화를 쓰면 되니까.
반태수는 영역화로 아래쪽을 쭉쭉 확인했다.
중간에 걸리는 마법진을 분석하는 건 덤이었다.
이내 영역화가 바닥에 닿았다.
한데 바닥에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었다.
‘이건 또 뭐지?’
영역화를 더 밀어 넣었다. 한데 통로가 끝없이 이어져 영역화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이건 직접 내려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로의 넓이는 반경 30미터 정도였다. 시스템에 비하면 가느다란 대롱 정도지만, 웬만한 비행선도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반태수는 영역화의 끝으로 바로 이동했다.
시스템 내부였지만 마법을 쓰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원래는 문제가 있다. 보통 마법사는 여기서 마법을 쓰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시스템의 간섭이 심하니까.
하지만 반태수는 그런 간섭을 피하는 것쯤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공간이동으로 영역화의 끝에 도착한 다음, 또 영역화를 쭉 밀어 넣었다.
그런 식으로 공간이동을 몇 차례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거대한 시스템에 도착했다.
반태수는 이 시스템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여긴 달의 중심부였다.
그리고 반대쪽 극점에 있는 시스템 하고도 이어져 있었다.
반태수는 이 중심에 있는 시스템이 진짜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시스템의 주인이 되었다.
달의 시스템도 손에 넣은 것이다.
반태수의 머릿속에 엄청난 양의 지식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달에 있는 시스템의 주인이 되면서 한 단계 성장한 것이다.
카르멕이 왜 시스템을 얻으라고 그렇게 열심히 떠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시스템의 주인이 되는 것만으로도 성장하고 영혼의 융합이 가속화된다.
아무튼 해일처럼 밀려온 지식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 받았던 지식도 모두 소화하지 못했다.
이제 이걸 소화할 시간을 가져야 할 타이밍이다.
그러면서 타노로스의 도시도 찾아보고 말이다.
달의 시스템은 거대한 순환을 이루고 있었다.
양 극점에서 시스템의 힘을 내뿜고 받아들였다. 마치 자기장처럼.
그 순환을 통해 힘을 증폭하는 것이 달에 있는 시스템의 핵심이었다.
이번에 얻은 지식 중에 시스템에 관한 것도 있었다.
모든 시스템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대략적인 원리와 정보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대폭 늘어났다.
물론 아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아마 다음 시스템을 얻으면 그것도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나저나 카르멕과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알겠군.’
달을 관통해서 시스템을 구축하다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심지어 여기에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건, 시스템의 힘을 이용하지도 않고 이걸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 정도 능력을 가졌으니, 지구에 갈 수만 있다면 바로 지구의 왕이 되는 것도 문제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르멕의 자신감을 이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반태수는 달의 시스템을 이용해 영역화를 펼쳤다.
역시 영역화의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졌다.
영역화를 통해서 시스템이 가지는 힘의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달의 공전궤도에서부터 지상까지의 공간 중 일부가 시스템의 범위에 들어왔다.
영역화를 통해 막대한 양의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텅 빈 공간이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 정보는 아니었다.
그저 위성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타노로스의 우주정거장과 우주선에 대한 정보 정도가 들어왔다.
또한 달에 있는 기지, 그리고 그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물류창고에 대한 정보도 들어왔고.
그 모든 정보를 통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확인했다.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달 기지에도, 물류 창고에도, 그리고 우주정거장과 우주선에도 사람이 없었다.
사람 모양으로 움직이는 것들, 안드로이드는 있었다.
역시나 타노로스에도 인공지능이 존재한다. 나중에 전쟁을 벌일 때 염두에 둬야겠다.
반태수는 다시 로봇의 조종석으로 이동했다.
시스템을 하나 더 얻어서 그런지 연산보조의 능력이 대폭 상향되었다.
이제 시스템이 없으면 정말로 답답할 것 같다.
아마 보조가 사라지면 날아다니다가 갑자기 기어가게 될 텐데, 그걸 어떻게 버티겠나.
카르멕이 왜 지구에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했는지 이해했다.
다섯 개의 시스템을 온전히 쓰던 놈 아닌가.
아마 지금 반태수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보조를 받았을 텐데, 그게 사라지면 아마 땅에 파묻힌 채 움직이는 기분 아닐까?
벌써부터 지구에 가서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나저나…… 타노로스 놈들을 만나려면 도시로 찾아가야 하는 건가?’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크랙톤에 있는 자신의 저택으로 이동했다.
그와 동시에 로봇을 아공간에 넣었고.
***
크랙톤으로 돌아온 반태수는 한동안 저택에서 칩거하다시피 했다.
이유는 새로 얻은 지식들을 정리하고 소화하기 위함이었다.
몇 차례나 지식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최근 받아들인 지식의 양이 그동안 받아 왔던 지식보다 월등히 많았다.
반태수는 그 지식들을 소화하면서 마법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카르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고.
카르멕은 자신의 모든 지식을 넘겨줬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반태수는 방심하지 않았다.
카르멕의 모든 지식을 완벽하게 소화한다고 해도 실제로 마법 싸움으로 카르멕을 이기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쌓아온 경험의 차이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니까.
게다가 카르멕이 자신의 지식을 전부 넘긴 후, 지금까지 그냥 놀았을 리 없다.
아마 더 많은 마법을 치열하게 연구하고 개발했을 것이다.
반태수에게 치명적인 것들로만 골라서 말이다.
그러니 마력회로도 소홀히 대해선 안 된다.
지금 몸에 깥아놓은 마력회로도 상당한 수준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좀 더 고차원적인 마력회로가 필요했다.
"그나저나 타노로스의 도시를 대체 어떻게 찾나……."
반태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딴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엄청난 수의 두뇌들이 각자 할 일을 맹렬히 진행 중이었다.
새로 얻은 지식이 차곡차곡 머릿속에 쌓여갔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을 때, 반태수는 벽을 넘어섰다. 그리고 열흘이 더 지났을 때, 또 한 차례 벽을 넘었고, 그 뒤 닷새가 지났을 때 다시 한 번 벽을 넘었다.
그저 지식을 정리한 것뿐인데 벽을 세 번이나 넘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모자랐다.
반태수는 남은 지식을 남김없이 흡수하기 위해 더욱 맹렬히 집중했다. 벽을 넘으면서 새로 추가된 두뇌들 역시 모두 투입해 새로운 지식을 빨아들였다.
그렇게 한창 작업이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을 때, 엄대협이 돌아왔다.
***
"웬일이야? 바쁘지 않아?”
"바쁘지. 마침 크랙톤에 일이 있어서 들른 김에 커피 한 잔 얻어 마시러 왔지."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잘했어.”
커피 한 잔 정도 나눠주는 거야 뭐가 어렵겠나.
반태수는 커피를 마시며 엄대협을 가만히 쳐다봤다.
확실히 다른 일을 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 제법 브로커 분위기가 떨어져 나가고 그럴듯한 비지니스맨 느낌이 난다.
"일은 할만 하고?”
"응. 재미있어. 이거 내 적성에 아주 딱이더라.”
"그럴 거 같았어.”
엄대협은 히죽 웃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하. 이 맛이지. 이거 없이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다.”
"나중에 갈 때 좀 챙겨줄게.”
엄대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그래. 그러니까 일 열심히 해.”
"일이야 항상 열심히 하지. 재미있다니까?”
반태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엄대협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반태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스태플레톤에 한 번 들러달라더라.”
"누가?”
"프리든 가문에서 나온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속성 종족 중에서 너한테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있다던데."
속성 종족이라는 말을 들으니 살짝 고민이 됐다.
또 그 의자에 앉아야 하나 싶어서 말이다.
‘이번 기회에 가서 좀 들여다볼까?’
정확히 어떤 의자인지 알아보면 될 거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스태플레톤은 시스템의 영역 안쪽에 있다.
그러니 분석력이 모자라서 의자를 확인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왜 의자를 확인해볼 생각을 못 했지?’
아예 시도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속성 종족에 대해 뭔가 좀 더 알아내야 할 듯하다.
어쩌면 나중에 카르멕이 남긴 지식 중에 속성 종족에 관한 것도 나오지 않을까?
예전에 속성 종족에 대한 지식이 떠올랐던 것처럼 말이다.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