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화. < 행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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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하네.’
반태수는 원반 안에 들어와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여기가 후계자 승인 행사가 이뤄지는 곳이었다.
높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고, 그곳에서 후계자 승인 행사가 진행되며 나머지 모든 곳에서 자유롭게 그것을 구경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천장 바로 아래에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이 수십 개나 드리워졌다.
홀로그램 스크린이 무대의 모습을 비췄다.
관람석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일단 행사 자체는 시작했다.
앞부분은 유명 연예인들을 동원한 다양한 공연으로 꽉 채워진 모양이었다.
반태수는 무대 뒤쪽에 있는 대기실에 있었는데, 혼자 있는 게 아니라 데드릭 벨크리스, 살라자 샤마쉬와 함께였다.
거기에 키에라 나서스와 케트라 브리저, 그리고 아네스까지 함께 있었다.
세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지금은 서로 조금씩 눈치를 살피면서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거기에 오스윈 프리든과 페일라 린치필드, 그리고 안드렐라 윌렉스까지 있었다.
대기실은 상당히 컸고, 백 명이라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그 넓은 공간을 고작 아홉 명이 쓰는 것이다.
물론 아홉 명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들을 시중드는 직원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 직원들은 공연을 편안하게 즐기지 못했다. 온 신경을 대기실 사용자들에게 집중하고 있어야 했으니까.
아무튼 반태수는 대기실에 앉아 공연을 구경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나와서 다양한 공연을 했다.
‘생각해보니 이면세계에 와서 제대로 문화를 즐겨본 적이 없네.’
그리고 그건 지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는 책은 대부분 논문이나 기술서였고, TV는 거의 보지 않았으며 게임도 하지 않았다.
반태수는 대부분의 시간을 마법에 매달렸다.
마법 외에 쓴 시간은 카페 위자드인데, 그것 역시 처음 시작은 마법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함이었으니 넓게 보면 마법에 쓴 거나 다름 없었다.
이면세계에 와서는 더했다.
여긴 마법뿐 아니라 모험까지 있었다.
대부분 임무의 형태였지만,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러다보니 양쪽 세상의 다른 면은 전혀 보지 못했다.
그나마 데드릭 벨크리스 덕분에 이면세계의 유흥은 경험했다.
그마저도 지구에서는 해보지 못했고.
‘와, 생각해보니 진짜 삭막하게 살았네.’
어쩌면 최근 어떤 계기로 여자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더더욱 삭막하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반태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그리 아등바등 살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렇게 공연을 구경하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두뇌들이 열심히 할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제라도 좀 문화생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반태수는 좀 더 집중해서 공연을 구경했다.
확실히 연예인은 연예인이었다. 외모 평균이 낮은 이면세계임에도 지구의 연예인들과 비교해서 전혀 꿀리지 않은 사람들이 열정적인 공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반태수는 함께 구경하는 일행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봤다.
다들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특히 아네스의 표정이 가장 좋았다. 그녀의 표정은 수시로 변했다. 가장 많이 짓는 표정은 놀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또한 이보다는 못해도 급이 높은 행사에 자주 참여해왔다. 반면 아네스는 글락 그룹 홍보팀에서 일하던 평범한 능력자였다.
그러니 이런 경험을 언제 해봤겠는가. 흥분하는 것이 당연했다.
반태수는 아네스 근처로 슬쩍 다가갔다.
아네스는 반태수가 옆에 앉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공연 관람에 집중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 유명해?”
반태수의 물음에 아네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반태수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옆에 반태수가 온 것이 기뻤는지 환하게 웃었다.
"유명하죠.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걸요?”
그건 아니다. 반태수 자신이 모르고 있었으니까.
아네스가 살짝 어색하면서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모르셨어요?”
"내가 마법 말고 아는 게 뭐가 있겠어.”
"아이, 모를 수도 있죠. 아까 제가 한 말은 좀 과장한 거고요. 그만큼 유명하다는 거죠.”
"유명한 사람들 많이 나왔나봐?”
"여기 오길 정말 잘했어요. 출연진들 보면 하나하나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뿐이에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그러니까 전부 세계 제일이라고 해도 다들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람들이에요.”
아네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
"저런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걸요? 다들 스케줄이 분 단위로 이뤄지거든요.”
저렇게 같은 시간 안에 저 정도 연예인들을 몰아넣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5대 가문이라서 가능한 섭외였다.
다른 스게줄을 다 조정해서라도 오늘 스케줄에 맞춘 것이다.
반태수와 아네스가 왠지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계속 눈치를 살피던 키에라 나서스가 슬그머니 다가가 반태수의 남은 옆자리에 앉았다.
"공연 안 보시고 뭐 하세요?”
키에라 나서스가 반태수에게 조금 더 바짝 붙으며 물었다.
“공연 보고 있는데?”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시던데.”
키에라 나서스는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살짝 삐죽였다.
"내가 아는 것이 없어서 좀 물어봤어. 공연에 나온 사람들이 유명한지 아닌지도 몰라서 말이야.”
키에라 나서스가 놀란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정말 한 명도 모른다고요?”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멍하니 있던 키에라 나서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모르면 좀 어때요. 그래도 공연을 보면 즐겁잖아요. 저 사람들이 얼마나 잘하는지도 알 수 있고요.”
확실히 그건 그렇다.
아는 건 하나도 없지만, 공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알 것 같았다.
물론 다른 비교군이 없기에 저 정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다들 최고라고 하니 최고 수준 아니겠나.
‘처음부터 최고를 봐서 눈만 높아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남은 공연을 즐겼다.
"참. 이번 행사에 참여까지 한다면서요?”
키에라 나서스의 물음에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됐어. 정확히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너무 어릴 때 봐서 정확히 뭘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아무튼 후보자들이 모두 한꺼번에 무대에 올랐던 것 같긴 해요.”
"그럼 그때 같이 올라가서 서 있으면 되나?”
“그러지 않을까요?”
그때 뒤쪽 멀찍이 떨어져서 앉아 있던 데드릭 벨크리스가 한 마디 툭 던졌다.
"별 거 없어. 다 같이 올라가서 정해진 절차대로 하면 돼.”
"정해진 절차요?”
"때마다 다르긴 한데, 장로원에서 준비한 신상을 마주하면 될 거야.”
“신상?”
"신을 형상화한 물건이지.”
"그 초록색 관을 말하는 건가요?”
키에라 나서스의 물음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말했다.
"초록색 관? 그건 또 뭔데? 그냥 진짜 신상이라니까? 보통은 사람 모양이야. 황금으로 만든.”
데드릭 벨크리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도 후계자 승인 했을 거 아냐. 그런데 신상을 못 봤다고?”
"전 초록색 액체가 든 투명한 관밖에 못 봤는데요?”
"그럴 리가.”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오스윈 프리든과 페일라 린치필드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너희도 승인 받았잖아. 너희가 본 것도 초록색 관이었나?”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본 건 황금으로 만든 남자형상이었습니다.”
오스윈 프리든이 그렇게 말하자 페일라 린치필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 황금으로 만든 여자형상이었습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키에라 나서스를 쳐다봤다.
"봐, 이렇다니까? 그런데 너만 왜 그런 거지?”
"그러게요. 이상하네요. 아무튼 별 문제는 없었으니까 상관없긴 한데…… 혹시 알아봐주실 수 있나요?”
"이건 장로원에서 주관하는 거라서 쉽지 않지. 뭐, 시도는 해보마.”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뒤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중얼거리듯 덧붙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좀 특이하긴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다들 대충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반태수는 달랐다.
'전부 황금상을 봤는데, 키에라 나서스만 초록색 액체가 든 투명한 관을 봤다고? 그리고 그걸 이렇게 대충 넘어간다고?’
반태수는 기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얼마 전에도 있었던 것 같았다. 아니, 분명히 있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여러 번 겪었다.
아마 키에라 나서스가 본 것이 진짜일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이 본 것은 환상일 뿐이고.
그리고 그걸 주도하는 장로원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아는데 키에라 나서스에게 그 어떤 언질도 안 했다는 것도 좀 이상해.’
물론 키에라 나서스가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후계자 승인에 대해 얘기하는 후계자는 아무도 없으니까.
그냥 승인 받아서 후계자가 된 것 자체가 중요하지, 그 과정이 뭐 중요하겠나.
그래도 장로원이라면 키에라 나서스는 뭔가 다른 후계자들과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접촉은 했어야 하지 않나?
‘그나저나 키에라 나서스는 다른 사람들하고 뭐가 다른 거지?’
한 가지 사실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키에라 나서스와 다른 후보자들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키에라 나서스는 승인 전에 반태수와 마력을 섞었다.
어쩌면 그게 원인 아닐까?
처음에는 그냥 든 생각이었는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확신이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지금 공연 하나도 안 보고 있죠?”
옆이 아니라 뒤쪽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반태수는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물론 그 전에 이미 누구인지 알아차렸지만 그렇게 해줘야만 했다.
케트라 브리저가 반태수 뒤에 바짝 붙어 앉아 있었으니까.
드디어 세 여자가 다 모였다.
좀 떨어진 곳에서 페일라 린치필드와 안드렐라 윌렉스가 묘한 눈으로 반태수와 세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태수는 그 시선을 억지로 무시하며 케트라 브리저에게 대답했다.
"잠깐 떠오른 것이 있어서. 이제 공연 봐야지. 이런 경험을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공연에 집중했다.
대기실에서는 공연 무대 말고 관람석도 확인할 수 있고, 상부 도시의 전경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홀로그램 스크린이 여러 개 있는데, 전부 다른 화면을 비추고 있었다.
모든 곳의 열기가 장난 아니었다.
상부 도시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공연장에 있지 않더라도 도시 전체가 축제를 즐겼다. 도시 곳곳에서 소규모 공연이 벌어졌고, 그런 공연마다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서 구경했다.
반태수는 신기한 눈으로 그 모든 광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옆에서 부연설명이 날아왔다.
"공연장에 들어와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상부 도시에서도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에요. 수가 많은 것 같지만, 인구에 비하면 그렇지도 않죠.”
하부 도시의 인구가 3억 명이다.
상부 도시는 크기가 10%에 불과하니 산술적으로 따지면 3천만 명이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 수만 명이면 확실히 소수이긴 하다.
반태수는 이렇게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 골라서 공연장에 오게 한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여겼다.
아마 그 초록색 액체가 담긴 관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대체 그렇게 해서 장로원이 얻는 게 뭘까?’
반태수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궁금증을 쌓아가는 동안 드디어 대부분의 순서가 끝나고 메인 행사 시간이 가까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대기실에 관계자가 들어와 반태수가 참여할 시간이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반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
듣기로 옷을 갈아입는다고 했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
약속된 장소에 가니 후계자 후보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방금까지 있었던 대기실과 비슷한 장소였다.
다들 제각각의 옷을 입었는데, 반태수가 입은 옷이 가장 수수했다.
후계자 후보의 수는 총 다섯 명이었다. 최소 요건에 딱 맞았다.
한데 겉으로 보이는 나이가 전부 제각각이었다.
‘뭐지? 보통 젊을 때 후계자로 임명하지 않나?’
지금까지 본 모든 후계자와 후계자 후보는 그랬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지만 저기 있는 후보 중 세 명은 그렇다고 하기에도 나이가 많아 보였다.
‘저 정도면…… 마흔다섯쯤?’
한 명만 그랬다면 후계자 싸움이 치열했을 거라고 생각하겠는데, 그런 사람이 세 명이나 있으니 좀 이상했다.
꼭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끈 것 같지 않은가.
게다가 한 명은 너무 어렸다.
열두 살이나 되었으려나?
누가 봐도 일부러 욱여넣은 모양새 아닌가.
그 중에서 가장 이상한 건 반태수이리라. 일단 5대 가문 소속이 아니니까.
반태수는 아직도 자신이 왜 이 행사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한데 스스로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올라서 위화감이 장난 아니었다.
그러고 있을 때, 낯익은 사람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예전 글락 그룹과 싸울 때 만났던 데드릭 벨크리스의 큰형님, 쿠오릭 벨크리스였다.
"뭐야, 다들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어? 별 거 없으니까 긴장할 거 없어. 자, 이제 슬슬 나가보자고.”
쿠오릭 벨크리스는 후보자들을 양떼 몰듯 우르르 몰아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반태수는 살짝 떨어져서 그 뒤를 따라갔다.
쿠오릭 벨크리스가 걸음을 슬쩍 늦춰서 반태수와 나란히 걸었다.
"하여간 특별하긴 해. 긴장도 안 하네?”
"긴장해야 합니까?”
"뭐, 긴장할 필요가 없긴 하지. 그래도 보통은 긴장하기 마련이잖아. 저놈들처럼.”
쿠오릭 벨크리스가 턱짓으로 앞장서서 걸어가는 후보자들을 가리켰다.
"전 뭘 하면 됩니까?”
“하는 거 없어. 그냥 가서 가만히 서 있으면 돼.”
"인사 같은 것도 안 합니까?”
쿠오릭 벨크리스가 묘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얘기를 들은 모양이군. 하지만 행사는 그냥 승인 절차랑은 좀 달라. 그냥 서 있으면 돼."
반태수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을 열었다.
"혹시 후보들보다 관람객들이 더 중요한 겁니까?”
쿠오릭 벨크리스가 잠깐 걸음을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반태수는 쿠오릭 벨크리스의 눈빛이 한순간 당황으로 물든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
진짜 그런 모양이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대답해줄 수 없는 부분이로군.”
그 뒤로는 더 이상 대화가 없었다.
그들은 행사장의 무대 위에 도착했다.
무대는 굉장히 넓었다.
행사장 전체가 용광로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멋진 공연이 연달아 이어져서 다들 엄청나게 흥분한 상태였다.
반태수를 비롯한 후계자들이 무대의 가장자리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섰다.
그리고 무대 안쪽에서 장로원 소속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커다란 무언가를 들들들 밀면서 나타났다.
새하얀 천으로 가려 놓았는데, 무대 중앙에 도착하자 천을 벗겼다.
초록색 액체가 가득 든 투명한 관이었다.
반태수는 그 관에서 무언가 특별한 힘이 확 튀어나오는 걸 분명히 느꼈다.
그것은 이곳에 있는 모두를 훑으며 쫘악 파져 나갔다.
아무도 그것을 못 느낀 모양이었다. 하지만 반태수는 분명히 느꼈다.
그 순간, 갑자기 세상이 깜깜하게 암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