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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311화 (311/351)

311화.  < 타노로스 사냥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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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게 지금 뭐 하자는 짓이야?”

데드릭 벨크리스의 불만 가득한 말에 반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었다니까요. 일단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 잡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잘 포장해서 가져왔잖아요.”

반태수는 비행선 앞 공터에 널브러져 있는 중간상인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오. 이놈을 내 손으로 직접 조졌어야 하는데.”

“아직 남았으니까 그건 걱정 마시고요. 어떻게 된 건지 안 들으실 겁니까?”

“그건 아니지. 그래, 이놈 어디서 잡은 거냐? 이거 중간상인 맞지?”

“중간상인 맞습니다. 그리고 이놈이랑 타노로스의 거점과 관계된 놈이 만나는 걸 봤습니다.”

“뭐? 그럼 그놈은?”

반태수의 말에 데드릭 벨크리스는 물론이고 잡힌 중간상인도 깜짝 놀랐다.

전혀 그런 기척은 못 느꼈다. 한데 대체 어디서 그걸 지켜봤단 말인가.

그들이 만났던 쓰레기 산은 근처에 숨을 곳도 거의 없고, 멀리서 지켜볼 만한 높은 곳도 없었다.

자신은 특수한 장비를 갖고 있어서 만일 근처에 숨어 있었다면 반드시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원거리에서 지켜봤다는 건데, 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은 위성 말고는 없었다.

만일 목소리가 나왔다면 위성이라는 말을 분명히 꺼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데드릭 벨크리스는 상황을 모르니 그저 놓친 그놈에 대해서만 얘기할 뿐이었다.

“그놈 설마 그냥 놔준 건 아니지? 뭔가 대책이 있지?”

“당연하죠. 추적마법 걸어놨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데드릭 벨크리스의 입가가 히죽 올라갔다.

“그럼 이제 스태플레톤 안에 타노로스 놈이 있는 게 확실한 거지?”

“그렇죠?”

드디어 족쇄가 풀렸다. 이제 당당히 들어가면 된다. 그놈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냅다 목을 쥐고 죽을 때까지 주먹으로 두들기면 된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중간상인은 저 말도 믿을 수가 없었다.

추적마법을 걸었다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거점을 운영하는 점주나 조직원들은 물론이고 자신 역시 마찬가지다.

타노로스는 마법을 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마력에 굉장히 예민하다.

그래서 아주 특수한 마력 감지기를 갖고 다닌다.

일반 조직원이야 구하기 어렵지만 중간상인 정도만 되어도 마력 감지기를 이용한 마법 탐지 장비를 항상 장착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추적 마법이 몸에 걸리는 순간 마법 탐지기가 그걸 감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강제로 마법을 해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무리 마력이라고 해도 강력한 에너지를 가하면 문제가 생긴다.

타노로스는 강력한 에너지를 마법의 빈틈에 찔러 넣는 기술을 보유했다.

추적 마법 정도면 단숨에 부숴 버렸을 것이다.

“그럼 지금 당장 들어가면 되나?”

“일단 이놈 심문부터 하고 천천히 하죠. 그놈을 내버려 두면 중간상인 몇 명 더 낚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거야 그놈 잡아서 털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딸려 나올 거잖아.”

“그게 안 됩니다. 그놈, 정보에 관해서는 개털이에요. 담당하는 중간상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 그럼 미끼로 좀 더 써먹다가 잡아도 되려나?”

“타이밍이 중요하죠. 일단 우리가 크랙톤에서 중간상인 하나 잡은 거, 이놈이 알더라고요.”

“뭐? 그거 정말 공들여서 잘 감췄는데?”

“그놈이랑 이놈이랑 친구랍니다. 아직 확실히 아는 건 아니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모양이에요. 그래서 거점에 조사를 요청하더라고요."

중간상인은 그 말을 듣고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입을 쩍 벌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자신과 그자가 한 얘기를 전부 듣고 있었다. 이건 위성으로도 불가능하다.

“하,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당장 쳐? 아니면 기다려?”

“심문부터 하자니까요?”

데드릭 벨크리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맘대로 해라.”

반태수가 중간상인을 보며 손가락 하나를 들고 씨익 웃었다.

중간상인은 그걸 보고는 왠지 모를 오한이 들었다.

그리고 굉장히 격렬한 시간이 지나갔다.

***

“역시 아는 게 별로 없네.”

“타노로스 놈들 제법 까다롭네요. 정보를 엮어서 캐내기가 어려워요.”

중간상인으로부터 얻은 정보는 지난 번 놈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같은 거점을 이용하니 새로운 거점에 대한 정보도 못 얻었고 말이다.

일반 조직원들의 정보도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중간상인이 일반 조직원에게 연락할 필요가 없기에 정보도 갖고 있지 않고 관심도 두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일반 조직원들이 중간상인에게 연락해서 각자 원하는 장비를 구입하고 포인트를 정산한다.

보통 이렇게 중간상인쯤 되는 자를 잡으면 그 아래에 있는 놈들은 줄줄이 엮여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좀 답답했다.

“그래도 하나 얻은 게 있네요. 중간상인들이 스태플레톤에 조직원을 심어둔다는 건 알아냈으니.”

“이놈이랑 연결된 놈이야 그냥 잡는다 치고, 다른 놈들은 알아내기가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데드릭 벨크리스가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와서 다 때려 부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일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좀 받는 중이었다.

뭔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그걸 발산하지 못하고 계속 억누르는 기분이었다.

이럴 때 옆에 있으면 괜한 벼락을 맞는다. 물론 반태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영감님, 타노로스 놈들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예측할 수 없으니 이렇게 대놓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멀리 있는데 들킨다고?”

“우리 쪽에서는 이미 알아냈더군요.”

“뭐? 우리 쪽? 우리 쪽 어디?”

“스태플레톤에 있는 휘하 조직 말입니다. 거기 연구 마법사 하나가 영감님 온 거 알더라고요.”

물론 벌레를 이용해서 정보를 모았다는 얘기는 해주지 않았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경각심을 조금만 가지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 이 데드릭 벨크리스 체면이 말이 아니네. 때려 부수지도 못하고 들키기나 하고.”

“적당히 가리죠. 어차피 타노로스 놈들은 위성으로 보거나 나노머신을 쓸 텐데, 나노머신은 아마 도시에서 여기까지 보내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니까 위만 가리면 된다. 정교한 위장막으로 덮으면 그만이다.

낮에 그늘도 지고 좋지 뭐.

데드릭 벨크리스는 말 나온 김에 처리하겠다고 비행선의 승무원들을 닦달해서 위장막을 쳤다.

그리고 반태수는 거기에 가볍게 마법을 걸어주었다. 위장막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었다.

거기까지 하고 이제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그럼 전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놈은 어쩌실 겁니까?”

데드릭 벨크리스는 점혈의 고통 때문에 잔뜩 공포에 절어 있는 중간상인을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

"관리해야지. 이놈한테 연락하는 타노로스 놈들을 엮어서 잡아야 하니까."

지금 크랙톤에 잡아둔 중간상인도 그런 식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사실 태블릿만 있으면 되는데 굳이 살려두는 이유는 태블릿이 중간상인의 생체신호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어서였다.

그걸 분리할 방법만 찾으면 당장 죽여 버리고 태블릿만 운영할 것이다.

물론 방법을 찾더라도 성급하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 다. 모든 가능성을 다 찾아봐야 한다.

그들의 죽음이 타노로스 상부로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그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전부 찾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 중간상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겠지만.

“그럼 전 갑니다. 가서 저녁이나 먹어야겠네요.”

“아예 좀 더 기다렸다가 여기서 먹고 가지?”

“오늘 같이 밥 먹어야 할 사람들이 있어서요.”

“그놈들을 이리로 오라고 하면 되잖아.”

반태수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서 도시까지 얼마나 먼데 사람들을 이리로 데려온단 말인가.

물론 하려면 할 수도 있다. 비행선을 쓰면 되니까.

하지만 오늘 저녁 식사에는 굳이 데드릭 벨크리스를 끼워주고 싶지 않았다.

“영감님은 내일 같이 먹죠.”

“내일? 약속했다?”

“네. 시간 맞춰서 이리로 올게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그곳을 떠났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입맛을 다시며 멀어지는 반태수를 바라봤다.

“여기 유흥은 어떨지 모르겠네. 들어간김에 유흥 쪽도 한 번 싹 훑어봐야 하는데.”

위험할수록, 또 전투가 잦을수록 남자들은 술과 여자를 찾게 되어 있다.

그러니 스태플레톤에도 분명히 유흥가가 존재할 것이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느새 반태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더럽게 빠르네.”

데드릭 벨크리스는 중간상인을 들어 비행선 안에 있는 작은 창고에 던져 넣었다.

이제 또 기다릴 일만 남았다.

바로 스태플레톤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은, 자신의 존재 때문에 그놈들이 경각심을 가지면 곤란해서였다.

자신이 스태플레톤으로 들어가는 건 타노로스의 거점을 치는 순간이어야 한다.

“아오, 답답해.”

데드릭 벨크리스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허공에 허무하게 흩어졌다.

***

반태수는 빠르게 조직의 거점으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한 사람들은 각 속성 종족의 대표들이었다.

그들이 원했기에 그러라고 했다.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았으니 그동안 마킹이나 확인하고 생각난 김에 아공간 마법에 대한 연구를 좀 더 집중해서 해볼까 생각했다.

한데 막상 비행선에 도착하니 그 앞을 케인 메르사이어가 지키고 있었다.

그는 반태수를 발견하자마자 반색하며 득달같이 달려왔다. 그리고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마법사님, 오셨습니까!”

반태수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여주었다.

또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표정이 밝다.

“찾았습니다.”

반태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설마 타노로스?”

케인 메르사이어가 씨익 웃었다.

“예. 타노로스외 조직원을 찾아냈습니다. 하, 이놈들이 아주 그냥 작정을 하고 자리를 잡았더군요.”

이놈들이라고 한 걸 보니 한 명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을 찾아낸 모양이다.

"자 이걸 보십시오."

케인 메르사이어가 태블릿을 꺼내 무언가를 실행시켰다.

그러자 스태플레톤의 지도가 쫙 떠올랐다.

반태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혹시 위성이 있는지 찾아봤다.

아까 은색 관이 떨어지는 걸 봤으니 타노로스에서 올린 위성이나 비행체가 있다는 건 안다.

한데 이런 정교한 지도를 얻으려면 위성이 있어야 말이 된다.

확인하니 타노로스에서 띄운 건 그냥 위성이 아니라 상당히 거대한 위성이었다.

아니, 위성이라기보다는 우주정거장에 더 가까웠다. 상당히 거대했고, 거기에 붙어 있는 우주선도 몇 대 보였다.

확실히 타노로스는 보통 놈들이 아니다. 대체 저런 건 언제 만들어서 올렸단 말인가.

아무튼 그거 말고는 위성이 없었다.

반태수는 케인 메르사이어에게 물었다.

“이 지도는 어떻게 구한 거지?”

케인 메르사이어가 씨익 웃었다.

“발로 뛰었죠.”

“직접 만들었다고?”

“시간은 좀 걸렸습니다. 사실 이런 건 벌레를 뿌리고 프로그램 하나 짜면 간단히 만듭니다.”

반태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케인 메르사이어를 쳐다봤다.

정말 대단하다. 이런 곳에서 썩을 놈이 아닌 듯하다.

“자, 제가 다 표시를 해뒀습니다. 여기랑 여기, 그리고 여기, 여기, 또 여기.”

무려 다섯 군데나 되는 곳을 찍었다. 그 중 하나는 아까 반태수가 중간상인을 잡은 그 건물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도시를 좀 훑고 있었는데, 그때 수상한 놈들 리스트를 만들어 뒀습니다. 이번에 그놈들을 본격적으로 좀 파본 거죠. 그런데 이렇게 걸려들었네요.”

케인 메르사이어가 손바닥을 비비며 기대감 어린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자, 어떻습니까? 증거도 확실히 확보해 뒀습니다. 이제 잡아오기만 하면 되는데, 우리 애들을 움직일까요? 속성 종족이 나서주면 피해 없이 잡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반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이놈들은 내가 잡는다. 별 거 아닌 놈들 같아도 명색이 타노로스야. 어떤 위험한 물건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괜한 피해를 입을 필요 없으니 내가 직접 나서야지.”

케인 메르사이어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그런데……."

반태수는 케인 메르사이어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이자 가볍게 물었다.

“뭔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라. 웬만하면 들어줄 테니.”

안 그래도 이놈들을 어떻게 잡을지 골치였는데, 이렇게 쉽게 해결해줬으니 원하는 거 하나쯤 들어줘도 되지 않겠나.

“이놈들 잡으면 심문을 하실 거잖습니까?”

“그러겠지.”

“그럼 심문하실 때, 예전 저한테 썼던 그거 쓰실 거잖습니까?”

“그게 쉽고 빠르니까.”

케인 메르사이어의 입가가 한껏 올라갔다.

“저도 그거 보고 싶습니다.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울 게 뭐 있겠나. 고작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그렇게 해.”

반태수는 대답하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먹기 전까지 이놈들을 전부 잡을 수 있을지 가늠해봤다.

‘뭐…… 어렵지는 않겠네.’

사람만 쏙쏙 잡아서 데려오면 되니 시간은 얼마 안 걸릴 것이다.

점혈로 마비시키고 입 다물게 한 다음 왜곡을 걸고 허공에 띄워서 데리고 다니면 된다.

동선만 잘 짜면 오히려 시간이 넉넉하게 남을지도 모른다.

반태수는 비행선 앞에서 다시 돌아섰다.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아까도 이랬던 거 같은데.

케인 메르사이어가 들떠서 기분 좋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태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확실히 저놈도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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