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309화 (309/351)

309화.  < 타노로스 사냥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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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비행선에서 잠을 잤다.

사실 스태플레톤의 그 어떤 호텔보다 비행선이 훨씬 편했다.

내부 집기들만 비교해도 훨씬 뛰어났고.

그러니 굳이 호텔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조직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두 개나 된다고 하는데, 가서 확인해보지도 않았다.

안 봐도 뻔하다. 열악하겠지.

그래도 스태플레톤에서는 그 이상의 호텔을 구할 수 없어서 관광객들이나 일 때문에 찾아오는 외부 도시 사람들이 최우선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관광객이나 사업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스태플레톤도 다른 도시들과 비슷하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리겠지만.

아무튼 비행선에서 아주 푹 잤다.

한 일이 거의 없는데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였던 건지 제법 오래 잤다.

오래 자긴 했지만 일찍 잠들었기에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아침이었다.

비행선 밖으로 나가니 상쾌한 공기가 훅 밀려왔다.

그리고 비행선 주변을 속성 종족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모든 속성 종족이 나온 건 아니고 그 중 일부였지만 그럼에도 수가 굉장히 많았다.

그들은 반태수가 비행선에서 나오자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입을 다문 채 허리만 숙였는데도 그 공손함이 확 와 닿았다.

이 정도면 공경을 넘어서 숭배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반태수에게 인사를 한 다음 모두 흩어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돌아가면서 밤새 불침번을 선 모양이었다.

반태수가 자는 동안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는지 감시하면서 조용함을 유지하기 위한 불침번이었다.

그래서 많은 인원이 필요했고, 아침에 이런 광경을 보여준 것이다.

반태수는 약간 황당한 표정으로, 흩어지는 속성 종족들을 쳐다봤다.

저들은 가서 씻고 일을 할 준비를 할 것이다.

속성 종족들은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무언가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절반은 조직 내에서 주어지는 일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조직 외부에서 일을 했다.

사실 속성 종족의 가장 큰 강점은 전투력이었다.

그러니 전투력을 이용한 돈벌이가 가장 많았다.

요즘은 전쟁이 끝났고, 전투도 자주 벌어지지 않아서 진짜 목숨 걸고 싸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신 경호와 관련된 일은 굉장히 많았다.

속성 종족들이 요즘 하는 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경호였다.

스태플레톤에서 사는 돈 좀 있는 일반인에서부터 외부 도시에서 온 관광객이나 사업가까지. 경호를 원하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현재 스태플레톤의 경호 사업은 속성 종족들이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속성 종족의 수는 5천 명도 안 된다.

그 중 어린아이를 제외하면 수가 더 줄어든다. 또한 모든 속성 종족이 전투와 관련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전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속성 종족이 전부 경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뺄 거 다 빼고 남은 속성 종족의 수가 2천 명이 좀 안 된다. 그들이 경호 업무를 맡는 것이다.

경호 업무에 2천 명이면 많은 것 같지만, 생각보다 수요가 많아서 빠듯했다.

아무튼 반태수는 비행선 앞에 서서 속성 종족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곳곳에 있는 건물로 나뉘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잠시 후, 승무원들이 비행선에서 내렸다.

“식사 지금 준비할까요?”

승무원의 물음에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당분간 비행선 움직일 일이 없을 테니 다음 일정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다들 푹 쉬어요. 여기 위험한 도시인 거 알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혹시 어디 갈 일 있으면 그룸윈드한테 부탁해서 경호를 해달라고 하세요.”

“네. 그러겠습니다.”

다들 새삼 이곳이 스태플레톤이라는 걸 상기했는지 살짝 표정이 굳었다.

승무원들이 바쁘게 움직여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반태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커피까지 마시고 잠깐 쉰 다음에야 움직였다.

오늘은 도시를 한 번 둘러보는 것이 목표였다.

***

반태수와 데드릭 벨크리스가 중간상인들에게 얻은 정보는 스태플레톤에 중간상인들의 거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거점의 위치는 그들도 모른다고 했다.

그들이 아는 건, 거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따로 있고, 그 점주가 중간상인들에게 물건을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거점은 중간상인들에게 물건을 공급하고 그들이 포인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중간상인들이 굳이 거점의 위치를 알 필요는 없었다.

물건만 제대로 받을 수 있고, 포인트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된다.

거점의 위치는 모르지만, 자주 거래하던 장소가 따로 있었기에 그곳을 중심으로 조사하다보면 뭔가 새로운 정보가 나올 것이다.

스태플레톤은 그런 면에서 최적의 도시였다.

곳곳에 방치된 공터가 있고, 심지어 숲도 있다.

불타고 부서진 공원도 수두룩하고,

은밀한 거래를 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나. 물건 보관하기도 좋고 말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이곳에 있다는 그 거점을 털면 엄청난 양의 물건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대부분은 타노로스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무기나 장비들일 테고.

그리고 거점의 점주를 생포하면, 그를 통해 타노로스의 중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이렇게 주요 거래 포인트를 감시하다 보면, 다른 중간상인들도 잡아낼 수 있으리라.

반태수는 타노로스에 의미 있는 타격을 주려면 중간상인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타노로스가 보유한 조직원의 수는 정말로 많다.

매번 테러를 저지르고 별의 별 공작을 다 하는데, 그런 자들이 전 세계에 골고루 퍼져 있다.

그들 모두가 무슨 대단한 사명감을 갖고 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타노로스가 제시한 돈과 기술에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니 중간상인을 없애면, 그 중간상인과 연결된 타노로스의 조직원들은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된다.

중간상인 하나 처리하면 실질적으로 수많은 타노로스 조직원을 함께 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아무튼 반태수는 왜곡으로 모습을 감춘 채 중간상인들로부터 들은 포인트들을 한 군데씩 찾아다녔다.

이런 포인트를 잘도 찾았다 싶을 정도로 은밀한 거래를 하기 좋은 곳들이었다.

주변에 숲이 있는 공원이라든가 부서져서 더 이상 써먹을 수 없는 빌딩,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공터 등이었는데, 다들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들이었다.

반태수는 그곳들을 돌아다니며 적당한 장소에 마킹을 붙였다.

각 마킹마다 두뇌를 할당해 빈틈없는 감시망을 구축했다.

이번에 벽을 넘으면서 가용할 수 있는 두뇌의 수가 늘어났기에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아마 거래에 써먹는 포인트의 수가 더 많았으면 좀 무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포인트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리 타노로스가 철저하다고 해도 단순히 중간상인의 거래에 이보다 더 신경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점을 운영하는 조직원의 수도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고 말이다.

아무튼 마킹을 붙였으니 이제 그곳을 감시하는 일만 남았다.

아마 나중에 추가로 마킹이 더 들어갈 것이다.

포인트에서 거래를 하는 중간상인과 거점의 조직원들에게 따로 마킹을 붙여야 할 테니까.

그 모두를 싹 잡아내는 것이 이번 일의 목표였다.

반태수는 다시 조직의 거점, 그러니까 비행선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포인트를 돌아다니며 마킹을 붙이는 일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포인트의 숫자가 얼마 안 되기도 했지만, 포인트와 포인트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웠다.

‘이것들의 위치를 잘 분석하면 거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포인트의 위치를 보니 어딘가를 중심으로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걸 보니 대충 어디쯤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그냥 무작정 가서 찾는 건 어려울 듯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거처에 도착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케인 메르사이어가 다가왔다.

아무래도 비행선 근처를 서성이며 아침부터 지금까지 반태수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는 반태수를 발견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가 허리를 꾸벅 숙였다.

“다녀오셨습니까.”

반태수가 걸음을 멈추자, 케인 메르사이어는 씨익 웃었다.

“이제 슬슬 정보망 가동해도 되겠습니까?”

반태수는 잠시 고민했다.

지금은 유력한 포인트에 마킹을 붙여 놓은 상태다.

그러니 그곳에 정보원들이 서성이면 좋지 않다. 저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더라도 장소를 바꿀 가능성이 생긴다.

그렇다고 케인 메르사이어가 그렇게나 자랑하던 정보망을 써먹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조만간 쓸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반태수의 말에 케인 메르사이어의 눈에 기쁨이 어렸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셰딤 다음에 타노로스라니. 마법사님의 스케일에 아주 지려버렸습니다.”

반태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케인 메르사이어를 쳐다봤다. 자신은 분명히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한데 어떻게 케인 메르사이어가 저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인가.

답은 딱 하나뿐이다.

‘엄대협이 말했구나.’

그런데 좀 이상하다. 엄대협이 왜 굳이 케인 메르사이어에게 그 얘기를 했을까?

엄대협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다. 그리고 반태수에게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반태수가 먼저 말하지 않은 일을 과연 엄대협이 말했을까?

궁금할 때는 그냥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다.

“내가 타노로스를 상대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케인 메르사이어가 히죽 웃었다.

“제 정보망이 도시 밖에 있는 데드릭 벨크리스 어르신의 비행선을 발견했지 뭡니까.”

“도시 밖의 비행선을 발견했다고?”

“예. 맞습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서 생각보다 쉽게 발견했습니다. 그분이 오셨다는 건, 타노로스를 상대할 일이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반태수는 갑자기 케인 메르사이어가 구축했다는 정보망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정보망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도시 밖까지 범위 안에 들어가는 건가?”

케인 메르사이어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는 딱 도시에 맞게 설계했습니다. 이번에는 혹시나 해서 모든 정보망을 도시 밖으로 쏟아 부어서 찾아낸 겁니다.”

반태수는 살짝 놀랐다.

저건 순전히 케인 메르사이어의 감이 좋은 거다.

세상 어느 누가 감만 믿고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도시 밖을 확인하겠는가.

“우리 영감님이 도시에서 그리 가까이 있을 리가 없는데…… 찾는 데 고생 좀 했겠는데?”

“운이 좋아서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방향을 몇 군데로 특정해서 정보망을 쭉 밀어 넣었더니 탁 걸렸습니다.”

이것 역시 감의 영역이다.

반태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케인 메르사이어를 쳐다봤다.

이 정도라면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 정도였다.

“그 정보망에 대해 설명을 해줄 수 있나?”

“물론입니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드디어 자랑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표정으로 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그 유리 병 안에는 작은 벌레들이 우글거렸다.

“이게 바로 정보망의 정체입니다.”

“그 벌레가?”

케인 메르사이어가 히죽 웃었다.

“보통 벌레가 아니라 제가 직접 만들어낸 벌레입니다. 생체 물질을 이용해 정보를 원거리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벌레죠.”

반태수는 솔직히 좀 놀랐다.

케인 메르사이어의 연구 능력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이놈들을 다루는 게 문제인데, 그건 테이밍 비슷한 마법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정보전달 거리는 벌레의 수를 늘려서 정보를 중계하는 식으로 해결했고 말입니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자신이 어떤 식으로 벌레를 만들었고, 테이밍 마법은 어떤 논리의 흐름을 통해 만들어 냈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반태수의 머릿속에서 그 설명들이 구체화되며 자신만의 마법 지식을 통해 새로 구축되었다.

케인 메르사이어의 연구는 반태수가 그동안 하던 생체조직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정확히는 정체된 연구의 돌파구가 되었다.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마력회로와 연결되며 다양한 결과가 툭툭 튀어나왔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반태수의 상태를 보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내 설명 때문에 벽을 넘는 건가?”

아직 다 설명하지 못했는데 저렇게 갑자기 벽을 넘어 버리다니. 너무나 아쉬웠다.

아마 벽을 넘고 나면 더 이상 설명을 듣지 않을 텐데 말이다.

벌레들을 통해 얻은 정보를 어떻게 받아서 가공하는지까지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그 중요한 부분을 미처 하지 못했다.

케인 메르사이어가 입맛만 쩝쩝 다시고 있을 때, 반태수의 몸에서 찌꺼기가 살짝 흘러나왔다.

벽을 넘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흘러나온 찌꺼기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찌꺼기는 찌꺼기. 악취가 장난 아니었다.

반태수는 눈을 뜨자마자 마법을 펼쳐 물의 회오리를 만들어 몸을 씻어냈다.

단숨에 깔끔해진 반태수가 묘한 눈으로 케인 메르사이어를 쳐다봤다.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로군. 내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어.”

그 말에 케인 메르사이어가 크게 기뻐했다.

“정말입니까? 그럼 아직 남은 부분 설명을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케인 메르사이어가 신 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부분 역시 반태수에게 제법 도움이 되었다.

설명을 모두 마친 케인 메르사이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제 저도 정보망을 가동시켜 타노로스를 찾아도 되겠습니까?”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벌레를 이용한다면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 아마 타노로스 놈들도 저 벌레가 정보망을 구성한다는 건 알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반태수의 허락을 받자 크게 기뻐하며 좋아했다.

“제가 반드시 타노로스 놈들을 찾아내겠습니다.”

케인 메르사이어가 자신의 연구실로 달려갔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문득 저 많은 벌레들이 보낸 정보를 가공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라면 두뇌를 몇 개 할당해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케인 메르사이어는 그런 것도 아니지 않나.

‘그래도 내가 먼저 찾아냈으면 좋겠는데…….'

왠지 모를 승부욕이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마킹 중 한 곳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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