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50화 (306/351)

150화.  < 연합을 노리는 놈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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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높이가 좀 되는 산 정상에 내려섰다.

그리고 마법을 써서 팀장을 강제로 깨웠다.

"크윽.”

팀장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픈지 인상을 쓰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반태수를 노려봤다. 그리고 슬쩍슬쩍 주위를 살폈다.

여기가 산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사방이 탁 트여 있었는데, 저 멀리 도시의 야경이 섬처럼 떠 있었다.

팀장은 말을 아꼈다. 지금 상황을 파악하느라 머리를 열심히 굴려봤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자신은 작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한데 눈을 떠보니 여기다. 언제 정신을 잃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반태수는 그런 팀장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물었다.

"너희가 받은 명령이 뭐지? 거기 있던 사람들 전부 죽이는 건가?”

"내가 그걸 말해줄 거 같아?”

"맞는 모양이네. 그 다음에는 뭘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까지 한 다음에 그냥 도망갈 것 같지는 않은데.”

팀장이 입을 꾹 다물고 반태수를 노려봤다.

깜깜한데다가 반태수가 마법으로 얼굴을 가렸기에 그저 흐릿하게만 보였다.

"모른다. 난 그저 가서 다 죽이라는 명령만 받았어. 그나저나 우리 애들은 어디 있지? 뭐라도 좀 보여주면서 해야 내 입에서도 쓸 만한 말이 나오지 않겠어?"

반태수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뭐, 아는 게 있긴 하고?”

"그러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 아닐까?”

"아는 게 있다니 다행이네.”

반태수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왠지 위험해 보이는 미소에 팀장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날 죽일 건가?”

반태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하려는 건, 정신 계열 마법이다.

카페 곳곳에 부여해 놓은 기초적인 수준이 아니라 좀 더 높은 수준의 마법이다.

아마 높은 확률로 이 사내의 정신이 망가질 것이다.

반태수는 마력의 실을 뽑아 마법진을 그렸다.

굉장히 복잡한 술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마법진이었다.

언제나 정신을 건드리는 건 조심해야 한다.

미세한 실수나 변화만으로도 크게 망가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정신이니까.

반태수는 마법을 그냥 펼치지 않고 계속 컨트롤 하면서 천천히 펼쳤다.

술식에 의해 변형된 마력이 팀장의 머리로 스며들어갔다.

그 변형된 마력을 반태수는 끝까지 놓치지 않고 붙들었다.

일단 마력으로 뇌를 몇 번 휘저었다. 그래야 정신이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어 더 쉽게 생각을 끌어낼 수 있다.

"자, 뭘 아는지 털어놔라.”

반태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일부 마력을 팀장의 뇌파와 동조했다.

섬세하게 움직인 마력이 팀장의 뇌에서 뭔가 복잡한 작용을 했다.

그러자 멍하던 팀장의 눈동자가 휙 하고 사라졌다.

“자, 이번 작전의 목표가 뭐지?”

"문에 상주하는 모든 적을 말살하고 문이 있는 건물을 파괴한다.”

팀장의 목소리는 굉장히 또렷했다.

"굳이 왜 그런 일을 벌이는 거지?”

"연합이 이면세계의 문을 장악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면세계의 문을 장악한다고?”

"이쪽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는 능력자들을 잡아내기 위함이다.”

어차피 갈 때는 여러 포탈로 들어가도 돌아올 때는 도시에 달랑 하나 있는 포탈을 이용하니, 그 포탈을 장악해 자신들 외에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없도록 하려는 모양이다.

이건 반태수도 곤란해질 수 있다.

반태수가 활동하는 도시인 크랙톤에는 지구로 오는 포탈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걸 장악하면 곤란해진다.

물론 왜곡도 있고, 이면세계의 권력도 쓸 수 있으니 결국은 문제될 게 없지만, 아무튼 제법 귀찮아질 것이다.

"그래서 이쪽을 흔들어서 그쪽에 신경을 못 쓰게 하려던 거였나?”

"우리에게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 분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니까.”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다고?”

그럼 각 도시의 포탈들을 지구인들이 가서 장악한다는 건가?

제대로 기반을 닦았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로비와 경제력을 통해 포탈이 있는 지역을 구입하고, 그곳에 방어와 보안이 철저한 건물을 지어서 관리하면 아무나 들락거릴 수 없을 테니까.

"너희 한국에만 있는 조직 아니지?”

"그렇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존재한다.”

“너희 조직 이름도 있나?”

"있지만 난 모른다.”

반태수는 어이가 없었다.

“스무 명이나 되는 부하를 이끄는 팀장이 조직 이름도 모른다고? 이름도 모르는 조직에 충성을 해?”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 내가 하는 일의 가치와 대가가 중요하지.”

아무튼 진짜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한국에 있는 너희 조직원들 정보를 넘겨.”

반태수의 말에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뇌를 장악하고 있는 마력이 조금씩 흔들렸다.

‘금제 같은 건가?’

반태수는 다시 마력을 조절해 흔들림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뇌파와 동조한 마력의 출력을 살짝 높였다.

팀장이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자 천천히 자신이 아는 조직원에 대한 정보를 읊기 시작했다.

반태수는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 어플을 실행시켰다.

두뇌 하나를 할당해 기억해도 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태수는 그렇게 팀장이 읊는 정보를 녹음하는 동안 그의 두뇌를 세밀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방금 그 반응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이들과는 이대로 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얽힐 것 같다.

그러니 알아낼 수 있는 건 다 알아내고, 대비할 수 있는 건 전부 대비해 둬야 한다.

뇌를 샅샅이 훑었는데, 뭔가 특별한 것이라고는 두뇌의 일부, 그러니까 새끼손톱만 한 크기가 변형되었다는 것 외에는 찾아낸 게 없었다.

그러니 저 새끼손톱만 한 부위가 금제 역할을 한다는 뜻인데, 그 작동 원리 같은 건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마력이라도 섞여 있으면 뭔가 분석해볼 텐데, 그것도 아니고.

‘그래도 뇌를 이렇게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정도면 보통 조직은 아닌데.’

저 조직은 뇌에서 떼어내면 바로 폐기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렇게 스캔해서 조직을 복사하는 것이 나을 듯했다.

반태수는 마법을 이용해 팀장의 두뇌를 통째로 복사했다.

이건 나중에 확실히 알아봐야겠다.

그렇게 조사하는 사이 팀장의 말이 끝났다.

반태수는 그 뒤로도 팀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의미 있는 정보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모든 심문이 끝나자, 반태수는 팀장에게 건 마법을 회수했다.

그 순간, 팀장의 두뇌에 박힌 금제가 작동했다.

콰직!

뭔가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금제가 있던 부분이 마치 작은 폭탄이라도 터진 듯 곤죽이 되었다.

강제로 억눌러놨던 금제가 터진 모양이었다.

반태수는 방금 금제가 터지던 광경을 마법을 통해 똑똑히 확인했다.

그 부분에서 갑자기 엄청난 뇌파를 쏟아내더니 터져 버렸다.

반태수는 그 뇌파의 일부를 읽어냈다.

조직의 정보를 발설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면 작동하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팀장들도 확보해서 정보를 확인해 봐야겠다.

이 조직, 정체가 뭔지 굉장히 궁금하다.

‘이면세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는 거잖아?’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주 활발히 활동하는 게 분명했다.

만일 그렇다면, 이면세계 사람들도 지구에 대한 정보를 제법 많이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5대 가문은 다 안다고 봐야겠군.’

반태수는 마법으로 불을 일으켜 팀장의 시체를 깔끔하게 태워 버렸다.

그리고 하늘로 훌쩍 날아올랐다.

아무래도 오늘은 밤을 새야 할 모양이다.

***

반태수는 밤 새 돌아다니며 오늘 움직였던 정체불명 조직에서 나온 팀장들을 전부 확보했다.

그리고 각각의 정보를 뽑아냈다.

다들 조금씩 다른 정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어도 조직의 이름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 많은 팀장 중에서 조직의 이름을 아는 놈이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다들 자신이 아는 조직원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제법 많은 조직원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 정보를 토대로 이제부터 싹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 중에 팀장보다 직위가 높은 자도 섞여 있지 않겠는가. 그럼 더 많은 정보를 가졌을 테고, 더 많은 조직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차츰차츰 타고 올라가면 결국 대부분의 조직원을 파악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이 정체불명의 조직은 이번 일을 비단 오성 연합에만 국한해서 진행한 것이 아니었다.

비슷한 작전을 전 세계에 있는 조직에게 광범위하게 펼칠 예정이었다.

팀장들의 뇌를 전부 쥐어짜니 그런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반태수는 굳이 거기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미 오성 연합에게 걸었던 작전이 실패하면서 그에 관한 정보가 전 세계에 쫙 퍼져 버렸다.

다들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이들이 실행할 작전은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로 끝나 버린 것이다.

아무튼 그 과정에서 반태수는 이들 조직이 뇌에 심은 것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많이 획득했다.

그건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일종의 칩이었다. 바이오칩이라고 해야 할까?

신경망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연구해 볼 가치가 있었다.

반태수는 슬슬 지구에서의 일이 마무리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저나…… 내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건가?’

왠지 지구에서 활동할 때는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이번 일처리를 가만히 돌이켜 봐도 그랬다.

사실 지구에서는 더 이상 반태수가 하지 못할 일이 없다.

솔직히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추적해서 닥치는 대로 제거했다면 훨씬 편하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구에서 오랫동안 조심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런 생활 방식이 알게 모르게 자신의 행동양식에 젖어든 걸까?

이면세계에서 활동할 때, 한동안 지구 자체를 아예 잊고 지내기도 했다.

그때는 굳이 지구에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한데 막상 지구에 돌아와 보니, 잘못 생각했다.

돌아오고 나서야 자신의 정체성은 지구인이라는 것이 명확히 새겨졌다.

‘내가 마법사라는 것이 드러나면 곤란해지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답도 금방 나왔다.

전혀 그렇지 않다.

아직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상황을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확인하더라도 결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러모로 생각이 좀 복잡해진다.

반태수는 이 정체불명의 조직을 빨리 정리하고 이면세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

드디어 정리가 끝났다.

총 열흘이나 걸린 긴 작전이었다.

정체불명의 조직은 한국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었다.

다양한 신분을 갖고 있었으며, 가진 신분의 힘을 십분 활용해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을 꾸준히 진행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모든 조직원을 정리했는데도, 그리고 그들의 뇌에서 정보를 짜냈는데도, 여전히 이름을 알아내지 못했다.

솔직히 진짜 황당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정체불명의 조직이 가진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면세계의 타노로스보다는 못하지만 지구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기술력을 갖고 있었으며, 어디서 구했는지 상당히 수준 높은 마도구를 많이 갖고 있었다.

아무튼 반태수는 한국 내에 있는 정체불명의 조직원들을 최대한 제거했다.

아마 그들은 앞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한국인이어야 편하다.

외국인이 활동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아무래도 제약이 심하다.

게다가 이젠 서포트 해줄 만한 자들도 거의 없을 테니 운영이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다음에 올 때는…… 외국에 한 번 가볼까?”

반태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포탈로 들어갔다.

***

"드디어 돌아왔구나!”

저택에 들어서니 정원을 서성이던 엄대협을 만났다.

엄대협은 뛸 듯이 기뻐하며 반태수에게 달려들어 와락 끌어안으려 했다.

반태수는 뒤로 두 발 물러났다.

엄대협이 허공을 끌어안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컥! 야이! 그걸 피하면 어떡해!”

"내 몸에 손대지 마라.”

"반가워서 포옹 좀 하겠다는데, 그렇게 매몰차게 피하기야?”

엄대협은 투덜거리다가 슬그머니 물었다.

"그런데 이번엔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거 아냐? 이렇게 오랫동안 다녀온 건 처음이잖아.”

"귀찮은 일이 좀 있었어.”

"귀찮은 일?”

"넌 알 거 없고. 요즘 분위기는 좀 어때?”

반태수는 문득 지구에서 이면세계의 포탈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가 떠올라서 물었다.

엄대협이 고개를 가웃거렸다.

"뭐, 분위기가 언제나 비슷하지. 그런데 변두리 일부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있어.”

"변두리를 개발한다고?”

"전부는 아니고 일부야, 일부. 그것도 아주 좁은 지역을 시범적으로 개발한다던데?”

"개발 주체가 어딘데?”

"아직 확정은 아닌가봐. 주체야 당연히 시정부지. 그런데 개발 후에 민간에 이양한다는 얘기도 있어.”

“민간 어디?”

"그거야 모르지. 아직 개발 얘기만 나온 시점이야. 그런데 민간 이양 얘기가 나온 걸 보면 민간에서 돈을 대는 걸지도 모르지."

반태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간이 개입한 거라면 왜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일을 처리하지? 그냥 자기들이 땅을 매입한 다음에 알아서 개발하면 되잖아.”

"에이, 그럼 돈이 많이 들잖아. 게다가 변두리의 절반 정도는 시정부를 비롯한 귀족들 소유야. 땅을 구입하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아. 그리고 시정부를 끼지 않으면 변두리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잖아.”

변두리는 별의 별 놈들이 다 있는 아주 위험한 곳이다.

하지만 아무리 위험한 놈들이라고 해도 시정부와 적대하지는 않는다.

시정부는 군대를 움직일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까.

반태수는 엄대협에게 말했다.

"그 변두리 개발에 대해서 샅샅이 조사해봐. 모든 인과관계를 싹 조사해.”

엄대협의 눈이 커졌다.

"응? 그걸 조사하라고? 어렵진 않지만 굳이 왜? 설마 거기 한 손 얹으려고?”

“한 손 얹는 게 아니라 그거, 내가 가지려고.”

엄대협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반태수는 다시 돌아서서 저택을 나섰다.

이런 일이 여기 크랙톤에서만 일어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오스윈 프리든을 만나는 게 확실하니까.

저택을 나선 반태수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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