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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96화 (292/351)

296화.  <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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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뒤돌아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엄대협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저렇게 반가울까.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테러범 중 한 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대한 몸을 가진 사내였다. 그냥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근육으로 꽉 차 있었다.

아마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걸 보고 상당한 위압감을 느꼈겠지만, 반태수는 웬만한 사람이 아니다.

반태수는 영역화로 주변을 싹 훑었다.

그동안 영역화를 수없이 개량하고 발전시켜 초기와는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영역화에 특히 신경 쓴 것은 타노로스 때문이기도 했다.

이놈들은 마력을 아예 안 쓰는 놈들이다. 특히 이놈들이 쓰는 나노머신은 굉장히 위험하다.

근육남은 반태수를 향해 느긋하게 하지만 위협적인 몸짓을 섞으며 다가갔다.

반태수와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서서 똑바로 노려보던 근육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응? 이거 얼굴이 낯익은데?"

근육남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반태수가 나타난 순간부터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확실히 낯익어.”

"당연하지. 아는 얼굴이잖아, 이 멍청이들아.”

“아는 얼굴이라고? 아아! 그러네. 아는 얼굴이었네.”

다들 기억 속에 있던 얼굴을 끄집어냈다.

방금 관련된 얘기를 하고 있었지 않나. 그러니 더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우리 회장님이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이시지?”

“할 일이 줄어들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중 한 명이 엄대협을 보며 말했다.

“그럼 저놈은 어떡하지? 이제 쓸모없는 거 아닌가?”

"내버려 둬.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근육남이 그렇게 말하며 반태수와 엄대협을 한 차례씩 번갈아 바라봤다.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반태수를 바라봤다.

“일단 상황을 고정시켜야겠지?”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작동시켰다.

그를 중심으로 제법 커다란 투명한 돔이 만들어져 모든 사람들을 안에 가뒀다.

"미사일도 한 방은 막아주니까 괜히 힘 빼지 말고 우리랑 얘기나 좀 해. 우린 폭력 별로 안 좋아하거든. 지성인이면 대화를 해야지. 안 그래?”

테러를 저지른 놈이 할 말은 아니지만, 반태수는 그냥 대꾸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 있는 여섯 테러범을 죽일 생각은 없다.

이놈들은 심문을 통해 아는 걸 다 쏟아내기 전에는 죽을 자격도 없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뭐, 대부분 개소리겠지만.

반태수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그들이 하는 양을 보고 있자, 근육남이 앞으로 나섰다.

분위기를 보니 그가 가장 지위가 높은 모양이다.

“일단 신분부터 확실히 확인하자고. 반, 맞지? 신임 글락 그룹 회장.”

"잠깐 없는 사이에 내가 이렇게 유명해졌을 줄은 몰랐네.”

근육남이 피식 웃었다.

“우리나 되니까 얼굴을 알아보는 거지. 웬만한 사람은 네 얼굴이랑 글락 그룹 회장이랑 매칭을 못 할 거다.”

“그건 좀 반가운 소리네.”

애초에 그런 걸로 알려지고 싶지 않았다. 행동에 제약이 생길 테니까.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해도 얼굴을 바꿔서 활동하면 되니까 큰 상관은 없지만.

근육남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어때? 우리랑 함께 하는 건?”

"너희? 타노로스 말인가?”

“그래. 우린 세계의 질서를 다시 세우려고 한다.”

“질서? 거창한 소리로 포장하려고 하네. 그냥 5대 가문 대신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 거잖아. 아니야?”

“적어도 나는 아니야.”

“아닌 놈이 테러를 해서 멀쩡한 사람들을 떼로 죽여? 말이랑 행동이 너무 다른 거 아냐?”

“우리가 테러한 곳은 어떤 식으로든 5대 가문과 연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는 5대 가문을 견제하고 약화시키는 데 일조한 셈이지.”

반태수는 피식 웃었다.

고작 그걸로 5대 가문에 피해를 줬다고?

5대 가문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다가 나뭇잎에 살짝 쓸린 정도 아닐까?

일부나마 5대 가문의 힘을 겪어봤기에 그들이 고작 이 정도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안다.

무려 글락 그룹을 통째로 건네줄 정도다.

한데 고작 열두 군데 테러를 가했다고 얼마나 타격을 받을 것이며, 또 얼마나 신경을 쓰겠는가.

“됐고, 엄대협. 너 거기서 뭐 하냐? 얼른 이리로 와.”

반태수의 말에 엄대협이 아무 눈치도 안 보고 후다닥 달려가 반태수 뒤로 갔다.

“여긴 어떻게 찾은 거야? 이놈들 세 번이나 자리를 옮겼는데.”

“그래서 개고생 했잖아. 아, 생각하니 또 빡치네.”

반태수가 서늘한 눈으로 테러범들을 슥 둘러봤다.

근육남이 진정하라는 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두드렸다.

“진정해.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그냥 잡혀줄 수는 없잖아. 5대 가문이 어떤 놈들인데. 이 정도로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 잡힌다고."

근육남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넌 어떻게 우릴 찾은 거지? 그것도 이렇게 빨리. 우리 여기 도착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찾았다고?”

근육남의 시선이 엄대협에게로 향했다.

이 정도로 빨리 찾았다는 건 내부에서 정보를 빼돌린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가장 가능성 높은 사람이 엄대협이고.

엄대협은 어이가 없었다.

"야이 씨! 나 핸드폰도 못 가져왔어! 그리고 내가 뭔가 신호를 보냈으면 너희가 먼저 알았겠지! 누굴 모함해?”

반태수는 엄대협이 열을 내는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뭘 그런 걸로 열을 내? 왜? 저놈들이랑 같이 뭐 좀 하려고?”

엄대협이 펄쩍 뛰었다.

“미쳤어? 난 널 배신할 생각 추호도 없다.”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근육남을 쳐다봤다.

“그렇다는데? 그러니 이제 슬슬 마무리하자.”

근육남이 얼른 말을 꺼냈다.

“굳이 힘을 쓸 필요 있겠어? 우리랑 손잡으면 훨씬 편하게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잖아. 어려울 거 하나도 없어. 그냥 우리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

반태수는 그 말을 깔끔히 무시하고 마법부터 펼쳤다.

일단 엄대협이 괜히 휘말려 죽으면 곤란하니 내구력 강화부터 시작해 걸 수 있는 안전 관련 술식을 전부 동원해서 엄대협의 몸을 보호했다.

“5대 가문이랑 엮여서 네가 뭘 할 수 있을까? 결국 그놈들의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고. 너도 알지 않아? 그러느니 차라리 우리랑 손을 잡자. 우리랑 손잡는다고 해서 5대 가문과 직접 싸우는 것도 아니야. 네가 우리랑 함께 한다는 거, 약속하는데 아무도 모를 거다.”

반태수는 그의 말을 싹 무시하고 엄대협의 안전을 확보한 다음, 새로운 마법을 펼쳤다.

여길 감싸고 있는 돔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저건 반태수와 엄대협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지만, 테러범들이 빠르게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한다.

반태수가 마법을 완성했을 때, 뭔가 낌새를 느꼈는지 테러범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은 사방으로 홑어지며 각자의 무기를 꺼냈다.

막 무기를 꺼냈을 때, 반태수의 마법이 작렬했다.

꽈과과과과광!

강력한 충격파가 그들의 머리 위에서 터졌다.

어찌나 정교하게 좌표를 설정했는지, 전부 똑같은 자세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래도 전투복이 충격을 흡수했는지 다들 처박히자마자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서 자리를 피한 다음 벌떡 일어났다.

어쨌든 각자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진 채, 반태수에게 일제히 화력을 쏟아냈다.

두두두두두!

거의 기관총에 가까운 무기들을 마구 쏟아냈다.

반태수는 어느새 엄대협과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다.

수십 겹의 실드를 펼쳤는데, 테러범들의 무기가 어찌나 훌륭한지 그걸 단숨에 깨뜨렸다.

수십 장의 실드가 깨지면서 반태수에게 무지막지한 총알 세례가 쏟아졌다.

“어?”

총을 마구 쏘아대던 테러범들이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총알들이 반태수의 몸을 그냥 관통해서 지나가 버린 것이다.

밤의 어둠을 모닥불을 통해 밀어내고 있었기에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총알이 그냥 관통하는 것을 봤다. 반태수의 모습이 왠지 허상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의심이 생기면 그냥 확인해보면 된다.

근육남이 얼른 반태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어느새 커다란 대검을 쥐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쏘던 기관총은 그냥 그 자리에 놓고 왔다.

후웅! 후웅! 후웅!

근육남은 반태수 앞에 도착하자마자 빠르고 날카롭게 대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대검은 허무하게 반태수의 몸을 관통해서 지나갈 뿌이었다.

정말로 허상인 것이다.

"무슨 허상이 이렇게 정교해?”

이건 분명히 마법일 것이다.

타노로스에도 이와 비슷한 효능을 보이는 장비가 있다.

홀로그램을 이용해 허상을 띄우는 장비 말이다.

한데 그건 아직 한계가 있었다.

환한 대낮에 보면 진짜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누가 봐도 홀로그램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밤에는 어두워 시야가 제한되기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가짜라는 걸 알기 어려웠다.

지금 반태수가 쓴 허상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탐색해!”

근육남이 소리쳤다. 그러자 테러범 중 한 명이 품에서 특이하게 생긴 장비를 꺼냈다.

눈사람 비슷하게 생긴 장비였는데, 아래는 정육면체, 위는 구체가 달라붙어 있었다.

구체를 쥐고 빙글 돌리니 장비에서 특이한 파장이 확 퍼져 나갔다.

우우웅!

낮은 진동과 함께 주변을 싹 훑은 파장이 무언가와 부딪혔다.

파지지직!

“저기다!”

반응이 생긴 쪽으로 일제히 총구가 돌아갔다.

두두두두두!

무수한 총알이 날아갔고, 수십 겹의 실드가 또 날아갔다.

실드가 사라지면서 그곳에 서 있던 반태수의 존재감이 확 살아났다.

반태수는 방금 쓴 장비를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저것 역시 마력이라고는 요만큼도 안 들어간 장비였다.

반태수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순간적으로 존재감이 바닥을 친 다음,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사라지는 것이다.

반태수는 방금 장비를 쓴 자의 뒤에 나타났다.

어찌나 빠르고 은밀한지 반태수가 그 장비를 쏙 빼가기 전에는 아무도 그곳에 반태수가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빼낸 장비를 아공간에 넣은 반태수는 목 뒤를 손가락으로 쿡 찌른 다음, 그곳을 벗어났다.

그때부터는 반태수가 테러범들을 확실하게 몰아쳤다.

모습을 드러내 총을 쏘게 한 다음, 빠르게 사라지듯 이동해 테러범 중 한 명의 배후를 잡았다.

그 순간 점혈을 써서 테러범을 마비시키고, 또 같은 일을 반복해서 테러범들을 한 명, 한 명 제압해 나갔다.

그렇게 여섯 명 중에서 네 명을 제압했을 때, 보라색 연기가 구름처럼 뭉쳐서 반태수에게 날아왔다.

나노머신을 쓴 것이다.

반태수는 피식 웃고는 마력을 써서 나노머신들을 가둬 버렸다.

“오! 개선한 모양이네?”

예전에 이런 식으로 마력을 이용해 나노머신을 획득했었는데, 그 일이 보고가 된 건지, 그 부분에 대해 약간의 개선이 있었다.

나노머신이 마력을 녹여내기 시작한 것이다.

반태수는 가둔 마력을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그걸 간단히 해결해 버렸다.

마력이 빠르게 회전하니 나노머신들이 마력을 제대로 녹이지 못했다.

그렇게 나노머신을 가두고 나니, 남은 두 명의 테러범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반태수는 빠르게 남은 테러범도 정리해 버렸다. 그리고는 마비된 테러범들을 한데 모았다.

모닥불 근처에 대충 던져놓고 불 앞에 앉았다.

어느새 엄대협도 반태수 맞은편에 앉아 손을 비비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어차피 전투 결과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동안 테러범들을 지켜봤으니 그들의 실력이나 가진 무기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반태수와 그들을 비교하는 건 이미 끝났다.

저들로는 죽었다 깨나도 반태수를 이기는 것이 불가능했다.

“얼마 되지도 않았어. 그나저나 저놈들 하고는 왜 같이 있는 거야? 납치당한 건 아니지?”

“에이, 납치는 무슨. 날 누가 납치해?”

“아까 얘기 들어보니까 납치할 만하던데?”

"아니라니까. 난 그냥 이놈들 중 한 놈이랑 의뢰로 얽혀서 이렇게 됐어.”

“의뢰?”

"조사의뢰. 이번에 테러 일어난 곳들, 사전에 조사해서 테러에 대한 안전성을 점검하는 의뢰였거든.”

“저놈들이 그런 의뢰를 했다고?”

엄대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몇 가지 추가된 의뢰였는데, 그거 하면서 내가 말이 너무 많았어.”

글락 그룹 회장과 친하다는 얘기를 해버린 것이 문제였다.

저들도 나름대로 엄대협을 조사해서 결론을 내렸다.

엄대협을 데리고 가자고.

반태수는 엄대협의 얘기를 듣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 몸에 이상한 게 있네?”

"아…… 이거? 그렇게 됐어. 그런데 쟤들 저렇게 됐으니까 난 괜찮은 거 아냐?”

“괜찮을 거 같아?”

엄대협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몸 밖에 있는 나노머신을 포획하는 건 아주 간단한데, 일단 몸에 들어간 놈을 건드리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건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만 했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아마 영역화를 또 한 차례 개량해야 할지도 모른다. 엄대협의 몸 전체를 동시에 스캔해서 나노머신만 딱딱 잡아내야 하는데, 지금의 영역화로 그게 가능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자, 해보자고. 그 전에 영감님한테 연락을 먼저 하고.”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연락했다. 테러범들 다 잡았으니 데리러 오라고.

그 다음 엄대협의 등에 영역화를 씌운 후, 나노머신 색출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영역화를 한 차례 개량한 후 나노머신들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은 나노머신은 특수 제작한 용기에 담아 아공간에 보관했다.

엄대협의 나노머신을 조사하는 도중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비행선을 타고 왔는데, 테러범들을 비행선에 싣고 그냥 보냈다.

한창 나노머신과 싸무는 중이라 움직일 수가 없어서였다.

아무튼 나노머신을 싹 뺀 엄대협이 반태수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여러모로 구해줘서 고맙다.”

“고마운 거 알면 잘해라.”

“이보다 더 어떻게 잘하냐. 아무튼 고맙다. 이 은혜, 두고두고 갚으마.”

“어떻게 하나 보겠어.”

반태수는 그렇게 말한 다음 씨익 웃었다.

"자, 이제 가자. 그나저나 너 애인 생겼더라.”

엄대협이 흠칫 놀랐다. 그걸 대체 어떻게 알았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가 널 어떻게 찾았을까?”

엄대협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반태수가 씨익 웃으며 엄대협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핸드폰 찾으러 가야지.”

엄대협이 체념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가.”

반태수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앞장섰다.

“내가 좋은 거 알아왔는데, 이게 참 남자한테 좋은데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

그 말에 엄대협이 눈을 번쩍 떴다.

“뭐라고?”

“못 들었으면 말고.”

반태수가 걸음을 빨리했다.

엄대협이 얼른 따라붙으며 말했다.

“형님! 한 번만 살려 주십쇼, 형님!”

반태수가 히죽 웃었다.

엄대협은 그 미소가 어찌나 얄미운지 뭄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얼굴에 드리운 미소만은 끝까지 유지했다.

"하는 거 봐서.”

반태수의 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아주 신이 나서 성큼성큼 걷는데, 뒤를 따르는 엄대협의 표정이 죽상이었다.

그래도 희망이 생겼다.

언제까지 조루 소리를 들으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엄대협은 슬그머니 반태수 옆에 붙어서 물었다.

"그런데 그 남자한테 좋은 게 대체 뭔데?”

“있어, 마력회로라고.”

반태수의 머릿속에 떠오른 마력회로에 관한 지식이 바로 정력에 관한 거였다.

새로 마력회로를 구성하면서 그걸 끼워 넣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력…… 회로?”

엄대협이 순간 걸음을 멈췄다. 이름도 왠지 멋지다. 마력회로라니.

"얼른 가자.”

반태수의 말에 엄대협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후다닥 따라붙었다.

이제부터는 진짜 말 잘 듣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최소한 그걸 받을 때까지는.

엄대협의 걸음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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