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295화 (291/351)

295화.  < 테러범 추적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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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장난 아니네.”

프리든 쇼핑몰은 굉장히 거대했다.

한데 그 거대한 쇼핑몰의 절반이 사라졌다.

대체 피해자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쇼핑몰 주위로 폴리스 라인을 쭉 둘렀고, 곳곳에 경찰은 물론이고 군인들까지 서서 철통같이 테러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반태수는 일단 훌쩍 날아서 프리든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왜곡을 쓰고 있었기에 반태수가 들어가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타노로스 주도의 테러답게 마력 반응은 거의 없었다.

희미하게 남은 마력 반응도 폭발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침 안에 있던 능력자가 품고 있던 마력이 강한 열기에 짓눌려 남은 걸로 보였다.

만일 마법으로 위력을 증폭한 폭탄을 썼다면 곳곳에 마력 반응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이 쇼핑몰은 프리든 가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이었다.

오스윈 프리든이 이곳 크랙톤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었던 것도 반 이상은 이 쇼핑몰 덕분이었다.

물론 이것 말고도 몇 가지 사업체가 더 있긴 하지만.

아무튼 이번 테러로 인해 프리든 가도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테러범 추적에 프리든 가에서도 상당한 인력을 투입했다.

그들이 지금 도시 곳곳을 이 잡듯이 뒤지는 중이다.

테러범 중에 얼굴이 알려진 놈도 있지만, 아예 알려지지 않은 놈도 있어서 사실 난항이 예상된다.

‘여길 테러한 놈은 자폭하지 않고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고 했지?’

그렇다면 분명히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이번 테러 전에 타노로스는 대대적으로 예고를 했다. 마치 선전포고라도 하듯이.

그리고 이곳 프리든 쇼핑몰에서는 테러범이 곳곳에 폭탄을 설치한 다음, 쇼핑몰 중앙에 조성해 놓은 광장 한가운데에서 격발스위치를 눌렀다.

그 미친놈은 스위치를 격발하고 사방에서 폭탄이 터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촬영해서 송출했다.

얼굴에 복면을 써서 누군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보통 미친놈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중앙 광장에는 폭발의 여파가 거의 미치지 않았다.

그 반대쪽에 폭발이 집중되도록 폭탄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미친놈은 여유롭게 작별 인사까지 하고 촬영을 종료했다.

지금도 동영상 사이트에 가면 폭발 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조회수가 어찌나 엄청난지 아마 정보공개를 했으면 떼돈을 벌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상황이니, 그놈은 미리 도망친 것이 아니라, 폭발 이후에 이곳을 빠져나갔다.

반태수는 중앙 광장 한가운데, 그러니까 그놈이 격발 스위치를 누른 바로 그 위치에 도착했다.

이면세계에는 마법사도 많고 능력자도 많고 마도구와 유물도 있다.

게다가 이번 일은 5대 가문 소속 실력자들이 맡았다.

당연히 웬만한 방법은 다 동원해서 그 미친놈의 흔적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니 반태수는 그들과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반태수에게는 아주 확실한 방법 하나가 있다.

반태수는 숨을 훅 내쉰 후, 마력을 움직였다.

몸을 두른 마력은 건드리지 않고 코어의 마력을 움직였다.

지금부터 할 작업은 성세함이 생명이다. 그러니 코어의 마력을 쓰는 것이 낫다.

괜한 모험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반태수는 몸에 마력회로를 새겼다.

이번에 새길 마력회로는 제인의 것이다. 과거를 읽는 능력이 필요했다.

아마 제인처럼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필요도 없다.

희미해도 좋으니 당시 벌어진 일을 확인만 하면 된다.

지금은 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건 전적으로 양이다.

제인의 마력회로는 굉장히 복잡했지만, 이미 몇 번이나 연습했기에 능숙하게 새길 수 있었다.

마력회로를 새기고 틀린 곳이 없는지 점검한 다음, 바로 능력을 발동했다.

테러가 벌어진 시각을 너무나 정확히 알기 때문에 능력을 써먹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반태수의 머릿속으로 희미한 영상이 떠올랐다.

미친놈이 영상촬영을 하면서 스위치를 격발하는 장면, 그리고 한껏 웃으면서 영상을 끄는 장면. 그 다음 장비를 챙겨 그곳을 벗어나는 장면까지.

반태수는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영상이 끝나자 자리를 옮겼다.

영상 안에서 미친놈을 마지막으로 본 장소까지 걸어갔다.

폭발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곳이었다. 바닥에 폭탄을 심었는지 바닥까지 전부 박살이 나서 제대로 발 디딜 곳도 없었다.

반태수는 일단 거기에서 또 능력을 썼다.

놀랍게도 사방이 아비규환인데, 이놈이 느긋하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등에 메고 있던 배낭에서 드릴처럼 생긴 장비를 꺼내더니, 바닥에 대고 작동시켰는데, 바닥에 금이 쩍쩍 가더니 아래로 푹푹 꺼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그 미친놈은 구멍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잠시 후, 그곳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주변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졌고, 지금 반태수가 서 있는 곳과 똑같은 모습이 되었다.

"바닥으로 도망쳤구나. 그러니 흔적을 아무도 못 찾았지.”

이곳을 수색해서 내린 결론이 테러범이 쇼핑몰을 빠져나갔다는 거였다.

그 뒤로 행적이 묘연했다. 잠정적으로 하늘을 통해 도망쳤다고 판단한 다음 추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 틀렸다. 그놈은 땅속으로 도망쳤다.

반태수는 바닥으로 손을 뻗었다.

무수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바로바로 발동했다.

꽈드드드득!

땅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안에 쌓였던 잔해는 전부 밖으로 나왔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계속 작업을 하니 넓은 통로가 나타났다.

미리 여기까지 굴을 뚫어놓은 것이다.

굳이 마력회로를 돌릴 필요도 없었다. 굴은 일직선으로 뚫려 있었으니까.

게다가 길지도 않았다.

아주 철저하게도 준비했다. 영상에서 본 폭발 정도면 이 굴도 무너졌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멀쩡한 걸 보면 아마 제법 계산을 해서 폭발시킨 모양이다.

굴의 끝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그걸로 굴을 막아놓은 모양인데, 바위를 치우니 근처에 있는 공원의 수풀이 있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인지라 여길 발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나왔으니 이제 다시 능력을 쓸 차례다.

과연 어디로 갔을지 점점 더 궁금해졌다.

***

역시 테러범은 테러범이다. 미쳤다는 뜻이다.

이 미친 테러범은 공원을 바로 빠져나간 다음, 좀 떨어진 곳의 번화가로 가서 쇼핑을 하면서 놀았다.

테러로 그 난리가 났는데도 흥청망청 노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이놈은 근처 클럽까지 가서 여자까지 헌팅해 근처 호텔로 데려갔다.

그 여자와 실것 즐기고 아침밥까지 같이 먹고 헤어졌다.

심지어 번호도 교환했다.

그러니 이놈을 추적하는 반태수가 얼마나 짜증이 났겠나.

그래도 대충 시간을 툭툭 건너뛰기 하면서 확인을 했기에 그놈이 즐기는 건 그렇게 오래 구경하지 않아도 됐다.

아무튼 그 미친놈은 그렇게 즐길 거 다 즐긴 다음에야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놀랍게도 그놈이 향한 곳은 도시의 중심부였다.

그놈은 그 중에 있는 높은 빌딩으로 들어갔다.

반태수는 그 빌딩 앞에 서 있었다.

60층짜리 빌딩이었는데, 빌딩 전체를 회사 하나가 쓰고 있었다.

‘레레트 물산.’

이 빌딩을 쓰는 회사의 이름이었다. 레레트 물산.

솔직히 반태수가 아는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큰 빌딩을 통째로 쓴다는 건, 제법 유명한 회사라는 뜻이다.

그리고 레레트 물산이 통째로 쓰는 빌딩에 테러범이 들어갔다는 건, 이 레레트 물산이라는 놈들도 테러범과 한통속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고.

100% 확신하지는 않았다. 아직 들어가는 것만 봤지, 안에서 뭘 했는지는 보지 않았으니까.

반태수는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빌딩은 아니었다. 이 빌딩에는 다른 회사와 달리 1층에 그 흔한 편의점이나 커피숍조차 없었으니까.

대신 보안 검색대가 몇 군데 있었다.

반태수는 영역화로 빌딩 내부를 쭉 살피면서 보안 검색대를 넘어갔다.

그리고 다시 능력을 썼다.

그놈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 식으로 추적하다보니 그놈이 들어간 방에 도착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허탕이라니.

역시 이 레레트 물산이라는 놈들 테러범과 관련이 있다.

'하긴, 타노로스도 먹고는 살아야지.’

타노로스가 그 강력한 과학기술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실험을 했겠는가.

그건 전부 돈으로 이루어진다.

타노로스가 얼마나 큰 조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 추정해도 이 정도 회사를 여러 개 갖고 있어야 유지가 될 것이다.

아니면 글락 그룹처럼 큰 회사를 하나 키우거나.

반태수는 일단 방에서 능력을 썼다.

과거의 영상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그리고 거기에서 아주 익숙한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

‘엄대협?’

엄대협도 여기 있었다.

영상 속에서 타노로스가 아닌 사람은 엄대협뿐이었다.

굉장히 위축된 모습이었고, 모든 사람을 경계하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으려 애썼지만, 반태수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뭐야, 끌려온 건가?’

분위기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찾아내는 것이 먼저다. 반태수는 시간 설정을 굉장히 띄엄띄엄하게 해서 이들이 나가는 순간을 찾아냈다.

테러를 저지른 놈들이 그냥 한 곳에 숨어있지 않고 자리를 또 옮긴 걸 보면, 들킬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듯했다.

어쨌든 방심하고 있다면 이쪽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게다가 도망쳤다는 여섯 명의 테러범이 전부 같이 있었다. 찾기만 하면 일망타진이다.

반태수는 다시 테러범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갔다.

***

엄대협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 애쓰고 또 애썼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벌써 세 번째 장소를 옮겼다.

심지어 이번엔 도시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크랙톤 시정부나 군인들이 이놈들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뭘 그렇게 떨어? 돌려보내 준다니까?”

자신을 끌어들여 기어코 여기까지 데려온 자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언제쯤 보내줄 건데요?”

"우리도 일이 다 마무리 되어야 돌려보내주든 말든 하지. 안심하라니까? 약속만 지키면 아무 문제없을 테니까.”

어떻게 안심한단 말인가. 몸에 이상한 걸 집어넣었는데.

그게 어떤 건지 아는데 불안하지 말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너한테도 나쁠 거 없어. 우리가 쓰는 장비, 제법 괜찮은 거 같지 않아?”

엄대협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저들의 장비는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자신의 몸속에 들어온 그 나노머신 같은 경우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으니까.

‘시발, 사람이 그렇게 녹아내리냐. 무섭게.’

나노머신을 통해 사람이 액체가 되어 주르륵 흘러내리는 광경을 봤다. 당연히 그 사람은 죽었고.

대체 뭘 어떻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것 말고도 주변을 감지하는 장치라거나, 바닥을 뚫는 장비, 그리고 그밖에 다양한 무기들과 저들이 입고 있는 전투복까지.

"너한테도 적당한 장비를 지급할 거야. 돈도 충분히 지급하고. 아마 지금 버는 거랑은 단위가 다를걸?”

"내가 지금 얼마나 버는지는 알고 하는 말입니까?”

"알게 뭐야, 많이 벌어? 브로커 일 하면서 버는 돈이 뻔하지. 그래도 일 년에 몇 억씩 벌진 않을 거 아냐, 뭐, 더 벌어?”

"내가 이래 보여도 마음만 먹으면 1년에 10억도 넘게 벌 수 있거든요?”

반태수에게 달라고 하면 설마 안 주겠나.

"뭐? 그렇게 많이 벌어? 시발, 예상치 못한 고소득자인데? 좋아! 인심 썼다. 1년에 30억! 어때? 이제 구미가 당겨?”

엄대협이 정색하며 물었다.

“그래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뭡니까?”

그 반응에 다들 낄낄 웃었다.

"역시 돈이 최고야. 네가 할 일? 별 거 없어. 그냥 지금처럼 살면 돼.”

"예? 따로 조사하거나 감시하거나 임무가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그냥 돈을 30억이나 준다고요?”

"어때? 완전 꿀이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보다 더한 꿀이 어디 있겠나. 아무것도 안 하고 평소처럼 생활하는데 1년에 30억을 준다니.

엄대협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둘러봤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과연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놈에게 1년에 30억을 줄 수 있을까? 아니, 내 재력을 생각해서 1년에 300만원이라도 줄 수 있을까?

‘절대 못 주지.’

그런데 저놈들은 왜 주겠다고 하는 걸까?

혹시 말만 그렇게 하고 나중에 뭔가 이상한 일에 써먹고 죽이는 건 아닐까?

별의 별 의심이 다 들었다.

“하, 새끼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없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머리 굴리지 말고 돈 받고 그냥 살아.”

"정말 그거면 됩니까?”

“그래. 대신 반이라는 놈 근처를 좀 더 많이 얼쩡거리면 좋지.”

역시 이들의 목표는 반태수였다.

"뭘 어쩌려는 겁니까?”

"어쩌긴 뭘 어째. 그냥 포섭할 기회나 엿보려고 그러는 거지.”

엄대협은 그제야 이들이 자신을 왜 데려왔는지 알았다.

반태수 때문이었다.

"글락 그룹 정도면 굳이 다른 사업체들 유지하느라 애쓸 필요도 없지. 너도 그 과정에서 얻어먹을 만한 게 있지 않겠어?”

엄대협은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이걸 수락하면 반태수를 배신하는 셈이 되지 않나.

‘아니지. 일단 수락하고 돈을 받은 다음에 반을 조용히 불러서 얘기해주면 되잖아.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엄대협의 생각이 슬슬 이들의 손을 잡는 쪽으로 정리되어갔다.

그래서 수락하겠다고 말하려는데, 아까 그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넌 수락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어차피 네 의견은 필요 없으니까. 우리가 뭘 할지 알기나 해? 넌 그냥 가서 너희 회장님 뒤나 졸졸 따라다니면 돼. 알았지?”

엄대협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여기서 뭐라도 말을 해야 자신이 안 우스워질 것 같은데, 할 말이 없었다.

대신, 뒤쪽에서 아주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드디어 찾았다. 내가 진짜 너희 곱게 안 둔다. 똥개훈련 제대로 했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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