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293화 (289/351)

293화.  < 다시 이면세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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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제 돌아오실 건데요?”

백진희가 이불 속에서 반태수를 끌어안은 채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이곳은 호텔이 아니라 최근 반태수가 새로 구입한 저택이었다.

드디어 저택을 마련했다.

말이 저택이지 리조트나 다름없는 시설과 규모였다.

저택을 관리하는 직원만 스무 명이 훨씬 넘는 큰 시설이었다.

그동안 번 돈이 상당하기에 이 정도 저택을 구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회사와 거리가 좀 멀 뿐이었다.

그 문제도 헬기를 구입해 대충 해결했다.

이번 기회에 회사를 통해 번 돈뿐 아니라 반태수가 아공간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들도 상당히 많이 처분했다.

그 돈을 이용해 저택과 헬기도 구입하고, 향후 몇 년 치 저택 유지비도 해결했다.

어차피 돈이야 앞으로 회사를 통해 화수분처럼 쏟아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 탈탈 털어서 써먹는다고 나중에 힘들 일은 없다.

솔직히 돈이 더 필요하면 마도구 몇 개 만들어 팔아도 되고.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 백진희를 쳐다봤다.

백진희의 눈빛에 담긴 불안함을 읽은 반태수는 씨익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당연히 돌아오죠. 그런데 시간은 좀 걸릴 거예요.”

"어디로 가시는지 …… 안 알려주실 거죠?”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거예요.”

물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자신에 대해 쉽게 말해주지는 않을 테니까.

현재 이면세계에서 반태수의 위치는 상당하다.

이제 상류층에서는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날리게 될지도 모른다. 자그마치 글락 그룹의 회장 아닌가.

물론 이름은 반태수가 아니라 반이겠지만.

이면세계의 평범한 사람들 중에 5대 가문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글락 그룹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단 도시 내에 글락 그룹의 지사가 있다면 그 도시의 대부분이 글락 그룹에 대해 안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지사라고 해도 관련 분야에서는 대부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니까.

이번에도 글락 그룹의 회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얼마나 떠들썩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조용했지만, 반태수가 지구로 오기 직전쯤에 글락 그룹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회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새 회장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 것이다.

아네스의 짓이었다.

아니, 아네스가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회장의 이미지와 회사의 이미지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러니 서로 적절히 이용해 도움이 되는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사실 반태수는 그러든지 말든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건 이제 아네스가 다 알아서 할 일이다.

자신은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가지며, 원하는 대로 살면 된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백진희가 끌어안은 팔에 힘을 조금 더 주며 물었다.

반태수는 대답 대신 살짝 웃었다.

사실 지금 삶의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반태수가 가진 삶의 목적, 지향점은 모두 마법에 있었다.

한데 과연 지금은 어떨까?

물론 마법은 여전히 반태수의 최종 목표 중 하나다. 끝없이 추구할 과제였다.

한데 이제는 좀 다른 욕심이 생겨난다.

뉴욕에서 이런 저택을 구입하고 회사를 세우고 고대인의 후예로 구성된 가문을 손아귀에 넣고, 능력자들을 영입한 것은 모두 하나의 맥락을 가진다.

세력을 형성한 것이다.

그건 이면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태수는 그곳에서도 세력을 형성했다. 사실 그곳의 세력이 지구의 그것보다 훨씬 견고하고 강력하다.

‘나는 왜 세력을 만들었을까?’

이면세계야 그냥 그렇게 흘러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명백히 자신이 주도해서 세력을 만들었다.

아니었으면 굳이 회사를 세우지 말았어야 한다.

솔직히 그럴 필요도 없었고.

반태수는 어쩌면 이렇게 세력을 만든 것이 자신의 의도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그렇게 딴 생각을 열심히 하고 있는 반태수에게 백진희가 말했다.

"그냥 잘 거 아니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요염하게 웃더니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반태수는 이내 아래에서 올라오는 짜릿한 자극을 느끼며 상체를 세웠다.

그냥 자긴 뭘 그냥 잔단 말인가. 아까 세 번이나 했는데.

아무래도 백진희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는 모양이다.

오늘 밤은 평소보다 좀 길 것 같다.

***

반태수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오랜만에 오는 이면세계의 저택이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지구에서 너무 오래 있었나보다.

평소에는 돌아오면 바로 밖으로 나가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고 방 곳곳을 차분히 살펴봤다.

어차피 기억 속에는 다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면서 기억과 대조해보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야 방에서 나갔다.

보통 돌아오면 방에서 나가 첫 번째 거실로 들어가자마자 엄대협이 달려오곤 했다.

한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엄대협이 오면 같이 커피나 한 잔 하면서 그동안 별 일 없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안 올 모양이다.

'바쁜가?’

엄대협이 바쁠 일이 뭐가 있을까?

사실 여전히 반태수에게 임무를 물어오는 브로커 역할이 주고, 듀마이어 공방을 관리하는 일을 좀 하는데, 그거야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아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설마 나가서 딴 일을 하나?

무려 글락 그룹이 반태수의 것이다.

그냥 회장도 아니고 모든 지분을 혼자 가진 말 그대로 글락 그룹의 주인이 바로 반태수였다.

그러니 반태수가 원하면 지사도 뚝딱 세울 수 있고, 일자리 몇 개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비서로 채용해도 그만이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글락 그룹 쪽 일이나 하나 맡겨볼까 했다.

“뭐, 제 살 길 자기가 찾겠다면 그러라고 해야지.”

엄대협이 굳이 그러겠다면 말릴 이유는 없다.

만나면 마력회로도 심어주고 하려고 했는데.

반태수는 세차게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건 서운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냥 있다가 없으니까 허전해서 그러는 거지.

반태수는 지구에서 여기로 오기 직전에 백진희와 함께 커피를 마셨다. 그래서 엄대협이 없다면 굳이 커피를 마실 이유가 없어서 거실을 나섰다.

반태수가 등장하자 저택 관리인들이 깜짝 놀라 열심히 인사를 했다.

반태수는 대충 인사를 받아주고는 정원으로 나갔다.

엄대협이 사는 게스트 하우스를 슬쩍 봤는데, 집에서 아예 나간 건 아닌 모양이다.

반태수는 정원에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왠지 분위기가 평소와 좀 다르다.

정원에 나와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정원 한쪽에 서 있는 비행선이 보였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반가웠다. 반태수는 얼른 비행선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가서 확인하니 비행선만 있고, 승무원이나 조종사들은 한 명도 없었다.

반태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어서였다.

보통 아무리 비행선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항상 두 명 정도씩은 남아서 비행선을 지키고 관리했다.

한데 지금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반태수가 그렇게 비행선을 보고 있을 때, 저택에서 집사가 나와 빠르게 다가왔다.

"돌아오셨습니까.”

집사는 반태수 앞에 서더니 정중히 인사했다.

“네. 이번에는 좀 오래 걸렸죠?”

집사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다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엄대협은 안 보이네요? 요즘 바쁩니까?”

"집에 안 돌아온 지 꽤 됐습니다.”

엄대협은 굳이 집사에게 연락도 하지 않으니 나가서 뭘 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아.”

반태수는 그제야 자신이 아직 전화기도 안 바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이면세계로 오면 바로 전화기부터 바꿨는데 말이다.

확실히 오랜만에 오긴 했다.

엄대협이 뭐 하는지 궁금하면 전화로 물어보면 될 거 아닌가. 물론 지금 당장 전화할 생각은 없지만.

"별 일은 없었죠?”

반태수의 물음에 집사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일이 좀 있긴 했습니다.”

“일이 있었다고요?”

“글락 그룹 회장님을 뵙고자 찾아온 손님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내가 여기 사는 것이 벌써 다 까발려졌다고요?”

얘기를 좀 더 들어보니 지구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보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니 집을 옮겼다고 판단해 다들 사라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무나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집을 좀 옮기는 게 낫겠군요.”

"예. 제 생각에도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여긴 너무 접근성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택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고 말이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랜만에 준비할까요?”

반태수는 차마 나가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집사의 눈빛이 어찌나 기대감으로 반짝이는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네. 오랜만이니 밥은 집에서 먹어야죠.”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집사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반태수의 뛰어난 귀로 안에서 관리자들과 요리사들을 볶아치는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태수는 피식 웃고는 전화기를 꺼냈다.

일단 자신이 돌아왔다는 사실부터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

반태수가 가장 먼저 연락을 한 것은 오스윈 프리든이었다.

그에게 연락을 하니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굳이 연락을 할 필요도 없었다.

저녁 먹을 시간에 맞춰서 올 사람이 다 와 버렸다.

데드릭 벨크리스, 살라자 샤마쉬, 페일라 린치필드에 안드렐라 윌렉스까지.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에 집사가 신이 나서 만찬을 준비하고 손님들을 정성껏 모셨다.

가볍게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는 굉장히 훌륭했다.

그 까다롭다는 살라자 샤마쉬가 크게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대체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데드릭 벨크리스의 물음에 반태수는 미리 준비한 답을 했다.

“고향에 좀 다녀왔습니다.”

“고향? 고향이 어딘데?”

반태수는 그저 씨익 웃기만 했다.

"어? 이건 또 뭐지? 대답은 안 하고 뭘 웃어? 고향 어디냐니까?”

확실히 대충 웃으면서 뭉개는 건 불가능한 사람이다.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이렇게 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게 중요하지.”

“하, 이놈 봐라?”

반태수는 이럴 때 쓸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을 하나 알고 있다.

"밥 다 먹었으면 커피 한 잔 해야죠?”

커피라는 말에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아,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래 돼서 다들 커피가 떨어졌겠구나.’

이들이 자신을 그렇게 애타게 기다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반태수는 자신에게 모이는 시선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금세 인원에 맞춘 커피가 마련되었고, 다들 커피를 한 잔씩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 식당에는 커피 마시는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

"그래, 고향에 가서 뭘 하고 왔는지나 말해봐라.”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충 각색해서 지구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골자는 자신이 포션 회사를 세웠다는 거였다.

그 얘기를 들은 모두가 어이없는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아니, 글락 그룹을 가진 사람이 난데없이 포션 회사는 왜 만들어요? 글락 그룹에 포션 사업부도 있을 텐데요? 그걸로 잘 나가는 지사도 몇 개 있고.”

반태수도 아는 이야기다. 처음 글락 그룹을 받았을 때, 그에 대해 정리한 자료를 읽어봤으니까.

그리고 지구와 연계한 정보를 찾느라 더 깊이 있는 자료까지 싹 섭렵했다.

그러니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냥 모른 척했다. 이럴 때는 그러는 게 편하다.

"이번엔 영감님 얘기나 좀 해주시죠. 저 없는 동안 뭐 없었습니까? 돌아와 보니 왠지 분위기가 좀 묘한 거 같던데."

데드릭 벨크리스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없긴 왜 없어. 요즘 아주 난리야. 타노로스 놈들 때문에.”

"타노로스요? 그놈들이 왜요?”

"너 없는 동안 테러가 열두 번이나 일어났어.”

반태수는 깜짝 놀랐다.

테러는 한 번만 일어나도 충격이 크다. 한데 그게 열두 번이나 일어났다니. 게다가 그 짧은 시간 동안.

“갑자기 그놈들은 왜 그러는 겁니까?”

“내가 타노로스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아? 뭐, 그놈들 원래 어쩌다 한 번씩 지랄발광을 해.”

"어쩌다 한 번씩 테러를 몰아친다고요?”

"그래. 넌 왜 그런 것도 몰라?”

데드릭 벨크리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거, 이거. 이럴 때마다 진짜 수상하단 말이야. 너 혹시 고향이 도시 밖에 있는 거 아냐? 아니면 저기 어디 지하도시 같은 데서 살았던 거나.”

반태수가 눈을 반짝였다.

“지하도시도 있습니까?”

“끄응. 관두자.”

"관두긴 뭘 관둡니까? 지하도시에 대해서 아는 거 있으면 얘기 좀 풀어 보시죠.”

"아, 그런 거 없다니까!”

역시 돌아오길 잘했다. 오자마자 이렇게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반태수는 적당히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조르다가 슬쩍 물었다.

"테러범들은 다 잡았습니까?”

“잡긴 뭘 잡아? 절반은 도망치고, 나머지 절반은 자폭했어.”

“도망쳤다고요?”

"그러니까 짜증이 나는 거지. 그놈들 내가 꼭 잡고야 만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반태수를 바라봤다.

"너도 같이 테러범 좀 잡을래?”

반태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뭐.”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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