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화. < 하리뮬러 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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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이 본격적으로 포션에 합류했다.
그녀가 능력을 써서 고대인을 관찰하는 일은 포션의 주 업무가 될 수 없었다.
그러니 뭐라도 일을 하나 맡아서 해야 한다.
한데 패트릭과 함께 일을 하기 시작하니 시너지가 엄청났다.
제인의 능력을 제대로 쓰려면 강력한 정보력이 필수였다.
한데 그 강력한 정보력을 패트릭이 제공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생각보다 죽이 척척 맞았다.
그동안 서로 떨어진 채 거의 연락도 하지 않으며 지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반쯤 단짝이 되어 버렸다.
제인은 패트릭이 제공하는 정보에 흠뻑 빠졌다.
패트릭은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문까지 수집했다.
수집한 소문을 특유의 통찰력과 분석력으로 가공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냈다.
한데 제인이 눈을 반짝일 정도로 기대하고 좋아하는 건 가공되지 않은 소문들이었다.
"정말? 알렉스가 똥을 지렸다고? 그것도 설사를?”
"그래. 자기 집무실에서 쏟아내는 바람에 지금 거기, 난리도 아니야.”
제인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나한테 그렇게 하더니 잘됐다. 하마터면 거기 갇혀서 능력만 계속 뽑아 먹힐 뻔했잖아.”
“그랬어도 우리 보스가 구해줬겠지.”
제인이 크게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당연하지. 그날 우리 보스가 나한테 보여준 걸 생각하면, 우리 보스는 인간이 아니야.”
"또 그놈의 고대인 타령.”
제인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 아니. 고대인만으로는 모자라. 고대인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질수록 우리 보스의 대단함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달까?"
패트릭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뭔데.”
"우리 보스는 외계인이 틀림없어.”
"넌 고대인 아니면 외계인밖에 몰라?”
"들어봐. 내가 말하는 외계인은 다른 별에서 온 그 외계인이 아니니까.”
패트릭이 의아한 표정으로 제인을 바라봤다.
제인은 확신에 찬 눈으로 말을 이었다.
“이면세계도 외계잖아. 그런 다른 세계에서 왔을 거야. 분명히!”
패트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스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쭉 자랐어. 이미 행적이 전부 밝혀졌다고.”
제인이 그렇지 않다는 듯 검지를 세워서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었다.
"보스는 고아로 자랐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씀.”
"저 정도 능력을 발휘하려면 성장 과정이 필요해. 출생이 불분명하다고 해서 이계에서 넘어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스의 능력은 지구에서 성장하면서 키웠다고.”
“이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능력이 크게 성장한 거라고.”
"그냥 천재라고 보는 편이 훨씬 타당성이 높을 것 같은데?”
“이익!”
제인은 더 대꾸할 말이 없어서 분한 표정으로 패트릭을 노려보다가 말했다.
"그래도 딴 세상에서 온 게 확실하다고! 무조건이야!”
패트릭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버렸다.
제인이 한참동안 씩씩거렸지만, 패트릭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결국 제인은 포기하고 자신의 태블릿을 꺼냈다.
“내가 전에 그 영상 보여줬던가?”
“뭔데?”
제인은 자신의 마지막 일로 찍었던 영상을 플레이했다.
원래 회사에서 저장한 영상을 빼돌리는 일은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한 번 능력을 써서 뽑아낸 영상을 다시 뽑아내는 건 불가능하기도 했고.
하지만 이번엔 굳이 돌아와서 커피를 통해 능력을 충전해 같은 영상을 다시 한 번 뽑아냈다.
알렉스가 마지막에 한 짓이 너무나 열 받아서였다.
어떻게든 엿을 한 번 먹여주고 싶어서 영상을 또 한 번 뽑아낸 것이다.
영상을 확인한 패트릭의 눈이 번득였다.
"이 구슬을 알렉스가 노리고 있는 게 확실하군.”
"맞아. 나보고 회사에 남아서 이런 걸 다 찾아내자던데?”
제인은 당시 알렉스가 해준 말을 전부 쏟아냈다.
그걸 모두 들은 패트릭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러니까 저 구슬로 기공술사를 양산할 수 있다는 거지? 에트리안과 테사라의 가문처럼.”
반태수는 에트리안에게 뽑아낸 정보의 대부분을 패트릭에게도 전했다.
아무래도 통찰력이라는 능력을 가진 패트릭에게 정보를 쌓아놓으면 더 양질의 정보가 튀어나올 테니까.
반태수는 패트릭의 마력회로도 자신의 몸에 직접 테스트를 해봤다.
한데 패트릭이 쓸 때보다 효율이 떨어졌다.
제인의 능력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마력회로를 오랫동안 써온 것도 능력의 효율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능력에 따라 적용 방식이 좀 다르거나.
그것도 아니면 사람마다 가진 기질이나 체질이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무튼 관련 정보를 가졌기에 저 구슬이 에트리안 가문에서 쓴다던 그 인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저 서재에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큰일이 난다는 것도 바로 파악했다.
저 서가를 열고 금고의 비밀번호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저 서재 안에 있는 위험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알렉스 쪽은 벌써 움직였겠네.”
"그렇겠지?”
이 영상을 확보한 날 바로 움직였을 것이다.
따로 행동하는 팀이 있을 테니까.
"그럼 우리가 괜히 나서봐야 좋은 꼴은 못 보겠네.”
“아니지. 알렉스를 엿 먹일 방법이 하나 있지.”
제인이 눈을 반짝이며 패트릭을 바라봤다.
"그게 뭔데?”
"이 가문, 하리뮬러라고 했던가?”
"응, 맞아. 하리뮬러 가문.”
"여기에 정보를 넘겨주면 되지. 알렉스가 서재 금고에 있는 구슬을 노린다고.”
"그래도 되려나?”
"왜? 혹시나 의심의 화살이 우리한테 날아올까봐?”
“그것도 그렇고, 알렉스가 나중에 확인하기라도 하면 괜한 적을 만드는 셈이잖아.”
“어차피 알렉스하고는 적이 됐어. 저쪽이 의심하는 건, 그러지 않게 잘 돌려서 전달하면 되고."
제인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안전만 확보된다면 알렉스를 엿 먹이고 싶었다.
"그럼 하자.”
패트릭은 여전히 신중했다.
"일단 보스한테 허락부터 맡고.”
"아…… 그렇지. 보스한테 허락을 받아야지."
그 어떤 과정보다 중요한 사항이었다.
***
반태수는 하리뮬러 가문의 저택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왜곡으로 모습을 감추고 날아서 들어갔기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반태수가 향한 곳은 인장이 보관된 서재가 보이는 창문이었다.
창문을 이루고 있는 유리도 보통 유리가 아니었다. 쉽게 깨기 어려운 특수 유리였다.
커튼은 활짝 열려 있었다.
아마 안에서 뭔가를 할 때는 커튼을 닫고 하겠지.
새삼 제인의 능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이 드론으로 찍었다는 영상은 아마 창밖에서 내부를 촬영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제인이 위치를 특정하기에 충분하니까.
반태수가 여기 온 이유는 알렉스의 일을 방해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가문의 인장이라는 것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하리뮬러 가문과 알렉스가 운영하는 회사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기 위함이기도 했다.
인장을 반태수가 가져가더라도 그걸 알렉스가 했다고 믿게 만들면 된다.
반태수에게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었다.
일단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휘저어 둬야 향후 활동하기가 편해진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알렉스가 보낸 놈들은 분명히 오늘 일을 벌일 것이다.
이건 패트릭의 추론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니 아마 그렇게 되리라.
서재에는 아무도 얼씬하지 않았다.
아마 가주 전용 서재일 테니 아무도 오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
반태수는 영역화로 근처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살폈다.
저택 내에는 수많은 사람이 바쁘게 오가는 중이었다.
물론 한가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가한 사람 대부분이 기공술사였다.
‘오, 이 가문의 기공술사들은 방식이 또 다르네?’
일단 명치에 작은 마력회로가 존재하고, 두 번째 마력회로가 첫 번째 마력회로를 감싸듯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마력회로가 또 그것을 감쌌고.
그런 식으로 일곱 개의 마력회로가 동심원을 그리듯 구성되어 있었다.
다만 입체적이진 않고 평면적이었다. 만일 입체적으로 저걸 구성했다면 정말 엄청난 마력회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반태수의 머릿속에서 마력회로의 구상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첨가되었다.
아무튼 가장 작은 마력회로부터 차근차근 열어가는 방식이었는데, 일곱 개 전부를 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가장 많이 연 사람이 다섯 개였다.
하지만 이 하리뮬러 가문의 마력회로를 다섯 개 연 것이 에트리안의 가문에서 일곱 개를 전부 연 것보다 더 대단한 것이 분명하다.
다섯 번째 마력회로만 해도 에트리안의 마력회로 중에서 다섯 개를 합한 것만큼 크고 복잡했으니까.
즉, 다섯 개의 마력회로를 열면 에트리안이 일곱 개를 전부 연 것보다 두 배가 넘는 크기가 된다.
‘이게 각 가문의 수준 차이를 만드는 건가?’
하리뮬러 가문의 마력회로는 가장 중심에 있는 마력회로가 작고 단순하기 때문에 첫 마력회로를 여는 건 아마 굉장히 쉬울 것이다.
두 번째는 좀 더 어렵지만 다른 가문, 그러니까 에트리안의 마력회로를 여는 것과 비슷하다.
세 번째부터는 아마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이 많은 기공술사 중에 가장 많이 연 사람이 고작 다섯 개인 것이고.
아무튼 하리뮬러 가문의 마력회로는 처음 열기가 쉬워서 그런지 기공술사의 수가 엄청났다.
절반 이상이 마력회로를 하나밖에 못 열긴 했지만.
반태수는 영역화의 범위를 저택에 딱 맞춰서 좀 더 세밀한 정보를 얻고 있었다.
그 정도로 해야 마력회로를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범위를 넓히면 마력회로가 희미해진다.
최근 영역화를 개선했다. 마력회로를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말이다.
영역화는 개선을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이렇게 불쑥불쑥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오니.
아무튼 이제 저택은 볼만큼 봤으니 영역화를 좀 더 확장했다.
그놈들이 오는 걸 미리 파악해야 하니까.
영역화의 범위가 쭉 늘어났다. 그리고 영역화의 반경이 1킬로미터를 넘겼을 때, 수상한 놈들을 포착했다.
하리뮬러 가문에서도 제법 준비를 했다.
마력회로를 하나라도 연 사람은 무장을 하고 적을 기다렸다.
그리고 저택 담장에 CCTV를 추가로 잔뜩 달았고.
또한 마력회로 다섯 개를 연 가주가 저택의 중심에 앉아서 능력을 쓰고 있었다.
그는 영역화와 비슷한 감지 능력을 가졌다.
그 감지 능력으로 저택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는 듯했다.
수상한 자들이 저택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저택의 상황을 살폈다.
"맥, CCTV가 좀 많은 것 같은데?”
"그러게.”
맥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
"뚫고 가기가 만만치 않겠는데?”
"어차피 EMP 한 방 터트릴 거야. CCTV고 뭐고 싹 끝장날 테니 그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돼.”
"그럼 너무 요란한 거 아냐?”
"괜찮아. 어차피 누가 한 건지도 모를 테니까. 서재에서 금고 여는 건 별 거 아냐. 금방 끝나니까 너희가 시선만 제대로 끌면 어려울 거 없어.”
맥의 말에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의 수는 열 명이었다. 다들 실력이 뛰어나니 시선을 끄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낼 것이다.
"괜히 잡히지 말고 조심해. 잡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잡히면 자폭하는 것이 이들의 규칙이었다.
잡은 자들은 물론이고 근처에 있는 자들까지 휩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폭탄을 여러 개 몸에 장착했다.
“자, 일단 EMP 터트린다.”
맥은 등에 짊어지고 있던 EMP 발사기를 꺼냈다.
그리고 살짝 위를 조준하면서 위치를 잡았다.
되도록 저택의 중앙에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가장 효과가 좋을 테니까.
물론 좀 빗나간다 하더라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워낙 강력한 놈이니까.
"터지면 바로 담장 넘어.”
맥은 그렇게 말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퉁!
준비한 EMP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꽈앙!
탄이 터지면서 울렁거리는 파장이 주변을 싹 휩쓸었다.
저택의 불이 모조리 꺼졌다.
당연히 CCTV도 정지되었고.
맥의 동료들이 일제히 달려 담장을 툭툭 뛰어넘었다.
점프해서 담장의 중간을 한 번 찍고 또 위로 쭉 점프해 담장을 넘었다.
그들의 동작은 간결하면서도 빨랐다.
그때 저택 안쪽에서 날카로운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흩어져!”
맥의 외침에 동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들이 방금 있던 곳에 무수한 칼자국이 생겨났다.
두두두두두!
꽈앙!
총소리와 폭탄 터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동료들의 활약을 확인한 맥은 빠르게 담장을 넘었다.
그리고 목표가 있는 서재를 향해 서둘러 달렸다.
맥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최단 거리로 서재에 도착했다.
움직임이 빠르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쉽게 서재에 도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맥은 기공술사였다. 은신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몸이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존재감이 사라지고 본능적으로 사각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맥은 빠르게 책장의 책을 뽑았다가 다시 꽂았다.
정확히 영상에서 확인한 대로 한 것이다.
이내 책장이 좌우로 열렸다.
맥이 막 금고로 달려들려는 순간, 서재 곳곳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쏘아졌다.
슈슈슈슈슉!
맥은 다급히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방금 맥이 서 있던 자리를 무언가가 휙휙 지나갔다. 그것들은 서재의 벽과 책장에 깊이 박혔다.
맥은 얼른 다시 일어나 금고의 비밀번호를 빠르게 눌렀다.
그 순간, 서재 곳곳에서 또 한 차례 무언가가 날아왔다.
맥은 절묘하게 그것들을 피해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되었지만, 맥은 용케도 그때마다 미리 알아차리고 그걸 전부 피해냈다.
맥은 결국 금고를 여는 데 성공했다.
서둘러야 한다. 서재에 들어온 지 제법 시간이 지났으니 반드시 누군가 이리로 달려올 것이다.
아마 가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금고 안에서 구슬을 꺼낸 맥은 다시 금고 문을 닫고는 돌아서서 서재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손에 있던 구슬을 쑥 빼갔다.
맥이 당황해서 누군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럴 틈이 없었다.
갑자기 유리창이 박살 났으니까.
쩌어어엉!
맥은 이게 무슨 일인가 당황했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어떤 힘이 자신의 몸에 강제로 작용하더니 창문 밖으로 휙 던진 것이다.
마치 밖에서 보면 자신이 창을 부수고 뛰어내리는 듯할 것이다.
"쫓아라! 저놈이 인장을 빼갔다!”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고, 무수한 사람들이 맥을 향해 달려들었다.
맥은 이번에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휙 날아서 담장을 넘은 것이다.
아마 가까이서 봤다면 자세가 좀 이상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담장을 넘은 맥은 또 한 번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갑자기 하늘 위로 훅 떠오른 것이다.
담장을 넘어 뒤따라온 하리뮬러 가문의 기공술사들이 사방을 뒤졌지만, 허공에 떠 있는 맥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맥의 주위로 왜곡이 펼쳐져 있었으니까.
맥은 허공에 뜬 채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저택 안쪽으로 향했다.
안에서는 계속 소란이 이어지고 있었다.
동료들이 아무도 빠져나오지 않고 계속 시선을 끄는 중인 모양이었다.
‘너무 오래 있는데? 슬슬 빠져나와도 되는데…….'
미리 약속한 시간이 있었다. 아무리 늦어도 이쯤이면 나와야 하는데 못 나온다는 건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동료들을 다시 보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조만간 큰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리라.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소란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맥은 당황했다. 동료들이 아무도 자폭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왜? 자폭 안 해서 이상해?”
맥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려고 하는데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
“전부 사로잡혔어. 내가 약간 조치를 해뒀거든.”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앞으로 좀 재미있어 지겠다. 그렇지?”
그 말을 끝으로 맥은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반태수는 맥과 함께 그곳을 벗어났다.
이제 하리뮬러 가문이 인장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