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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78화 (274/351)

278화.  < 의심스러운 자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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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플레이 합니다. 짜잔!”

제인은 환한 얼굴로 태블릿에 영상을 띄웠다.

영상은 어딘가의 도로였다.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만든 도로는 아니었고, 돌을 박아서 만든 도로였는데, 어찌나 촘촘하고 조밀하게 돌을 끼워 맞췄는지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간혹 있는 빈틈도 무언가로 막아놓았는데, 뭐로 막았는지 얼른 파악할 수가 없었다.

반태수가 보기에 유리 같았는데, 확실치는 않았다.

그 도로 위를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전부 고대인이었다.

하나같이 외모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남자고 여자고 마찬가지였다.

다들 귀는 뾰족했고.

귀가 뾰족하다고 해서 길쭉한 건 또 아니었다. 충분히 이질감이 들긴 하지만 사람 귀와 비교하면 약간 더 큰 정도였다.

도로는 차도와 인도가 나뉘어 있었다.

차도에는 마차처럼 생긴 차들이 다니고 있었는데, 배기구가 없는 차였다.

화석 연료가 아닌 다른 에너지로 움직인다는 뜻인데, 반태수는 왠지 그 에너지가 마력과 관계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능력을 쓰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대인이 어느 정도 문명을 이루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영상이었다.

처음에는 고대인들을 가까이 살피다가 구도가 업어지면서 전체적인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당히 높은 빌딩이 도시를 꽉 메우고 있었다.

빌딩의 모습은 굉장히 다양했다. 곡선 형태를 띤 것도 있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괴한 모양의 빌딩도 있었다.

놀라운 건 그렇게 다양한 빌딩이 있는데, 서로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었다.

빌딩 사이사이로 비행선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고대 도시가 아니라 미래 도시라고 여길 법한 광경이었다.

영상은 거기까지였다.

제인이 의기양양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어때요? 굉장하죠? 내가 진짜 머리 엄청 써서 찍은 영상이에요.”

시간이야 최대한 오래전으로 잡으면 되니, 중요한 건 위치였다.

제인은 적절한 위치를 잡기 위해서 몇 차례나 능력을 써야 했다.

그렇게 해서 찍은 것이 이 영상이다.

사실 쿨타임이 하루 두 번으로 늘어나지 않았다면 찍을 엄두도 낼 수 없는 영상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영상 하나 찍기 위해 몇 달을 투자해야 할 테니.

제인은 테이블에 놓인 빈 찻잔을 바라봤다.

“정말 마법 같아요.”

반태수가 순간 흠칫했다. 그리고 제인의 시선이 향한 방향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인 입장에서 저 커피는 마법 같을 것이다.

"그나저나 만 년 전에 이런 문명을 이루고 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왜 흔적이 하나도 안 남았을까요?”

"누군가 의도적으로 흔적을 감췄을 수도 있죠.”

"그게 쉬울까요? 아마 거의 불가능할 거 같은데.”

뭔가 지구에 지각변동이라도 일어나서 문명이 멸망했다고 해도 어딘가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저 문명이 고작 저런 도시 한두 개 정도 있고 말 것은 아닐 테니까.

아마 거대한 나라를 이루고 있을 텐데 그게 통째로 사라졌을 리 없지 않은가.

‘만일 저 고대인의 후예가 있다면 더더욱 흔적이 남아 있어야 정상이고.’

어쩌면 저 고대인의 후예들이 작정하고 흔적을 감췄을 수도 있다.

'그래. 그건 좀 말이 되네.’

후예들이 큰 힘을 바탕으로 강력한 금력과 권력을 손에 쥐고서 일을 벌였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으리라.

반태수는 제인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영상들은 전부 패트릭한테도 보내주세요.”

“네."

"아, 그리고 이 영상 어디를 찍은 거죠? 거기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제인은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 어플을 실행시켰다.

그리고 능숙하게 조절하더니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요.”

위치를 확인해보니 사막이었다.

"사막이네요?”

"네. 그러니까 위치 찾기가 어려웠죠.”

반태수는 감탄한 표정으로 제인을 쳐다봤다.

"대단하네요.”

"헤헤. 그렇죠?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 그러니까 내일 아침은 토스트?”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해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런 건 너무 자주 해주면 안 된다.

"상황 봐서요.”

바로 대답해주지 않았더니 제인이 실망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예 거절한 게 아니라서 희망이 생긴 모양이었다.

물론 내일 아침은 그냥 식당에서 먹을 것이다.

토스트는 사흘쯤 후에 해주면 되리라.

제인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에트리안에게 붙인 마킹은 계속 감시했다.

지독한 놈이었다. 결국 호텔에서 자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동안 집에 가지 않을 모양이다. 일어나자마자 옷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을 구입하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럼 이쪽 말고 다른 쪽을 확인해야지.

***

알바레즈와 에이든은 오늘 회사 외부의 한적한 주차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빌딩의 지하주차장인 데다가 지하 3층이었기에 어둑어둑했다.

에트리안의 소개로 전투 기공술사를 만나기로 했다.

에트리안은 당분간 연락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했다.

누군가 자신을 감시한다는데, 솔직히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아무래도 망상증이 있거나, 아니면 진짜 능력이 대단하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물론 두 사람은 후자 쪽으로 생각했다.

에트리안은 확실히 뛰어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런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한 거지? 여기 빌딩도 뭐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던데.”

"대충 알아보니까 개인 사업자들이 쓰는 사무실이 모여 있는 빌딩 같던데.”

"그래? 뭐 그 사람들이랑 연관이 있는 빌딩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주차장 너무 열악한데? 등도 거의 없잖아. 차 몰고 들어오다가 사고 나겠다.”

"뉴욕 돌아다녀보면 이보다 더한 곳도 많아.”

“말도 안 돼. 난 그런 거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진짜라니까? 네가 너무 곱게만 자라서 그런 거야.”

"웃기고 있네. 나랑 다를 것도 없는 놈이.”

그렇게 티격대격하면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육중한 SUV였는데, 우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달려와 두 사람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섰다.

끼이이익!

알바레즈와 에이든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솔직히 저 차가 자신들을 밀어버리려는 줄 알았다.

깜짝 놀랐지만 입을 꾹 다물고 차를 노려봤다.

차 문이 열리고 나타난 사람은 여자였다.

나이는 살짝 있어 보였다. 서른은 확실히 넘어 보였다. 하지만 굉장히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얼마 전에 봤던 에트리안도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의 미남이었는데, 저 여자도 그만큼이나,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한 매력을 풀풀 풍겼다.

외모를 보고 나니, 방금 있었던 일을 자신도 모르게 용서하고 말았다.

알바레즈와 에이든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약속하신 분입니까?”

여자가 빙긋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두운 주차장이 환해지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맞아요. 에트리안의 소개로 온 테사라입니다. 이쪽 분이 알바레즈, 이쪽 분이 에이든, 맞나요?”

알바레즈와 에이든은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묘한 기시감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생각해보니 에트리안도 만났을 때 저런 식으로 말했다.

"일단 자리를 옮기죠.”

테사라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갈까요?”

테사라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위에 자리를 마련해 뒀습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여기로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었다.

아마 도청 방지를 비롯해서 다양한 조치를 한 장소가 있으리라.

테사라는 지하주차장 구석으로 가서 벽을 가볍게 밀었다.

그러자 벽이 안으로 슥 들어가더니 옆으로 또 들어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공간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이걸 타시면 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쭉 올라가 건물 중간쯤에 도착했다.

그곳은 상당히 넓은 공간이었다.

한 층의 대부분을 터서 만든 듯했다.

천장과 벽에 기묘한 빛이 물결치듯 흘러 다녔다.

한쪽 구석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각종 핑거푸드와 음료가 준비된 곳이었다.

그곳에 가서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알바레즈와 에이든 뒤쪽에 경호로 따라온 자들이 쭉 늘어섰다.

오늘은 경호로 왔지만, 나중에 백진희 납치 작전에 참여할 능력자들이기도 했다.

테사라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며 말했다.

"계획부터 세우죠. 언제 시작하죠?”

"우리는 사흘 후, 금요일을 디데이로 잡고 있습니다.”

"굳이 그날로 잡은 이유는요?”

"행동 패턴을 분석했는데, 이번 주 금요일에 백진희는 회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을 이용할 겁니다."

“확실한가요?”

“확률은 80%쯤 됩니다.”

테사라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호텔에서 지낸다고 들었는데, 금요일마다 다른 호텔에 간다고요? 흥미롭네요. 거기서 남자라도 만나는 걸까요?”

"혼자 하룻밤 자고 나오는 걸로 압니다. 왜 그러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뭐, 이번에 잡으면 물어보죠.”

알바레즈가 테이블에 태블릿을 놓고 지도를 실행시켰다.

포션을 중심으로 정밀 지도가 쫙 펼쳐졌다.

능숙하게 화면을 조작해 백진희가 갈 거라 예상한 호텔과 포션 사이의 지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걸 본 테사라가 눈을 반짝였다.

“괜찮은 지점이 몇 개 있네요. 두 분은 어디를 생각하나요?”

알바레즈가 지도의 한 부분을 짚었다.

공원을 끼고 지나가는 도로라서 무슨 일이든 벌이기 좋은 장소였다.

"괜찮네요. 거기로 하죠.”

테사라가 시원시원하게 허락하면서 넘어가니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계획을 확립하고 나자 테사라가 눈을 빛내며 앞에 앉은 두 사람과 그들의 뒤에 선 사람들을 번갈라 바라봤다.

"이제 우리 서로의 실력을 좀 확인하고 맞춰볼까요?”

"실력이요?”

“아, 그래서……."

에이든은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들러봤다.

여기가 보통 장소일 리 없다. 아마 훈련을 하는 곳이겠지.

테사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간의 중심부로 이동했다.

“기대되네요.”

테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능력을 가볍게 썼다.

그녀의 마력회로가 움직이며 활성화 되었고, 그것이 테사라의 모습을 약간 바꿔놓았다.

겉으로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속, 그러니까 옷으로 가려진 부분에서 격렬한 변화가 있었다.

일단 근육이 달라졌고, 피부가 달라졌다.

"그쪽도 내 실력을 확인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다. 알바레즈와 에이든은 경호원들을 둘러봤다.

경호원들의 입가가 사납게 올라갔다.

그들은 테사라를 노려보며 그녀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이동하면서 간격을 조절해서 그녀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반쯤 포위하다시피 했다.

테사라는 그들에게 턱짓하며 말했다.

"총 뽑아요. 무기 안 쓰면 너무 싱거우니까.”

경호원들은 그 말에 즉시 무기를 뽑아 그녀를 겨눴다.

테사라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그리고 온몸의 근육이 꽉 조여지더니 그대로 풀어지며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경호원들이 당황하며 사방을 둘러봤다.

테사라가 다시 나타난 곳은 경호원 중 한 명의 뒤였다.

가볍게 목 근처를 툭 건드린 테사라의 모습이 다시 사라졌다.

목을 맞은 경호원이 힘없이 풀썩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경호원들이 계속 당했다.

그렇게 해서 여덟 명이나 되는 경호원이 전부 쓰러지는 데,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테사라는 오연한 모습으로 그 중심에 서서 알바레즈와 에이든 쪽을 바라봤다.

"어때요? 이제 좀 믿음이 생기나요?”

두 사람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금요일, 백진희는 살짝 긴장한 채 걷고 있었다.

몇 번 갔던 호텔로 가는 중이었는데, 미리 들은 얘기가 있는지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알바레즈 일당이 자신을 습격한다고 했다.

목적은 납치.

얘기만 들으면 무시무시한 상황이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미리 아는 사실인데다, 반태수가 있으니까.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되도록이면 자신이 직접 해결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반태수가 언제든 나설 테니 두려울 이유가 없었다.

어떤 상황이든 몸 하나 빼낼 자신은 있었다.

주렁주렁 달고 있는 마도구가 몇 개인데 쉽게 당하겠는가.

‘적의 수는 총 열여섯. 그 중 열다섯은 무장한 능력자. 한 명은 기공술사. 기공술사의 능력은 일단 육체강화.’

그리고 다른 능력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백진희는 슬슬 공원 옆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 길만 다 지나가고 나면 목적지인 호텔이 나온다.

평소에 그 호텔에 간 이유는 반태수와 밤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지금 머무는 호텔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굳이 따로 호텔을 잡아서 밤을 지낸 것이다.

한데 그것까지 적들이 전부 파악하고 있을 줄이야.

좀 짜증도 나고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아무튼 이 길을 가던 중에 습격할 거라고 했으니 이제 곧 일이 벌어질 것이다.

백진희는 일정한 속도로, 또 긴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 쓰며 걸었다.

그리고 그런 백진희의 모습을 왜곡을 건 채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반태수가 지켜보고 있었다.

반태수는 테사라의 몸에 마킹을 붙였는데, 그녀 역시 참으로 지독했다.

마킹을 붙인 이후, 한 번도 집에 들어가질 않았다.

그래서 아직 테사라와 에트리안이 어디 사는지도 알아내지 못했다.

테사라는 에트리안처럼 감지 능력을 가진 건 아니고, 아마 에트리안이 미리 당부했던 모양이다.

에트리안에게 마킹을 붙인 이후, 그가 테사라에게 연락하거나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저러는 걸 보면, 아무래도 다른 방식으로 소통을 한 것이 분명했다.

예를 들면 텔레파시라거나.

‘드디어 도착했군.’

적들이 숨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제 곧 저들이 행동을 시작하리라.

저들이 첫 번째 기습으로 준비한 것은 포획용 그물이었다.

엄청나게 큰 그물이 하늘 높이 떠올라 쫙 펼쳐지는 것으로 적의 기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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