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 제인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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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마지막 일을 하기 전까지 집에 있기로 했다.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반태수로부터 매일 한 잔씩 마실 수 있을 만큼의 커피를 따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매일 반태수가 머무는 호텔로 출근할 생각이었다.
제인은 그렇게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음미했다.
그러면서 반태수에게 받은 마도구들 몇 가지의 사용에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을 했다.
‘이건 진짜 신기해. 정말 마도구라는 건 대단하구나.’
지금 제인이 연습하는 마도구는 일종의 레이더였다.
작동할 때마다 주변을 스캔해서 정보를 전해준다.
이 마도구는 반태수가 영역화를 응용해서 직접 제작했다.
반경 30미터 정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위치를 머릿속으로 전송해준다.
그러면 한동안 사람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움직임을 알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또 어떤 일을 하려는지 미리 알 수 있다.
물론 평소에는 별로 쓸 일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있을 때는 가끔 쓰면서 주변 상황을 살피기 좋은 마도구였다.
지금도 이걸 쓰면 주변에 배치된 경호원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데 그 중에서 몇몇 경호원의 움직임이 좀 이상했다.
그리고 앤드류의 움직임도 평소와 달랐다.
제인은 문득 궁금해져서 소리를 켰다. 평소에는 너무 과부하가 걸려서 잘 쓰지 않지만, 지금은 왠지 써야만 할 거 같았다.
그리고 앤드류의 소리를 확실히 들었다.
- 시작해.
앤드류는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무언가를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뭘 시작하라는 거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
제인은 깜짝 놀라서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다. 마도구를 다시 써서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경호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반경 30미터에 살짝 걸쳐서 들어온 자들이 여럿 있었다.
경계를 들락거리는 중이었는데, 무장한 남자들이었다.
그리고 앤드류가 집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쾅쾅쾅!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제인! 문 좀 열어봐요! 비상 상황입니다!”
제인은 일단 문으로 다가갔다. 마도구를 써서 주변을 스캔했는데, 문 근처에는 앤드류 말고는 없었다.
문을 열었다.
앤드류가 급히 안으로 들어온 다음 문을 닫았다.
"무슨 일이죠?”
“마피아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마피아요? 마피아가 왜요?”
"확실치는 않지만,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거 같습니다.”
제인의 머릿속이 팽팽 돌아갔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겠지. 그 누군가는 아마 앤드류일 테고.
아까 시작하라던 앤드류의 말이 바로 지금 이 상황을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한데 가증스럽게 자신을 위하는 척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제인은 일단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앤드류의 말에 제인의 생각이 많아졌다.
대체 목적이 뭘까? 앤드류를 믿을 수 없게 되었으니 그가 무슨 짓을 할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얼마나 유능한지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 정도면 그냥 잠자코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 괜찮겠지만…….'
만일 다른 꿍꿍이가 있다면 문제가 생긴다.
집에 꽁꽁 틀어박혀 있다가 마피아들이 우르르 몰려온다면 꼼짝없이 잡힐 거 아닌가.
물론 반태수가 잔뜩 안겨준 마도구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지만,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결정을 내린 제인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집에 숨어있으면 오히려 위험할 거 같아요. 나가서 다른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겠어요.”
그 말에 앤드류가 기겁했다. 이건 전혀 예상에 없던 상황이다. 밖에 나가긴 어딜 나간단 말인가. 눈먼 총알에 맞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너무 위험합니다. 제인, 절 믿고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제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판단하기에는 나가는 게 최선이에요.”
제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앤드류가 다급히 그녀의 팔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는 곳에는 이미 제인이 없었다. 언제 도착했는지 제인은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제인! 위험해요!”
제인이 고개를 돌려 앤드류를 바라봤다.
앤드류는 제인의 눈빛과 표정이 마치 ‘나는 네가 한 일을 다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듯해서 순간 숨을 삼켰다.
제인이 밖으로 나갔다.
앤드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뛰었다.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가 제인을 찾았다.
제인은 도심지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중이었다.
당연히 그런 제인을 마피아가 내버려둘 리 없다.
마피아가 받은 의뢰는 제인을 최대한 위협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경호팀과 총격전을 벌여야 했고.
두두두두두!
제인을 향해 마피아들이 총을 마구 갈겼다.
물론 정확히 맞추려고 하지 않고 주변에 총알이 쏟아지도록 잘 조절하긴 했다.
제인은 더 빨리 달렸다.
속도를 높여주고 체력을 아껴주는 마도구 신발을 신고 있었기에 정말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이번엔 마피아들이 당황했다. 너무 빨라서 이러다간 놓칠 것 같았다.
하지만 제인이 달려가는 쪽에도 마피아들이 있었다. 이 근방을 전부 포위하다시피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제인은 앞을 막아서서 총을 겨누고 있는 마피아들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헤이! 아가씨! 멈추지 않으면 총알이 그 예쁜 가슴에 구멍을 뚫게 될 거야.”
"그냥 얌전히 잡혀주면 절대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대신 기분 좋은 일은 할지도 몰라. 크하하하!”
마피아들이 조롱 섞인 말을 쏟아냈다.
제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달렸다.
총? 쓸 테면 쏘라지. 이쪽에는 충격을 자동으로 막아주는 마도구가 있다 이거야.
하지만 마피아들은 굳이 총을 쏠 생각이 없었다.
그저 팔을 벌리고 길을 막아서는 것만으로 제인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실제로도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제인에게 마도구가 없다면 말이다.
제인은 마피아들과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의념을 보냈다.
마피아들이 와락 끌어안으려는 순간, 제인의 마도구가 발동했다.
꽈아앙!
강렬한 충격파가 팔을 벌리고 달려드는 마피아들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제인은 뻥 뚫린 길을 따라 쏜살같이 달려갔다.
마피아고 경호팀이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제인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앤드류였다.
"뭣들 하고 있어! 쫓지 않고!”
마피아고 경호팀이고 부리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앤드류는 꼬여버린 상황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문득 방금 벌어진 일들이 차근차근 떠올랐다.
대체 마피아들을 날려 버린 건 뭐였을까?
"뭐가 저리 빨라?”
웬만한 국가대표 단거리 선수보다 빠른 것 같았다. 물론 착각이겠지만.
마피아와 경호팀은 차량을 동원해서 제인을 쫓아갔다.
둘이 서로 짜고 이 일을 벌였다는 걸 들켜선 안 되기에 제법 신경을 써서 쫓아갔다.
가장 앞에서 달리는 차량은 경호팀의 것이었다.
제인을 낚아채기만 하면 그 뒤로는 일이 좀 더 수월해질 테니까.
아무리 달리기가 빨라도 차를 따돌릴 수는 없었다.
경호팀의 차량이 달리는 제인의 옆에 바짝 붙었다.
제인은 인도를 따라 달렸기 때문에 인도 옆 차선을 따라 제인과 속도를 맞춰서 이동했다.
조수석에 탄 경호원이 창문을 열고 외쳤다.
"제인! 어서 타요! 안전한 곳으로 가야죠!”
제인은 달리다가 고개를 휙 돌려 차를 봤다.
"그거 타는 게 더 위험해 보이는데요?”
제인의 시선이 차량 뒤쪽을 힐끗 살폈다.
저 멀리서 마피아의 차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중이었다.
"그럼 전 이만.”
제인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난 골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차량으로 쫓을 수 없는 길이었다.
제인은 달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언제까지 달려야 하는 거지? 뭐…… 힘들지는 않지만.”
마도구들의 힘이 정말 대단했다.
체력을 보충해주는 마도구까지 있었다.
이런 다양한 마도구를 가진 반태수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대단한 마도구를 건네주는 걸 보면 이런 마도구가 여러 개 더 있다는 뜻이리라.
제인은 그렇게 딴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달렸다.
한데 어느 정도 달리다 보니 더 이상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다.
"정말이네?”
반태수가 말한 대로였다.
도망치다보니 적들이 다 사라졌다. 심지어 경호팀까지.
제인은 달리는 걸 그만두고 천천히 걸었다.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 집에는 다시 돌아가기 싫었다. 그냥 처분해 버릴 것이다.
오늘 일을 겪고 나니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보스한테 집도 해결해 달라고 해야지”
제인이 반태수를 생각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방향을 전환했다. 반태수가 머무는 호텔이 있는 쪽으로.
제인은 경쾌하게 걸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정말로 기분 좋은 날이었다.
***
반태수는 제인이 펼치는 활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제인에게 말했던 것처럼 태블릿을 써서 확인한 건 아니고, 영역화를 이용했다.
제인에게 지급한 마도구들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드론들의 활약도 썩 괜찮았다.
드론들은 적과 아군을 구분했다.
일단 경호팀은 아군으로 판단하고 마피아는 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제인의 뒤를 쫓아가던 마피아들은 드론의 공격에 전부 죽었다.
왜곡 때문에 보이지도 않기에 어디서 공격이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반격도 거의 불가능했다.
드론에 내장된 무기는 공격 마법이 걸린 마도구였다.
세 개의 무기를 내장했는데, 보이지 않는 충격파를 이용한 공격을 주로 했다.
이 역시 드론에 내장된 AI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드론 AI가 정말 제법인데?’
아무튼 그렇게 충격파로 마피아의 차량을 공격해 엔진을 박살 냈고, 마피아들을 공격해 죽였다.
경호팀은 끝까지 내버려 둬야 하는데, 그건 반태수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에 살짝 명령을 조정해 경호팀의 차량을 부수도록 했다.
차량이 없으면 결코 제인을 따라가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 드론들은 어느새 제인 근처로 모여 주변을 경계했다.
"최고네.”
아무래도 저 드론, 좀 더 얻어와야겠다.
잘 이용하면 반태수가 거둬들인 사람들을 훨씬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저 왔어요!”
어느새 제인이 도착했다.
그녀는 반태수를 보자마자 아차하는 표정으로 손뼉을 짝 쳤다.
"아! 커피 놓고 왔다!”
급히 나오는 바람에 커피를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다.
“아까워!”
제인은 억울해서 주먹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팡팡 두드렸다.
그걸 본 반태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커피 두 잔을 내려 제인에게 한 잔을 건네고 소파에 앉았다.
"거기 앉아요.”
제인은 얌전히 반태수의 맞은편에 앉아 커피를 홀짝홀짝 마셨다.
“겪어보니 어때요? 괜찮은 거 같아요?”
제인이 환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끝내줘요. 어떤 상황이든 무조건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거면 됐다. 반태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좀 더 개선할 여지는 있지만, 그거야 차츰 조절하면 된다.
반태수는 제인을 이용해 개인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었다.
제대로 조정이 끝나 괜찮은 수준에 이르렸다고 판단되면, 그걸 자신이 거둔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할 계획이었다.
‘필연적으로 내가 더 드러나겠지.’
예전에는 그게 그렇게 조심스러웠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이건 좀 신기한 일이었다. 아니, 면밀히 확인해 봐야 할 일이었다.
어쩌면 이 역시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개입한 결과인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에 잠긴 반태수의 얼굴을 제인이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반태수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상념에서 벗어났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부담스럽게.
제인은 여전히 반짝거리는 눈으로 물었다.
“보스, 솔직히 말해줘요.”
"뭘요?”
"보스, 외계인이죠?”
반태수는 너무나 뜬금없는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어이가 없네요.”
"왜요? 난 아무리 생각해도 외계인 말고는 답이 안 나오는데? 아니면 설마 전설의 고대인?”
반태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전설의 고대인은 또 뭐예요?”
“아주 오래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자들이요. 사람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실제로 사람은 아니에요.”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소설을 너무 많이 봤네요.”
"소설 아닌데요? 잠깐만요.’’
제인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손가락으로 슥슥 밀며 무언가를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반태수에게 보여주었다.
"자, 이거 보세요.”
제인이 보여준 건 영상이었다.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남자였다. 한데 보통 사람과 좀 달랐다.
얼굴은 엄청나게 잘생겼다. 아니, 오히려 예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의 미모였다.
한데 귀가 살짝 뾰족했다.
마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엘프처럼.
그가 손을 이리저리 휘젓는다. 그러자 수십 개의 벼락이 그의 앞에 쏟아졌다.
영상은 딱 거기까지였다.
"어때요? 이거 진짜 우연히 찍은 거거든요?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회사에 들어가기도 훨씬 전에요.”
제인의 눈빛이 더욱 반짝이는 듯했다.
"귀 빼고는 보스랑 다 비슷하지 않아요? 솔직히 보스보다 잘생긴 사람은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런데 그나마 비슷한 사람이 여기 있네요?"
제인이 스마트폰을 살짝 흔들면서 눈웃음을 쳤다.
"자, 이제 보스의 진정한 정체를 말씀해 주시죠.”
반태수는 오히려 더 신기한 기분이었다.
"이게 고대인이라고요? 어느 시기를 찍은 거예요?”
"너무 오래돼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한…… 1만 년쯤 전을 찍었을 거예요.”
"그렇게 오래 전도 가능해요?”
"거의 한계까지 돌린 거예요. 그 이전은 안 되더라고요.”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영상에 시기를 기록해 놓지도 않았다. 그래서 정확히 언제쯤인지 알 수 없었다.
요즘은 항상 영상을 기록할 때 날짜를 제목에 꼭 포함한다.
“그런데 보스 반응 보니까 전설의 고대인은 아닌 모양이네요. 아니면 보스도 모르는 출생의 비밀 같은 게 있는 거 아닐까요?”
반태수는 신기한 눈으로 제인을 쳐다봤다.
무려 1만 년 전의 영상을 찍어내다니. 이 정도면 지구에 내장된 기억을 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쿨타임만 줄일 수 있다면 최상단에 위치할 법한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반태수는 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우연히 찍혔다는 이 영상에도 큰 관심이 생겼다.
‘마법은 아니야.’
솔직히 100% 확신하진 못한다. 영상이기 때문에 실제 마력 유동을 확인할 수도 없으니까.
하지만 반태수가 보기에 마법일 확률보다는 마법이 아닐 확률이 더 높았다.
‘이럴 때 확실하게 쓸 수 있는 카드가 한 장 있지.’
반태수는 제인을 보며 말했다.
"이 영상, 패트릭에게도 보여줬습니까?”
"그럴 리가요. 패트릭이랑 원래 별로 안 친하거든요? 그날은 패트릭이 무작정 달려들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요.”
“이 영상 내게도 보내주십시오.”
제인이 눈을 반짝였다.
"지금 당장 보내드릴게요!”
제인이 빠르게 영상을 전송하는 동안 반태수는 패트릭에게 문자를 넣었다. 시간이 나면 이쪽으로 한 번 와달라는 내용으로.
이 영상을 패트릭에게 보여주고 답을 확실히 얻을 생각이었다.
"보냈어요!”
영상을 얻었다. 반태수는 신 나서 웃고 있는 제인을 쳐다봤다.
"이제 슬슬 거처를 정해야죠. 지금 살던 곳은 처분할 겁니까?”
"네. 그러려고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너무 잘 알고 있는 곳이라 다시 들어가기가 좀 그러네요.”
어차피 렌트였기에 별 미련도 없었다. 내부 집기만 싹 정리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건 그냥 사람을 구해서 시키면 된다.
"저 여기서 지내도 되나요?”
제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뭐, 안 될 건 없지만, 서로 불편할 겁니다. 그러니 따로 집을 구하시죠.”
“안 될 거 없으면 여기 있어도 된다는 거잖아요? 당분간만 여기서 지낼게요.”
반태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럼 그러시든가.”
방이 여러 개 있는 객실이었기에 사실 몇 명 더 함께 머문다고 해서 크게 불편할 건 없었다.
그렇게 반태수와 제인의 동거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날, 퇴근 후에 밥도 먹지 않은 백진희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