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화. < 마력회로를 구상하다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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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복을 입은 사내들이 빠르게 이동했다.
아직 해가 서쪽 하늘에 떠 있어 날이 어두워지지도 않은 시각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그들이 입은 전투복은 가끔 묘한 광택이 흘렀다. 그리고 그들이 착용한 장비들 역시 가끔 기묘한 빛을 뿌렸다.
손에 총까지 들었는데, 총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숫자는 정확히 22명이었다.
그리고 그 22명의 전투원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100명을 훌쩍 넘는 인원이었다.
그들 역시 다들 총을 들고 있었고, 방탄조끼를 비롯한 전투복을 착용했다.
22명의 전투원 중 한 명이 뒤로 빠져 백여 명의 일당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포션 빌딩 근처였다.
정확히는 포션에서 나온 백진희가 어디로 갈지 예측한 동선을 장악하기 위함이었다.
그곳에서 대기하다가 백진희가 지나갈 때 나서서 그녀를 사로잡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다.
그들은 백진희를 공장에 잘 데려다 놓기만 하면 된다.
이후의 일은 공장에 있는 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아마 계획대로 이루어지면, 백진희가 다시 자유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평생 공장에서 포션을 만들면서 살아가게 되리라.
어쩌면 알바레즈가 자신의 여자로 만들지도 모르고.
백진희는 그만큼 매력적이니까.
오늘의 작전을 위해 철저히 백진희의 동선을 분석했다.
그녀는 근처 호텔과 좀 떨어진 자신의 아파트를 번갈아 이용했다.
보통은 호텔을 이용하지만 최근 아파트를 찾는 일이 드문드문 있었다.
그 패턴을 분석했더니 오늘은 아파트를 이용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일단 그쪽으로 동선을 예측해서 자리를 잡았다.
물론 포션 쪽으로도 사람을 보냈다. 100명이 넘는 부하들이 있지 않은가. 물론 일시적이지만.
그들 중 몇 명을 포션 쪽으로 보내 백진희가 나오는지,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 그리고 경호 인력은 얼마나 있는지 등을 보고하게 했다.
상대는 포션이다. 정말로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설사 백진희가 혼자 다닌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근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지키는 경호팀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전투원의 리더인 마이티는 전투원들과 보조요원들의 위치를 일일이 확인했다.
가장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거나 움직임을 막고 빠르게 백진희를 빼돌려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진형을 잘 짜야 한다.
"백진희도 능력자라고 했지?”
그냥 능력자가 아니라 마력 보유량이 엄청난 능력자라고 했다.
아마 보통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총에 맞으면 죽고 다치는 건 똑같다.
물론 이면세계에는 총으로도 타격을 줄 수 없는 무시무시한 능력자들도 존재하지만, 최소한 백진희가 그럴 리는 없다.
좀 기다리다보니 슬슬 해가 지기 시작했다. 사위에 조금씩 어둠이 내려앉았다.
마이티는 손에 든 스마트폰이 진동하는 걸 느끼고 화면을 확인했다.
백진희가 빌딩에서 나왔다는 문자였다.
움직이는 방향은 호텔이 아니라 이쪽이었다.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맞아 떨어지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시작이 좋아. 잘 되겠어.’
마이티는 이번 임무가 잘 될 거라는 예상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들 준비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이제 곧 백진희가 이쪽에 도착한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백진희의 모습이 보였다.
차로 이동하기에는 좀 가까운 거리인지라 백진희는 항상 걸어서 출퇴근을 했다.
마이티는 백진희 주변에 있을 것이 분명한 경호팀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했다.
한데 아무도 없었다.
경호팀이고 뭐고 그냥 사람 자체가 근처에 없었다.
백진희는 정말로 혼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안전 불감증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최소한 포션의 CEO면 그에 걸맞은 조심성을 갖춰야지.’
하지만 덕분에 이쪽은 일이 수월해졌다.
마이티는 전투원 세 명과 눈을 마주쳤다.
그들이 즉시 백진희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가볍게 접근해 분위기를 살피고 그녀를 설득해 다툼 없이 데리고 갈 수 있을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그 일에 전투원 세 명이면 아주 충분했다.
입고 있는 전투복은 아주 특별한 장비였고, 그들이 몸에 착용한 장비 중에 마도구도 여러 개 있었다.
그렇게 전투복을 입은 사내 세 명이 다가가자, 백진희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전투원 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백진희 씨? 포션 CEO인 백진희 씨 맞으시죠?”
"그렇긴 한데, 무슨 일이죠?”
백진희는 그렇게 대답하며 마력회로를 돌렸다.
최근 수련에 매진해서 그런지 마력회로가 빠르게 활성화되었다.
자신감이 뿌듯하게 차올랐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다가온 사람은 세 명,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근처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력회로에 있는 효능 중 하나인, 기척감지를 통해 알아낸 정보였다.
"저희랑 같이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당신들이 누군 줄 알고요?”
"우리가 누군지 모르겠습니까?”
백진희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제닉스?”
"맞습니다. 정중히 모셔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백진희가 코웃음을 쳤다.
누가 지시를 내렸는지 너무 뻔했다. 한데 그 놈은 결코 정중히 모셔오라고 지시할 사람이 아니었다.
"모시긴 무슨. 그냥 잡아오라고 했겠죠. 아무튼 더 가기 싫어졌네요. 제닉스에서 나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거길 따라가요?”
전투원들이 총을 겨눴다.
"우린 부드러운 일처리를 좋아합니다. 상황을 험악하게 만드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냥 같이 가시죠? 서로 피곤하지 않게."
백진희가 그 순간 몸을 빙글 회전하며 양 손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빠바박!
전투원들이 겨누고 있던 총이 사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충격이 너무 강해 전투원들이 총을 놓친 것이다.
당황한 세 사람의 얼굴에 백진희의 주먹이 연달아 꽂혔다.
뻐버벅!
세 사람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백진희는 세 사람이 쓰러지는 걸 확인하지도 않고 가장 가까이 있는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이티는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급히 명령했다.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망을 형성해! 일단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내가 지시하면 명령에 따라!”
백진희를 멀찍이 포위하고 있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백진희의 이동을 막기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마이티는 빠르게 백진희를 쫓아갔다.
그의 전투원들은 각자 적절한 위치에서 백진희를 맞이하고자 따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처음 쓰러진 세 사람은 100여 명의 보조요원들 중 몇몇이 움직여 따로 챙겼다.
빠르게 달린 마이티는 백진희 가까이 쫓아갈 수 있었다.
이제 몇 발만 더 가까이 가면 백진희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아까 전투원 세 명을 상대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자신이 혼자서 백진희를 잡을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마이티는 무기를 쓰기로 했다. 일단 총으로 다리에 부상을 입히면 훨씬 일이 수월해질 것이다.
나중에 알바레즈로부터 질책을 들을 수도 있지만, 놓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달리면서 총을 겨누는데도 총구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막 총을 쏘려는데, 백진희가 갑자기 높이 점프했다.
그리고 건물 벽을 차고 더 위로 올라갔다. 그 다음 반대쪽 건물 벽을 차고 또 올라갔고.
마이티는 벽을 차며 위로 쭉쭉 올라가는 백진희의 모습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백진희는 순식간에 빌딩 옥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다다 달려 옆 빌딩 옥상으로 뛰었다.
마이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러다가 정말 놓치겠다. 옥상을 뛰어넘으며 도망치니 총을 쏘기가 만만치 않았다.
마이티는 서둘러 지시를 내렸다.
“타겟이 옥상으로 올라가 이동 중이다. 드론 띄워서 동선 빨리 파악하도록.”
마이티는 그 뒤로도 몇 가지 지시를 내린 후 백진희가 타고 올라간 빌딩을 올려다봤다.
과연 자신이 방금 백진희가 했던 것처럼 저길 올라갈 수 있을까?
그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백진희가 움직인 방향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
반태수는 패트릭, 제인과 함께 빌딩 옥상에서 태블릿에 펼쳐지는 영상을 보며 뺨을 긁적였다.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져서 좀 민망한 상황이었다.
태블릿에서 펼쳐지는 영상 속에서 백진희는 굉장한 활약을 하는 중이었다.
왜곡으로 모습을 감춘 드론들이 여러 각도에서 백진희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 영상이 태블릿으로 송출되는 중이었다.
"와, 이분 정말 대단하네요. 이분이 포션의 CEO라고요?”
제인의 감탄에 패트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단순한 능력자는 아닌 모양입니다. 제가 알기로 지구에서 유일하게 마력을 각성한 능력자인데, 그것만으로는 저 활약을 전부 설명할 수가 없을 것 같군요.”
백진희는 빌딩 옥상에서 근처 빌딩 옥상으로 점프해 이동하면서 틈 날 때마다 아래로 내려갔다.
빌딩 벽을 타고 달리면서 내려가다가 벽을 박차며 속도를 줄이는 모습은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았다.
백진희가 그렇게 빌딩에서 내려가는 건, 그 아래에 소수의 적이 있을 때였다.
순식간에 적들을 처리하고 골목을 내달리다가 처리 가능할 정도의 적이 있으면 처리하고, 너무 수가 많은 것 같으면 다시 빌딩 옥상으로 올라가는 일을 반복했다.
그냥 태블릿 화면으로만 봐도 백진희가 쓰는 능력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적을 제압할 때, 손에서 전격이 튀었다.
감전된 적은 그대로 기절해서 쓰러졌다.
빌딩에서 달려 내려오다가 벽을 박차고 속도를 줄일 때, 강력한 바람이 일어나 속도 줄이는 걸 도왔다.
그리고 가끔 충격파 같은 걸 쓰는데, 멀리 떨어진 적을 공격할 때 썼다.
충격파에 머리를 맞으면 웬만한 사람은 버티지 못하고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방어와 관계된 능력도 있었다.
가끔 총알을 미처 피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대부분 몸에서 일어난 방어막이 그걸 막아버린다.
물론 그건 마력회로의 능력이 아니라 반태수가 미리 준 마도구의 효과였다.
충격이 오면 자동으로 방어막을 발동하는 마도구 말이다.
화면으로 보이는 건 그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로 백진희가 쓰는 능력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일단 충격파를 날릴 때, 거기에 관통 속성을 담는다. 그것 역시 마력회로를 통해 낼 수 있는 힘 중 하나였다.
전격을 쓸 때는 침습을 가미한다. 그래서 실제로 쓰는 전격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백진희가 어찌나 빠르고 기척 없이 움직이는지 적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이었다.
그 빠르고 기척 없는 움직임 역시 마력회로의 능력이었다.
드론으로 살펴본 적들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한데, 자신들의 생각대로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아 당황한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아마 이대로 가면 백진희는 무사히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화면을 보는 제인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멋져요.”
제인이 고개를 번쩍 들어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럼 전 앞으로 이분과 같이 일하게 되는 건가요?”
"원한다면 그렇게 해드리죠.”
반태수는 그녀의 능력을 착취하듯 뽑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마 능력을 쓸 일이 있긴 하겠지만, 그건 아주 드물 것이다.
반태수의 목적은 제인의 마력회로를 연구하는 것이다.
곁에서 지켜보며 능력을 쓸 때의 모습을 확인하고, 혹시 패트릭이 했던 것처럼 마력회로를 변형할 수 있는지, 변형한다면 어떻게 바뀌는지 등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반태수는 문득 그 정도면 굳이 영입하지 않고 가끔 만나기만 해도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패트릭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면세계가 아니라 지구인데도 충동이 생기는 건가?’
생각해보면 이번에 지구에 와서는 예전과 행동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이거 정신 바짝 차려야겠네.’
저 두 사람의 영입이 과연 순수한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건지 더 고민해 봐야한다.
어쩌면 위기감에 의한 본능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기공술사와 더 엮이고, 마력회로를 더 많이 경험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반태수는 태블릿에 들어갈 듯이 집중하고 있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특히 제인은 눈이 어찌나 반짝이는지 저러다가 눈이 빠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슬슬 우리도 움직일까요?”
반태수의 말에 제인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떻게 하실 건데요?”
반태수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 안 그래도 백진희의 활약을 보면서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기에 반태수의 활약도 보고 싶었다.
그런 제인과 달리 패트릭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제인 못지않은 관심이 있다고 눈빛으로 주장하는 중이었다.
"직접 해보고 싶지 않습니까?”
반태수의 물음에 제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그녀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아까 준 팔찌는 찼죠?”
제인이 손을 들어 손목에서 달랑거리는 팔찌를 보여줬다.
"그건 앞으로도 절대 벗지 마세요. 잠잘 때는 물론이고 샤워할 때도 착용해야 합니다.”
제인이 살짝 음흉하게 웃었다.
"설마 여기 몰래카메라라도 설치한 건 아니죠?”
반태수는 그 농담에 대꾸도 해주지 않았다.
"그 팔찌의 유일한 단점은 충격이 아닌 공격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누군가 다가와서 천천히 끌어안고 힘을 주면 작동하지 않아요.”
그리고 지나치게 강한 충격이 오면 방어막이 깨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군가 미사일이라도 쏘지 않는 한.
"그럴 때는 이걸 쓰는 거죠.”
반태수가 이번엔 반지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작동법은 간단해요. 반지에 강하게 의념을 불어 넣으면 됩니다.”
제인은 반지를 끼고, 신기한 눈으로 손을 들어 이리저리 돌리면서 살펴봤다.
"의념이라고 했죠?”
제인은 강한 의념을 반지에 보냈다. 뭔지는 모르지만 작동하라고.
콰우우!
강력한 충격파가 제인을 중심으로 쫙 퍼져 나갔다.
"가까이 붙은 사람 정도는 확 날려 버릴 수 있는 거죠. 아마 뒤에서 끌어안고 있다가 그거 맞으면 내장이 박살 날 겁니다.”
"와우. 무섭네요.”
반태수는 그 뒤로도 몇 개의 마도구를 더 건넸다.
혹시 몰라 충격을 흡수하는 마도구에서부터 마력을 빨리 모을 수 있게 도와주는 마도구, 하루에 48번 전격을 날릴 수 있는 마도구까지 주었다.
제인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모든 마도구를 받아 착용하고 써봤다.
"그리고 이 목걸이는 마도구까지는 아니고 보호를 위해 필요하니까 꼭 착용해야 합니다.”
반태수가 마지막으로 준 것은 목걸이였다.
이 목걸이는 마력으로 된 신호를 발산하는 목걸이였는데, 그 신호를 기준으로 여러 대의 드론이 제인 주변을 날아다니며 감시 및 보호를 하도록 패턴 설정이 되어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웬만해서는 당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출동해 보죠. 제인이 처리해야 할 적은 이 사람입니다.”
반태수가 태블릿에 화면 하나를 띄웠다.
그 화면 안에는 마이티가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적의 리더입니다. 처리하면 상황 끝이죠.”
제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아요. 제가 딱 원하는 거예요. 보스는 제 겁니다.”
반태수가 씨익 웃으며 제인을 데리고 옥상 난간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빌딩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길 보세요.”
제인이 상체를 난간 밖으로 내밀어 아래를 봤다.
"어? 저 사람?”
복장과 행동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빌딩 아래에 마이티가 있었다.
반태수가 굳이 이 빌딩 옥상에 자리를 잡은 이유도 마이티가 저기 있어서였다.
"그럼 날려줄 테니 가서 멋지게 한 방 먹이세요.”
"예? 날려줘요?”
반태수가 제인을 번쩍 들어서 난간 밖으로 휙 던졌다.
“꺄아아악!”
제인이 비명을 질렀다. 물론 그 비명은 밖으로 새 나가지 않았다. 반태수가 막았으니까.
"무서워하지 말아요. 그리 빠르지 않으니까.”
반태수의 말은 신기하게도 제인의 귓속에 쏙쏙 박혔다. 이렇게 빨리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데 말이다.
제인은 정신을 차리고 허공에서 자세를 제어하려 애썼다.
어느새 똑바로 설 수 있었고, 떨어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제인은 정말 신기한 표정으로 손가락에 낀 반지 하나를 매만졌다.
그녀는 마이티 바로 뒤에 착지했다.
마이티는 전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기척도 소리도 느끼지 못했다.
당연했다. 반태수가 마법으로 모든 걸 가렸으니까.
제인이 손을 뻗었다.
꽈르르릉!
강력한 전격이 마이티의 등을 때렸다.
"끄아악!”
마이티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바로 쓰러지지 않았다.
전투복이 전격의 충격을 상당부분 막아낸 것이다.
제인은 당황했다. 마이티가 쓰러지지 않고 천천히 돌아서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다시 한 번 전격을 쐈다.
꽈르릉!
이번엔 전격이 마이티의 가슴을 때렸다.
"커억!”
마이티의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마이티는 무시무시한 눈으로 제인을 노려봤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쿠웅.
제인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통쾌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무서웠다.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요?”
반태수가 어느새 제인 옆에 서 있었다.
제인이 덜덜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안 괜찮아요. 아무래도…… 전 그냥 보는 쪽이 더 맞는 거 같아요. 근데 설마 저 사람 죽은 건 아니죠?"
반태수가 빙긋 웃었다.
"숨 쉬는 거 보이잖아요. 그냥 기절했을 뿐이에요. 저 사람이 입은 옷, 보통 옷이 아니거든요.”
"아…… 다행이네요.”
반태수는 그 모습에 빙긋 웃었다.
앞으로는 함부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면 됐다.
조심할 테고, 보호 조치도 했으니까.
"자, 그럼 이제 상황 빨리 마무리 하고 백진희 씨랑 같이 커피라도 한 잔 하죠.”
그 두I, 반태수가 직접 나선 지 고작 5분 만에 모든 상황이 종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