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 마력회로를 구상하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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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과 제인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반태수의 눈치를 살폈다.
두 사람은 반태수가 머무는 호텔에 따라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반태수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자리를 뜬 상태였고.
패트릭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봤다. 혹시 누군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혹은 감춰둔 카메라나 도청장치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당연히 능력을 사용했고, 여기에는 그 어떤 이상한 점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어. 안심해도 될 거 같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제인은 패트릭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었다.
패트릭은 그런 제인의 반응에 눈살을 찌푸렸다.
"의심이라는 걸 좀 하면서 살아. 그나저나 너 지키는 사람들은 아무도 안 따라온 거 맞지?”
제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그런 거 같아. 이 무책임한 것들. 그동안은 이런 일 한 번도 없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지?”
"아마 네가 움직이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까 그놈들 날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고.”
"그거야 반태수 씨를 만나기 전까지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반태수 씨가 나타난 뒤부터 널 지키던 애들 분위기가 달라졌다.”
제인이 황당한 표정으로 패트릭을 바라봤다.
"그걸 보면서 나한테 한 마디도 안 한 거야?”
"말 했으면?”
제인이 입을 다물었다. 하긴 그건 그렇다.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러니까 반태수라는 저 사람이 우리 보안요원들의 눈을 속였다는 거야?”
“정확히는 나도 모르지.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제일 크다.”
"정확히 모른다고? 네가?”
제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패트릭을 바라봤다.
"반태수 씨와 관계된 일에 한해서는 그저 논리적인 분석을 할 수밖에 없어. 능력이 대폭 제한된다.”
"점점 더 믿기 어려운 말만 하네.”
"대충 생각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조언해 주는 거다.”
페트릭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살짝 흔들었다.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다.
제인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통화권 이탈이었다. 통신 자체가 아예 안 되고 있었다.
어쩐지 경호팀에서 연락도 안 하더라니.
스마트폰의 GPS신호를 확인하고 찾아와야 하는데, 그게 모두 막혔으니 여길 찾을 수 있을 리 없다.
"잘 생각해 봐.”
제인은 그 말을 듣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오늘 일로 정부의 요원들이 자신을 지키는 데에 빈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딱히 그 빈틈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반태수 같은 실력자가 세상에 몇 명이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반태수가 마음먹고 나서면 정부에서 붙여준 요원들을 얼마든지 따돌리고 자신을 납치하거나 죽일 수 있다는 건 확실했다.
‘그렇다고 여기 붙기에는 너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반태수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조직은 한 사람의 힘보다는 조직원의 실력과 구성, 조직력, 장비, 자금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미국 정부보다 그게 뛰어난 조직이 흔할 리 없다.
그리고 반태수의 조직인 포션은 제인이 보기에 한참 모자란다.
그렇게 복잡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반태수가 나타났다.
"딱히 대접할 건 없고, 커피나 한 잔씩 하시죠.”
반태수는 두 사람 앞에 각각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놓았다.
커피향이 두 사람의 코끝을 스쳤다.
패트릭은 여전히 담담했고, 제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커피향 진짜 끝내주네요. 어디 커피에요?”
어디 커피였더라? 반태수는 여기 들어간 원두의 종류를 대충 떠올려보다가 말았다.
기억은 나지만 굳이 그런 얘기를 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그저 커피를 마시면 된다. 기공술사가 커피를 마셨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한국에 있을 때, 기공술사인 유정섭이 커피 때문에 반태수를 찾았었다.
그때 유정섭에게 커피에 관한 얘기를 듣긴 했는데, 맛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 그저 마력이 더 빨리 쌓인다는 얘기만 들었다.
그러니 저들이 어떤 맛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저 두 사람은, 비록 마력회로에 갇혀있긴 해도 마력량은 웬만한 능력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니 커피맛도 웬만한 능력자보다 훨씬 좋게 느껴질 것이다.
한데 마력이 마력회로에 갇혀 있다는 점이 변수였다.
반태수는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자신이 들고 있는 커피를 한 모금 후룩 마셨다.
아주 좋았다.
반태수는 얼른 마시라는 듯 두 사람에게 손짓을 했다.
패트릭과 제인은 반태수의 표정 때문에 뭔가 좀 떨떠름했다.
저러고 있으니 꼭 커피에 약이라도 탄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랬을 리가 없다. 굳이 그러고자 했으면 이렇게 번거롭게 약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두 사람은 아주 조심스럽게 컵을 입에 갖다 댔다. 그리고 살짝, 아주 살짝 커피를 후룩 마셨다.
입안에서 온갖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풍미가 작렬했다.
“으으으음.”
제인은 몸을 비비 꼬면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패트릭도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여운에 잠겼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씨익 웃었다.
역시 기공술사에게도 통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긴 하네.’
한국에서 만났던 기공술사인 유정섭이 또 떠올랐다.
만일 그놈이 커피를 마시고 저 정도 반응을 보였다면, 마력의 증가보다는 맛과 향에 훨씬 중점을 뒀을 것이다.
한데 그때 그놈은 마력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다른 일반적인 능력자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뜻이리라.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
반태수는 그런 고민을 하며 두 사람을 계속 지켜봤다. 물론 커피를 마시면서.
‘패트릭보다는 제인의 반응이 더 극적이네.’
제인은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확실한 반응을 보여준다.
반면 패트릭은 크게 감탄하고 있긴 하지만 확실히 제인보다는 반응이 좀 떨어진다.
두 사람이 가진 마력량은 비슷하다. 극히 미미하지만 오히려 패트릭이 좀 더 마력량이 높았다. 물론 비교가 의미 없을 정도의 차이이긴 하지만.
그리고 또 재미있는 점은, 커피를 마시니 제인의 마력회로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력포션을 마시고 온몸을 쥐어짜낼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반태수는 새삼 자신의 커피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다.
'여기에 쿠키까지 먹으면 아주 끝내주겠네.’
이내 커피를 다 마셨다.
제인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이 커피 정체가 뭐죠? 원두는 뭘 쓰는 거예요? 혹시 레시피를 배울 수 있을까요?”
“커피, 괜찮죠?”
“괜찮은 정도가 아니에요! 전 이런 커피가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내가 원래 카페 사장이었다는 거 혹시 알고 있습니까?”
반태수의 물음에 패트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야 처음 반태수를 만나기 전부터 엄청나게 많이 했다. 당연히 반태수가 인기 많은 카페 사장인 것도 알고 있었다.
한데 이 커피를 마시고 나니 카페가 왜 인기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인기가 있는 카페라는 사실이 좀 이상했다.
이런 커피를 팔면 일대가 마비될 정도로 손님이 몰려들어야 정상 아닐까?
패트릭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반태수를 바라봤다.
"설마 그 카페에서 이 커피를 팔고 있는 겁니까?”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한국에 가면 얼마든지 사서 먹을 수 있죠.”
패트릭은 물론이고 제인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 커피를 사먹을 수 있다고요? 당장 한국에 가고 싶어졌어요.”
"그보다는 커피 지점을 하나 새로 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뉴욕에 커피숍 하나 여는 거 어떻습니까? 분명 엄청난 대박이 터질 겁니다."
반태수가 빙긋 웃었다.
"난, 포션의 주인이에요. 포션으로 하루에 얼마씩 버는지 아시잖습니까.”
그제야 패트릭과 제인이 입을 꾹 다물었다.
포션의 하루 매출액은 6천만 달러다. 주 5일 영업을 하니 일주일에 무려 3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1년이면 150억 달러쯤 된다.
그런 회사를 가진 사람에게 커피숍을 열라고 하다니.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런 맛있는 커피를 매일 사먹을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 버렸으니 말이다.
제인이 얼른 제안을 바꿨다.
"그럼 제가 열게요. 저한테 레시피를 전수해 주세요.”
반태수가 빙긋 웃었다.
"차라리 나랑 계약을 하죠. 커피야 매일 제공할 수 있으니.”
제인은 하마터면 바로 계약하자고 외칠 뻔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그녀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억지로 말을 삼켰다.
"소속을 그렇게 마음대로 옮길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제인의 말에 반태수가 고개를 돌려 패트릭을 쳐다봤다.
"저도 지금 있는 곳에서 함부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기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이직이 어렵습니다.”
"정확히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이 뭡니까?”
반태수의 물음에 제인이 바로 말했다.
"안전이요. 전 지금 직장에서 나가면 바로 안전을 위협당할 거예요. 안 그래도 위험한데 전 직장에서도 가만두지 않을 거거든요."
반태수가 씨익 웃었다.
"솔직히 지금도 별로 안전한 것 같아 보이지 않던데. 아까 경호하던 친구들이랑 연락은 됩니까?”
제인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여기 통신 다 막아놨잖아요. 연락을 어떻게 해요?”
반태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거야 그쪽들 사정이고요. 고작 통신방해 정도로 추적조차 못하는 실력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네요."
제인은 할 말이 없었다. 반태수의 말이 맞으니까.
사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외부의 공격 자체가 없었다. 그러니 경호팀의 실력을 확인할 기회도 없었다.
좀 실망스럽긴 했다. 고작 이 정도 경호팀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반태수는 그런 제인을 보며 말했다.
"그럼 그 사람들, 어쩌고 있나 한 번 볼까요?”
“예? 본다고요?”
반태수는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태블릿에서 영상이 한창 펼쳐지고 있었다.
제인은 영상을 보자마자 그들이 자신의 경호팀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다들 바쁘게 어딘가로 전화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직접 발로 뛰는 사람은 몇 안 되네요.”
그냥 경호팀이 아니라, 각 경호원마다 따로 여러 명의 부하들이 있었다.
그 부하들은 멀리 떨어져서 경호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특수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위해 준비한 자들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 특수한 상황이 오늘 나왔고, 저들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저대로라면 성과는 없다.
제인의 얼굴에 노골적인 실망이 깃들었다.
사실 저들의 매뉴얼은 잘못되지 않았을 거다. 생각보다 잘 짜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건, 반태수를 상대로 하지 않았을 때나 쓸모가 있는 거지, 상대가 반태수라면 저런 식으로는 죽었다 깨도 해결이 불가능하다.
제인은 문득 이 영상을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했다.
영상의 종류는 다양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아래를 조망하듯 찍은 것도 있고, 바로 근처에서 찍은 것도 있었다.
각도도 다양해서 경호팀이 무엇을 하는지 아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건 어떻게 찍은 거예요?”
어떻게 찍긴. 드론으로 찍은 영상이다. 각 드론에 왜곡을 걸어서 들키지 않게 하고, 각 드론마다 패턴을 적용해서 알아서 찍게 했다.
확실히 나서스 가문의 드론 기술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통해 드론의 설계도까지 받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드론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까지 받았다.
"하긴, 저런 건 극비에 가까울 텐데 아무한테나 말해줄 수는 없겠죠.”
제인은 그렇게 혼자 납득하고는 반태수를 바라봤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그녀는 답을 구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했듯이 고개를 돌려 패트릭을 바라봤다.
패트릭은 아주 신중한 표정이었다. 반태수에게 능력이 아예 통하지 않으니 간접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얻어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제인의 시선을 받은 패트릭은 반태수에게 물었다.
"제인 쪽 경호에 문제가 있다는 건 충분히 알겠습니다. 제가 봐도 허술했으니까요. 그럼 반태수 씨는 어떻게 제인을 지킬 겁니까?”
반태수는 망설임 없이 품에서 팔찌 하나를 꺼냈다.
“일단 이걸로 저격에서 보호할 겁니다.”
제인이 팔찌와 반태수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게 뭔데요?”
"예상치 못한 충격이 오면 그걸 막아주는 장비입니다.”
제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설마 마도구?”
“마도구 맞습니다. 이런 게 몇 개 있죠.”
제인이 고개를 휙 돌려 다시 패트릭을 바라봤다.
패트릭은 여전히 반태수를 보고 있었다. 반태수가 팔찌를 테이블에 툭 놓았다.
제인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팔찌를 집었다.
그 순간, 패트릭의 능력이 팽팽 돌아갔다.
제인이 팔찌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을 때, 패트릭이 그녀를 불렀다.
"제인.”
제인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패트릭을 바라봤다.
패트릭은 제인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넌 계약해라.”
“뭐?”
"그래야 살아.”
제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확실해?”
패트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머저리들로는 못 막아. 넌 죽을 거다. 능력을 강제로 뽑아 먹힌 다음에. 아주 비참하게.”
제인은 이제야 자신이 알던 사람으로 돌아온 것 같은 패트릭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반태수를 보며 말했다.
"좋아요. 계약은 할게요. 대신 절 꼭 지켜주셔야 해요.”
"당연하죠.”
"그리고 지금 제가 있는 곳의 특성 상, 그냥 나오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 부분에서도 도움을 주실 수 있나요?"
반태수가 씨익 웃었다.
"얼마든지요.”
제인은 대답이 너무 시원하게 나와서 오히려 좀 못미더웠다. 이런 건 확실히 가능한지 계산을 해보고 대답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녀는 반사적으로 패트릭을 바라봤다.
하지만 패트릭의 능력은 반태수와 관계되면 먹통이 된다.
"왜요? 대답을 너무 바로 해서 신뢰가 안 생깁니까?”
정곡을 찌르는 말에 제인이 흠칫 했다.
반태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제인은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느냐고 물으면 어쩔 겁니까?”
“예?”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생각해보고 계산을 하고 그럴 겁니까?”
제인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문 열고 나가는데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런 겁니다. 방금 제인이 나한테 말한 건.”
제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무슨 광오한 언사인가.
고작 그 정도 일은 문 열고 나가는 거랑 다름없을 정도로 가벼운 일이라 이건가?
그게 말이 되나?
제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패트릭을 바라봤다.
이런데 진짜 계약해도 되느냐는 표정으로.
패트릭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하면 죽을 게 뻔히 보이는데 무슨 망설임이 있겠는가.
가문에 몇 없는 기공술사를 그렇게 허무하고 비참하게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일단 계약부터 합시다.”
반태수는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내밀었다.
아공간에 있던 건데, 혹시나 해서 패트릭을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패트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게 아공간이라는 건 아직 모르는 눈치였다.
제인은 계약서를 쭉 읽은 다음 사인을 했다.
계약 조건은 제법 괜찮았다. 돈이야 기존에 받던 것보다 많았고, 안전에 관한 조항도 마음에 들었다.
사인을 하자마자 반태수가 말했다.
“마침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지키는지 보여줄 기회가 생겼네요.”
제인과 패트릭이 놀란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반태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따라오시죠. 우리 소중한 CEO한테 나쁜 행동을 하려는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두 사람도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태수는 씨익 웃었다.
"패트릭도 언제 사인할지 잘 생각해봐요. 그 통찰력으로 자기 자신은 못 읽나?”
그 말을 끝으로 반태수가 호텔 방에서 나갔다.
두 사람은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