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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63화 (259/351)

263화.  < 포션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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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의 직원들에게 접근하고 매수하고 정보를 뽑아내는 것을 제닉스 테크놀로지에서만 하지는 않았다.

다른 조직들 역시 비슷한 방법을 써서 포션의 정보를 뽑아내려고 애썼다.

다만 방향성이 제닉스 테크놀로지와 좀 달랐을 뿐이다.

그들은 포션에 들어가는 재료나 포션 제작에 대한 정보보다는 회사의 주축인 백진희에 대한 정보를 더 원했다.

그녀의 동선을 파악하고 자주 가는 곳을 확인하고, 행동의 패턴을 파악했다.

또한 회사의 실질적 주인인 반태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일거수일투족 놓치지 않고 정보를 수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션 제조에 대한 정보를 구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그건 그거대로 하지만 이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조사를 했다는 뜻이다.

그들의 판단은 단순했다.

현재 포션 제조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반태수다. 그 다음이 백진희고.

그러니 그 두 사람을 확보하면 포션 제조법을 얻은 거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포션의 직원들은 너무나 매수가 쉬웠다.

돈을 지나칠 정도로 밝히긴 하지만, 일단 돈이 제대로 들어가기만 하면 무슨 정보든 열심히 토해낸다.

백진희에 대해서는 그들을 통해 정말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 중에는 쓸데없는 것이 태반이었지만, 백진희의 행동패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도 많았다.

하지만 반태수에 대한 정보는 얻기가 어려웠다.

반태수가 미국에 오기 전에 뭘 했는지 다 파악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고아로 살다가 카페를 차려서 연명하는 아직 20대 중반도 넘지 못한 사람이 난데없이 포션 제조법을 들고 왔다? 게다가 그 사람이 기공술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튼 그들은 기회를 노렸다.

제닉스 테크놀로지를 뺀 나머지가 전부 손을 잡기로 했고, 함께 정보를 수집했으며 각자 최고의 요원들을 보내기로 했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으니 지금은 계속 정보를 수집하면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던 와중, 제닉스 테크놀로지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제임스는 포션을 노리는 열두 조직에서 뽑은 작전요원들의 리더였다.

작전요원으로 뽑힌 자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실력을 가졌고, 각 조직 내에서 인정받는 요원들이었다.

그러니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들이었다.

한데 그 모든 요원들이 제임스라는 이름을 듣고는 인정해 버렸다.

제임스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었다.

지금 제임스는 작전요원들과 함께 제닉스 테크놀로지의 움직임을 살피는 중이었다.

"이놈들이 뭘 하려는 건지 대충 짐작은 가는데……."

제임스의 중얼거림에 근처에 있던 요원들이 물었다.

“저놈들 뭘 하려는 것 같습니까?”

“보면 알잖습니까.”

"설마 정말로 도둑질 하러 가는 건 아니겠죠? 딱 보면 그냥 도둑놈들인데?”

제닉스 테크놀로지에서 나온 자들은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허리띠와 신발을 비롯해 몸 곳곳에 마도구를 부착했다.

그들은 굉장히 은밀하게 이동 중이었다.

이동에 마도구의 힘을 썼는지 소리도 기척도 나지 않았다.

제임스를 비롯한 요원들이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으니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이내 복면인들이 포션에 도착했다.

한밤중인데도 포션의 빌딩은 불 켜진 사무실이 굉장히 많았다.

단순히 포션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일을 준비하는 것이 분명했다.

포션을 장악하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대단한 힘이다.

그걸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면 단기간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막 생긴 신생 회사가 오랫동안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아마 이면세계에서 뭔가 변화가 생긴다면, 더 이상 이 영향력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전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고.

아무튼 복면인들은 회사로 다가가 몸을 감췄다.

마치 뭔가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내 그 이유가 밝혀졌다. 빌딩 입구가 열리고 누군가가 나타난 것이다.

복면인들은 빠르게 움직여 그 사람을 따라서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제임스 일당도 바로 움직였다.

최소한 저들이 뭘 하고자 하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다만 무리하지는 않았다. 파악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저들이 일을 벌인 이후에 결정하면 되니까.

그래서 회사 안까지 따라 들어가는 건 제임스 혼자서 하기로 했다.

제임스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기도 했고, 미약하지만 마력을 지구에서 쓸 수 있는 자이기도 했다.

또한 가진 마도구 역시 뛰어났다.

제임스는 미끄러지듯 그들을 따라 빌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좀 황당해졌다.

'이거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

침입자들의 실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곳 빌딩의 보안을 말하는 거다.

경계가 너무 허술하다.

저렇게 대놓고 들어가는데도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니. 이건 다른 회사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특히 이면세계와 관계된 회사들과 비교하면 비교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로 차이가 심했다.

복면인들은 회사 내부 직원의 안내로 포션 제조실까지 곧장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포션 제조실의 문은 직원이 열어주었다.

잠금 장치도 썩 대단치 않았다.

제임스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포션 제조실이면 이 회사 최고 기밀 아닌가? 저걸 이렇게 방치한다고?’

다른 곳 같았으면 이중 삼중으로 보안 절차를 마련했을 것이다.

꽁꽁 숨겨두는 건 기본이고 말이다.

어쨌든 문이 열린 김에 제임스도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휘유. 대단하긴 대단하네.’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비들이 쭉 늘어서 있고, 한 쪽에는 포션을 담을 병이 잔뜩 쌓여 있었다.

포션병 자체가 엄지손가락만 할 정도로 작기에 저 정도면 수십만 병은 될 것이다.

'이건 포션 제조실이 아니라 포션병을 보관하는 창고 같네.’

포션병만 있는 창고가 아니라 재료도 함께 보관하는 창고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반대쪽에 재료가 산처럼 쌓여 있었으니까.

구조를 보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 정확한 위치에 포션 병만 잔뜩 쌓아놓으면 컨베이어벨트가 병을 이동시키고 재료를 장비에 투입하고 나중에 완성된 포션이 병에 담기는 방식이었다.

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듯했다.

‘이 정도면 그냥 차라리 외진 곳에 공장을 세우고 방비를 철저히 하는 게 훨씬 낫지 않나?’

제임스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복면인들은 서둘러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냥 딱 봐도 뭐가 중요한 장비고 핵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중 다섯 개의 장비만 챙기면 나머지는 단순히 자동화 설비와 관계된 것들이었다.

복면인들은 다섯 개의 장비를 잘 챙긴 다음, 조용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제임스도 그 뒤를 따라갔고.

제임스는 동료들에게 연락을 했다.

- 제닉스가 장비 탈취.

이제 저 장비를 자신들이 빼앗으면 상황은 끝난다.

제닉스 테크놀로지는 속이 쓰리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코앞에서 포션 장비를 가져가는데, 그걸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저건 나머지 열두 조직이 함께 관리해야 한다.

어느새 복면인들이 회사를 빠져나갔다. 그들은 미리 준비한 트레일러에 장비를 싣고 출발했다.

목적지는 제닉스 테크놀로지에서 이번 일을 위해 준비한 공장이었다.

위치는 뉴욕을 좀 벗어난 곳이고, 근처에 비슷한 모양의 공장도 많은 지역이었다.

그 공장에 제닉스 테크놀로지에서 미리 파견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무장한 경비 병력도 제법 준비해 놓았고.

하지만 그 무장 경비 병력을 쓰려면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

제임스와 그의 동료들은 트레일러가 뉴욕을 채 벗어나기 전, 인적과 차량이 거의 없는 곳을 지날 때, 행동에 나섰다.

꽈앙!

트레일러의 앞바퀴가 터졌다.

끼기기긱!

트레일러가 앞으로 나가며 비스듬하게 미끄러져 차선을 전부 막아버렸다.

쿠웅!

그리고 그대로 쓰러졌다.

고작 바퀴 하나 터졌다고 이렇게 될 수는 없다. 다른 힘이 개입한 것이다.

트레일러에 타고 있던 복면인들이 우르르 내렸다.

타고 가던 차가 갑자기 쓰러졌는데도 크게 다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트레일러 앞뒤로 함께 이동하던 승합차들이 일제히 멈췄다.

그 안에서도 복면인들이 우르르 나왔다.

다들 총을 들고서 차에 몸을 숨기며 사방을 경계했다.

제임스 일당은 그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퍼부었다.

두두두두두두!

보통 총이 아니었다.

총탄이 차체를 꿰뚫고 지나갈 정도로 강력했다.

콰콰콰콰콰!

승합차 한 대가 벌집이 되며 형편없이 우그러들었다.

그 차 뒤에 숨어 있던 복면인들이 당황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흩어진 자들을 제임스가 조용히 저격했다.

슈슈슈슈슉!

제임스의 무기는 석궁이었다.

마력이 담긴 볼트가 기묘한 궤적을 그리며 복면인들에게 날아갔다.

퍽! 퍽! 퍽! 퍽! 퍽!

모든 볼트가 정확히 복면인들의 허벅지에 적중했다.

뚫고 지나가지는 않고 딱 허벅지 중간에 걸렸다.

"허억!”

볼트에 맞은 자들은 갑자기 다리가 저릿저릿해져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리만 저릿거리는 게 아니라 다리를 중심으로 제법 넓은 범위가 저릿거렸다.

마치 계속 전기로 지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방금 제임스가 쏜 볼트는 마도구였다. 끊임없이 전격을 내뿜는.

강력하지가 않기에 그저 저릿저릿할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기동력을 박살 내기에는 충분했다.

제임스가 그런 식으로 십여 명의 복면인을 쓰러뜨리자, 전황이 확 기울어졌다.

우르르 나타난 제임스의 동료들이 트레일러 문을 따고 안에 있던 장비들을 꺼냈다.

그리고 몇몇은 돌아다니면서 쓰러진 복면인들을 완벽하게 무력화 시켰다.

이런 일은 확실히 해야 한다. 전부 죽이고 혹시 남았을지 모를 증거를 제거했다.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않았지만, 아마 충분히 누가 이랬는지 짐작할 것이다.

어쩌면 조만간 전쟁에 준하는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더욱 적의 전력을 줄여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제임스 일당은 유유히 장비들을 챙겨서 현장을 벗어났다.

그들이 벗어나자마자 트레일러를 비롯한 모든 시체에 불이 확 붙었다.

불길은 굉장히 맹렬하게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그리고 근처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

반태수는 처음부터 이 모든 광경을 바로 근처에서 지켜봤다.

그냥 지켜보기만 한 게 아니라 촬영까지 했다.

누구도 왜곡으로 모습을 감춘 반태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반태수는 자신이 직접 촬영하는 걸로 모자라 드론까지 띄워서 다양한 각도로 동시에 촬영했다.

드론 역시 왜곡으로 모습을 지웠다.

이 드론들은 이면세계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받은 나서스 가의 최신 드론이었다.

마도구를 부품으로 썼기 때문에 성능 자체가 웬만한 드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일단 소리가 안 난다. 물론 왜곡을 썼으니 소리가 났더라도 다 지워졌겠지만.

"이거 재미있어졌네.”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거라는 건 이미 짐작했다.

그러라고 직원들에게 이쪽 정보를 모조리 오픈하고 최대한 뜯어먹으라고 지시한 거니까.

한데 일이 이런 식으로 돌아갈 줄은 몰랐다.

이건 제닉스 테크놀로지와 나머지 열두 조직이 서로 대립하는 구조 아닌가.

아마 이 사실을 알면 제닉스 테크놀로지도 열 좀 받을 것이다.

반태수는 촬영한 영상을 태블릿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두뇌 세 개를 풀가동해서 빠르게 편집을 했다.

정확히 사실을 알 수 있는 장면과 대화에 포인트를 줘서 편집을 했다.

두뇌 세 개를 쓰면서 마력까지 이용했더니 순식간에 작업이 끝나 버렸다.

반태수는 알바레즈에게 영상을 바로 전송했다.

전화번호를 미리 알아뒀기에 영상을 보내는 건 아주 간단했다.

"자, 이제 어쩔 거지?”

반태수는 살짝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곳을 떠났다.

이제 상황이 끝났으니 포션 제조실을 원래대로 되돌릴 차례다.

애초에 장비는 아공간에 여러 개 만들어뒀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니 당연히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반태수는 왜곡을 건 채로 하늘을 날아 포션 빌딩으로 향했다.

***

알바레즈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개 같은 새끼들이 감히 내 뒤통수를 쳐?”

정체불명의 영상이 문자를 통해 들어와서 무심코 확인했는데, 말도 안 되는 영상이었다.

자신이 보낸 놈들이 뒤통수를 거하게 처맞는 영상이었던 것이다.

알바레즈는 빠르게 사실을 확인했다.

현장으로 사람을 보내면 되는 일이니 확인은 금방이었다.

영상은 진짜였다.

"내가 네놈들이 장비를 꿀꺽하도록 그냥 내버려둘 줄 알아? 어떻게든 똥을 뿌려주마.”

알바레즈는 여기저기 바쁘게 연락을 돌렸다.

열두 조직이 하나로 뭉친 상태다.

아무리 제닉스 테크놀로지라고 해도 그들을 정면으로 상대하면 승산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조금이라도 분열된다면 어느 정도 해볼 만하다.

저들이 왜 자기들끼리만 손을 잡았겠는가.

제닉스 테크놀로지의 힘이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 일단 저놈들을 갈가리 찢어놓는 게 먼저다.

"이놈들이 장비를 어디로 가져갔는지 알아야 뭘 해도 할 텐데……."

알바레즈가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가 건네기라도 한듯 문자가 도착했다.

확인해보니 새로운 동영상이었다.

알바레즈는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영상을 실행하니 승합차 여러 대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나왔다.

승합차들을 쭉 뒤따라가며 찍은 영상이었다.

이내 승합차들이 멈췄다. 뉴욕에 있는 우범지대 중 한 곳이었다.

승합차에서 사람들이 내렸고, 그들이 승합차에서 내린 장비가 보였다.

무엇보다도 장비를 들고 나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눈에 익었다.

아까 자신의 부하들을 습격한 그놈들이었다.

위치까지 알았는데 그냥 손 놓고 있으면 병신 취급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알바레즈의 입가가 한껏 올라갔다.

“어디 한 번 내가 뿌리는 똥 좀 먹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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