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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62화 (258/351)

262화.  < 포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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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포션의 첫 번째 판매 상품은 하급 포션이었다.

수량은 6만 병.

최상급 포션 100병 만들 시간과 재료로 하급 포션 2만 병을 만들 수 있었다.

중급 포션은 3천 병, 그리고 상급 포션은 5백 병이다.

최하급 포션은 수를 세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막대한 양을 만들 수 있었는데, 그건 제외했다.

백진희는 최하급 포션을 만들어 판매하려면 공정을 하나 더 만들어서 따로 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너무 들이는 시간과 공이 크다.

재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하급 포션에 들어가는 재료는 정말 별 거 없으니까.

아무튼 하급 포션의 가격은 한 병에 천 달러. 총 6천만 달러였다.

중급 포션의 가격은 현재 5천 달러. 하급 포션의 다섯 배나 된다. 하지만 성능이 하급 포션의 다섯 배인 건 아니다. 기껏해야 세 배쯤 될까?

하지만 가격은 그렇게 책정되어 있다.

그러니 중급 포션을 만들어 팔면 4천5백만 달러를 벌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한 효율은 하급 포션이 더 낫다는 뜻이다.

상급 포션도 마찬가지였다. 가격은 2만 달러. 총 3천만 달러밖에 안 된다.

그래서 가장 많은 돈을 뽑아낼 수 있는 하급 포션을 처음에 만들었다.

앞으로도 주로 만들게 될 포션은 하급 포션이 될 예정이고.

실제로 수요가 가장 많은 것도 하급 포션이었다.

아니, 최하급 포션의 수요가 가장 많았다. 쓰는 입장에서 가성비가 가장 훌륭한 포션이니까.

가격은 하급 포션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 쓰임새는 하급 포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급, 최하급 포션은 주로 외상 치료에 쓰인다.

그리고 포션이 머금은 마력을 기반으로 연구나 실험을 할 때 쓰인다.

물론 그 경우 최하급 포션보다는 하급 포션이 더 쓸모가 있다.

가능하다면 하급 포션을 쓰는 것이다.

최하급 포션은 이면세계로 임무를 뛰러 가는 능력자들이 주로 쓴다.

돈을 많이 벌긴 하지만 그래도 천 달러나 하는 포션을 펑펑 쓰고 다니기에는 좀 부담스러우니 100달러짜리 최하급 포션을 쓰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이면세계로 갈 일이 없으니 포션 수요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능력자들이 아닌 일반 갱들이 포션을 사서 쓴다.

그래서 현재는 하급 포션의 수요가 가장 높다. 대부분 연구 쪽으로 들어가고.

미국만 한정해도 연구와 실험에 들어가는 포션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그 결과, 홈페이지에 신청서가 무더기로 쌓였다.

직원들이 그걸 처리하느라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했고.

6만 병이 다 팔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한 시간이었다.

배송은 이쪽으로 와서 수령을 하거나 이쪽에서 보내주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한데 모든 업체가 직접 수령하는 걸 선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아마 회사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그랬을 테니까.

그 뒤로도 포션 판매는 순조로웠다.

주로 하급 포션을 제작하지만, 적당한 시기에 끼워서 중급이나 상급 포션도 제작했다.

그 포션들도 분명히 수요가 있었다. 하급 포션만큼 많진 않지만.

또한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수요가 모자랄 일도 없었다. 지금처럼만 하면 말이다.

그리고 최상급 포션은 백진희가 시간을 내서 제작하고 회사에 비치한 특수 금고에 계속 쌓아두고 있었다.

최상급 포션은 이면세계가 열려 있어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쓰임새는 아주 확실하다.

최상급 포션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

"이제 슬슬 포션 제작할 때 직원들을 쓰죠."

반태수의 말에 백진희의 눈이 살짝커졌다.

"그래도 되나요?”

"최상급 포션만 진희 씨가 맡고, 나머지는 전부 직원들한테 넘겨요.”

“레시피도요?”

"재료 조달은 아직도 직접 하세요?”

백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쓰지 않는 재료들도 포함해서 구입하고 적절히 처분하고 있어요.”

포션 제작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없게 하려는 조치였다.

"재료 조달도 직원들한테 맡기세요. 슬슬 일을 분산시켜야죠.”

"그럼 더미 재료들까지 전부 적당히 나눠서 직원들에게 맡길게요.”

"직원도 더 뽑고요.”

"뽑긴 뽑아야 하는데……."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왜요? 산업스파이라도 들어올까봐요?”

"당연히 들어올 거예요. 철저히 준비한 자들일 테니 가려내는 것도 만만치 않을 거고요.”

"괜찮아요. 나중에 보고 거르면 되니까.”

"그게 가능한가요?”

"곧 가능하게 될 거 같아요.”

백진희가 고개를 들어 반태수를 바라봤다.

지금 그녀는 침대에서 반태수의 팔을 베고 누워 있었다.

갑자기 고개를 돌리니 반태수도 고개를 돌려 백진회를 쳐다봤다.

"재미있는 기술을 발견했거든요.”

백진희가 흥미와 궁금증이 뒤섞인 눈빛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기공술은 꾸준히 수련하고 있죠?”

백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틈 날 때마다 계속 매달리고 있어요.”

반태수는 백진희의 마력회로를 확인해봤다. 확실히 수련을 열심히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력량도 많이 늘었고, 회전도 안정적이었다.

"기공술에만 매달리지 말고 전체 마력도 신경 쓰세요.”

"전체 마력이요?”

백진희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마력회로를 열심히 돌려 수련하는 건 정말 재미있었다. 마력회로에 담긴 능력들을 하나하나 발현할 때마다 자신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마력회로에 담긴 마력을 몸으로 되돌리는 건 잘 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는 그게 아니지만, 왠지 마력을 빼앗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이미 기공술사가 되었는데 능력자가 무슨 소용인가.

"다른 기공술사들은 마력회로 말고는 없다는 거 이제 아시죠?”

백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젠 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기공술사들과는 다른 특별한 기공술사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몸 전체에 흩뿌려진 마력에 마력회로의 마력을 넘겨주기는 싫었다. 너무 아까웠다.

"마력을 이용한 수련도 게을리 하면 안 됩니다. 틈나는 대로 일반 마력도 수련하세요.”

“……네.”

하기 싫었지만 반태수가 하라고 했으니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백진희의 태도에 반태수가 씨익 웃었다.

"마음에 안 들어요?”

백진희가 화들짝 놀라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냥…… 굳이 마력 수련을 해야 하나 싶어서요. 솔직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도 모르겠고.”

팀 대영에 있을 때 훈련은 많이 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전투 훈련이었을 뿐이다.

격투술이나 무기술은 많이 수련했다. 각종 상황에 따른 전투 훈련도 많이 했다.

하지만 마력 수련은 하지 못했다.

능력자들이 쓰는 마력에 대한 연구 자체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마력 수련법도 기본적으로는 마력회로 수련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비슷한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마력량이야 마력회로를 통해 늘릴 수 있으니 마력 컨트롤에 힘을 주고 수련하세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백진희의 머리를 받친 팔에 힘을 줘서 그녀를 살짝 끌어안았다.

"나중에 적당히 정리해서 문서로 보내드리죠. 그걸 참고하세요.”

"고마워요."

"아, 그리고 마력 수련 열심히 안 하면 이면세계에 못 갈 겁니다.”

백진희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면세계요? 저 기공술사인데요? 그런데 이면세계에 갈 수 있다고요?”

"쉬운 건 아니에요. 마력으로 회로를 보호해야 하니까.”

“아……!”

백진희는 반태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들었다.

이건 마력과 회로가 공존하는 자신 같은 기공술사만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잠시 거기에 대해 생각하던 백진희는 갑자기 놀란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설마 이면세계에 다녀오신 건가요?”

반태수는 대답 대신 빙긋 웃기만 했다.

이번에 패트릭의 마력회로를 연구하면서 마력회로가 이면세계에 가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알아봤다.

포탈을 넘을 때, 이면세계의 마력이 체내로 스며들면서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마력회로를 공격했다.

놀랍게도 어떤 마력회로도 그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면세계의 마력이 마력회로에 닿는 순간, 마력회로가 빠르게 녹아버렸다.

이 실험을 위해 반태수는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면세계 마력의 침투를 허락했다.

아무튼 마력회로를 가진 사람이 이면세계에 가려면 마력으로 회로를 보호하면 된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리고 회로를 보호하려면 굉장히 섬세한 마력 컨트롤 능력이 필요했다.

"마력 수련, 꼭 하세요.”

"네. 꼭 할게요.”

만족스러운 답을 들은 반태수는 백진희를 좀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대로 잘 수는 없지 않은가. 뭐라도 해야지.

"아마 슬슬 견제와 방해가 시작될 겁니다. 대책을 미리 마련해 두세요.”

백진희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반태수에게 몸을 맡겼다.

평소보다 좀 더 격렬한 밤이 지나고 있었다.

***

"젠장! 또 중급이야. 최상급은 대체 언제 파는 거야?”

제닉스 테크놀로지의 이사인 알바레즈는 포션 판매 홈페이지를 확인하고는 짜증을 확 냈다.

최상급 포션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제법 오래전에 내려왔다.

그래서 알바레즈는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을 이용해 최상급 포션을 찾고 있었다.

제법 오래전부터.

최상급 포션의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보통 15만 달러 정도면 살 수 있었다.

이제는 씨가 말라서 20만 달러를 줘도 사기 어렵다. 25만 달러 정도는 불러야 한다.

그나마 그것도 두 달 전 일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팔려고 하지 않는다.

한데, 얼마 전에 최상급 포션이 쫙 풀린 적이 있었다.

백진희가 최상급 포션을 100개 만들어 영업에 써먹었을 때 그랬다.

그때 최대한 확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달랑 한 개 샀다.

나중에 다른 조직들이 최상급 포션을 어떻게 얻었는지 확인하고는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원래 가만히 있었으면 여러 개 확보할 수 있었는데 설레발치고 나서는 바람에 달랑 한 병 얻고 만 것이다.

그 뒤로 백진희에게 계속 연락을 보냈다. 최상급 포션을 팔라고.

하지만 한 번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물론 주로 판매하는 하급 포션을 충분히 구입하지도 못했다.

제닉스 테크놀로지에 할당해주는 양이 회사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었다.

이건 분명히 보복성 조치였다.

그래서 가장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뭔가 대단한 일로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쪽 직원들에게 접근해 정보를 뽑아내는 걸로 시작했다.

이미 이번에 대규모 신규 채용 때, 적당한 놈들을 보내서 두 명이나 직원이 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직원들이 하는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알바레즈는 회사가 처음 생겼을 때 같이 시작했던 직원들에게 각각 사람을 붙였다.

그리고 적당한 시점에 접근해서 충분한 뇌물을 전달하고 그에 걸맞은 정보를 뽑아오라고 지시했다.

슬슬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알바레즈는 조금 초조한 표정으로 다리를 달달 떨었다.

그리고 드디어 작업을 나갔던 녀석들이 돌아왔다.

"이사님, 성공했습니다.”

담담히 보고하는 부하의 모습에 알바레즈의 입가가 쭉 찢어졌다.

"그래? 보고해봐.”

"목표로 삼은 직원 열두 명에게 전부 접근해 제안했고, 다들 제안에 응해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정보를 얻었습니다."

"정보가 쓸 만한가?”

"예. 일단 포션 제작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파악했습니다. 더미로 쓰는 재료까지 골라낼 수 있었습니다.”

"오! 재료. 그거 중요하지.”

"또한 재료 가공법과 각 재료의 첨가 비율까지 확보했습니다.”

알바레즈가 한껏 흥분했다.

이 정도면 아예 포션 제작 레시피를 구한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럼 우리도 이제 포션을 만들 수 있게 된 건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 하나가 빠졌습니다.”

"중요한 것? 그게 뭔데?”

"장비입니다.”

"장비? 그거야 우리가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어떤 역할을 하는 장비인지 확인하면 역으로 설계할 수 있잖아.”

알바레즈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좀 특별한 장비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장비를 가져와야 할 듯합니다.”

"가져온다고? 가능하겠나?”

"내부에서 살짝 호응만 해주면 충분히 흔적 없이 빼올 수 있습니다.”

알바레즈의 눈이 음험한 빛을 토해냈다.

"거기까지 얘기가 된 건가? 내부에서 호응을 해주겠다던가? 그 직원들이?”

"우리가 심은 직원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이용하죠.”

알바레즈가 눈살을 찌푸렸다. 언제 다시 그렇게 사람을 심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이렇게 써먹긴 좀 아까웠다.

"포션 제작의 핵심에 있는 직원들을 전부 매수했습니다. 나중에도 얼마든지 그들을 써먹을 수 있는데, 굳이 이런 식으로 그들을 날려 버릴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매수된 직원은 이미 우리 편이나 다름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기에 알바레즈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이번에 심은 우리 애들을 써먹기로 하지. 한데 아직 신입인지라 내부에서 제대로 호응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미리 장비 몇 개 쥐어주면 됩니다. 보아하니 그쪽은 아직 보안 체계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보안이 강화되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알바레즈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계획을 짜서 실행해. 그리고 뽑아온 정보, 내 연구팀에 전달해서 장비 없이 포션 제작 시도해보고.”

"예.”

직원이 인사하고 물러가자, 알바레즈는 개운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기지개를 켰다.

"그나저나 딴 놈들은 뭐 하는 거지? 뭘 하고 있긴 한 거야?”

알바레즈는 이내 피식 웃었다.

딴 놈들이 미적거리면 자신이야 좋다. 이렇게 쉽게 포션 재료에 들어가는 비율까지 알아냈다.

그리고 장비를 가져오면 이쪽은 완벽하게 포션을 제조할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딴 놈들이야 멍 때리고 지붕이나 쳐다보라지.

알바레즈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막혔던 일이 풀렸으니 이제 자신도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놈들 뭐 하는지나 슬쩍 떠볼까?”

자신과 함께 참석했던 열두 명 중에서 몇 명을 오늘 만나보기로 결정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리는 없다. 그놈들이 뭘 준비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알바레즈는 서둘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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