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화. < 특수이능관리국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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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저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백진희의 사과에 반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왜 미안해요. 그냥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솔직히 좀 들떴다.
기공술사가 되었는데, 그냥 기공술사도 아니고 엄청난 마력회로를 가진 아주 특별한 기공술사가 되었다.
그 상황에서 첫 번째 포션 제조에 성공했고, 나온 결과물이 최상급 포션 100병이었다.
당시에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데 일이 이렇게 흘러가고 보니, 더 이상 기뻐할 수가 없었다.
또, 자신이 왜 그런 식으로 행동했는지 돌이켜보니 지적할 곳이 너무 많아서 괴로웠다.
"제 잘못 맞아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너무 어설펐어요. 쟁쟁한 업체들한테 잘난 척 좀 하고 싶었던 거죠. 내가 한 것도 아닌데.”
문제는 업체들이 전부 쟁쟁하다는 점이었다.
작은 포션 제조업체 정도는 날름 먹어치우고도 남을 정도로 말이다.
백진희가 우려한 대로, 영업을 나갔던 모든 직원들이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돌아왔다.
그들 역시 전부 백진희와 같은 제안을 받은 것이다.
일개 직원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오너를 만나겠다고 한 것까지 똑같았다.
직원들은 백진희에게 연락했고, 백진희는 반태수에게 또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반성했으면 됐습니다. 앞으로 안 그러면 되죠. 그래서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이 몇 명이라고요?”
“열세 명입니다.”
"많네요.”
"직원이 열두 명뿐이라서 그 정도고, 만일 직원이 더 많았다면 더 늘어났을 거예요.”
그만큼 포션을 제조하는 회사가 지구에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게다가 첫 번째로 만든 포션이 무려 최상급 아닌가.
반태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진희 씨도 이 정도는 예상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분명히 회사를 노리고 접근하는 자들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어차피 달라질 건 없습니다. 우린 포션을 제조하고 그걸 판매합니다. 그게 다예요.”
백진희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쉽게 되면 누가 걱정을 하고 고민을 하겠는가. 잘 안 될 거 같으니 그렇지.
“좋게 거절해도 물러날 사람들이 아니에요. 특히 그들이 몸담은 회사는 더 심할 거예요. 아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반태수가 씨익 웃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음…… 협박이나 절도?”
"그들이 누굴 협박하겠습니까?”
백진희가 잠시 고민하다가 반태수의 눈치를 살폈다.
"반태수 씨를 협박하겠네요. 우리 대주주님. 아니면 저한테 하려나요?”
"직원들은요?”
"직원들도 협박을 받긴 하겠죠. 하지만 우리가 받는 것과는 좀 다를 거예요. 회사의 기밀을 빼돌려 달라거나, 뭐 그런 거겠죠.”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들에게 적극 협조하고 대가를 뜯어내라고 하세요.”
“예?”
"어설픈 대가를 받고 회사 정보를 넘기면 나중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막대한 대가를 받으라고 하세요.”
백진희가 황당하면서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진심이세요?”
"나중에 확인해서 제일 높은 대가를 받아낸 사람에게 보너스도 지급한다고 하세요.”
“진짜요?”
반태수가 빙긋 웃었다.
"네. 진짜요. 그들이 회사 정보를 빼가서 뭘 할 수 있을지 한 번 두고 보죠.”
백진희는 신기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대체 저 자신감의 원천이 뭘까?
근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종일관 저런 태도를 보여주니 어느새 백진희의 불안감도 많이 사그라졌다.
“그럼 스케줄은 어떻게 잡을까요? 반태수 씨 편한 시간을 불러주시면 제가 저쪽에 연락을 해서 시간을 잡도록 할게요."
“아, 그럴 필요 없이 한꺼번에 다 같이 보죠. 그래야 따로 개수작 부리는 놈들이 줄어들 테니까.”
"열세 명 전부요?”
"네. 열세 명 전부요.”
백진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간은……."
"오늘 저녁으로 하죠. 통보할 때 명확히 말해주세요. 오늘 전부 모이는 거고, 두 번째 모임은 없다고.”
"네."
아마 못 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설사 다른 중요한 일이 있더라도 다 내팽개치고 이리로 올 것이 분명하다.
지구에서 포션 제조 기술이 나타났는데, 누가 이걸 포기할 수 있겠는가.
"그럼 전 연락부터 돌리겠습니다.”
백진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반태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는 다시 축 늘어졌다.
최근 잠도 안 자고 마력회로 연구에 매진했다.
얼마 전 백진희의 몸에 마력회로를 안착시켜준 다음 떠오른 지식들은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지식의 양 자체가 얼마 안 되고, 반태수가 혼자 연구한 지식이 더 깊이가 있어서 금방 끝낼 수 있었다.
한데 그 뒤로 몇 차례에 걸쳐 마력회로에 관한 지식이 떠올랐다.
기초에서 응용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태반이 반태수가 혼자 연구해서 알아낸 내용과 겹쳤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어렵지 않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한데 응용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좀 묘했다.
과정이라기보다는 방향성이 문제였다 .
마력회로는 정말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회로 설정의 방향성에 따라 무수한 효능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응용으로 넘어가서 흘러가는 과정을 보니 육체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방향이었다.
당연히 육체의 전체적인 건강함이나 근력, 반사 신경, 지구력 등을 강화하는 쪽이었는데, 이게 좀 묘했다.
"이거 완전 정력 쪽으로 특화된 회로인데?”
몇 차례에 걸쳐 떠오른 지식을 통해 마력회로를 구성하면 정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당연히 전반적인 육체 성능이 향상되는 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건데, 그러면서 정력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의 회로였다.
꾸준히 회로를 통해 마력을 돌리면 마력이 반응을 하며 정력을 조금씩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내버려 둬도 회로를 타고 마력이 느릿하게 흘러가면서 지극히 미미하지만 꾸준히 정력을 향상시킨다.
‘이거 꼭 누군가가 마력회로에 대한 걸 혼자서 연구하던 과정을 보는 것 같단 말이야.’
그동안 자신에게 떠올랐던 지식들은 이러지 않았다.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지면서 차근차근 높은 수준의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체계가 딱 잡혀 있었다.
그래서 손쉽게 마법을 익힐 수 있었고.
"꼭 정력을 얻기 위해 마력회로를 연구한 것 같잖아.”
문득 처음 키에라 나서스와 잠자리를 했을 때가 떠올랐다.
마치 과거에 수천 명의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그 경험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한 느낌도 들었고.
만일 진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마력회로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몸이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복잡해졌다.
마치 첫 관계를 맺었을 때, 스위치를 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전까지는 전혀 그쪽으로 관심 자체가 없었다.
모든 관심이 마법에 집중되어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당연하지 않았다.
한창 혈기왕성할 시기를 마법 공부와 연구만으로 꽉꽉 채워서 보냈다.
그러다가 억누르고 있던 것이 터진 것 같았다.
반태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신을 관조했다.
지금 자신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또 혹시 무언가에 휘둘리고 있는 건 아닌지.
뭔가 불순한 것이 몸에 남아 있는지도 확인했다.
두뇌부터 시작해 발끝까지 싹 훑었다.
‘모르겠지만, 괜찮은 것 같아.’
여전히 좀 찝찝하긴 하지만 스스로 관조하고 몇 번이나 몸을 스캔했는데도 별다른 이상이나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
아니, 이번에 관조하면서 느끼는 건데, 여러모로 크게 성장했다.
육체가 전반적으로 더 강해졌다.
이건 마력회로를 테스트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상이 분명했다.
육체만 달라진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
그저 단순히 마력회로를 구성하고 그걸 테스트 하면서 돌려보고 발현시켜보고, 그걸 반복하면서 데이터를 얻은 뒤, 이정도면 됐다 싶으면 지워버렸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다.
마력회로는 참으로 재미있는 기술이었다.
이걸 마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태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건 분명히 마법이다. 기존 마법과 결이 좀 다를 뿐.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아직 제대로 이론이 정립되지도 않은 분야 아닌가.
좀 더 다양한 마력회로를 겪어보고 싶었다. 지금 가진 지식과 데이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마력회로에 대한 욕망이 사방으로 자연스럽게 뻗어 나갔다.
한데 그 순간,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마법도 완벽하지 못한데, 굳이 마력회로까지 연구를 해야 하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걸로 육체와 정신을 강화하고, 정력까지 얻었으면 된 거 아닐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반태수는 어이없어 피식 웃었다.
"이건 또 뭐지?”
그렇게 자신을 몇 차례나 관조하고 스캔해도 발견하지 못했던 이상한 점을 마력회로 하나가 찾아냈다.
자신이 마력회로에 가진 욕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안다. 한데 그게 이렇게 단숨에 사라진다고?
이건 아예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말이 안 될 정도의 균열이 발생한 건 분명히 마력회로 덕분이다.
‘이러면 마력회로를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가 없잖아?’
그동안 가졌던 그 기묘한 위화감.
계속 거슬리고 찝찝했지만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한데 그 위화감의 정체를 찾아낼 수 있는 열쇠를 얻었다.
‘역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건 확실해.’
그리고 이면세계에는 없는 힘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테스트를 안 했네.’
기공술사가 이면세계에 가면 마력회로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그걸 직접 테스트하기로 해놓고 아직까지 미루고 있었다.
그때는 바로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된 것이다.
‘일단 오늘은 늦었고. 내일 바로 해봐야겠어.’
반태수는 단단히 다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마력회로를 새겼다.
아직 저녁이 되려면 시간이 제법 남았다. 그러니 그때까지 마력회로 연구와 테스트를 계속할 생각이었다.
반태수는 마력회로를 만들고 테스트 하고 마력을 돌리고 회로를 발현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데이터를 쌓는다.
그리고 마력회로를 지우고 새 마력회로를 새긴다.
반태수는 그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마력회로를 구성해봤다.
하지만 뭔가 막힌 채로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새로운 마력회로를 경험하면서 뚫어야 할 듯했다.
아니면 전혀 다른 시도를 하면서 꾸준히 경험을 쌓거나.
그렇게 마력회로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다가왔다.
***
제닉스 테크놀로지의 이사 알바레즈는 짜증이 깃든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 두 명의 경호원이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두 명의 경호원은 능력자였다. 몇 가지 장비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그 장비들은 전부 마도구였다.
알바레즈 또한 마도구 몇 개를 장비했다.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였다.
마도구는 참으로 편리한 장비다. 고작 작은 팔찌나 반지 같은 걸로 방탄조끼 이상의 방어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알바레즈는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포션 제조업체의 오너를 일대일로 대면하는 것이었다.
한데 뭐? 자신을 빼고도 열두 명이 더 있다니!
게다가 면면을 살피면 하나같이 보통 놈들이 아니다.
다들 만만치 않은 조직에 소속된 놈들이었다.
솔직히 그런 놈들이 당연히 달라붙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오늘 당장 한꺼번에 달려들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 자신이 잘 구워삶으면, 그들은 결국 뒷북을 치고 허무하게 떨어져 나갈 거라고 계산했다.
한데 이게 무슨 꼴인가.
‘당했어. 그 오너라는 놈, 보통이 아니야.’
알바레즈는 당연히 뒷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미 회사에 그에 대한 정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최근 한국에서 나타난 네 번째 기공술사.’
그리고 한국에서 조그맣게 커피 장사를 하고 있으며, 백진희와는 작은 친분이 있을 뿐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기공술사라는 정보가 걸려들었기에 미리 조사를 해두었는데, 그때 조사한 자료를 정리해서 확인한 것이다.
‘고아에 갖은 일을 다 하면서 대학을 다녔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설마 의도적으로 정보 은폐를 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이미 회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끝냈다.
미국에, 그것도 뉴욕에 세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제닉스 테크놀로지가 마음먹었는데 못 얻을 리 없다.
이미 탈탈 턴 지 오래였다.
한데 끝까지 알아내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 막대한 현금은 대체 어디서 구했을까?
짜증을 삼키며 걷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친놈.”
건물 입구 위에 금속으로 제작한 알파벳으로 회사 이름을 한 글자씩 나란히 박았다.
포션(POTION).
너무나 노골적이고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아마 이면세계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사람은 전부 저 이름에 관심을 가지리라.
알바레즈는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회사의 직원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알바레즈를 발견하고는 얼른 안내했다.
오늘 모일 장소는 이 회사의 대회의실이었다.
안내를 받아 대회의실에 도착하니,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전부 아는 얼굴이었다. 알바레즈의 얼굴에 짜증이 한 겹 더 덧씌워졌다.
"총 열세 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한데 한 명이 더 많다. 그 한 명은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았다.
"여기 직원인가?”
알바레즈는 노골적으로 그 사람을 보며 물었다.
그 사람, 패트릭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특수이능관리국에서 나왔습니다.”
알바레즈가 대번에 인상을 썼다.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거기서 여길 기웃거리는 거지?”
패트릭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중요한 이슈가 생겼으니 특수이능관리국에서 확인하는 건 당연한 절차입니다. 혹시 쓸데없는 압박이나 행동으로 인해 차질이 생기는 걸 방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일 없으니 여긴 우리들한테 맡기고 이만 가줬으면 하는데, 어렵나?”
"저도 명령을 받고 온 처지라, 그건 어렵겠군요.”
두 사람 사이에서 불꽃이 튀는 듯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광경을 흥미롭게 구경했다.
다들 특수이능관리국에서 여기에 사람을 보냈다는 사실을 굉장히 껄끄러워 하고 있었다.
한데 알바레즈가 알아서 나섰으니, 차라리 잘 됐다고 여겼다.
좀 더 신 나게 싸웠으면 했는데,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고 백진희와 반태수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종료되어 버렸다.
다들 눈을 번득이며 두 사람을 유심히 살폈다.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알바레즈였다.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군요. 그쪽이 이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 반태수 씨입니까?”
반태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회의실에 모인 자들을 스윽 둘러봤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요?”
알바레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방금 무시당했다.
다들 묘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반태수는 자연스럽게 테이블의 끝에 앉았다. 나머지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였다. 그리고 백진희가 바로 옆에 조용히 섰다.
반태수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득였다. 그 시선이 패트릭에게 꽂혔다.
"그쪽은 부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패트릭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특수이능관리국에서 나왔습니다. 오늘 만남을 참관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한 패트릭은 살짝 긴장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이건 특수이능관리국이 가진 권리였다. 하지만 그걸 이쪽에서 인정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 일이 복잡해진다. 물론 결국은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나오긴 하겠지만.
반태수는 묘한 눈으로 패트릭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재미있는 분이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