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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59화 (255/351)

259화.  < 특수이능관리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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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이능관리국의 요원인 패트릭은 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자였다.

패트릭은 기공술사였다.

기공술사는 보통 특별한 가문에서 이어져 내려오곤 한다.

패트릭 역시 가문의 기공술을 익혔다.

기공술을 익혔다고 해서 반드시 기공술사가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공술을 익히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강해진다.

기공술사가 아니더라도 기공술을 오랫동안 익힌 사람들은 힘도 세지고, 민첩해지며, 머리도 좋아진다. 집중력이나 관찰력 같은 능력도 좋아지고.

패트릭의 가문은 대대로 몇 명씩 기공술사를 배출하는 명문가였다.

가문에 전해지는 기공술의 특징은 육체보다는 정신 쪽 능력이 강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기공술을 이용한 능력도 굉장히 특수했다.

마력회로 형성 과정에 따라서 발현되는 능력이 몇 가지로 갈라진다는 점도 특별하다면 특별한 점이었다.

패트릭의 능력은 통찰이었다.

그저 단순한 통찰력이 아니라, 패트릭도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다뤄지는 통찰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난해한 일이 있을 때, 자주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어떤가? 뭔가 좀 알겠나?”

패트릭은 특수이능관리국의 국장이 보여준 동영상을 집중해서 몇 차례나 봤다.

“내부에서 터진 거 확실합니다. 그런데 폭탄 종류는 아니에요. 단순한 충격파가 터진 겁니다."

"단순한 충격파? 그게 폭발 아닌가?”

"화약이나 인화물질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군데에서 강한 충격파가 터진 겁니다.”

"화약이나 인화물질이 쓰이지 않은 폭발이라……."

"누군가 능력을 쓴 걸로 보입니다.”

"능력을 썼다고? 그럼 기공술사가 개입한 일인가?”

패트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기공술사가 개입한 게 맞다. 한데 자신의 능력이 주는 답은 좀 달랐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잘 모르겠다고? 자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나?”

국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패트릭에게 무언가를 물었을 때,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기공술사가 개입하지 않았는데 능력을 쓴 것 같다고? 그건 좀 이상한데? 안 그런가?”

"그럼 기공술사인가보죠.”

"아니지. 자네가 그렇게 모호한 대답을 내놨다는 것 자체가 범인은 기공술사가 아니라는 뜻이지. 그럼 능력자겠군. 요즘 능력자들 중에 이면세계가 아닌 지구에서 능력을 쓰는 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니, 그쪽으로 한 번 파봐야겠어.”

패트릭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하기가 정말 애매했다. 능력자도 아닌 것 같았으니까.

"그나저나 정말 이 짓도 못해먹겠어. 저기 터진 것 중 하나가 우리 관리국에서 쓰던 위성이야. 한데 그 위성을 저렇게 감시하고 있었을 줄이야. 다른 감시위성을 동원한 거겠지? 그런 데 쓸 자원이 있으면 차라리 우리한테 지원을 해주는 게 서로 이득인데 말이야.”

"그거 아닙니다.”

"응? 아니라니?”

"감시위성으로 찍은 영상 아닙니다. 이거 능력으로 촬영한 영상이에요.”

국장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능력으로 촬영했다고? 그게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이거 실시간으로 찍은 영상도 아닙니다. 과거를 찍은 겁니다.”

국장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패트릭을 바라봤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자넨 그걸 대체 어떻게 아는 건가?”

"우리 가문의 기공술사거든요. 저랑은 방향성이 좀 다르죠.”

"정확히 어떤 능력인가?”

"정확한 시점과 위치를 알면 짧은 과거를 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이코메트리 비슷한 거로군.”

“훨씬 상위의 능력이죠. 다만, 쿨타임이 좀 깁니다.”

국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무슨 게임도 아니고 쿨타임까지 등장한단 말인가.

"보름에 딱 한 번 쓸 수 있습니다. 길이도 방금 본 영상 정도고요. 하지만 아주 정확하고 선명하죠. 원하는 각도도 맞출 수 있고."

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우주에서 벌어진 일을 영상으로 찍었으니 말이다.

“범죄 수사에 쓰면 아주 딱이겠군.”

“다양한 비밀도 캐낼 수 있죠.”

문제는 고작 보름에 한 번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건 생각보다 큰 제약이었다. 그러니 확실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만 써야 한다.

국장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패트릭을 바라봤다.

‘패트릭과 같이 하면 정말 환상의 조합을 이룰 수 있겠군.’

특유의 마법 같은 통찰력으로 정확한 위치와 시점을 알아내고, 말도 안 되는 영상 촬영 능력으로 그걸 찍으면 세상에 알아내지 못할 사실이 아무것도 없으리라.

“이 영상을 찍은 친구는 CIA소속인가?”

"모릅니다.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솔직히 별로 친하진 않거든요.”

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자신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나중에 한 번 찔러봐야겠다. 데려올 수 있으면 정말 좋지 않겠는가.

"전 이만 가도 됩니까?”

"그럴 리가. 아직 본론은 시작도 안 했네.”

패트릭이 어서 말하라는 듯 국장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범인을 잡을 생각이야.”

패트릭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자의 소행이라고 추측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않겠나? 저런 걸 미리 심어두려면 위성을 제작하는 단계에서 손을 썼다는 뜻 아니겠나?”

패트릭은 그 말을 들으며 다시 영상을 확인했다.

뭔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왜 그러나? 뭔가 보이는 거라도 있나?”

“아뇨. 그냥 좀 마음에 걸려서요.”

“뭐가? 자네 마음에 걸린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 아닌가? 어서 말해보게. 어떤 점이 마음에 걸리는지.”

패트릭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솔직히 좀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아마 아닐 겁니다. 그러니 일단 처음부터 차근차근 뒤집어 보죠.”

하지만 국장은 집요했다. 패트릭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다.

어쩌면 패트릭 본인보다 국장인 자신이 더 잘 알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런 말도 허투루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일단 말해보라니까?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내가 직접 듣고 판단할 테니까.”

패트릭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 위성들, 지구에서 누군가가 뭔가를 해서 부순 것 같습니다.”

“뭐?”

국장이 멍하니 패트릭을 바라봤다. 그리고 대체 왜 이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이해했다.

위성이 있는 곳은 지구에서 수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그걸 지구에서 뭔가를 해서 부쉈다고?

"역시 그런 건 불가능하겠죠?”

“어…… 그러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네.”

국장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저런 게 가능한 자가 있다면, 그 자가 마음만 먹으면 지구에서 죽이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구 둘레라고 해봐야 고작 4만 킬로미터다.

‘이걸 뭐라고 해야 돼? 초장거리 저격도 아니고 원격살인? 뭐 그런 건가?’

국장은 허황된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고는 패트릭을 바라봤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바로바로 알려줄 테니 일단 시작부터 하게. 자네도 알아낸 거 있으면 제깍제깍 보고하고.”

"예. 그럼 이제 가보겠습니다.”

패트릭이 나가자, 국장은 뒤로 눕듯이 등을 기대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안 그래도 요즘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골치 아픈데, 거기에 저런 일까지 더해져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나저나 계속 이면세계가 막혀 있으면 정말 곤란한데…….'

이면세계를 들락거리던 능력자들이 지구에 계속 남으면서 슬슬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들썩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지구에서는 이면세계보다 힘을 못 쓴다고 해도 능력자는 능력자였다.

그들이 제대로 된 장비를 차고 사고를 치기 시작하면 아마 골치 깨나 썩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조절하나…….'

국장은 몸을 일으켰다.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젠장.”

슬프게도 더 이상 머리카락을 못 지킬 것 같다.

***

백진희는 포션을 뽁뽁이로 꼼꼼하게 포장해서 가방에 넣었다.

오늘은 이걸 위해 좀 큰 가방을 가져왔다. 가진 가방 중에서 가장 비싼 물건이기도 했다.

명품가방 안에 최상급 포션을 담으니 왠지 잘 어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제닉스 테크놀로지를 향해 또각또각 걸어갔다.

새로 얻은 사무실에서 제닉스 테크놀로지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제닉스 테크놀로지에서 백진희의 업무는 능력자와 좀 걸맞지 않았다.

팀장이 되어 기공술사들 테스트를 조율하고 데이터 정리하고 서류 업무를 하는 정도가 다였다.

그러니 제닉스 테크놀로지에서 공들여 영입한 능력자치고는 업무가 너무 평범하긴 했다.

아마 나중에 이면세계의 귀환 포탈을 확보한 뒤에 써먹을 계획인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아직 마력이 늘어난 뒤로 이면세계에 가보지 않아서 확실치는 않지만, 이면세계에서 쓸 수 있는 마력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어쩌면 여기서 늘어난 비율만큼 그쪽에서도 늘어날지 모른다.

그럼 굉장한 쓸모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쓸모를 챙길 수가 없게 되었다.

‘기공술사가 되었으니까.’

기공술사는 이면세계에 가지 못한다.

그 점을 잘 설명하면 그들도 백진희를 놔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포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니 더더욱 괜찮지 않을까?

제닉스 테크놀로지도 요즘 포션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제닉스 테크놀로지에 도착했다.

로비로 들어가니 보안 검색대들과 보안요원들이 보였다.

여전히 로비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미리 연락을 하고 왔기에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사실 연락을 안 하고 왔어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 퇴사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엘리베이터에 탄 백진희는 평소와 달리 30층 버튼을 눌렀다.

오늘 만날 사람은 30층에 있었으니까.

엘리베이터가 30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짧은 복도가 보였고, 그 끝에 커다란 문이 있었다.

백진희는 복도를 걸어 문에 도착한 다음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어서 와요. 생각보다 일찍 왔군요.”

"마침 근처라서요.”

백진희를 기다리고 있던 제닉스 테크놀로지의 이사, 알바레즈는 반갑게 그녀를 맞아 주었다.

알바레즈가 바로 백진희를 뽑은 사람이었다. 또한 그녀의 퇴사를 막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낮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소파에 마주 앉았다.

"오늘은 꼭 퇴사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좀 곤란합니다. 고작 몇 달 써먹으려고 백진희 씨를 여기로 데려온 건 아니거든요.”

“그 점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업무, 솔직히 누가 맡아도 저만큼은 하지 않을까요?”

“일이 꼬여서 그렇게 된 겁니다. 조만간 백진희 씨가 큰 역할을 할 날이 올 겁니다."

“그 역할, 혹시 이면세계로 가는 건가요?”

알바레즈가 씨익 웃었다.

"그렇죠. 내가 지금 최고의 팀을 구성하려고 인원을 선발 중에 있습니다. 백진희 씨가 팀장이죠.”

백진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요.”

알바레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 너무 도의에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가버리면 우리 회사가 입는 손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솔직히 회사가 손해 볼 게 뭐 있겠나. 사람 한 명 더 구하면 되는 것을.

제닉스 테크놀로지에서 팀장급 인사를 구한다고 하면 아마 구름처럼 능력자들이 몰려올 것이다.

개중에는 마력을 제외하면 백진희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는 사람도 분명히 몇 명 있을 테고.

그런 사람을 뽑으면 끝이다. 손해 볼 것도 이득 볼 것도 없다.

"새로 시작하는 일에 제가 꼭 필요한 상황인지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리 회사도 백진희 씨가 꼭 필요합니다.”

알바레즈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감정을 담아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하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그 순간, 백진희의 눈이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번득였다. 그리고 가방에서 잘 포장된 포션 한 병을 꺼냈다.

두 바퀴 정도 감아놓은 뽁뽁이를 제거하고 병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작고 투명한 병 속에서 붉은 액체가 찰랑거렸다.

“이게 뭡니까?”

“포션입니다.”

알바레즈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병을 집었다.

"이거 색깔이 아주 훌륭하군요.”

"최상급 힐링포션입니다.”

그 말에 알바레즈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최상급 힐링포션은 구하고 싶다고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면세계까지 막힌 지금은 더더욱 그러했다.

“이게 최상급 힐링포션이란 말입니까? 대체 이걸 어떻게 구했습니까? 설마 새로 한다는 일이 이 포션을 구한 것과 관계가 있습니까? 아! 혹시 드러나지 않은 귀환 포탈을 찾은 겁니까?”

그게 알바레즈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래서 그런 겁니까? 이거…… 서운하군요. 귀환 포탈은 공유가 원칙일 텐데요? 그럼 백진희 씨가 우리 회사를 나갈 이유도 없잖습니까.”

백진희가 고개를 저었다.

“귀환 포탈을 찾은 게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그럼 이건……."

"만든 겁니다.”

알바레즈가 입을 꾹 다물고 백진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번에 포션 제작 회사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물량을 뽑아내진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포션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진짜군요?”

알바레즈의 눈이 살짝 커졌다. 처음엔 농담이거나 회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블러핑인 줄 알았다.

한데 진짜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얘기가 아예 달라진다.

"그 포션 제조 회사, 저희한테 넘기시죠.”

“예?”

백진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가격은 정말 잘 쳐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넘기시죠.”

알바레즈는 당당했다. 이런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발견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제 회사가 아닙니다. 전 운영만 할 뿐이죠.”

"아하, 그렇군요. 그럼 오너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제가 알아서 설득하겠습니다.”

백진희는 문득 다른 직원들도 전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맞이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약속만 해주신다면 퇴사 처리는 바로 해드리죠. 그리고 이것도 비싸게 사드리겠습니다."

알바레즈는 포션을 손가락으로 들고 흔들면서 그렇게 말했다.

백진희는 차마 포션이 더 있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걸 내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는 걸까?’

백진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일단 물어는 보겠습니다.”

그녀는 반태수에게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상황을 아주 간략하게 정리해서.

답장은 바로 왔다.

백진희는 알바레즈를 보며 말했다.

“만나겠답니다.”

알바레즈의 표정이 환해졌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퇴사 처리는 바로 해드리죠. 그리고 월급 계좌로 이 포션값도 바로 이체하겠습니다.”

백진희는 문득 자신이 기공술사가 되었다고 말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 얘기까지 했으면 일이 훨씬 더 복잡해졌으리라.

'그나저나 너무 미안하네.’

반태수를 괜히 귀찮게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알바레즈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소개하는 자리에서 같이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군요. 아, 백진희 씨가 그만둔다는 말에 팀원들이 굉장히 서운해 하고 있으니 한 번 만나보고 가시죠. 그래도 인사는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진희는 대답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숙인 다음 방에서 나갔다.

알바레즈는 백진희가 나간 문을 보며 씨익 웃었다.

"이거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네. 어쩌면 하이에나들이 떼로 몰려올 수도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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