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화. < 새로운 사업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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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옆자리에는 백진희가 반쯤 탈진한 채 쓰러져 있었다.
그녀를 기공술사로 만든 다음, 부작용 때문에 격렬하게 마력을 섞어야 했다.
반태수는 그 와중에도 관찰을 멈추지 않았다.
마력을 섞고 다시 분리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력회로의 반응까지 면밀히 살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그 부작용은 필요한 부작용이었다.
반태수와 마력을 섞으면서 마력의 순도가 높아져 마력회로가 더욱 안정적으로 백진희의 몸에 안착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이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완성한 마력회로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주입해서 만든 마력회로가 똑같을 리 없다.
반태수의 뛰어난 마력 컨트롤 능력과 깊이 있는 마력회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백진희의 몸에 마력회로를 안착시키긴 했지만, 그게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비율로 따지면 90%정도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 10%는 살짝 뜬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기 상황이나 크게 무리한 상황에서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
그게 10%다.
한데 반태수와 마력을 섞는 과정에서 그 부족한 10%가 채워진 것이다.
이제 백진희는 자신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구축한 마력회로를 가진 것과 똑같은 상태가 되었다.
“하, 이거 참.”
그리고 백진희가 100%의 마력회로를 가지게 된 순간, 반태수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지식이 떠올랐다.
한데 그 지식이라는 것이 마력회로에 관한 것이었다.
반태수는 떠오른 지식을 차분히 확인했다.
생각보다 양이 많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식이 좀 모자라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내가 혼자서 연구한 내용이 더 나은데?’
물론 겹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도움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새로 떠오른 마력회로에 대한 지식은 기초적인 원리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걸 응용해서 파생한 지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기초적인 원리 쪽에 반태수가 갖다 쓸 만한 부분이 그럭저럭 있었다.
반태수는 곧바로 자신의 이론을 새 지식을 이용해 보강했다.
좀 더 탄탄한 이론적 바탕을 가진 마력회로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듯했다.
재미난 장난감 하나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백진희에게 마력회로를 제대로 설치한 덕분에 여러 모로 얻는 것들이 많았다.
일단 마력회로 설치의 경험을 하나 축적했다.
그것도 아주 복잡한 마력회로였기에 쌓인 경험치가 만만치 않았다.
또한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그나저나 다음에는 누구한테 마력회로를 설치해 주지?’
후보자는 많았다.
엄대협도 있고 데드릭 벨크리스나 살라자 샤마쉬도 있다.
페일라 린치필드와 키에라 나서스도 있고.
오스윈 프리든은 마법사라서 마력회로를 설치해도 될지 확인이 필요하다.
반태수의 경우는 괜찮았지만, 그리고 웬만하면 괜찮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코어와 마력회로는 공존이 가능했다.
한데 서클과 마력회로가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증명이 필요했다.
여차하면 죽여야 할 마법사 몇 명 데려다가 직접 설치해서 확인해도 된다.
반태수는 침대를 벗어나며 온몸을 마력으로 몇 차례 씻어냈다.
쌓였던 피로가 싹 씻겨 내려갔다.
한잠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해졌다.
자주 써먹으면 결국 마력으로 씻어내도 피로가 남게 되지만, 이렇게 가끔 써먹으면 제법 괜찮은 피로회복 수단이다.
백진희에게 마력회로를 심었으니, 이제 그 운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건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메뉴얼로 남겨두는 편이 나았다. 그래야 막힐 때마다 수시로 확인하면서 수련을 할 테니까.
마력회로를 설치했다고 끝이 아니다.
꾸준한 수련을 통해 더 발전시켜야 한다.
마력회로를 통해 많은 마력을 쌓을 수 있다.
보통 기공술사는 그 마력을 마력회로에 쌓아두겠지만, 백진희는 그걸 온몸에 쌓을 수 있다.
또한 온몸에 분포된 마력을 마력회로로 끌어올 수도 있고.
그게 반태수가 만든 마력회로의 특징이었다.
반태수는 거실에 있는 장비들을 아공간에 넣고, 아공간에 있던 가구와 집기들을 다시 내놓았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들고 백진희의 마력회로 메뉴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걸로 밤을 보내기로 했다.
***
"설마 밤 샌 건 아니죠?”
백진희는 잠에서 깨자마자 반태수를 보고는 그렇게 물었다.
몸에서 힘이 넘쳤다.
그리고 몸에 자리 잡은 마력회로를 따라 느릿느릿 흘러가는 마력의 존재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마력회로를 따라 흐르는 마력은 주변 마력을 조금씩 빨아들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백진희의 몸에 흩어져 있는 마력이 아니라 외부의 마력만 빨아들였다.
그렇게 빨아들인 마력의 대부분이 다시 허공에 흩어지지만, 그 중 극히 일부는 마력회로에 녹아들었다.
그런 식으로 마력이 아주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
어제 자신에게 벌어진 기적은 이렇게 몸으로 느끼는데도 여전히 현실감이 떨어졌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게 만들었다.
백진희는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는 반태수를 가만히 바라봤다.
"나 오늘 출근 안 할 거예요.”
그 말에 반태수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백진희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제 굳이 출근할 필요는 없죠.”
어련히 백진희가 알아서 하지 않겠나.
"그런데 어제 여기 있던 장비들, 다 어디로 갔죠?”
"치워뒀습니다. 나중에 회사로 옮기는 건 내가 알아서 할 겁니다.”
"어…… 그렇군요. 그럼 오늘 준비한 사무실에 한 번 가보시겠어요?”
"그러죠.”
이번에도 반태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백진희가 진지하게 말했다.
"가서 확인해 보시고, 포션 제조 공간이 부족한 것 같으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애초에 반태수에게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한지 듣고 구한 사무실이었기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또 모르지 않나. 장비를 제작하면서 규모가 더 커졌을 수도 있으니까.
"그럼 아침부터 먹고 바로 움직이죠.”
“네.”
백진희는 내일 회사로 가서 사표부터 제출하기로 했다.
스카웃되어 들어간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사표를 내겠다고 하면 회사에서 순순히 놔주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 인수인계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인수인계는 별로 할 거 없어요. 어차피 데이터로 다 남으니까. 메뉴얼도 따로 있고.”
"아, 그리고 이거 받으시죠.”
반태수는 들고 있던 태블릿을 건넸다.
그걸 받은 백진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왜?”
"거기 마력회로 운용법이 있습니다. 확인해보세요.”
백진희는 깜짝 놀라 태블릿을 켠 다음, 눈에 확 띄는 아이콘을 터치했다.
첫 화면은 자신의 마력회로를 세밀히 표현해 놓은 그림이었다.
화면을 슥슥 내리니 자세한 운용법, 수련법, 응용법이 쭉 정리되어 있었다.
엄청난 양이었다.
“꾸준한 수련이 필수라는 건 아시죠? 뭔가 궁금하거나 막힐 때마다 그거 보면서 참고하세요. 그래도 모르겠으면 나한테 와서 물어보고."
백진희가 또 한 번 촉촉해진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정말…… 고마워요.”
반태수는 이러다가 일정이 또 늦어질까봐 얼른 뒤로 물러났다.
"자, 이제 나갈 준비합시다. 배가 너무 고픈데?”
"알았어요. 금방 씻고 준비할게요.”
백진희가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대답하고는 빠르게 움직였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느긋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
백진희가 구한 사무실을 확인한 반태수는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 내가 말한 정도 규모이긴 한데…….'
백진희는 정확하게 일처리를 했다. 본인이 직접 한 것도 아니고 사람을 고용해서 한 건데도 흠잡을 데 없게 일을 처리했다.
이 사무실 역시 마찬가지다.
정확히 여긴 사무실로 쓰려는 것이 아니라 포션 제조 공방으로 쓸 장소였다.
포션을 제조할 때, 의외로 유독가스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냄새가 심한 물질도 없다.
그래서 도심지에 있는 이런 사무실에서 제조를 해도 별 상관이 없었다.
물론 그건 반태수가 만든 레시피의 포션이 그렇다는 얘기고 다른 모든 포션이 전부 그렇지는 않다.
어떤 포션은 유독가스가 나오기도 하고, 지독한 냄새 때문에 철저한 환기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있다.
아무튼 여긴 포션 제조를 하기 딱 좋은 공간이긴 했다.
한데 반태수는 왠지 여기가 마음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를 읽었는지 백진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음에 안 드세요?”
"그건 아닙니다.”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곳을 알아볼게요. 어떤 점이 문제인지 말씀해주세요. 그 부분을 고려해서 구할 테니까요.”
반태수는 잠시 고민했다.
규모를 좀 더 크게 키우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사무실을 임대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적당한 빌딩을 통째로 구입해서 쓰고 싶었다.
‘돈부터 구해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불현듯 뭔가가 떠올랐다.
반태수는 아공간을 확인했다.
여러 서버를 비롯한 무수한 물건들 뒤쪽 아공간 구석에 잔뜩 쌓인 금괴가 보였다.
그리고 그 금괴 뒤쪽에 잔뜩 뭉쳐 있는 현금이 보였다.
‘내가 이걸 잊고 있었다고? 대체 왜?’
자신은 마법사다. 게다가 생각을 여러 개로 쪼개서 각각의 생각을 따로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좋은 마법사다.
한데 이걸 잊고 있었다니.
이 금괴와 현금은 지난 번 지구에 왔을 때, 오성연합을 정리하면서 그들의 비자금을 털어서 얻은 것들이다.
이걸 쓰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자금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다.
한데 왜 이걸 잊고 있었을까? 아니, 잊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막대한 돈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바로 떠올라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적어도 반태수는 그렇다.
한데 그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떠올랐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타이밍도 어찌나 공교로운지.
백진희와 얘기를 끝내고 일을 다 진행해 버려서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억지로 멈추려면 그럴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는 건 백진희를 엿 먹이는 일이나 다름없다.
‘찜찜한데?’
마치 이면세계에서 글락 그룹을 얻었으니 지구에서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누군가가 권하는 것 같지 않은가.
아무튼 이제라도 생각났으니 됐다. 이 부분은 나중에 깊이 고찰해 보면 된다. 지금은 지금 할 일을 하고.
반태수는 백진희를 쳐다봤다.
백진희는 반태수가 말하는 그 어떤 의견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규모를 좀 더 키우죠.”
"예? 얼마나요?”
"적당한 수준의 빌딩을 하나 매입하는 걸로 가죠.”
백진희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뉴욕에서 하는 거 맞죠?”
"그래야 좀 편하죠.”
"우리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도 아시죠?”
"그 예산 말인데.”
백진희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복잡한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한테 눈먼 돈이 좀 있는데, 다 현금이거든요.”
“눈먼 현금이요? 얼마나 되는데요?”
"달러만 계산하면, 한…… 10억?”
“10억이요?”
백진희는 잠시 반태수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기겁해서 물었다.
"설마 10억 달러요?”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진희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녀는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산이 10억 달러나 있으면 이걸로 뭘 못하겠는가.
반태수는 다른 나라의 돈까지 하면 그 몇 배가 된다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자, 잠깐만요. 그러니까 그 10억이 현금으로 있다는 거죠? 지폐.”
"그렇죠.”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그 돈으로 빌딩을 사는 건 어렵다.
그냥 자잘하게 쪼개서 소소하게 쓰는 거라면 모를까.
"처리할 수 있으시죠?”
반태수의 물음에 백진희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대답했다.
"당연히 할 수 있죠.”
이런 걸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사람도 백진희의 인맥 안에 있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그머니 물러났다.
아무래도 백진희의 표정을 보니 머릿속이 정말 복잡한 모양이다.
이럴 때는 그냥 조용히 있어야 한다.
아무튼 덕분에 크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하면 짜증부터 날 것이다.
하지만 백진희가 고용한 직원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불타올랐다.
갑자기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으니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를 만했다.
뉴욕의 적당한 빌딩을 구매하고 그 빌딩의 세 개 층을 사무실과 제조공방으로 쓰기로 했다.
열흘도 되지 않아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제조공방에 장비까지 전부 세팅했고, 실제로 포션을 제작해서 완성품이 제대로 나오는지 테스트까지 끝냈다.
이 모든 과정에 반태수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백진희가 알아서 전부 끝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백진희는 포션이 가득 든 상자를 사무실 테이블 위에 툭 올려놓았다.
직원들이 눈을 번득이며 다가왔다.
"이게 우리가 만든 포션입니까?”
"맞아요. 첫 번째 제작품이죠. 우린 이걸 들고 영업을 뛰어야 해요.”
상자 안에 든 포션의 수는 정확히 100개였다.
포션병이 워낙 작아서 100개라고 해도 상자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벌써부터 반응이 기대되네요. 세상에, 우리가 포션을 만들어 내다니! 이거 성능 테스트부터 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벌써 해봤어요.”
백진희의 말에 다들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품질은 최상급이에요. 이면세계에서 들여오는 웬만한 포션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들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냥 포션도 아니고 최상급 포션이라니.
사실 제법 오래전 미국 특수이능관리국에서 포션 제작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포션의 성능은 기대 이하였다.
이면세계에서 가져오는 최하급 포션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졌으니까.
한데 이건 무려 최상급이다.
"빨리 영업 나가고 싶습니다.”
직원들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백진희는 빙긋 웃으며 포션을 직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영업은 아마 딱 한 번이면 층분할 거예요. 절대 샘플로 그냥 주지 마세요. 정확히 책정된 가격에 판매하세요.”
보통 최하급 포션 한 병에 100달러 정도 한다.
그리고 등급이 올라갈수록 가격은 껑충껑충 뛴다.
최상급 포션은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정해진 가격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때그때 시세가 형성되고 그 시세에 따라서 판매한다.
아니, 보통 최상급 포션은 거래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냥 보유하려고 하지.
최근에는 전체적으로 포션 시세가 급등했다. 구할 길이 막혔으니 어쩔 수 없다.
“대표님. 우리 이거, 낮은 등급은 못 만드는 겁니까?”
"가능해요. 일단 그걸 판 다음, 2차 물량은 등급을 중간 정도로 확 낮출 계획이에요.”
등급이 낮아지면 포션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줄어든다.
최상급 100개를 만들 시간에 중급을 만들면 2천 개는 만들 수 있다. 다양하게 팔아보고, 가장 최적화된 등급의 포션을 주로 제작하면 된다.
"자, 이제 시작하죠. 다들 겹치지 않게 동선 잘 짜세요.”
직원들이 우르르 나갔다.
백진희는 혼자 남은 다음에야 자신의 몫으로 남겨둔 포션을 챙겼다.
전 직장인 제닉스 테크놀로지에 갈 계획이었다.
사표를 낸 지 제법 됐는데, 아직도 처리가 되지 않았다.
출근은 하지 않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오늘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그곳을 방문하려는 것이다.
백진희는 지그시 눈을 감고 마력회로를 한 차례 돌렸다.
몸이 살짝 달아오르면서 자신감이 뿌듯하게 차올랐다.
"후우. 가자.”
백진희가 거침없이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