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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46화 (242/351)

246화.  < 기공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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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과 최상욱은 근처 공영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이동했다.

반태수는 서두르지 않고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마킹 덕분에 위치는 항상 확인이 가능했고,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도 전부 뇌리 한구석에 저장되고 있기에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그저 저들이 어디로 가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CL 컨설팅을 웹으로 검색하면 제법 그럴듯하게 나오는데, 이건 실제로 웹에 있는 주소를 찾아가서 확인하기 전에는 믿기 어려웠다.

허위 주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업자 주소만 등록시켜둔 소호사무실일 수도 있다.

굳이 상주하지 않아도 우편이나 전화 택배를 받아주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 곳에 대충 사업자 하나 두고 이용해먹을 수도 있다.

아무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알아봐야 한다.

적당히 쫓아가다가 인적과 카메라가 완벽하게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왜곡을 통해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올라 두 사람의 차를 바짝 쫓아갔다.

이렇게 저 두 사람을 쫓아가다보니 지구에서도 자신을 위해 정보를 알아봐주고 필요한 일을 처리해주는 사람이 몇 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굳이 카페 위자드를 자신이 이렇게 직접 보호하고 위험을 없애고 할 필요도 없을 것 아닌가.

그 사람이 다 알아서 해줄 테니.

'어디 그런 사람 없나.’

엄대협과 오스윈 프리든, 그리고 살라자 샤마쉬를 하나로 합쳐 놓은 듯한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당장 고용할 것이다. 그리고 평생 잘 부려먹어야지.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달리던 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더니 어느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10층 건물이었는데, 1층부터 3층까지는 상가들이 있고 그 위는 전부 오피스였다.

아마 저 건물 오피스 중 한 군데가 저들이 일하는 사무실인 모양이다.

반태수는 일단 주소부터 확인했다.

웹에서 검색을 통해 확인한 주소와 달랐다.

반태수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차량은 지하 2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얼른 쫓아갔다.

지하 2층 주차장에 대충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최상욱이 걸어가면서 말했다.

"팀장님, 전 친구들 좀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이종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친구들이랑 할 얘기도 많을 텐데 바로 퇴근해. 같이 좋은 데도 가고. 카드 있지?”

"예. 감사합니다.”

“따로 현금 쓸 일 있으면 나중에 비용 청구하고.”

"예. 알겠습니다.”

“이런 건 철저하게 회사를 이용해야 돼. 이게 다 회사를 위한 일 아니겠어?”

"명심하겠습니다. 하하하하.”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최상욱은 1층에서 내렸고, 이종필은 8층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반태수는 이종필을 계속 따라갔다.

이 회사가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였다.

최상욱의 친구들은 나중에 처리해도 된다. 오늘 당장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오늘은 좋은 데 가서 신 나게 논다고 하니까.

8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짧은 복도와 유리로 된 문이 보였다.

짧은 복도 양 끝에 화장실이 있었다. 하나는 남자용 반대쪽에 여자용.

유리문은 옆에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 자동문이었다.

문이 열리고 이종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반태수는 바짝 붙어서 따라 들어갔고.

깨끗하고 깔끔한 사무실이었다.

8층 전체를 쓰는 만큼 규모도 제법 컸고.

직원이 많지는 않았는데, 빈자리도 많은 걸로 봐서 외근 중인 사람이 더 많은 모양이다.

이종필은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면서 힘차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가 가는 곳은 대표실이었다.

사무실 가장 안쪽에 마련된 방이었다.

반태수는 이번에는 이종필이 문을 열자마자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대표실도 아주 잘 꾸며놓았다.

이종필은 대표 앞으로 가서 팔을 앞으로 내리고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다녀왔습니다.”

대표가 질색을 하면서 손을 휙휙 내저었다.

"야야, 이제 그런 식으로 인사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뭐 어떻습니까. 형님이랑 저랑 둘 뿐인데.”

“야, 평소에 조심해야 실수를 안 하는 거야.”

"아이고, 밖에서 일하는 놈들 중에 절반 이상이 우리 애들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아니잖아. 평소에도 애들 입단속 철저히 시켜. 알았지?”

"예예. 하여튼 형님은 걱정이 너무 많습니다. 솔직히 우리 출신을 애들이 알게 되면, 지들이 뭘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지들은 뭐 떳떳한 일을 합니까? 다 사기꾼 새끼들인데. 안 그렇습니까, 형님?”

"그래도 그게 아니라니까.”

"아이고, 알겠습니다. 조심한다니까요?”

"그래, 갔던 일은?”

"그 카페 사장 놈, 아주 이상한 놈이던데요? 이빨도 안 들어갑디다.”

“어린놈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린놈 맞아요. 그 카페에서 일하는 것들도 다 애들이고."

“그런데 안 넘어와?”

"하! 내 참 기가 막혀서. 귀찮답니다. 귀찮을 일 없을 거라고, 내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도, 하아.”

이종필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이제 어쩌려고?”

"상욱이 놈이 지 친구들 써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대표가 인상을 팍 썼다.

"야, 그러다 우리까지 딸려 들어갈 수 있어.”

"상욱이 놈, 제법 쓸 만해요. 그놈 친구들도 그럭저럭 괜찮고. 그리고 젊잖습니까.”

"야, 그런 일을 할 때는 젊은 놈들보다는 적당이 나이가 있는 놈들이 더 쓸모가 있어. 조절이라는 걸 하거든.”

이종필이 피식 웃었다.

"에이, 그 정도까지 할 일도 아니에요. 거기 직원들은 어린 여자애들이라고요. 아마 마주치기만 해도 바로 끝날 걸요?”

대표가 그런 이종필을 가만히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모르겠다. 네놈이 알아서 해. 이쪽으로 불똥 안 튀게 하고.”

"또 쓸데없는 걱정 하신다. 그럴 일 없다니까요?”

“꼭 방심할 때 일이 터지는 법이야. 내가 그동안 숱하게 보고 겪었어. 그러니 방심하지 마. 알아들어?”

"알았다니까요? 그나저나 오늘 한 잔 어떻습니까?”

"좋지. 그동안 그 카페인지 뭔지 때문에 술 마신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에이, 무슨. 저나 그랬지 형님은 계속 마셨잖습니까. 어째 이놈의 회사는 나만 힘들어, 나만. 일을 나 혼자 다 하는 거 같다니까요?”

"야, 그래서 최대한 챙겨 주잖아.”

이종필이 히죽 웃었다.

“그래서 내가 형님을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 아무튼 전 나가서 좀 기다리겠습니다. 한…… 세 시간쯤 후에 출발할까요?”

“그쯤이면 되지.”

"예. 형님. 그럼 업무 처리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아, 종필아.”

"예, 형님.”

"얼마 전에 작업 친 애들 있잖냐. 그 무슨 이상한 특허 가져온 애들.”

"아, 민철이 쪽 애들이요? 걔들 왜요?”

"그 특허 뺏긴 놈이 자살했단다. 그러니까 당분간 조심 좀 하라고 해. 수사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거 워낙 깔끔하게 처리해서 수사 들어갈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라고 전하죠.”

"그래. 가 봐.”

“예, 형님.”

이종필이 밖으로 나갔지만 반태수는 그를 따라가지 않고 대표실에 남았다.

이종필을 더 따라다닐 필요가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이놈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이것들 아주 악질이네.’

더 조사해 보면 아마 이놈들 때문에 피눈물 흘린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

반태수가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대표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선생님. 오충규입니다.”

-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약간 늦어질 것 같습니다. 그 카페 사장이 또라이라네요. 잠깐 손질을 좀 해서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태수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또라이라니. 데드릭 벨크리스도 아니고 설마 자신이 또라이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 그 사장, 죽이면 안 됩니다. 아시지요?

"아이구, 무슨 그런 험한 말씀을. 저희 그런 거 안 하는 거 잘 아시잖습니까.”

- 단순히 커피 레시피만 얻어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거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염려 마십시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 안 했으니 그 점도 염려 마시고요. 제가 종필이한테도 말을 안 했습니다."

- 예. 그 부분은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오 대표가 그동안 제게 보여준 게 있는데, 제가 어떻게 안 믿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감사합니다. 하하하.”

- 그럼 오 대표만 믿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예. 맡겨만 주십시오. 하하하하.”

오충규는 가식적으로 웃은 다음 전화를 끊었다.

"하여튼 기공술사든 능력자든 일반인이든 다 똑같다니까.”

반태수는 저 말을 통해 방금 오충규가 전화한 상대방이 기공술사라는 걸 알아차렸다.

기공술사에 대한 얘기는 지난번 지구에 왔을 때 들었는데, 추측하기로 마력을 이용해 육체를 강화하는 놈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특수한 방법으로 마력을 성장시키기도 하고.

그런 기공술사가 카페 위자드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게다가 커피 레시피만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커피 레시피가 아니라 그걸 만들어낸 당사자인 반태수라는 뜻이다.

아무튼 기공술사도 한 번쯤 만나보고 싶었으니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이번 기회에 기공술사를 만나서 기공술사가 정확히 어떤 존재이고, 그들이 과연 마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제 여기 더 있을 이유가 없으니 슬슬 나가야 한다.

한데 그냥 나가기는 좀 아쉽지 않은가.

저 대표라는 오충규에게 가볍게 한 방 먹이지 않으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았다.

보아하니 능력자도 아닌 일반인이다.

저런 놈이 두려워하는 게 과연 무엇일까?

아마 돈을 모조리 잃는 상황이 오면 두려움에 떨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돈이 잔뜩 쌓였는데, 그걸 쓸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어떨까?

아마 돈을 잃는 것보다 더 괴롭고 힘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반태수는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마법사였다.

점혈로 당장 사지를 마비시킬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몸이 건강을 잃어가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 괜찮은 방법이리라.

반태수는 즉시 마법을 펼쳤다.

대단한 마법은 아니었다.

그저 몸의 각 주요 장기에 붙어서 생명력과 마력을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갈취하는 작은 코어를 심어둔 것뿐이었다.

그러면서 두뇌에는 각성 효과가 있는 마법진을 가볍게 새겨서 자신의 상태를 항상 명료하게 인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마 당장 오늘부터 효과를 볼 것이다.

술을 마시러 간다고 했으니 바로 자신의 몸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고, 술에 여자까지 탐한다면 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리라.

반태수는 그렇게 조치하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여는 동안 이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을 아주 잠깐 가렸다.

극히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아무도 그랬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반태수는 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충규에게 건 것과 똑같은 마법을 걸었다.

어차피 여기서 일하는 놈들은 다 똑같은 놈들이다.

반태수는 사무실에서 나가 하늘로 훌쩍 날아올랐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겠다고 간 최상욱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

최상욱은 양 옆에 앉은 여자들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친구들을 슥 둘러봤다.

길쭉한 테이블 주위에 푹신한 소파가 놓여 있고, 최상욱의 친구들이 최상욱과 마찬가지로 두 명의 여자를 양 옆에 앉혀놓고 열심히 주무르고 있었다.

여기에 온 친구의 수는 다섯 명이었다.

다들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상욱아, 일은 언제 할 거냐?”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내일 당장 해도 괜찮고. 뭐,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그렇지?”

"그렇지. 사진 보니까 둘 다 딱 내 취향이던데. 재미있겠어.”

"야, 둘이 스타일이 전혀 다르잖아! 취향이 뭐 이리 광범위해?”

그는 친구의 핀잔에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

"내 취향은 예쁜 여자야. 둘 다 아주 끝내주던데? 딱 내 취향이라니까?”

“미친 새끼. 큭큭큭.”

그 뒤로도 친구들은 타겟이 된 이서영과 한서현을 어떻게 할 건지 낄낄대며 떠들었다.

최상욱은 적당히 듣기만 하다가 대화가 살짝 잦아들었을 때 얼른 말했다.

"야, 너무 심하게 하면 안 돼. 알지? 그리고 직원들이 모를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때는 두 번째 계획으로 가는 거, 잊지 말고.”

"야야, 그만 해. 귀에 딱지 앉겠다. 우리가 이런 일 한두 번 해? 이런 일 할 때 상황이 얼마나 확확 바뀌는지 알아? 무슨 일이 벌어져도 우린 할 일 다 할 수 있으니까, 이제 그만 하고 술이나 먹자.”

최상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었다.

다들 술잔을 높이 들었고, 단숨에 잔을 비웠다.

"으음, 이거 오늘따라 술이 잘 안 받는데?”

"그러게 되게 피곤하네.”

"술을 마셔도 별로 취하지도 않고.”

친구들의 상태가 별로 안 좋아보이자, 최상욱은 슬슬 술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마시자. 나도 몸이 별로 안 좋네. 피곤하고, 속도 좀 안 좋고."

다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앉았던 여자들도 따라 일어났다. 오늘 밤은 이들과 함께 나가야 한다.

그렇게 술자리가 끝났고, 다들 여자를 양옆에 끼고 근처 호텔로 향했다.

피곤했지만 뜨거운 밤을 보낼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그들은 원하던 밤을 보내지 못했다.

하고 싶었지만 몸이 잘 말을 듣지 않았다. 제대로 반응도 하지 않았고.

다음 날, 그들은 체크아웃 시간도 못 지킬 정도로 늦잠을 잤다.

그렇게 잤는데도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날은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하루 쉬기로 했다.

반태수는 그들이 그렇게 되는 것까지 확인한 다음 자리를 떴다.

이제 이놈들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하루하루 말라죽어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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