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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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릭 벨크리스의 등장은 장내에 한바탕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해서 행동에 영향을 받는 자들이 아니었다.
다들 빠르게 다음 할 일을 정하고 그대로 움직였다.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몸을 빼는 것, 그러니까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잡히지 않도록 도망치는 것이었다.
도망치라는 말도 필요 없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이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달려갔다.
같은 방향을 선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황당한 표정으로 도망치는 놈들을 바라봤다.
변변한 저항도 안 해보고 냅다 도망칠 줄은 몰랐다. 숫자도 저렇게 많은데 말이다.
"아니, 50명이나 되는 놈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도망친다고?”
저놈들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데드릭 벨크리스는 딱히 급히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여기에 자기 혼자서 왔다면 뭐라도 해봐야겠지만, 반태수와 함께 왔다.
저런 건 반태수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방으로 흩어져 달려가던 자들이 투명한 무언가에 연달아 충돌했다.
텅! 텅! 텅! 텅! 텅!
빈 드럼통에 사람이 달려들어 부딪히면 날 법한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공터를 투명한 막이 반구형으로 감싸고 있었다.
지와프는 가장 먼저 도망쳤기에 투명한 막에 가장 먼저 충돌했다.
충격은 별로 크지 않았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전투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투명한 막을 뚫지 못하고 튕겨났다는 건 좀 충격이었다.
다들 투명한 막에 달라붙어 열심히 공격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잘한 소음만 일어날 뿐 투명한 막에는 그 어떤 타격도 못 주는 듯했다.
지와프는 투명한 막을 보며 무심히 중얼거렸다.
“실드인가?”
평범한 실드를 자신들이 깨지 못할 리 없다. 아마 이건 굉장히 특별한 실드일 것이다.
한데 그런 특별한 실드를 이렇게 넓은 공간을 감쌀 정도로 펼치다니, 이건 훨씬 더 놀랄 만한 일이었다.
지와프는 왜 동료들이 이 실드를 깨지 못하는지 세심히 살피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이 실드는 회전하고 있다.
그래서 타점이 틀어지니 당연히 온전한 타격을 줄 수 없었다.
그리고 설사 타격을 주더라도 타격 받은 부위가 지나가 버리니 제대로 추가 타격을 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걸 깨려면 단숨에 부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타격이 필요해.’
그게 지와프가 내린 결론이었다.
또한 지와프에게는 그럴 역량이 있었다.
지와프는 팔의 상박과 하박에 장착한 유물을 작동시켰다.
마력을 비롯한 다양한 힘을 증폭하는 유물이었다.
몸 내부의 마력을 몇 바퀴 돌려 팔로 유도하면 그것을 몇 배로 뻥튀기 할 수 있었다.
손에 낀 장갑도 작동시켰다.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키는 유물이었다.
지와프는 마력을 일으켜 팔로 보냈다. 마력이 급격하게 증폭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불어난 마력을 장갑에 밀어 넣었다.
강력한 힘이 장갑에 어렸다.
이제부터가 지와프의 역량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와프는 그 강력한 힘을 한 점으로 모았다. 힘을 압축하고 또 압축해 깨알만 한 점으로 응축한 것이다.
우우웅!
응축된 마력이 은은하게 진동했다.
지와프는 실드에 주먹을 내질렀다.
콰직!
놀랍게도 실드의 일부가 부서졌다.
물론 부서진 부분은 빠르게 이동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지와프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재차 주먹질을 했다.
콰직! 콰직! 콰직!
정확히 같은 위치를 부쉈는데,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부쉈던 부분이 다시 돌아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바퀴 돌리고 나면 결국 빠져나갈 틈이 생길 것 아닌가.
지와프는 정말 열심히 실드를 부수고 또 부쉈다.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은, 이 실드가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고,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면 그냥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계속 부숴도 새로운 실드를 부수는 셈이니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가 원하는 결과는 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 지와프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실드 부수기를 포기했다.
그는 몸을 돌려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혹시 빠져나갈 틈이 없는지 찾는 중이었다.
‘어쩌면 저게 더 가능성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지와프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소리를 내지 않으며 실드를 따라 이동했다.
작은 빈틈이라도 찾거나 실드의 약점을 찾기 위함이었다.
***
데드릭 벨크리스는 신명나게 팔다리를 휘둘렀다.
전처럼 전투복의 비늘 같은 건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 드론도 안 썼다.
그저 두 주먹과 다리, 어깨나 몸통으로 싸웠다.
적들이 전부 도망치기만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 온 놈들의 수는 무려 50명. 그들이 작정하고 덤비면 아무리 데드릭 벨크리스라고 해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오늘 온 놈들은 예전에 여기서 싸웠던 놈들보다 훨씬 윗줄의 능력을 가진 전투 병기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도망치느라 제대로 대응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슬슬 여기서 도망칠 길이 없다는 걸 깨달은 시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데드릭 벨크리스를 죽여 버리는 쪽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은 판단과 행동이 빠르다.
마음속으로 결정하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달려들었다.
도망치다 당한 사람은 고작 네 명뿐이었다.
나머지 46명, 아니, 지와프를 뺀 45명이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달려든 것이다.
그들은 절묘하게 협공을 했다.
데드릭 벨크리스와 가장 가까이 있던 자가 도망치다가 급정지를 한 다음, 그대로 뒤로 구르며 허벅지 쪽을 칼로 찔렀다.
정말로 허를 찌른 절묘한 한 수였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다급히 몸을 띄워 그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저들의 노림수였다.
공중에 떠오른 데드릭 벨크리스를 향해 미리 준비하고 있던 전투원들이 총을 쐈다.
두두두두두두!
강력한 마력을 머금은 탄환이 무수히 쏟아져 나가 정확히 데드릭 벨크리스를 꿰뚫었다.
아니, 꿰뚫은 것처럼 보였다.
허공에 떠오른 데드릭 벨크리스의 모습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진짜 데드릭 벨크리스는 자신의 허벅지를 찌른 놈을 짓밟은 채 서 있었다.
“식겁했네.”
데드릭 벨크리스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만일 반태수가 적절히 개입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크게 다쳤을 것이다.
저 총알이 진짜로 자신의 몸을 꿰뚫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말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총알에 무려 두 가지 속성, 관통과 폭발이 깃들어 있었으니까.
폭발력을 관통시켜 내상을 정말 크게 입거나, 아니면 죽었을 수도 있다.
반태수가 정확한 순간 환상 마법으로 데드릭 벨크리스를 대체하고 그의 몸을 아래로 확 끌어내렸기에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겸사겸사 아래에 있던 놈을 힘껏 밟아줬고.
밟힌 놈은 정신을 잃었다. 이놈들은 하나같이 질겼다.
아까 당한 놈들도 전부 정신을 잃었지 죽지는 않았다. 어디 한두 군데가 부러지긴 했지만.
데드릭 벨크리스는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분위기와 기세만 봐도 딱 알 수 있었다. 저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다간 이쪽이 죽는다.
그리고 이렇게 제대로 상대하려고 집중하니, 아까는 잘 안 보이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어째…… 느낌이 굉장히 익숙하다? 이것들 내가 아는 놈들 같은데?”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전투원들이 속으로 흠칫 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이제 이 상황을 벗어나는 건 정말로 딱 한 가지뿐이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를 죽여야 한다.
40명이 넘는 전투원들이 데드릭 벨크리스를 넓게 포위하고 천천히 움직였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걸 보며 나직이 말했다.
“야, 계속 구경만 할 거야? 나 혼자 저것들 다 처리해야 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데드릭 벨크리스의 사각에 위치한 전투원들이 빠르게 접근했다.
그들은 팔뚝만 한 대검을 쥐고 있었다.
대검이 새하얗게 빛났다.
막대한 에너지가 응축된 대검이었다.
새하얀 빛을 토해내는 대검이 데드릭 벨크리스의 등과 허리를 노리고 쭉 뻗어 나왔다.
쩌저저정!
갑자기 생겨난 실드가 그것들을 막아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흠칫 놀라 뒤를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들은 진짜다. 여기까지 다가오는데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른 놈들은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있다. 아마 기회가 생기면 이놈들처럼 득달같이 달려들겠지.
데드릭 벨크리스는 이를 악물고 가까운 놈에게 달려들었다.
꽈과과광!
폭음과 함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한 놈만 덤비면 압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놈이 한꺼번에 덤비면 아슬아슬했다.
그리고 셋이 동시에 덤비면 형편없이 밀렸고.
그럼에도 이렇게 팽팽하게 싸울 수 있는 건 반태수 덕분이었다.
반태수가 끊임없이 실드로 막아주고 보조마법으로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가끔 대검을 들고 달려드는 전투원들의 균형을 빼앗아서 기회도 만들어 주었고.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야 말로 미친 듯이 싸움에 몰입했다.
이 정도로 치열하게 싸워본 것이 대체 얼마만일까?
아니, 이런 경험은 아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은 언제나 압도적으로 이기는 싸움뿐이었으니까.
싸움에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데드릭 벨크리스의 입가가 조금씩 올라갔다.
그의 표정에 조금씩 즐거움이 떠올랐고, 이내 환하게 웃으면서 싸웠다.
그 모든 것이 반태수의 절묘한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점점 더 몰입했고, 이내 무아지경에 빠져 정신없이 팔다리를 휘두르고 어깨를 내지르고 등으로 상대를 치받았다.
그 과정에서 마력이 자연스럽게 흘러서 움직임에 실렸다.
점점 더 마력의 흐름이 빨라졌고, 정교해졌다.
그리고 갑자기 사방에서 엄청난 마력의 흐름이 만들어져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쏟아져 들어갔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움직임이 더욱 정교하고 기묘해졌다. 그리고 거기에 담긴 힘이 몇 배로 증가했다.
힘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그 모든 것이 갑자기 이뤄졌기에 데드릭 벨크리스와 싸우던 자들이 순간적으로 거기 적응하지 못했다.
꽈과과과과과광!
수십 명의 전투원이 사방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들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일부는 죽었고, 일부는 기절했다.
그리고 그제야 반태수가 나섰다.
왜곡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얼른 달려가 나머지 전투원을 싹 정리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을 데드릭 벨크리스에게서 멀찍이 치웠다.
넓은 공터 한가운데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홀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치 격렬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
"후우우.”
데드릭 벨크리스가 길게 숨을 내쉬며 차분히 몸과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의 눈에서 정광이 번득였다.
"이거 뭐냐?”
데드릭 벨크리스가 반태수를 보며 물었다.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어쩝니까?”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일종의 벽을 넘은 것인데, 마법사가 겪는 것보다 훨씬 깊고 격렬했던 모양이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실력이 몇 단계나 훌쩍 올라가 버렸다.
아마 이제는 오늘과 비슷한 상황이 닥쳐도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후우. 좋구나.”
데드릭 벨크리스는 정말로 만족했다.
모든 걸 쏟아내듯 싸웠기에 후련했고, 온몸에서 힘이 넘쳐서 기분도 좋았다.
"영감님, 얼른 여기 정리하죠.”
"뭘 그리 서둘러? 다 잡았는데 좀 쉬엄쉬엄 하자.”
"다 잡긴요. 한 놈 도망쳤어요.”
"뭐? 어떻게?”
"실드의 약점을 찾아서 찌르고 빠져나가더라고요.”
빠져나간 놈은 지와프였다.
그는 실드의 흐름이 시작되고 끝나는 점을 정확히 찾아내 거길 부수고 도망쳤다.
“그걸 그냥 내버려 뒀어?”
"당연히 아니죠.”
실드를 깨고 도망치는 놈이 있어서 마킹을 붙여뒀다.
바로 잡을까 하다가 일단 내버려뒀다. 언제든 잡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미적거리면 안 된다.
"일단 이놈들은 한데 모아서 감춰놓죠. 그놈을 쫓는 게 더 중요할 거 같으니까요.”
“뭐…… 알아서 해라. 언제는 너 하고 싶은 대로 안 했냐? 그냥 해.”
반태수는 빠르게 쓰러진 자들을 모아서 실드로 가뒀다. 그리고 거기에 환상 마법을 씌워서 눈에 띄지 않게 조치했다.
"저놈들 누가 보냈는지 짐작하시죠?”
"당연한 걸 뭘 물어? 그 영감탱이들이겠지. 내 증거만 찾으면 아주 그냥 박살을 내 버린다.
"아까 도망친 그놈, 어디로 갈 거 같아요?”
"응? 그야 당연히……."
데드릭 벨크리스는 말하다 말고 히죽 웃었다.
생각해보니 갈 곳이 너무 뻔하다.
"야, 뭐해? 얼른 가자. 자고로 현장을 덮치는 게 최고 아니겠어?”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재촉에 피식 웃으며 서둘러 움직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도망치는 자를 따라잡았다.
***
지와프는 온 힘을 다해서 달렸다.
그러면서도 혹시 누군가 미행하지는 않는지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
지와프는 안심하고 속도를 높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심하지도 않았다.
가면서 수시로 통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통신은 여전히 먹통이었다. 아니, 통신이 먹통인 게 아니라 통신기기가 고장 난 것이리라.
아무튼 지금은 서둘러야 한다. 이 일을 빨리 보고해야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
지와프는 에라리스의 유일한 산 아래에 위치한 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장 벨랑 아르잔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의 다급한 표정을 봤기에 아무도 그를 저지하지 않았다.
“어르신! 실패했습니다!”
지와프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렇게 외쳤다.
벨랑 아르잔을 비롯한 다섯 노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와프를 노려봤다.
"실패했다고?”
하지만 그 의미를 금세 떠올린 다섯 노인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었다.
"서, 설마 데드릭 벨크리스가 거기 나타났느냐!”
“예. 전부 당했습니다. 서둘러 수습하지 않으면……."
지와프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가 있었다.
"수습하긴 뭘 수습해? 이제 다 끝났는데.”
방으로 불쑥 들어온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이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방에 있는 다섯 노인을 찬찬히 둘러봤다.
"누가 날 죽이라고 시켰나 했더니, 범인이 여기 다 모여 있었네?”
벨랑 아르잔이 얼른 말했다.
“오해요! 우린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소!”
지와프가 얼른 말했다.
"맞습니다. 제가 독단적으로 일을 벌였습니다. 실패하는 바람에 어르신들께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뿐입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씨익 웃었다.
"오해인지 아닌지는 가문에 돌아가서 차근차근 알아보자고. 증거는 아주 차고 넘칠 정도로 많으니까.”
다섯 노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증거가 있다고?”
"엄청."
데드릭 벨크리스가 히죽 웃었다.
"왜? 쫄려서 날 죽이고 싶어졌어?”
벨랑 아르잔이 위협적으로 말했다.
“말 함부로 하지 말게.”
데드릭 벨크리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할 말을 했다.
"아무튼 여기서 한 발도 움직이지 마. 곧 가문에서 사람이 올 테니까.”
그 말에 다섯 노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가문에서 사람이 오면, 우리가 당할 것 같나? 증거가 있는 거 확실해? 우린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설마 허위증거로 조작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나중에 따져보자고. 솔직히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때려죽이고 싶은데, 그럼 나중에 복잡해지니까 참는 거야. 그러니 괜히 내 신경 건드리지 마. 뭐라도 해보기 전에 뒈지기 싫으면.”
다섯 노인이 입을 꾹 다물고 데드릭 벨크리스를 노려봤다. 그의 눈에 어린 광기를 본 다섯 노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친개한테 정말 잘못 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