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화. < 지사공략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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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리스에는 글락 그룹의 사가 다섯 곳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폭삭 무너졌고, 이제 네 군데가 남았다.
반태수는 나머지 지사에도 반드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여겼다.
인체 실험을 하는 실험실이든, 아니면 그 꼭 실험은 아니더라도 지독한 일을 하는 곳이든.
그리고 무너진 지사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지사에도 폭발물이 보관되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언제든 확 터트려 무너뜨릴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가 지사를 조사하는 동안 다른 지사의 증거는 싹 치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너뜨려서 증거를 인멸할 계획이었다면, 반태수가 생각하던 것처럼 다른 지사에서 증거를 치우고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반태수과 데드릭 벨크리스는 가까운 지사에 도착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지사 빌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반태수는 영역화를 써서 마력 차단 물질로 가려 놓은 곳이 있는 위치부터 파악했다.
‘똑같네.’
감춰놓은 방의 위치가 무너진 지사 빌딩과 정확히 일치했다.
심지어 이놈들은 빌딩의 설계조차 똑같이 했다.
똑같은 빌딩을 다섯 채 지은 모양이었다. 어느 누가 봐도 글락 그룹 지사라는 걸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역시나 지하에도 뭔가 있었다. 이럴 때는 지하부터 가야 한다.
"영감님. 지하로 가죠. 위는 위치가 똑같아요. 아마 폭발물이겠죠.”
“그래? 그럼 지하부터 가야지. 지하에 뭐가 있는 건 확실하고?”
“감춰놓은 무언가가 있는 건 확실해요.”
“그럼 뭐해? 얼른 가지 않고.”
데드릭 벨크리스는 당당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출입구에 있는 스캐너는 당연히 이용하지 않고 옆으로 넘어왔다.
경비원들이 우르르 몰려왔지만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요란스럽게 갔다. 더 많이 몰려오라고.
이곳 지사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셰딤에 소속된 건 아니다. 오히려 여기가 평범한 회사라고 믿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건 이쪽을 주시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몇몇은 데드릭 벨크리스를 알아본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 상황 자체가 신기한지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경비원들이 우르르 달려들었지만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걸 보고 코웃음 쳤다.
"난 해도 돼.”
그리고 당당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아래로 내려가는 버튼을.
데드릭 벨크리스는 1층 로비를 슥 둘러봤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내가 뭘 하려는지 다들 궁금한 모양인데? 시간 있으면 다 같이 가는 것도 괜찮겠어. 참고로 난 지하 8층 주차장에 볼일이 있거든.”
데드릭 벨크리스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로비에 있는 모든 사람의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다.
목소리에 마력을 살짝 담은 것이다.
그리고 반태수가 그 순간에 맞춰 마법도 썼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죄책감을 줄이고 대범해지는 마법이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다들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은 다른 엘리베이터를 찾아서 갔다. 어쨌든 지하 8층에 가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업무가 곧 시작되겠지만, 다들 조금 늦어도 큰 상관이 없다고 여겼다. 마법의 효과였다.
그걸 지켜보는 경비원들은 당황했다.
그들은 서둘러 상부에 연락을 했다. 그때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데드릭 벨크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물어보면 데드릭 벨크리스가 왔다고 해.”
경비원들은 즉시 상부에 데드릭 벨크리스의 이름을 보고했다.
상부가 발칵 뒤집히는 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대체 데드릭 벨크리스가 누구기에 이러는 거지?”
경비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로비를 둘러봤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성질 급한 사람들은 비상계단을 타고 열심히 달렸다.
동료 경비원이 말했다.
"우리도 가봐야 하는 거 아냐?”
"그래야지. 우리끼리만 가도 되겠지?”
모인 경비원의 수는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큰 사고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가면서 보고하자고.”
경비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반태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재촉하려는 마음을 꾹 참았다.
다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서 있었다.
제법 사람이 모이자, 반태수가 마법을 펼쳤다.
벌써 두 번이나 했던 마법인지라 펼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리고 더욱 정교해지고 좀 더 개선되었다.
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바닥이 아래로 훅 내려앉았다. 전에는 원형으로 바닥을 뚫었는데, 이번엔 격자 형태로 뚫었다. 더 넓은 범위를 위험하지 않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드러난 광경에 다들 숨을 들이 삼켰다.
"저, 저게 뭐야?”
"우리 회사 지하에 왜 저런 것들이……!"
“저거 지금 피를 뽑는 거야? 저기 누워 있는 거, 사람 맞지?"
지하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벌거벗은 사람들이 쭉 누워 있고, 그들과 연결된 투명한 관을 통해 피를 뽑고 있었다.
그렇게 뽑은 피는 유리로 만든 커다란 통에 모였다.
수백 리터, 아니 천 리터도 더 들어갈 정도로 큰 유리통에는 이미 뽑은 피가 절반쯤 차 있었다.
그리고 피를 뽑는 작업을 지켜보던 연구원이 깜짝 놀라 위를 쳐다보며 더듬더듬 외쳤다.
"다, 당신들 대체 뭐야!”
연구원의 외침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걸 본 연구원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데, 데드릭 벨크리스?”
"오! 이놈은 날 아네? 나한테 관심 좀 있었나본데?”
데드릭 벨크리스가 히죽 웃었다.
"보통 그런 놈들은 뒤가 구리지. 너 이 새끼, 똑바로 말해. 거기 누운 사람들 다 납치한 거지?”
연구원이 크게 당황했다.
“무, 무슨…… 아, 아닙니다! 그런 거!”
"근데 왜 말을 더듬어? 그리고 납치 안 했으면 자기 피를 저렇게 싹 뽑는데 지원했다고? 뭐야, 너 이 새끼, 사기 쳐서 사람들 모은 거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냐. 이 미친놈아. 그런 일을 하는데 내가 널 사람이라고 봐줘야 하는 거냐? 응?"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영감님, 조심하세요.”
"조심은 무슨. 이것들이 내 상대가 될 것 같아?”
반태수는 고개를 돌려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경찰에 연락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기자도 좀 부르고요.”
마침 구경꾼 중에 지사 홍보팀에서 일하는 직원이 있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는 사명감에 불타는 눈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사람이 반태수를 보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경찰에 연락하고 아는 기자 싹 동원했습니다. 아마 금방 이리로 올 겁니다.”
그러는 사이 안쪽에서 비명과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여왔다.
총소리에 폭탄 터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소리만으로도 내부 상황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저…… 도와드리지 않아도 되나요? 되게 위험해 보이는데.”
근처에 있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묻자, 반태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오히려 도와주면 역정 내요. 충분히 대단한 분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위험하면 여기서도 얼마든지 마법으로 지원해줄 수 있었다.
지금 반태수는 영역화로 지하 실험실 내부를 전부 자신의 인지영역 안에 두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언제든 데드릭 벨크리스를 도울 수 있다.
이렇게.
반태수 근처에 마법진이 하나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안쪽에서 제법 큰 폭음이 울렸다.
꽈아앙!
데드릭 벨크리스를 몰래 저격하려던 놈을 충격파로 날려버리는 소리였다.
웬만하면 그냥 내버려두는데, 그놈이 쏘려는 총이 제법 특별한 거라서 처리해줬다.
사실 그냥 내버려 뒀어도 데드릭 벨크리스가 당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전투복이나 유물 성능이 워낙 좋기도 하고, 데드릭 벨크리스의 실력도 만만치 않으니까.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않은가. 혹시 모르니까 말이다.
이내 들려오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상황이 끝난 것이다.
반태수는 영역화로 확인하고 있기에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 아래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놈은 한 명도 없었다.
반태수는 구경꾼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 끝난 거 같은데, 궁금하면 내려가 볼래요?”
몇몇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태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가보죠.”
바로 마법을 펼쳤다. 격자 모양으로 팠던 바닥을 모조리 들어내고 그걸 이용해 간이 계단을 만들었다.
속은 텅 비고 겉만 그럴듯한 계단이었는데, 마력을 단단히 불어 넣어서 수십 명이 위에서 뛰어도 무너질 염려가 없었다.
물론 구경꾼들은 속이 비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고.
"자, 안으로 들어가서 자유롭게 구경하시면 됩니다. 사진도 찍고 싶으면 찍으세요. 이런 범죄의 증거를 현장에서 마주하는 거, 쉽지 않습니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물론 비위가 약한 사람은 좀 힘들 수도 있겠지만.
반태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 그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쓰러진 자들 중, 죽지 않은 사람을 점혈로 마비시켰다. 이놈들이 얼마나 많은 걸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고로 정보를 토해낼 입은 하나라도 많은 게 좋은 법이니까.
반태수는 빠르게 걸어가며 점혈부터 걸었다.
그리고 챙겨야 할 것을 빠르게 챙겼다.
여기는 실험을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실험 재료를 만들기 위한 장소였다.
그래서 그런지 챙겨야 할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반태수는 별로 얻을 것이 없어서 시큰둥했지만, 함께 들어온 다른 사람들은 얘기가 달랐다.
처음 봤던 피 뽑는 것은 어린아이 장난이었다.
여긴 사람의 신체 일부를 재료로 가공하는 곳이었다.
다른 곳에서 충분히 인체 실험을 통해 연구를 완성하고, 그걸 여기서 실행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부 광경을 보자마자 그대로 헛구역질을 하다가 결국 뱃속에 있던 걸 전부 쏟아냈다.
안쪽 광경은 그 정도로 잔혹했다.
그나마 데드릭 벨크리스가 싸우는 와중에 반쯤 박살 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훨씬 심각했을 것이다.
사람의 장기나 뼈, 신체 일부를 재료로 가공하면서 뽑아내는데, 죽은 사람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으로 그 짓을 했다.
심지어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마취도 하지 않고 그 과정을 거치게 만들었다. 고통을 충분히 겪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재료로 가공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
몇몇 사람들은 결국 다 보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눈물 콧물을 쏟아냈다.
이내 위에 경찰과 기자들이 도착했다.
구경꾼들은 전부 위로 올라갔고, 경찰과 기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반태수와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걸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런데 저 기자들이 제대로 기사를 쓸까? 글락 그룹이 이 도시에서는 제법 잘 나가는 것 같던데.”
"쓸 겁니다. 워낙 충격적이잖아요. 아까 그 사람이 잘 했어요. 여러 매체의 기자를 다 불렀으니. 안 쓰면 손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 많은 매체 중 누구 하나가 쓴다면 그쪽으로 모든 시선이 몰리게 될 것이다.
괜히 발뺌했다가 그렇게 되면 그 손해를 누가 보전해 주겠는가.
그리고 사건 자체가 너무 심각하고 목격자도 많아서 은폐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래도 안전장치 하나 정도는 해두는 게 낫다.
"영감님, 가문 사람들 지금 뭐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쪽 일 다 끝났으면 이쪽도 맡기세요.”
데드릭 벨크리스가 씨익 웃었다.
"그렇지. 좋은 생각이다. 자고로 자격이 모자라는 놈들은 일로 굴려야 돼.”
데드릭 벨크리스가 가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는 동안 반태수는 스마트폰 여러 개를 허공에 띄워 동시에 촬영을 했다.
스마트폰이 허공에 돌아다니면서 촬영하는 광경은 제법 신기했다.
"이거 뭐 하는 겁니까?”
기자 중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
"촬영하는 겁니다. 증거 확보 차원에서.”
기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우리 얼굴도 다 나오는 거 같은데?”
그때 통화를 마친 데드릭 벨크리스가 훅 튀어나와서 기자를 노려봤다.
"당연히 얼굴이 나오게 찍어야지. 나중에 기사 똑바로 쓰는지 확인하려면 어떤 기자가 여기 왔는지 알아야 할 거 아냐."
너무나 노골적인 말에 기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데드릭 벨크리스를 바라봤다.
"누구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데드릭 벨크리스의 입가가 사납게 올라갔다.
“5대 가문, 알지?”
“5대 가문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기자는 그렇게 말하다가 흠칫 놀랐다.
"그럼 설마 어르신께서……."
"그래. 이제 내가 증거 좀 촬영해도 되겠지?”
기자는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반태수는 촬영이 끝난 후, 스마트폰을 챙기고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말했다.
“영감님, 얼른 다음으로 가시죠. 이러다가 다 놓치겠습니다. 최소한 두 개는 더 털어야죠."
"그래. 가자.”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기자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설마 다른 지사에도 똑같이 이런 게 있는 거 아냐?”
기자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이미 여기서는 할 만큼 다 했다. 나머지는 기사를 쓰고 사진을 잘 정리해서 올리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런 건 후배한테 맡겨도 된다. 마침 똘똘한 후배 하나를 키워주려고 마음먹기도 했고.
기자는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오늘 얻은 모든 것을 후배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부리나케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 멀리 데드릭 벨크리스와 반태수가 빌딩에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발이 안 보일 정도로 냅다 뛰었다.
***
글락 그룹 회장인 라그나 달튼은 허탈함과 짜증,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회장실 창가를 서성였다.
“데드릭 벨크리스……! 이 찢어죽일 놈!”
설마 그걸 맞고도 살아 돌아올 줄은 몰랐다.
아니, 그게 말이 되나? 그 공격을 대체 어떻게 버텨냈단 말인가.
그 공격 한 방에 위성 하나를 소모했다. 그 위성은 결국 과도한 출력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져 버렸다.
라그나 달튼은 안절부절못하고 서성이며 비서실장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데드릭 벨크리스는 각 지사를 돌면서 말 그대로 지사를 초토화 시키고 있었다.
지사로 가서 다짜고짜 사람을 우르르 데리고 지하로 간 다음, 지하 실험실을 공개해 버린다.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경찰과 기자를 부른다.
그렇게 되면 글락 그룹 지사에서 벌어진 천인공노할 짓이 공개되는 것이다.
그동안 좋은 이미지로 포장하느라 얼마나 애를 써 왔는데, 고작 이런 일로 그 포장지가 다 찢어지게 생겼다.
서둘러 수습을 하려고 나머지 지사의 모든 걸 정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라그나 달튼은 정리가 제대로 됐는지 보고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잠시 후,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회장님, 다녀왔습니다.”
"어떻게 됐지? 몇 군데나 정리한 거야?”
“두 군데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습니다. 추가 정리를 지시하고 왔습니다.”
“후우. 그래도 두 군데는 살렸군.”
"문제는 다른 곳들입니다. 기자들이 따라붙으면서 일이 심각해졌습니다.”
"모든 언론 매체들한테 연락해서 기사 못 싣게 하면 되잖아.”
비서실장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벌써 기사가 쫙 돌았습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기자들을 협박한 모양입니다.”
"뭐? 그 미친개가 기자까지 협박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 건 데드릭 벨크리스의 방식이 아니다.
라그나 달튼은 심호흡을 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자칫하면 정말 오랫동안 고생해서 구축한 글락 그룹이라는 요새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각 지사장이 책임지고 안고 가라고 지시 했지?”
"예.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두 개 남은 지사도 관리 철저히 하고 여차하면 던져줘.”
"준비는 미리 해뒀습니다.”
"잘했군. 그럼 이제…… 기자들한테 우리도 협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차례로군.”
"진행하겠습니다.”
비서실장이 정중히 허리를 숙인 후 밖으로 나갔다.
라그나 달튼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표정으로 창가를 서성였다.
유리창을 통해 에라리스의 화려한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정말 좋았는데......."
라그나 달튼의 중얼거림은 어딘가 공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