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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29화 (225/351)

229화.  < 지사공략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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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천장을 뚫고 위로 올라간 데드릭 벨크리스를 멍하니 쳐다봤다.

투명막을 열어주려고 했는데 저렇게 무식하게 뚫고 올라갈 줄이야.

"아, CCTV 열어야지.”

반태수는 CCTV와 블랙박스에 걸어두었던 마법을 회수했다.

이제부터는 영상으로 증거를 잘 남겨둬야 한다.

마법을 해제한 반태수는 위로 올라갔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화끈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크하하하! 화끈하구나, 이놈들!”

데드릭 벨크리스를 향해 로켓탄 하나가 날아갔다.

마력이 응축되며 넓은 실드를 만들어내 로켓탄을 막아냈다.

꽈아아앙!

화염이 사방에 쏟아졌다.

그냥 로켓탄이 아니라 마력이 깃든 마도구였다.

쏟아내는 화염의 수준이 상당했다. 주변에 주차해 놓은 차들이 화염에 맞아 줄줄 녹아내렸다.

그런 화염이 데드릭 벨크리스의 실드를 불태우고 있는데도 실드는 멀쩡했다.

두두두두두!

사방에서 총을 쏴댔다. 무수한 총알이 쏟아졌지만 데드릭 벨크리스는 빠르게 움직이며 총알을 모조리 피했다.

그러다가 앞에 걸리적거리는 게 나타나면 몸으로 들이박았다.

꽈득!

“컥!”

대부분 그렇게 받히는 건 사람이었고.

꽈아앙!

두두두두두!

연달아 폭음과 총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곳곳에서 사람이 뭉개지며 날아갔다.

반태수는 벽에 붙어 서서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봤다.

괜히 싸움에 끼어들어봐야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지금은 데드릭 벨크리스가 저렇게 쌓인 것을 발산할 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었다.

싸움은 점점 더 과격해졌다. 저러다 건물이 무너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 빌딩은 평범한 빌딩이 아니다. 고작 저 정도 싸움의 여파로 무너질 염려는 없었다.

반태수는 주차장 내부를 둘러봤다. 지사장이 보이지 않는다.

보아하니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도망친 모양이다.

어쩌면 데드릭 벨크리스가 바닥을 뚫고 솟아난 걸 본 순간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아마 위에서 그 광경을 봤으면 깜짝 놀랐을 테니까.

반태수는 영역화에서 오는 정보를 확인했다. 지사장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사장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마력 차단 물질로 도배된 방에 들어간 모양이다.

‘그 방들도 전부 확인해야지.’

왜 마력 차단 물질로 방을 보호했겠는가. 거기에 감춰야 할 것이 있어서 아니겠나.

물론 저 아래에 있는 인체 실험실보다 더 지독한 비밀은 아니겠지만.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싸움이 끝났다.

모든 적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죽은 사람은 절반쯤이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개운한 표정으로 반태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이제 뭐 하면 되냐? 또 싸울 일이 있으면 좋겠네. 다른 지사로 가면 되나?"

“지사장이 도망쳤으니 그쪽도 감추느라 정신없을 겁니다.”

“그럼 서둘러야겠네.”

“그보다는 차라리 이 빌딩을 마저 털죠. 이렇게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나왔으니 위에 좀 털어도 별 말 못할 거 아닙니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코웃음을 쳤다.

"이 증거가 없으면 내가 못 털 거 같냐? 털고 싶으면 그냥 털면 되는 거지.”

"어련하시겠습니까.”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평판이 나빠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나빠진 평판은 나중에 어떻게 되돌아올지 모른다.

그러니 깽판을 쳐도 이렇게 명분을 세우고 치는 것이 낫다.

"그나저나 여길 방치하고 가도 되나? 사람을 불러야 하는데, 믿을 만한 놈들을 여기서 구할 수 있으려나?”

"일단 지하에 다 밀어 넣죠. 그리고 잠깐 동안 버틸 수 있게 봉인을 하고요.”

"가능하겠어? 여기 놈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데드릭 벨크리스는 글락 그룹이 나노머신을 탐색하고 제어하고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다.

그 정도 기술력이 있는 곳이라면 아마 상당한 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봉인이 웬만큼 단단하지 않으면 단숨에 뚫릴지도 모른다.

“마법사잖습니까. 그 정도는 해줘야죠.”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쓰러진 자들 중 살아있는 자들을 점혈로 마비시켰다.

그리고 마력을 이용해 모조리 끌어와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휙휙 던져 넣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바닥을 부수면서 올라오는 바람에 큰 구멍이 났는데, 그걸 쓰니 금방 모든 사람을 아래로 넣을 수 있었다.

"죽은 사람은 내버려두죠. 알아서 치우게.”

"뭐, 그러든가.”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쪽으로는 별로 관심도 두지 않았다.

반태수는 서둘러 마력의 실을 뽑아 마법진을 구성했다. 이번 마법은 코어의 마력을 이용했다.

만일 저들이 마력 동결 물질을 가져와서 쓰면 이면세계의 마력은 금세 휘발되어 버릴 테니까.

정확히 지하 실험실을 전부 감싸 안아야 하니 술식 구성이 아주 정교해야 한다.

반태수가 생각한 봉인 방식은 실드였다.

정교한 실드를 지하 실험실에 여러 겹 두르는 것이다.

다만, 단순한 실드여선 안 된다.

반태수가 코어의 마력으로 평범한 실드를 펼치면 웬만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적들이 웬만한 공격만을 쓸 리 없다. 아마 아주 강력한 수단을 들고 나올 것이다.

한 점에 충격을 집중해서 여러 번 타격하는 방법을 쓴다면 아무리 반태수의 실드가 강력해도 결국은 뚫릴 것이다.

반태수가 생각한 방식은 실드가 흐르게 하는 것이었다.

동그란 구 형태로 만들었으면 그저 회전만 시키면 되겠지만, 실험실 모양에 딱 맞췄기에 회전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실드 자체가 한 점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공격을 받아도 타점이 흐트러질 테니 훨씬 안전해진다.

겹친 실드마다 흐르는 속도도 다르게 구성했다. 가장 아래에 있는 실드의 속도가 제일 빠르다.

흐름의 시작점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흐름의 끝에서 소멸되는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혹시 손상을 입어도 끝에 도달한 순간 의미가 없어진다.

이렇게 열 겹의 실드로 실험실을 감쌌다.

설명은 길었지만, 실제로 열 겹의 실드를 완성한 시간은 고작 몇 초에 불과했다.

"됐습니다. 가죠.”

"벌써 끝났어? 봉인이 뭐 이리 쉬워?”

"봉인이 별겁니까. 못 건드리게 꽁꽁 싸매면 그게 봉인이죠.”

"그거야 그렇다만.”

데드릭 벨크리스는 살짝 못미더운 표정을 지었다.

반태수가 그걸 보고 툭 말했다.

"그럼 한 번 시험해 보시든가요.”

“시험? 그럴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반색하며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러면서 주먹을 들어 올렸는데, 주먹에 마력이 새하얗게 맺히더니 드릴 형태로 변했다.

"딱 열 대만 때려볼게. 그 정도면 뚫을 수 있을 것 같거든.”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드릴 형태의 마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이 마력 드릴은 데드릭 벨크리스의 능력과 유물 몇 개의 능력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것이었다.

적의 실드를 부수기 위해 만들어낸 데드릭 벨크리스 고유의 무기였다.

강력한 초진동으로 실드의 결합을 분해하는 효능을 가졌다. 마력 속성도 분해 속성이었고.

"자, 간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자신만만하게 주먹을 아래로 내리꽂았다.

쩌어어어어엉!

충돌 순간, 데드릭 벨크리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응? 이거 뭐야?”

실드가 흐르는 바람에 타점이 흐트러진 것이다.

"하, 이런 꼼수를? 그래봐야 꼼수는 꼼수일 뿐이지.”

데드릭 벨크리스가 이를 악물고 연달아 실드에 주먹을 내질렀다.

쩌엉! 쩌엉! 쩌엉! 쩌엉!

하지만 실드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아니, 실제로는 약간씩 분해되어 흩어지긴 했다.

하지만 워낙 빠르게 흘러가서 흠집이 난 순간을 포착하기도 힘들었다.

"에이 씨, 안 해.”

데드릭 벨크리스는 결국 포기하고 마력 드릴을 흩어버렸다.

"하. 시원하게 부쉈어야 하는데.”

헛힘을 쓰고 나니 속이 답답해졌다.

이 답답함을 얼른 풀어야겠다.

"뭐해? 얼른 가자. 그놈들이 딴 데로 치우기 전에 확인해야 할 거 아냐."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렇게 말하고는 엘리베이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반태수가 피식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

첫 번째 방은 4층에 있었다.

반태수가 실드로 실험실을 감싸듯 이 방도 빈틈없이 마력 차단 물질로 감쌌다.

그저 마력 차단 물질만 믿은 것이 아니라, 방 자체가 단단한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심지어 그 강철에 강력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다짜고짜 문을 만지려고 해서 얼른 말렸다.

"영감님, 그거 그냥 만지면 감전됩니다.”

"하, 이 새끼들 진짜 꼼꼼하게도 싸매놨네.”

데드릭 벨크리스의 전투복에서 마력이 뭉클뭉클 솟아나 손과 팔뚝을 감쌌다.

"짜증나서 부숴야겠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주먹을 꽉 쥐더니 냅다 문을 후려쳤다.

꽈앙!

문 한가운데가 움푹 들어가더니 경첩이 떨어지고 문짝이 안으로 훅 밀려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문이 아예 떨어져나가지 않아 덜렁거렸다.

파지지지직!

열린 문 주위로 스파크가 마구 튀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방 안으로 훅 들어갔다.

스파크가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을 탁탁 때렸지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반태수는 그걸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마법으로 강철 방에 공급되는 전력을 끊어 버렸다.

"내가 마법사라는 걸 언제쯤 이해할까?”

잠긴 문도 마법으로 따면 된다. 굳이 이렇게 부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요란을 떠니 저렇게 구경꾼들이 생기는 것 아닌가.

큰 소리가 나서인지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몇몇은 부서진 문을 보고는 경비팀에 연락을 하기도 했다.

"아, 안 들어오고 뭐해!”

안에서 들려온 데드릭 벨크리스의 외침에 반태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예예, 갑니다.”

방 안으로 들어간 반태수는 방안의 풍경에 눈을 빛냈다.

“여기 보관창고였네요.”

"그래 보이지?”

아쉽게도 증거 같은 건 없었다. 여긴 글락에서 개발한 신물질을 보관해 놓는 창고였다.

목재와 유리로 만들어진 장이 벽을 가득 메웠고, 방 중간 중간에 커다란 장이 세워져 있었다.

그 모든 장 안에 각종 물질이 가득했다.

각 물질마다 이름과 설명이 들어간 큼직한 라벨이 아래에 붙어 있었다.

별의 별 물질이 다 있었다.

예를 들면 빛을 흡수하는 도료, 마력을 빨아들여 내부에 보관하는 금속, 방염 성능이 아주 뛰어난 실, 등등등.

게다가 각 물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미완성 물질도 순서대로 놓여 있었다.

그것만 봐도 이 물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었다.

큰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많았고, 혹할 만한 것들도 있었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는데, 데드릭 벨크리스가 갑자기 아공간에 그것들을 전부 담기 시작했다.

아예 장 째로 아공간에 휙휙 넣었다.

반태수는 그걸 보고 살짝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대놓고? 증거도 아닌데?

게다가 밖에서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도 데드릭 벨크리스는 당당하게 모든 걸 아공간에 넣어 버렸다.

“영감님, 그렇게 막 가져가셔도 돼요?”

“막 가져가다니. 보상금을 좀 미리 챙긴 것뿐이다.”

"보상금이요?”

"날 죽이려는 놈들인데 이 정도는 보상도 아니지.”

글락 회장이나 여기 지사장이 들으면 경기 일으킬 만한 말이다.

"자, 다음으로 가자. 다음은 몇 층이냐?”

“7층이요.”

여긴 무려 60층 빌딩이다. 아직 확인해야 할 방은 많이 남아 있었다.

***

두 번째 방도 물질을 보관하는 방이었다.

한데 딱 한 가지 물질밖에 없었다. 양은 굉장히 많았고.

"이거 폭발물 같은데요?”

"네가 봐도 그렇지? 그저 단순한 화약은 아닌 것 같고……."

데드릭 벨크리스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뭐 이런 걸 이렇게 산처럼 쌓아뒀어? 위험하게.”

반태수는 일단 분석을 해봤지만, 마력이 담기지 않은 물질이라서 분석이 어려웠다.

다만 이 물질을 만들 때, 중간에 마력을 이용한 과정을 거친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이 물질이 폭발물이라는 것도 추측할 수 있었고.

아무튼 가루 형태로 잔뜩 쌓여 있었는데, 포장도 하지 않고 그냥 방에다가 쏟아놓기만 했다.

"이것도 가져가실 겁니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히죽 웃었다.

“가져가야지. 그럼 내버려둘까? 가져가서 필요할 때 좀 써먹어야겠다. 불붙이면 터지겠지?”

“추측일 뿐이지 진짜 폭발물인지는 테스트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그럼 지금 해보면 되지.”

데드릭 벨크리스가 가루 일부를 집으려 하자, 반태수가 말렸다.

"그러다 옮겨 붙어서 이거 다 터지면 어쩌려고요? 폭발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평범한 화약이라고 해도 이 정도 양이면 이 근처가 싹 날아가 버릴 겁니다.”

그렇게 말을 하던 반태수의 표정이 갑자기 확 굳어졌다.

"왜 그래? 그런 말 하고 그런 표정 지으면 내가 어떻게 해야 돼? 빌기라도 해야 돼?”

"영감님, 갑자기 아주 불길한 생각이 드는데요?”

“뭐?”

반태수는 머릿속으로 건물의 모양과 이렇게 마력 차단 물질로 가려진 방의 위치를 그려봤다.

위치가 참으로 절묘했다.

'만일 이게 전부 폭발물이고, 한꺼번에 터진다면…….'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물이 단숨에 폭삭 무너질지도 모른다.

반태수의 직감이 맹렬하게 경고했다.

“영감님, 우리 빨리 나가죠.”

"뭐? 나가자고? 왜? 아직 방 많이 남았다면서?”

"그 방 전부 폭발물인 거 같습니다.”

"뭐?”

데드릭 벨크리스도 반태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갑자기 표정이 확 굳어지더니 급히 방에서 나갔다.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따라서 나갔다.

그 순간, 묘한 직감이 정수리를 꿰뚫었다.

반태수가 데드릭 벨크리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거대한 폭음이 빌딩 전체를 뒤덮었다.

꽈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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