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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17화 (213/351)

217화.  <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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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 메르사이어는 태블릿을 확인하며 씨익 웃었다.

“하여간 멍청이들 충동질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니까.”

태블릿에는 스태플레톤의 지도 중 일부분이 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지도 위를 붉은 점들이 이동 중이었다.

그 붉은 점들이 바로 아군의 위치였다.

이번 일을 위해 정말 많은 조직과 용병들을 들쑤시고 다녔다.

목표는 속성 종족을 보유한 조직이었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이번 일을 위해 스태플레톤의 모든 정보조직을 전부 동원했다.

원래라면 셰딤의 조직원들을 이용해야 했지만, 그들은 전부 사라진 뒤였다.

5대 가문과 관계된 자들도 전부 사라졌다.

처음 알아볼 때는 좀 황당했지만, 결국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다음에 찾은 것이 스태플레톤에 오랫동안 정착하고 운영하는 정보조직들이었다.

스태플레톤에는 스무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정보조직이 존재했다.

그들은 이번 혼란에서도 제법 잘 버텨냈다.

정보조직이니 아무래도 버티기가 좀 유리했을 것이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그 모든 정보조직을 이용해 이번 일을 꾸몄다.

수십 개 조직이 케인 메르사이어의 계획에 휘말렸고, 지금 그의 뜻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태블릿 위에서 움직이는 붉은 점의 크기는 전부 제각각이었다.

점의 크기가 나타내는 건 인원수였다.

가장 작은 점이 백 명이고, 그 위로 백 명 단위로 점이 조금씩 커진다.

총 3천 명이 넘는 큰 규모의 전력이었다.

만일 속성 종족의 조직과 정면대결을 하는 거라면 크게 모자라는 전력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하려는 건 정면대결이 아니라 기습이었다.

지금은 깜깜한 밤, 그리고 정보에 의하면 저쪽은 이쪽에서 오늘밤 기습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수십 개 조직이 비행선을 노리기 위해 습격을 준비한다는 소식은 당연히 저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그걸 감출 생각은 없었다.

그는 정보조직을 이용해 적당한 정보를 그쪽으로 계속 흘렸다.

그래서 정작 언제 어떻게 어떤 식으로 기습하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출 수 있었다.

아니, 허위정보를 흘렸다.

저들은 아마 내일 밤에 기습이 이루어질 거라 알고 있으리라.

일이 잘 풀렸다.

마침 저쪽 조직을 장악한 놈이 어설프게 도시 곳곳에 정보원을 심었다.

케인 메르사이어가 고용한 조직들은 수십 년 넘게 스태플레톤에서 정보 장사를 해왔다.

저런 어설픈 정보원 하나 마음대로 다루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허위정보가 저쪽 조직에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상당히 신경 써서 계산한 정보였기에 저쪽에서 모은 정보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해 내야만 습격일이 내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아주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방금 전까지 그쪽에 있던 정보원이 몸을 빼면서 연락을 보내왔다.

평소와 똑같다고.

또한 이번 계획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적들은 자신들이 비행선을 노린다고 여기겠지만, 사실 진짜로 노리는 건 그게 아니었다.

"아마 식겁할 거다. 큭큭큭.”

케인 메르사이어는 음흉하게 웃었다.

이번에 기습하는 전투 병력이 노리는 건 속성 종족이었다.

다들 비행선을 노리는 줄 알고 허겁지겁 대비하겠지만, 정작 노리는 건 속성 종족이니 얼마나 당황하겠는가.

그렇게 적을 우왕좌왕하게 만들고, 혼란이 극에 달할 때, 자신이 나서서 비행선을 탈취하는 것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었다.

이번에 속성 종족을 상대하기 위해 그동안 연구한 것들을 잔뜩 풀었다.

아직 셰딤의 총본부에도 보내지 않은 따끈따끈한 연구결과였다.

이번에 그걸 가지고 가서 중추에서도 한 자리 제대로 차지할 생각이었다.

분명히 가능할 것이다.

무려 속성 종족의 힘을 억누를 수 있는 물질이니까.

물론 모든 속성 종족에게 통하는 게 아니라 아직까지는 물과 어둠 속성만 제압할 수 있다.

그것도 각각 다른 물질을 써야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심지어 다른 속성 종족에게 쓰면 마력을 잠깐 동안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이번에 그 물질을 잔뜩 만들어서 습격하는 놈들에게 배포했다.

아마 싸움이 일어나면 제법 볼만할 것이다.

“가진 모든 걸 다 털어 넣었으니 반드시 성공해야지.”

그동안 차곡차곡 모았던 모든 돈과 귀금속, 그리고 5대 가문 소속이었던 조직들이 도시 곳곳에 준비한 안가에 은밀히 감춰둔 재화까지 전부 싹 털었다.

그걸 다 쏟아 부어서 이번 일을 계획했으니 만일 실패하면 진짜 걸어서 가야 한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물론 말이 그렇고 진짜 실패하면 깊이 잠수를 탔다가 도시가 조용해지면 비행기를 타고 당당하게 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여길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비행선 한 대는 내가 타고, 나머지 한 대는 망가뜨려야지.’

혹시 쫓아올지 모르니까.

케인 메르사이어는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다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목적지를 향해 일정한 속도로 이동했다.

딱 예상했던 시간에 정확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공격 목표가 보이는 건물 옥상이었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스태플레톤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이 다스리던 구역이었다.

또한 가장 잘 나가는 구역이었다.

다른 구역에 비해 건물도 높고 번화가도 화려했고 인구도 많았다.

지금 케인 메르사이어가 있는 건물도 이 구역에서 제법 높은 편에 속하는 건물이었다. 무려 8층짜리였으니까.

하지만 공격 목표인 곳은 10층짜리 건물이 여럿 모인 곳이었다.

"비행선은 저기에 있군.”

한 대의 비행선은 10층짜리 건물의 옥상에 있었다.

저 비행선이 바로 케인 메르사이어가 노리는 바로 그 비행선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비행선은 건물들이 밀집한 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넓은 공터에 있었다.

이 구역은 암살조직의 보스가 다스리던 곳이다.

그리고 저 공터는 암살자들을 훈련시킬 때 쓰던 곳이다.

원래는 훈련에 쓰는 다양한 구조물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걸 싹 치우고 고작 비행선의 착륙장으로 쓰는 중이었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자신과 함께 여기까지 온 자들을 돌아봤다.

“저 큰 비행선이 날지 못하게 하는 것이 너희 임무다. 할 수 있겠지?”

다섯 명의 사내가 음험한 눈빛으로 케인 메르사이어를 바라봤다.

"비행선은 부유 마법진만 못 쓰게 망가뜨리면 끝이지. 이미 수십 번도 더 해봤던 일이니 염려 마시오.”

"타이밍은 너희가 알아서 파악해. 조만간 공격이 시작될 테니 잘 지켜보라고.”

"알고 있소.”

이미 작전에 대해서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

처음에는 비행선에 신경 쓰겠지만 결국은 속성 종족들에게 갈 거라고.

그때 접근해서 폭발물을 설치하면 끝난다.

"자, 그럼 각자 알아서 움직이자고.”

케인 메르사이어의 말에 다섯 사내가 조용히 물러갔다.

아마 저 큰 비행선 근처 어딘가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리라.

케인 메르사이어는 옥상에 가만히 서서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태블릿을 확인했다.

붉은 점들이 전부 이 근처에 모여 있었다.

다들 최근 계속 실전을 겪으며 강해진 자들이었다. 또한 케인 메르사이어가 지급해준 특별한 물질을 갖고 있었다.

기습이기도 하지만, 만일 정면으로 붙었어도 크게 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구역에 있는 조직원의 수가 5천 명을 훌쩍 넘고, 속성 종족이 3천 명이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그저 속성 종족의 힘을 억누르는 물질만 지급한 게 아니었다.

사람의 근육을 굳게 만드는 생체독도 잔뜩 지급해 주었다.

마력으로 몰아낼 수 있긴 한데, 그러려면 상당한 마력이 필요했다.

마력이 없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마력량이 적은 능력자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단점이라고는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밖에 없는 물건이지.”

케인 메르사이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돈을 증발시킨 일등 공신이 바로 저 생체독이었으니까.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의 성공률이 대폭 올라가긴 했지만.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케인 메르사이어의 눈이 번득였다.

드디어 시작이다.

어둠 속에서 무수한 사람이 파도치듯 움직이고 있었다.

이내 큰 소란이 일어났다.

"습격이다!”

"다들 일어나!”

“죽여!”

별의 별 외침이 사방에서 왁자하게 쏟아졌다.

타타타탕!

꽈광!

총소리와 폭탄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꽈르르릉!

꽈과광!

그리고 사방에서 마력이 번득였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눈을 부릅뜨고 상황을 지켜봤다.

한데 잘 보이지가 않았다. 너무 어두웠다.

오늘 밤이 평소보다 좀 어둡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마법사의 시야가 좁아질 정도로 어둡다는 건 좀 이상했다.

심지어 어둠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눈을 찌푸렸다.

"뭐지? 좀 이상한데?”

어둠이 짙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점점 소리도 줄어들고 있었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지금 자신의 청력이 줄어들고 있는 건지, 실제로 소요가 줄어들고 있는 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어어?”

어둠이 훨씬 짙어졌다.

이제 저쪽에서 희미하게 보이던 건물의 윤곽도 안 보인다. 아니, 지금 서 있는 건물 옥상의 난간도 안 보인다.

그리고 이내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다.

동시에 완벽한 고요가 함께 다가왔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당황했지만 금세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누군가 자신을 이런 상태로 만들었다.

이 정도 실력자라면 자신을 언제든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자신을 이렇게 만든 누군가는 아직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일단은 기다린다.

아무래도 오늘 계획은 실패할 모양이다. 그렇다면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케인 메르사이어는 눈을 감았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데 눈을 뜨고 있어서 뭐 하겠는가.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력을 움직여봤다.

역시나 마력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그 사람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

"면목 없습니다.”

드룸윈드는 민망한 표정으로 반태수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반태수가 위로했지만, 드룸윈드는 여전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만일 오늘 반태수가 없었다면 자신은 패닉에 빠져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적의 수를 보니 3천 명이나 된다.

게다가 놈들의 목적은 비행선이 아니라 속성 종족이었다.

심지어 거대 비행선을 노리는 놈들이 따로 있었다. 자신도 잘 아는 놈들이었다.

은밀히 숨어들어 폭탄을 터트리는 폭발 전문가들이었다.

이 모든 것을 다 당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드룸윈드는 상상하는 것만으로 식은땀이 났다.

속성 종족이 납치당하고 조직원은 죽고 다치고, 비행선은 망가지고.

아마 조직을 운영하기가 난감해졌을 것이다.

그 뒤로 다른 조직들이 대놓고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아차 하는 순간 조직이 훅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다.

“제가 너무 자만했습니다.”

자신이 뿌린 정보원을 역으로 이용할 줄은 몰랐다. 누군지 몰라도 전문가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아마 도시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던 정보조직들의 짓임이 분명하다.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 다음에는 더 잘할 겁니다.”

반태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드룸윈드가 조직 운영을 하면서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번 일도 그의 재능을 일깨우는 비료가 될 것이다.

마음을 좀 추슬렀는지 슬그머니 고개를 든 드룸윈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나저나 속성 종족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긴 하군요. 특히 밤의 어둠 종족은……."

밤의 어둠 종족이 보여주는 위력은 엄청났다.

특히 지금은 반태수가 마법으로 깔아둔 인위적인 어둠이 더해진 상황이다.

그 지독한 어둠 속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어둠 종족뿐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겠는가.

물론 그놈들이 뿌린 그 위험한 것들을 반태수가 막아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드룸윈드는 반태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 그나저나 이번에 사로잡은 놈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알아서 처리하시면 됩니다. 전 저 옥상에 가만히 서 있는 마법사 한 명만 있으면 되니까."

"그럼 일부는 각 조직에 연락해서 몸값을 받고 돌려보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그리고 굳이 안 물어봐도 됩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드룸윈드가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어떻게 그럽니까. 이런 중요한 일을 제 맘대로 처리하면 안 되죠.”

반태수는 굳이 더 대꾸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며칠이면 떠난다.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나저나 몸값을 제대로 지불할까요?”

"이젠 좀 괜찮아지긴 했지만 그동안 전투가 굉장히 격렬하지 않았습니까. 아마 조직원의 수가 많이 모자랄 겁니다. 몸값을 안 낼 수가 없죠.”

물론 그렇다고 투입한 모든 조직원에 대한 몸값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투가 길어지면 돈도 계속 나간다. 그러니 각 조직의 재정 상황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투입한 조직의 수가 제법 많습니다. 아마 재정이 좀 더 빠듯해지면 조직 성장이 둔화될 겁니다.”

반대로 이쪽 재정은 풍족해질 테고.

"혼란이 끝나면 돈이 제일 중요해지죠.”

이쪽은 돈으로는 결코 밀릴 일이 없다.

안 그래도 알짜 구역을 갖고 있는데, 배후에 프리든 가문이 있다.

그러니 돈 모자랄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아마 모든 조직들의 재정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 말을 하는 드룸윈드의 눈이 번득였다.

"다들 돈을 모으느라 혈안이 되겠죠. 원래대로 돌아가기까지 시간도 많이 필요할 테고.”

잠시 뜸을 들이던 드룸윈드가 힘 있게 말했다.

"그때가 우리 조직이 위로 쭉 치고 올라갈 타이밍이 될 겁니다.”

그의 자신만만한 말에 반태수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속성 종족 애들, 잘 부탁합니다. 아마 나중에 더 추가될 가능성이 높으니 염두에 두시고요."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겁니다.”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려 오늘의 주인공이 서 있는 옥상을 쳐다봤다.

이제 저 마법사를 처리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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