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 혼란의 스태플레톤 3 >
============================
드룸윈드를 비롯한 프리든 가의 사람들은 초통초롱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외의 감정이 가득했다.
"정리는 어떻게 됐습니까?”
반태수의 물음에 드룸윈드가 즉시 대답했다.
"다 끝나갑니다. 새로 합류한 사람들이 아주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가 말한 새로 합류한 사람들은 이번에 이곳을 습격한 5천 명 중에서 회유에 성공한 자들이었다.
생각보다 그들의 정신이 많이 흔들린 상태라서 예상했던 것보다 회유가 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회유가 안 되는 자들이 천 명이 넘었다.
그들 대부분은 회유된 척하면서 기회를 엿보고자 했는데, 반태수가 그걸 전부 확인해서 제외시켜 버렸다.
회유가 안 된 자들은 다섯 명 흑막들의 직속 부하들, 그리고 도시를 조종할 때 쓰는 자들이었다.
다섯 흑막은 자신들의 직속 부하들만 관리하고 그 부하들이 휘하에 적당히 부하들을 거느리면서 조직을 관리했다.
그리고 도시를 조종할 일이 있을 때, 특수한 훈련을 받은 부하들을 썼다.
아무튼 회유가 되지 않는 자들은 따로 모아뒀다.
그리고 일단 회유가 된 자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상당했다.
반태수는 그들의 몸에 있던 마법진을 제거한 다음, 그 자리에 다시 마법진을 새겼다.
어차피 육체와 정신에 연결되었던 마법진이기에 그냥 내버려 두면 결국 후유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라리 거기에 마법진을 다시 새긴 것이다.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그 사람들 덕분에 이곳의 방어도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요즘 같은 위험한 시기에 정말 꼭 필요한 자들입니다.”
최근 스태플레톤은 점점 더 혼란에 빠져들고 있었다.
갑자기 전력이 확 사라져 버린 조직들이 나타나면서 그 조직이 장악한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그래서 굳이 전투에 끼어들지 않으려는 조직들도 각자 방어에 큰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적이 쳐들어오면 싸우기 싫다고 해서 싸우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니까.
실제로 그런 식으로 싸움에 휘말려 혼란 속으로 끌려 들어간 조직의 수가 제법 많았다.
“이제 조직원 수가 좀 안정되어서 그런지 지역 주민들도 생활에 안정을 찾았습니다.”
"잘됐네요. 그럼 슬슬 속성 종족들도 활동에 나설 수 있겠군요.”
"예.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드룸윈드는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일단 이 지역을 우리가 먹었으니 지역 내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처음 도착했을 때 쓰던 건물은 처분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분하시죠. 거리도 멀고, 굳이 거기까지 갈 이유도 없을 거 같으니."
“예. 바로 처분하겠습니다.”
드룸윈드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면……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일단 도시의 혼란이 가라앉을 때까지는 기다려야겠죠.”
"예. 그거야 당연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건 혼란이 끝난 이후의 일입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지역 몇 개를 추가로 획득한 다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드룸윈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시스템 안에 우리 프리든 가문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반태수가 빙긋 웃었다.
"애초에 우린 같은 편 아닙니까. 이제부터 계속 함께 하시면 됩니다. 프리든 가의 도움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을 테니 윈윈할 수 있겠네요.”
드룸윈드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좀 걱정을 했었다. 아무리 오스윈 프리든이, 중요한 분이고 가문에 큰 도움이 되는 분이니 잘 모시라고 했어도, 어쨌든 반태수는 프리든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 외부인이다.
그러니 일이 끝난 다음 입을 씻어도 솔직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더구나 그 엄청난 실력을 봤으니 더더욱 무언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데 이렇게 손을 내밀어주니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였던 마음고생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온 힘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반태수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전 이 일이 끝나면 떠날 겁니다. 향후의 일은 속성 종족 대표들과 함께 잘 이끌어 나가시면 됩니다.”
“예? 떠나신다고요?”
드룸윈드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아니, 언젠가는 떠날 거라는 사실이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
"당장 떠나는 거 아닙니다. 이 일이 마무리 된 다음에 떠날 겁니다.”
그리고 그냥 떠나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대비가 될 만한 것들을 남겨둘 것이다.
“아……."
드룸윈드가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반태수는 얼른 화제를 바꿨다.
"요즘 도시 분위기는 좀 어떻습니까?”
"난리죠. 하루에도 몇 개나 되는 조직이 무너지고, 또 새로 조직이 생겨나기도 하고 아주 혼란스럽습니다.”
"조직이 생겨나기도 한다고요?”
"애초에 균열이 터진 계기가 조직에 속하지 않은 용병들과의 싸움 때문 아닙니까.”
"그래서 조직에 속하지 않은 자들이 뭉쳐서 조직을 만들고 영역을 확보한다는 거로군요.”
“솔직히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그런 움직임이 굉장히 많습니다. 생각보다 위기감을 느꼈는지 많은 인원이 똘똘 뭉치더군요."
"언제쯤 혼란이 가라앉을 거 같습니까?”
"글쎄요. 그래도 한 달 정도면 이 정도로 극심한 혼란은 가라앉지 않겠습니까?”
"한 달이요?”
"예. 사실 이 정도로 격렬한 전투가 매일 이어진다면 한 달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죠.”
드룸윈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동안 이 도시는 자연스럽지 않은 아슬아슬한 평화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산발적 전투는 있다고 해도 솔직히 그건 각 조직이나 도시의 규모에 비하면 전투라고 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죠. 그러니 각 조직이 힘을 꾹꾹 눌러 담기만 했습니다.”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경향이 있었다. 지금 터지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한 번쯤 터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응축된 힘이 이번에 확 터져 버린 거죠. 얼마나 격렬하게 타오르겠습니까.”
그 결과가 지금 이 혼란이고 말이다.
"어느 정도 힘을 분출하고 나서야 혼란이 천천히 가라앉을 겁니다. 지금이 한창 힘이 터져 나가는 시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태수는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의견 하나를 툭 던졌다.
“그럼 우리 입장에서는 싸움이 길어지면 더 좋은 거 아닙니까?”
"어…… 글쎄요?”
드룸윈드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반태수가 무슨 의미로 저 말을 했는지 쉽게 판단하지 못해서였다.
"전체적인 조직들의 전력이 약화될 테니, 그동안 싸움을 안 하고 버틴 조직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잖습니까.”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꼭 그런 것으로만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싸움을 많이 했으면 실전경험도 많이 했을 테니 머릿수만으로 파악하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합니다.”
드룸윈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반 마법사님 말씀이 맞긴 합니다. 하지만 다른 조직에서 그걸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은 튀어나온 곳 없이 전체적으로 비슷해지겠죠.”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것이다.
어디 하나가 싸움을 전혀 하지 않고 웅크린 채 힘을 기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마 모르긴 해도 수십 개나 되는 조직이 달려올지도 모른다.
오히려 악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싸우면 조직이 박살 날 테니까.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여기에는 반태수가 있으니까.
반태수는 드룸윈드를 보며 말했다.
“소문 하나 내죠.”
"예? 소문이요? 어떤……?”
"다들 언젠가는 알게 될 소문이죠. 우리 쪽에 전투가 전혀 없다고 소문을 내세요.”
"예? 그건 사실이 아니잖습니까. 불과 얼마 전에도 5천 명이 넘는 적이……."
"그 뒤로는 없잖습니까. 되도록이면 인접한 지역에 소문을 내세요. 어차피 우리가 먹어야 할 지역이니 미리미리 정리하죠."
드룸윈드가 멍하니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렇게 싸움 몇 번 하고 나면 그 뒤로는 쭉 괜찮을 겁니다. 우리 쪽도 소모가 클 거라고 여길 테니까.”
“주변 지역을 우리가 먹게 되면 인력을 더 많이 충원해야 합니다.”
능력자나 전투인력은 요즘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러니 자칫 땅만 얻어놓고 방치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몰려오는 놈들 중 일부를 잡아서 회유하면 됩니다.”
"아……."
드룸윈드는 경이로운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반태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마 이쪽의 전력은 거의 소모가 없을 것이다. 반태수가 지난번 전투에서 보여준 능력이면 충분히 그렇게 된다.
"그럼 소문 부탁합니다. 난 할 일이 따로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군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룸윈드는 밖으로 나가는 반태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동료들을 불렀다.
주변에 소문 좀 뿌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
반태수가 향한 곳은 스태플레톤을 암중 지배했던 조직이었다.
이제 조직원이 한 명도 남지 않고 그저 텅 빈 건물 몇 개가 전부였다.
이미 주변 조직들이 한 번 싹 휩쓸고 지나가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 지역은 다들 그냥 내버려 두는 건가?’
딱히 어느 조직의 조직원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방치된 지역이었다.
이 지역의 조직원들이 없는 틈을 타서 돈 되는 것만 딱 털어먹고 빠진 느낌이었다.
그 말은 원래 여기 있던 조직이 그만큼 무서웠다는 뜻이다. 분명히 빈 것 같지만 어쩌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낮은 가능성 때문에 발을 빼게 만들 정도로.
반태수는 영역화를 펼쳐 이 지역 조직이 머물던 건물을 확인했다.
그리고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심지어 지하까지.
'빙고.’
아니나 다를까, 지하에 뭔가가 있었다.
건물에도 지하실이 있긴 했는데, 그 아래로 5미터쯤 더 내려간 곳에 제법 큰 공간이 있었다.
반태수는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지하로 내려갔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문이 감춰져 있었는데, 영역화를 쓰는 반태수에게 그런 건 의미가 없었다.
잠긴 문을 뜯어낸 반태수는 망설임 없이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곳에 그 어떤 생명체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함정이 하나 있긴 했지만, 실드를 이용해 간단히 지나갔다.
바닥에 내려선 반태수는 주위를 슥 둘러봤다.
여긴 연구실이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연구 장비가 잘 갖춰져 있었다.
연구실 곳곳에 셰딤의 흔적이 보인다.
아마 셰딤과 손을 잡으면서 그쪽의 도움을 받아 만든 연구실인 모양이다.
대충 둘러봤는데, 남아있는 자료 같은 건 없었다.
아마 여길 관리하던 연구원들이 싹 챙기고 떠난 모양이었다.
‘그럼 그놈들도 잡아야겠네.’
추적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잡긴 잡아야 한다.
그렇게 여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나가려는데, 뭔가 뒷맛이 좋지 않았다.
그냥 나가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발걸음이 느려졌다.
‘뭐가 걸려서 이러는 거지?’
반태수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연구실을 둘러봤다.
이번엔 영역화까지 펼쳐서 꼼꼼하게 확인했다.
한데 바닥의 반응이 뭔가 좀 이상했다.
마력 반응이 일어나면서 영역화를 차단해 버린 것이다.
'아까는 이런 거 없었는데?’
지상에서 미리 영역화로 여길 확인하고 들어왔다. 그때는 바닥에 이런 반응이 있지 않았다.
더 아래 지하까지 영역화가 자연스럽게 파고들었고,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땅이라는 걸 확인했다.
한데 이제 와서 갑자기 마력을 차단한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갑자기 뭔가 문제가 생겨서 이렇게 된 걸지도 모르지.’
영역화를 속일 정도로 대단한 무언가가 이 지하에 있다는 뜻 아닐까?
반태수는 바닥에 손바닥을 갖다 대고 차분히 마력을 밀어내듯 내보냈다.
밀어낸 마력이 훅 하고 튕겨 나왔다.
하지만 반태수는 당황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시도했다. 이번에는 마치 마력으로 바닥을 적시듯 내보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을 한 경험이 있기에 반태수는 성공적으로 마력을 아래로 내보낼 수 있었다.
아래에 제법 넓은 공간이 있었다.
반태수는 그 공간이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이거 유적 같은데?’
그리고 마력을 차단하는 이 바닥은 유적의 일부였다.
반태수는 끈기를 가지고 마력을 계속 넣으며 유적 자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유적은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 있었다.
아니, 소유라기보다는 유적 사용자로 등록을 한 것이다.
아마 처음 발견한 자, 혹은 셰딤의 연구원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반태수는 일단 바닥부터 열기로 했다.
등록하지 않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지만, 반태수는 마력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조절해서 유적과 이어진 바닥의 연결을 잠시 끊는 걸로 문을 열 권한을 얻었다.
이내 바닥이 열리고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 들어간 반태수는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그냥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여긴 퍼즐 형 유적이었다.
‘퍼즐 형 유적에 등록 시스템도 있었나?’
보아하니 여긴 다른 퍼즐 형 유적과는 좀 달랐다. 어디서 등록을 하는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벽에 손바닥 모양이 있었고, 그 위에 고대문자로 등록하려면 손을 갖다 대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설마 등록만 하면 퍼즐을 계속 풀 수 있는 건가?”
반태수는 설마설마 하면서 거기에 손을 갖다 댔다.
눈앞에 홀로그램이 쫙 떠올랐다.
고대문자로 이루어진 사용 설명서였다.
등록하는 법과 등록 후 얻은 권한을 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거 퍼즐 형 유적 트레이닝 시스템이었어?”
홀로그램을 이용해 각종 퍼즐 형 유적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었다.
등록은 마력을 밀어 넣으면 되는데, 그 이후에 홀로그램 트레이닝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었다.
반태수는 일단 마력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홀로그램이 쫙 떠올랐는데, 무수한 고대문자였다.
‘암호?’
암호를 입력할 때 쓰는 바로 그 고대문자들이었다.
반태수는 일단 암호부터 입력해봤다.
홀로그램이 싹 사라지더니 새로운 고대문자가 떠올랐다.
해석하면 이렇다.
[1호 트레이닝 시스템의 마스터 코드가 열렸습니다.]
유적의 마스터가 되었다.
***
반태수는 그 뒤로 나머지 지역에 있는 건물도 확인했다. 하지만 유적이 있던 건, 첫 번째 외에는 없었다.
아무래도 첫 번째 유적이 있던 곳의 보스, 혹은 연구원이 철저히 사실을 감췄던 모양이다.
참고로 트레이닝 시스템은 예전 유적에서 얻었던 원격제어장치와 비슷했다.
벽에 붙어 있던 손바닥이 바로 트레이닝 시스템이었고, 그걸 가져오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트레이닝이 가능했다.
물론 반태수는 트레이닝이 별로 필요 없었지만, 이걸 내버려뒀다가 다른 놈들이 트레이닝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켜 부품 유적을 털어가는 상황을 만들 이유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이걸 얻는 바람에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이건 1호 시스템이다.
그렇다는 건 어딘가에 2호나 3호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반태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건 또 어디 가서 찾지?”
딴 놈이 찾기 전에 찾아야 한다. 혹시라도 딴 놈이 찾았으면 마스터 코드를 열어서 손바닥을 떼 와야 하고.
뿐인가. 이 트레이닝 시스템을 알고 있는 연구원도 추적해서 잡아야 한다.
반태수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다.
빨리 주변 놈들이 쳐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싸우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