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210화 (206/351)

210화.  < 속성 종족 이주기 3 >

============================

속성 종족이 타고 온 비행선은 3천 명이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담고 있었다.

그러니 그 크기가 얼마나 크겠는가.

그 큰 비행선이 도시에 들어와 낮은 고도에 멈춰서 한동안 속성 종족들을 토해냈다.

그런 일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다.

곳곳에서 그걸 발견했고, 지켜본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속성 종족이 머무는 건물과 대지가 위치한 지역을 지배하는 조직은 물론이고, 그 조직을 감시하기 위해 다른 조직에서 투입한 자들까지 비행선을 목격했다.

몇몇 조직은 비행선에서 내린 자들이 속성 종족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소식은 빠르게 사방으로 전달되었다.

그래서 하루가 지난 지금은 모르는 조직이 별로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소식을 받은 자들 중에서 이번 일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은 도시에서 가장 큰 조직의 주인, 알라인이었다.

알라인은 최고 조직의 보스이기도 하지만, 암살조직의 보스이기도 했다.

알라인은 조직원이 보낸 사진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비행선이 허공에 떠 있는 모습, 넓은 공터에 착륙한 모습, 비행선에서 속성 종족들이 뛰어내리는 모습, 속성 종족들이 머무는 건물 앞 공터에 작은 비행선이 착륙해 있는 모습까지 담겨 있었다.

"이놈들은 누군지 알겠군. 프리든 가에서 보낸 놈들.”

스태플레톤에는 가신 가문에서 보낸 자들도 많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라인은 그들의 신상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알라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스태플레톤에 자리를 잡은 조직들은 대부분 그걸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야 적절히 선을 지키면서 그들을 견제할 수 있으니까.

"이거 프리든 가에서 아주 작정을 했군. 속성 종족 3천 명이라니.”

알라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쪽에서 하도 견제를 해서 영역을 확보할 수 없으니 힘으로 짓눌러 버리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 스태플레톤은 그런다고 해서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다른 무법도시들은 어떤지 몰라도 스태플레톤은 무작정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저쪽이 먼저 선을 넘었으니 우리도 한 번은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지.”

교묘하게 다른 조직들을 움직여서 저 속성 종족들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버리면 된다.

저들이 다짜고짜 싸움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가 아무리 무법도시라도 싸우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아니, 무법도시이기 때문에 더더욱 명분이 중요하다.

그러니 처음에는 자잘한 의뢰를 받으면서 준비를 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 외에는 초반에 자리를 잡을 방법이 없을 테니까.

알라인이 하려는 건 아주 간단했다.

의뢰를 지속적으로 주면 된다. 그리고 의뢰를 통해 저들의 전력을 조금씩 깎아낼 것이다.

이런 건 자주 해봐서 얼마든지 티 나지 않게 잘 할 수 있다.

스태플레톤에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린 것이 프리든 가가 처음이겠나.

그동안 숱한 조직이나 가문이 스태플레톤을 어떻게 해보려고 무수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를 다 막아냈다.

물론 알라인 혼자서 모든 걸 다 막아낸 건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또 다른 존재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

시작이 어떻고 중간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국은 모두가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날 테니까.

“그나저나…… 무슨 선물을 줄까?”

줄 선물이야 많다. 다른 조직들을 움직여서 깔짝깔짝 건드려 신경을 곤두세우게 할 수도 있고, 암살자를 보내서 경고를 할 수도 있고.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노크를 했다.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자신의 비서 역할을 하는 부하 중 한 명이었다.

“보스,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알라인이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부하가 보고를 시작했다.

"보스를 찾아다니는 놈이 있습니다.”

"날 찾아? 그게 무슨 뜻이지?”

"몇 놈이 보스의 거처를 얼쩡거립니다.”

"내 거처?”

"예. 보스가 쓰는 거처를 하나씩 찾아다니는데, 아무래도 전부 파악한 모양입니다.”

그제야 알라인의 표정이 굳었다.

"어떤 놈들인지는 확인했고?”

"프리든 가에서 온 놈들입니다.”

"하! 이놈들 봐라? 안 그래도 선물 하나 주려고 했는데, 재촉까지 하네?”

"어떡할까요? 일단 잡아놓을까요?”

"아니, 당분간 감시만 해. 대신 아주 철저히.”

알라인의 눈이 음험하게 번득였다.

"내 위치를 알아내면 무슨 짓이든 하지 않겠어? 그걸 잡아내야지. 아주 적당한 명분이 될 테니까.”

“그럼…… 어떤 준비를 할까요?”

"일단 함정부터 파야지. 그놈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도 미리 알아야 하고. 그리고 이쪽 함정이 준비되면 내 위치 슬쩍 흘리고."

물론 진짜 그 위치에 있을 생각은 없었다. 위장한 대역을 하나 세울 것이다.

‘그나저나 내 거처를 전부 파악했다는 건, 위성을 이용해서 날 감시했다는 건데, 가신 가문에서 위성을 쓸 수 있었던가?’

어쩌면 이번 일에는 프리든 가뿐 아니라 그 위쪽에서 개입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별 거 없다. 준비를 더 철저히 하면 된다.

알라인은 일단 변장할 준비를 했다. 시작은 적을 교란하는 것부터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대역도 구해야 한다.

반태수는 드룸윈드가 암살조직 보스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

드룸윈드는 혼자 가지 않고 동료들을 제법 많이 동원해 함께 움직였다.

물론 같이 다니는 게 아니라 따로 떨어져서 각자 할당된 위치를 확인했다.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는데, 반태수는 그걸 보며 좀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색이 도시 최고 조직이다.

그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암살조직의 보스를 찾는 일이다.

한데 저런 모습을 과연 모르고 넘어갈까?

‘들켰을 거 같은데…….'

암살조직이든 지역을 장악한 조직이든 누군가는 분명히 알아차렸을 것 같았다.

따라와 보길 잘했다.

저렇게 어설프게 움직였으니 상대도 분명히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다.

아마 그냥 믿고 맡겨놓기만 했다면, 좀 귀찮은 일이 많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반태수는 그저 눈으로만 확인하지 않는다.

지금도 영역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드룸윈드를 지켜보는 시선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아마 그의 동료들도 같은 신세이리라.

‘저러다가 잡혀가는 거 아냐?’

물론 그렇게 되면 자신이 나서서 구해주긴 할 것이다.

‘드룸윈드를 감시하는 놈들한테 마킹을 붙여볼까?’

일단 해서 손해날 것은 없으니 하나씩 붙였다.

수가 좀 많긴 했지만, 보아하니 다들 지위가 낮은 놈들이라서 보스와 마주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조사하는 속도 자체는 빠른 편인데?’

드룸윈드가 가진 장비가 좋은 건지, 아니면 실력이 좋은 건지 각 장소에서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게 한창 돌아다니면서 조사 중이었는데, 갑자기 드룸윈드가 전화를 받더니 어딘가로 후다닥 달려갔다.

반태수는 통화하는 내용을 전부 들었다.

타겟을 발견했다는 통화였다.

‘이거 함정 같은데.’

반태수는 드룸윈드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스태플레톤에서 가장 큰 조직답게 소유한 지역 역시 가장 넓었다.

그래서 그런지 드룸윈드는 제법 오랫동안 달려갔다.

이내 동료가 있는 곳에 도착한 드룸윈드는 3층짜리 건물을 바라봤다.

"저기 있단 말이지?”

"방금 들어간 거 확인했어.”

"얼굴 확실히 확인했고?”

“여기 사진.”

“사진까지 찍었어?”

동료의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을 보니 타겟이 확실한 듯하다.

원본 사진이 위성으로 찍은 거라 화질이 안 좋아서 정교하게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 된다.

"이제 감시하면서 그분한테 알리기만 하면 되나?”

드룸윈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3층 건물을 세심히 훑어봤다.

그리고 반태수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곳의 위치와 건물을 찍은 사진, 그리고 동료가 찍은 타겟의 사진까지.

한데 정작 그 문자를 받은 반태수는 전혀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이것 봐라?’

반태수는 드룸원드가 있는 곳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굳이 가까이 있을 필요도 없었고, 그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드룸윈드 근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놈들이 감시하는지 확인하기 편하다.

당연히 영역화는 펼쳐뒀다. 범위는 이 조직의 영역에 대충 맞춰뒀다.

영역화의 범위는 좁을수록 더 정교한 정보를 제공하니까.

아무튼 그러고 있는데, 좀 묘한 놈이 한 명 지나갔다.

드룸윈드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을 느긋하게 걸어가는데, 얼핏 보면 이상할 게 없는 자였다.

이 근방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제법 많았다.

최고 조직의 영역이라서 그런지 인구 밀집도가 상당했다.

모르긴 해도 스태플레톤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인구가 많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 상황이니 저렇게 느긋하게 걸어가는 사람을 보고 이상하다고 할 이유는 없었다.

반태수가 그를 주목한 이유는 그가 분장을 했기 때문이다.

얼굴뿐 아니라 체형도 각종 재료와 마법을 써서 변형했다.

마법을 썼기에 오히려 원래의 모습을 추적하기가 쉬웠다.

반태수는 체형과 얼굴을 복원해봤다. 물론 머릿속으로만.

위성사진으로 본 암살조직 보스와 얼굴이 똑같았다.

반태수는 드룸윈드 쪽은 일단 방치하고 변장한 암살조직 보스를 쫓아갔다.

왜곡을 걸고 있으니 바짝 쫓아가도 전혀 모를 것이다.

반태수는 혹시나 해서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그 역시 변장을 했다.

같은 재료, 같은 기술로.

건물을 촘촘히 확인했더니, 숨어 있는 능력자들이 수두룩했다. 다들 총화기로 무장했고, 안에 전자장비를 이용한 함정도 잔뜩 깔려 있었다.

'설마 바로 들어가지는 않겠지.’

드룸윈드는 반태수가 따로 지시하지 않는 한, 계속 감시만 할 것이다.

***

암살조직의 보스이자 이 지역 조직의 보스이기도 한 알라인은 정말 여유롭게 걸었다.

그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잔뜩 걸려 있었다.

방금 자신을 감시하던 프리든 가의 사람들을 거의 스치듯 지나쳐왔다.

그런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건물만 보고 있으니 어찌 비웃지 않을 수 있겠나.

알라인은 한껏 여유를 부리며 자신이 관리하는 지역과 인접한 지역으로 넘어갔다.

그곳은 이 스태플레톤을 암중에서 조종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는 지역이었다.

당연히 그 사람도 이 지역을 다스리는 보스였고, 알라인과 마찬가지로 다른 조직에 속해 있었다.

알라인은 한참을 이동하고 나서야 건물에 들어갔다.

7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주변 다른 건물들과 달리 별로 허름하지 않았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건물이었다.

건물에 들어가며 알라인이 투덜거렸다.

"나도 조만간 이런 건물 몇 개 지어야 하는데. 지금 있는 곳들은 너무 낡았어. 쯧."

스태플레톤에서의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

솔직히 원하는 건 다 하면서 산다. 마치 왕처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기가 낙후되었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로 인한 다양한 불편함이 분명히 있었다. 그것이 생활의 불편함이건, 보고 듣는 것에 의해 나오는 감정적 불편함이건.

건물로 들어간 알라인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바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도 있고 신축이 좋긴 좋네.”

알라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7층에서 내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호리호리한 사내 한 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하고 쭉신한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는데, 알라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거기 서서 뭐해? 얼른 앉지 않고.”

사내의 말에 알라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먼저 말을 꺼냈다.

"속성 종족 3천 명 들어온 거 알지?”

"당연히.”

"그거 프리든 가의 작품인 것도?”

"글쎄? 과연 그럴까?”

"뭐 다른 정보 아는 거라도 있어?”

"프리든 가에서 쓸 수 있는 비행선이 아니라는 정도?”

알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그래도 프리든 가가 맞아. 그 위에서 5대 가문이 끈을 매달고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들어오지 못하니까 간접적으로 여길 차지해 보겠다, 이건데…… 대책은?”

"같이 손잡고 박살 내는 거.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엔 좀 느낌이 싸한데.”

"싸할 건 또 뭐야? 속성 종족이라서 좀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어려울 건 없지. 안 그래?”

"속성 종족 우습게 여기다간 큰 코 다친다. 그놈들 보통 아니야. 특히 조건을 만족하는 곳에서는 진짜 골치 아파.”

"그러니까 일단 컨트롤타워부터 싹 제거한 다음 돌려 깎기를 해야지. 이번 기회에 모든 조직들에게 실전 경험 한 번 시켜주자고."

“그것도 골치 아파. 다른 조직들 뒤에서 움직이는 거, 한 번 하고 나면 아주 머리가 지끈거려서 며칠은 침대에서 못 일어나.”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어쩌겠어. 해야지. 여기 포기할 거야?”

"포기 못하지. 여기처럼 좋은 실험장을 또 어디서 구하라고. 여긴 목숨 붙어 있는 한, 끝까지 지킨다.”

알라인이 씨익 웃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여기처럼 교육시키기 좋은 도시가 또 어디 있겠어? 어디서든 납치만 해오면 여기서 완성시키는 건 일도 아니니까."

"그럼 언제 시작해?”

"그놈들이 내 뒤를 캐고 있더라고. 함정 하나 파 놨으니까, 그놈들이 그 함정 밟으면 바로 시작하자고.”

"재밌겠네. 좋아. 그렇게 하지.”

대화는 대충 마무리가 되었기에 알라인은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프리든 가에서 온 놈들이 함정을 밟을 때가 되었으니 가서 구경이라도 할 셈이었다.

한데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온몸이 마비된 것이다.

알라인이 당황한 눈으로 앞에 앉은 사내를 바라봤다. 설마 네가 이랬느냐는 눈빛으로.

한데 사내의 눈빛도 당황으로 물들어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맹렬히 머리를 굴리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머리 굴리지 않아도 돼.”

반태수는 왜곡을 풀지 않고 말을 이었다.

"왠지 내가 월척을 두 마리나 낚은 거 같은데?”

반태수의 시선이 이 방의 주인인 사내에게 향했다.

"너 셰딤이지?”

사내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