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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09화 (205/351)

209화.  < 속성 종족 이주기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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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플레톤에 도착했다.

비행선이 워낙 거대해서 도시 내에 착륙할 장소를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스태플레톤이 워낙 낙후된 도시라서 그런지 널찍널찍한 공터가 제법 많았다.

그 중에 프리든 가에서 준비한 건물과 가장 거리가 가까운 공터에 비행선이 착륙했다.

살라자 샤마쉬와 데드릭 벨크리스는 스태플레톤의 경계를 넘기 직전 돌아갔다.

자주 연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일단 반태수만 비행선에서 내렸다.

공터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자들이 반태수가 내리는 걸 보고는 얼른 달려갔다.

오스윈 프리든이 어찌나 신신당부를 했는지, 마치 오스윈 프리든이라도 온 것처럼 반태수를 대했다.

그 중 책임자로 보이는 사내가 반태수 앞으로 나섰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말씀하신 속성 종족은 전부 온 겁니까?”

"네. 전부 왔습니다.”

"솔직히 처음에 3천 명을 한꺼번에 데려오신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 했습니다. 한데 비행선을 보니 이해가 가는군요. 저렇게 큰 비행선은 몇 번 못 봤습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화물선이었고요.”

"한 번에 끝내는 게 나으니까요.”

저 비행선을 화물선으로 쓰려면 다시 개조를 해야 한다.

하지만 반태수는 굳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 저건 처음 만든 비행선이니 기념으로 저렇게 남겨둘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저걸 속성 종족들이 쓰게 그냥 넘겨주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대규모 이주인지라 잘 써먹었지만, 향후에 쓰려면 저것보다는 좀 더 작은 비행선이 훨씬 쓸모 있을 테니까.

“준비한 건물과 대지는 여기서 차량으로 20분쯤 이동해야 합니다.”

“3천 명을 태울 차량을 구하지는 못하셨죠?”

"예. 나눠서 이동해야 합니다. 일단 저희가 준비한 건 버스 다섯 대입니다.”

고작 버스 다섯 대로 3천 명을 이동시키려면 대체 몇 번을 왕복해야 할까?

게다가 이동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내리는 시간까지 하면 훨씬 오래 걸릴 것이다.

반태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냥 비행선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도착하면 비행선이 뜬 상태로 다들 뛰어내리라고 하면 되니까요.”

“예? 비행선에서 뛰어내린다고요? 거기 비행선 고도를 낮추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적어도 20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려야 할 텐데요?"

"다들 속성 종족이니 괜찮을 겁니다.”

사내는 입을 다물었다. 안 괜찮을 것 같은데.

속성 종족들이 과연 저런 얘기를 듣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까?

절대 아니다. 아마 난동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어…… 진짜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그러니 얼른 돌아가서 사람 받을 준비를 해주시죠. 방 배정도 해야 하고, 식사 준비도 해야 할 테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사내는 더 말대꾸하지 않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좀 쉬운 상대였다면 더 우겨봤겠지만, 상대는 오스윈 프리든, 프리든 가의 후계자와 동급으로 여기라는 지시가 내려온 자였다.

진짜 동급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최대한 맞춰줘야 한다. 정말 몇 번이나 반복해서 같은 지시가 내려왔으니까.

심지어 사내는 오스윈 프리든에게 직접 전화까지 받았다.

어찌나 신경을 쓰는지 묘한 반발심까지 생길 뻔했다.

아무튼 그러니 최대한 상대가 하자는 대로 해줘야 한다.

사내는 곧장 사람들을 데리고 속성 종족에게 주기로 한 건물로 향했다.

차로 20분 거리였으니 금방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보인 건 거대한 비행선이었다. 허공에 뜬 채 최대한 아래로 내려와 있는.

주변에 건물이 많은 건 아닌데, 비행선이 워낙 커서 착륙할 곳 마련은 물론이고 일정 이하로 고도를 낮추는 것도 불가능한 곳이었다.

사내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비행선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건물 앞 공터에는 비행선 한 척이 착륙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반태수가 서 있었다.

반태수는 사내를 보자마자 허공에 떠 있는 비행선을 향해 손짓을 했다. 마치 이리로 오라는 듯이.

그러자 열린 비행선 입구에서 누군가가 휙 뛰어 내렸다.

사내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느닷없이 사람이 뛰어 내릴 줄은 몰랐다.

뛰어내린 사람은 심지어 아이까지 품에 안은 어둠 속성 종족이었다.

사내는 얼른 달려가 물었다.

“괜찮습니까?”

"괜찮으니 좀 비켜주시겠소? 뒤에 내릴 친구들이 좀 많아서.”

사내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아, 예. 어이! 거기 뭣들 하나! 다들 이리로 와!”

사내는 주변에 있던 동료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그러는 사이 비행선에서는 속성 종족들이 연달아 뛰어내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숫자가 수십 명으로 불어났다.

사내는 동료들에게 지시해 적당히 모인 속성 종족들을 건물로 안내했다.

비행선에서 뛰어내리는데 다들 어찌나 망설임이 없는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속성 종족들을 건물로 데려갈 수 있었다.

버스로 날랐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빠르게 모든 속성 종족이 건물로 들어갔고, 비행선은 다시 날아 아까 그 공터에 착륙했다.

비행선을 조종하던 속성 종족들만 따로 차를 이용해 데려오는 걸로 모든 정리가 끝났다.

***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뭐든 편하게 지시하시면 됩니다.”

사내, 드룸윈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의 웃음에는 호의가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경외감이 묻어 있었다.

아까 속성 종족들이 반태수의 손짓 한 번에 전부 비행선에서 내리던 모습을 본 이후 묻은 경외감이었다.

드룸윈드는 상당한 마력을 보유한 능력자였다.

하지만 이 정도 능력자는 스태플레톤에 아주 흔하다.

스태플레톤의 능력자들은 실전 경험도 많아서 웬만한 능력으로는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민다.

드룸윈드가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어디 가서 명함 내밀기 살짝 모자란 수준.

하지만 전투를 못한다고 해서 쓸모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이 건물과 부지를 마련한 것, 그리고 적당한 착륙 장소를 찾은 것, 그리고 3천 명에 가까운 속성 종족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 까지 전부 드룸윈드의 손이 닿았다.

"일단 저 3천 명의 속성 종족들이 먹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반태수의 말에 드룸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합니다.”

반태수가 계속 말하라는 듯 쳐다보자, 드룸윈드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차근차근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니 시간이 좀 오래 걸립니다.”

“여긴 전투 관련 직종이 많지 않습니까?”

“많죠. 관광을 위해 가짜 전투도 좀 해야 하고, 세력 다툼 때문에 진짜 전투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도시니까요.”

"속성 종족들은 전투력이 뛰어난 편입니다. 각 속성에 맞춰서 투입하면 훨씬 효율이 높아지죠.”

"그렇죠. 하지만 속성 종족들은 통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반태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통제가 만만치 않다고? 자신이 보기에 속성 종족만큼 통제가 원활한 집단은 없을 거 같은데.

"통제에는 문제가 없게 할 테니, 그쪽으로 일을 한 번 찾아봐 주시죠.”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구하기 어렵고, 짧게 일할 수 있는 의뢰를 찾아보겠습니다 아마 할 일은 제법 많을 겁니다.”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 정도면 됐다. 당분간은.

"궁극적으로는 속성 종족들로 조직을 구성해서 한 지역을 지배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드룸윈드가 굉장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솔직히 저희도 계속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드룸윈드는 프리든 가문 소속의 능력자다. 그러니까 가신 가문이 지원을 하는데도 조직을 만들어 지역을 먹기가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스태플레톤에는 수백 개의 조직이 있습니다. 그들이 도시를 나눠먹고 각자의 영역을 지배하죠. 그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수시로 전투를 벌이고 싸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직이 무너지거나 새로 생기는 일은 극히 드물죠. 아니, 제가 지금까지 본 바로는 아직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반태수가 고개를 가웃거렸다.

"꼭…… 다들 손잡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반쯤은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나머지 반은요?”

드룸윈드는 생각을 정리한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이건 제가 나름대로 정보를 모으고 또 머리를 굴려가면서 정리해본 겁니다. 실제로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스태플레톤의 수백 개 조직은 지금 이대로 나름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큰 조직도 있고 작은 조직도 있지만, 다들 조직의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지는 않는다.

심지어 큰 조직이 작은 조직을 먹어치우기 위해 노리는 전투도 하지 않는다.

현재의 스태플레톤은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서 있었다.

당연히 모든 조직이 그 균형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랬다간 균형이 깨지면서 자신들만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쨌든 처음 균형을 깬 놈이나 그걸 유도한 놈이 더 많은 매를 맞기 마련이다.

아주 교활하고 정교한 음모라도 꾸미지 않는 한, 피해 없이 균형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네요?”

"그렇죠.”

반태수는 모든 얘기를 다 들었는데도 좀처럼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말이 좋아 절묘한 균형이지, 수백 개의 조직이 난립해 있는데 그게 유지될 리가 없다.

어느 하나 삐딱선을 타거나 사고가 나면 그냥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정말 얄팍한 균형이다.

반태수의 표정을 읽었는지 드룸윈드가 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납득이 안 되시는 모양이네요.”

"차라리 누군가 흑막이 되어서 암중에 이 도시를 지배한다거나 조율한다고 하면 좀 납득이 가겠네요.”

그 말에 드룸윈드의 눈이 커다래졌다.

"최근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 알아봤는데……."

"역시 최신정보가 따로 있었군요.”

"묘한 소문을 몇 가지 들었습니다. 몇몇 조직의 보스가 은밀히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보스가 은밀히 바뀌었다고요?”

“예. 암살을 당했다는데, 확실한 건 아닙니다.”

반태수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역시 암중에서 손을 쓰는 자가 있었다.

‘설마 암살조직 보스가 도시를 장악한 건가?’

반태수의 표정을 계속 살피던, 아니, 계속 눈치를 보던 드룸윈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뭔가 짚이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반태수가 대답 대신 물었다.

"지금 속성 종족 3천 명이 도시에 유입된 상황인데, 과연 그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이거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잖습니까.”

"솔직히 그래서 좀 걱정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에는 어둠 속성 종족이 있으니 암살은 힘들지 않겠습니까?”

드룸윈드는 그렇게 말하며 반태수의 눈치를 살폈다.

어둠 속성 종족이 나서서 지켜준다면 암살 위협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속성 종족들이야 별 일 없겠지만, 자신들은 굉장히 위험해진다.

"어둠 종족 대표한테 말해두겠습니다. 여기서 지내시면 별 문제 없을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찾을 사람이 좀 있습니다.”

"누굽니까? 말씀하시면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이름은 모르고 위치만 대충 압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 같더군요.”

반태수는 미리 준비한 서류를 건넸다.

살라자 샤마쉬가 통신을 추적해서 찾아낸 위치 자료와 위성에서 찍은 그의 사진이었다.

그걸 확인한 드룸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지역인지 알겠습니다. 여기, 도시에서 제일 큰 조직이 있는 곳입니다. 딱 그 지역 내에서만 위치를 바꾸고 있군요.”

위치를 바꾼다는 것은 거처로 짐작하는 위치가 계속 바뀐다는 뜻이었다.

단순 이동이나 잠깐 머무는 것은 걸러내고 이 정도면 거처가 아닐까, 짐작하는 위치만 정리해 놓은 것이다.

한데 그 위치가 도시 최고 조직의 영역이라니.

‘그럼 암살조직 보스가 도시 최고 조직의 보스와 같을 수도 있겠군.’

가능성이 제법 높았다. 그게 아니면 암살조직 보스가 조직 보스를 휘하에 두고 있거나.

어쨌든 암살조직 보스는 처리해야 한다.

그를 사로잡아서 정보를 탈탈 턴 다음, 암살조직 자체를 싹 정리할 것이다.

암살조직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보스가 독점하고 아래로 조금씩 흘려주는 체계니, 보스만 잡아 털면 모든 것이 깔끔하게 끝난다.

"내일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패턴은 없는 것 같은데, 조사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위성에서 찍어서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진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럼 부탁합니다.”

반태수는 거기까지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물에 반태수가 잘 곳도 마련이 되어 있었지만, 거기서 잘 생각은 없었다.

이 건물은 시설이 좀 열악했다. 차라리 비행선에서 자는 게 낫다.

아니, 웬만한 숙박시설보다 비행선이 훨씬 안락하다.

그렇게 첫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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