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205화 (201/351)

205화.  < 셰딤의 연구소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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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바위지대를 벗어나기 전에 완벽하게 몸이 가려지는 곳을 지남과 동시에 왜곡을 걸었다.

위성은 없었다.

그러니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일단 중요한 건, 잠입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반태수의 마킹을 달고 있는 셰딤의 연구원은 지금 30미터 아래에 있는 연구소에서 쉬고 있다.

마킹을 통해 주변을 살펴보니, 지하에 조성된 휴게실이었는데, 숲처럼 나무가 많은 공원이었다.

천장이 높았고, 그 높은 천장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마킹을 중심으로 영역화를 조심스럽게 펼쳐봤다.

지하 연구소의 규모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컸다.

지금 연구원이 쉬고 있는 공원보다 더 큰 공원이 두 개 더 있었다.

연구원의 수도 엄청났다.

마킹이 달린 연구원은 그 중에서 중간쯤 되는 직위인 듯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노예처럼 연구하는 연구원이 곳곳에 바글거렸다.

반태수는 이 연구소가 셰딤의 핵심 연구소 중 하나라고 확신했다.

아니면 이 정도로 훌륭하게 연구소를 꾸며놓았을 리가 없다.

게다가 확장성까지 있었다.

아니, 확장 중이었다.

지하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면서 다음 층을 만드는 중이었고, 넓히기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나오는 분진과 소음은 연구소 쪽으로는 조금도 흘러 나가지 않았다.

공사장을 천 같은 걸로 감쌌는데, 그 천이 분진과 소음을 모두 흡수하고 있었다.

저 아래 지하로 내려가는 건 엘리베이터였다.

총 다섯 개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네 개는 사람이 쓰는 엘리베이터였고, 하나는 공사장에서 나온 흙과 돌을 나르기 위해 쓰는 엘리베이터였다.

당연히 공사용은 크기도 크고 무게 제한도 높았다.

공사를 급하게 하는 것이 아닌지라 엘리베이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모양이다.

반태수는 연구소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며, 이번엔 자신이 직접 영역화를 써서 확인해봤다.

다섯 개의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또 다섯 개의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곳을 집중해서 살펴보니, 거긴 지하를 뚫는 공사팀이 쓰는 엘리베이터였다.

위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두 곳에 마련되어 있으니 나중에 둘 중 하나를 없애야 한다.

'탈출구가…….'

지하 30미터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역화의 효율이 떨어졌다.

이건 확실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리고 위상을 뒤집어서 쓰는 마킹과 영역화의 범위를 늘리는 일도 생각해 봐야한다.

사실 지금은 연구원에게 붙인 마킹을 통해서 뭔가를 하는 것이 편리한 상황이다.

한데 생각했던 것보다 영역화의 범위가 잘 늘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 지하 공간 전체에 뭔가 특별한 작업을 해둔 듯했다.

'까다롭네.’

영역화는 그동안 꾸준히 발전해왔다. 얻는 정보의 질과 양도 계속 늘었고, 영역화를 방해할 만한 것들이 나올 때마다 연구를 거듭해 그것을 극복해냈다.

한동안 영역화를 방해하는 것들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된 지 제법 오래 되었다.

한데 이번에 또 새로 나왔다.

방해하는 방식이 새로웠다. 영역화의 확장을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마력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지하 공간에 가득했다.

‘저 상황에서 실험이 가능한가?’

아마 실험이 가능한 영역이 따로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상황인지라 지하 연구소의 정보를 얻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저 시간이 좀 오래 필요할 뿐.

반태수는 살짝 뜬 상태로 천천히 이동하며 지하 연구소의 범위를 지상에서 샅샅이 훑었다.

한데 그렇게 확인했음에도 비상 탈출 통로는 발견하지 못했다.

문제는 영역화로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지하 2층 말이다.

‘여긴…… 직접 확인해야겠어.’

반태수는 본격적으로 잠입을 시도하기로 했다.

***

생각했던 것보다 연구소로 잠입하는 건 굉장히 쉬웠다.

그 이유는 연구소 내에서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운도 좀 따랐고.

지하에 공간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흙과 돌무더기가 나온다. 그걸 지상으로 옮겨 내다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그걸 아공간 유물을 이용해서 내다 버렸다.

아공간 안에 돌과 흙을 계속 담고, 그게 한계에 달하면 공사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다 버리는 식이었다.

다만 이들이 이용하는 아공간 유물은 크기가 상당히 크고, 크기에 비해 담을 수 있는 용량은 적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자주 오가야 했다. 보통 3일에 한 번 정도 지상에 돌과 흙을 버렸다.

마침 오늘이 그 날이었고, 반태수는 바위지대에 돌과 흙을 도포하듯 쫙 깔아 버리고 돌아가는 자들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혹시 모르니 허공에 뜬 채로.

바닥에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라도 있으면 곤란하다.

셰딤은 타노로스와 달리 그 정도까지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그렇게 반태수는 비밀 연구소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일단 지하로 내려오고 나니 영역화를 짓누르던 압력이 많이 약해진 느낌이 들었다.

느낌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30미터 아래로 내려 보내지 않아도 되기에 빨아들이는 정보의 질이 좀 좋아졌다. 범위도 좀 더 늘어났고.

숲 공원을 여러 개 조성해 놓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연구소 단지였다.

반태수는 바닥에 뭔가 장치를 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그래도 몸을 띄운 채 돌아다녔다.

일단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정보와 자료 수집이다.

이 연구소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반태수는 서두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유를 부리지도 않았다.

제법 빠른 속도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확인하고 필요하다 싶으면 바로바로 챙겼다.

연구소의 보안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낮았다.

아마 이곳에 잠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서일까?

오가는 사람도 많았기에 각 건물에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CCTV도 많지 않았다.

구색 맞추기로 있어야 할 곳에만 달아둔 느낌이다.

굉장히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재료나 물질에 관한 연구였고, 생체 연구를 하는 곳도 여럿 있었다.

전부 흥미로운 연구였다.

역시나 강철관을 이용한 연구를 처음 시작한 곳도 여기였다.

여기서 연구한 거대 마수 배양에 관한 자료와 재료를 버트람 뷰고르에게 공급한 것이다.

속성 종족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납치한 것이 분명했다. 몇몇은 죽은 채였고, 살아있는 속성 종족도 제법 많았다.

당연히 감금되어 있었다.

물로 이루어진 물질을 발생하는 장치도 여기서 연구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력 차단 물질도 여기서 연구하고 있었고.

당연히 마력동결 물질도 이곳에서 연구하는 중이었다.

반태수는 그 모든 자료를 차곡차곡 챙겼다.

서류의 경우 사진을 찍어서 확보했고, 서버를 확보해서 그곳에 있는 데이터를 빠르게 뽑아냈다.

서버의 데이터를 뽑아내는 건 살라자 샤마쉬의 도움을 받았다.

들키지 않도록 해킹을 통해 흔적 없이 자료를 빼내는 기술을 빌려준 것이다.

아무튼 손이 많이 가는 작업들이었기에 자료를 모으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하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시간이야 얼마든지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들키면 문제다.

빠져나갈 길이 거의 없는 곳이니까.

반태수는 자신이 과연 30미터나 되는 지하에서 지상까지 단숨에 꿰뚫어버릴 수 있는 마법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고열로 녹이는 수밖에 없다.

‘가능하려나?’

이건 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았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반태수는 이 부분에서 마음을 다잡고 조심했다.

요즘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이 넘쳐흘러서, 실제로는 불가능한데, 꼭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이걸 정확히 구분해주지 않으면 아마 결국은 큰 낭패를 볼 일이 조만간 생길 것이다.

반태수는 가능성을 짐작할 수 없는 일은 일단 뒤로 미뤄두고 자료 확보에 더 집중했다.

그렇게 거의 일곱 시간에 걸쳐 자료를 확보했다.

서버에 꽂아둔 장비는 아직도 작동 중이었다. 거기에 왜곡을 걸어 장비가 눈에 보이지 않게 해뒀기에 들킬 염려는 없었다.

뭔가 사고라도 터지지 않는 한.

‘이제…… 하나 남았네.’

마지막 남은 하나, 바로 지하를 확인하는 것.

반태수는 이리로 내려온 이후, 끊임없이 지하를 확인하고자 했다.

영역화를 펼치기도 했고, 마력을 일으켜 억지로 밀어 넣기도 했다.

한데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만일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고, 그곳에 공사의 흔적이 없었다면, 지하 2층 공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마력 차단 물질이야.’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넓은 바닥에 전부 바를 정도로 마력 차단 물질의 양이 많을 줄이야.

아직 제대로 양산을 하지는 못할 거라 여겼다. 한데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보아하니 아직 연구도 전부 끝난 것이 아닌 듯한데.

아무튼 이제 확인하려면 직접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저 아래에 비밀통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여길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결정된다.

잠시 고민하던 반태수는 슬슬 서버에 붙여놓은 장비가 데이터를 전부 복사했을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일단 서버부터 다시 찾아갔다.

확인해보니 복사는 전부 끝났다.

장비를 아공간에 넣은 반태수는 2층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언제 어느 상황이든 자신의 몸 하나 빼는 건 문제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이 결정에 제법 큰 영향을 미쳤다.

반태수는 빠르게 이동해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바닥에 제법 큰 구멍이 뻥 뚫려 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여섯 개까지 계단이 보이고 그 아래는 어둠에 잠겨 아예 보이지 않았다.

반태수는 신기한 표정으로 눈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시야가 확장되며 다섯 개의 계단이 더 보였다.

여기서 무슨 짓을 더 해도 바닥까지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태수는 일단 아래로 내려갔다.

허공에 몸이 뜬 상태였기에 굳이 계단을 밟지 않고 그냥 훌쩍 뛰어내렸다.

아래로 쭉 내려가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

위에서는 어두웠는데, 막상 아래 내려오니 상당히 밝았다.

둘러보니 곳곳에 조명이 있었다.

거의 대낮 같은 밝기를 유지하는 모양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공간이 넓지는 않았다. 아직 한창 땅을 파내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그래도 1층에 비해 좁다는 거지, 반경이 거의 백 미터쯤 될 정도의 넓이였다.

그 공간의 끝에 포크레인을 비롯한 각종 도구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반태수는 좀 더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세상이 살짝 흔들리는 듯한 감각이 찾아왔다.

왜곡이 깨졌다.

그뿐이 아니라 몸에 장비하고 있는 마도구나 유물의 마력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반태수는 자신의 몸을 두르고 있는 이면세계의 마력이 흩어지는 감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한 가지뿐 아니겠는가.

‘마력 동결 물질!’

여기 마력 동결 물질이 살포된 것이다. 언제 어디서 살포했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무튼 다시 왜곡을 거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빠져나가는 마력을 막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반태수의 마력 장악력이 워낙 대단한 수준이기에 빠져나가는 마력을 막는 건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유물이다. 특히 아공간 유물.

여기서 유물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안에 든 중요한 물건들에 전부 문제가 생긴다.

반태수는 자신의 코어에서 마력을 뽑아냈다.

이 마력 동결 물질에 제대로 대항하려면 코어의 마력이 필요하다는 걸 직감했다.

피부에 두른 이면세계의 마력에 대한 통제권을 그냥 놔 버렸다.

순식간에 마력이 흩어져버렸다.

반태수는 코어의 마력으로 자신이 가진 유물과 장비를 코팅했다.

그제야 마력이 안정되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반태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마력 동결 물질이라기에 어떤가 궁금했는데, 진짜 상상 이상이었다.

주변에 마력이 남아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코어의 마력을 자신이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몇 배나 더 힘들었다.

‘이거 마력 수련할 때 제법 도움이 되겠는데?’

지금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생각보다 수련 생각이 먼저 나는 걸 보면 자신도 그다지 평범하지는 않다.

반태수는 사방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영역화를 못 쓰기에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는 고사하고 평범한지 능력자인지조차 구분이 불가능했다.

"하! 설마 진짜로 여기로 침입자가 들어올 줄이야. 우리 총수님 통찰력이 진짜……, 이러니 총수님께 충성할 수밖에 없다니까."

반태수는 총수라는 말을 잘 기억해두었다. 그리고 나타난 자들을 둘러보는 척하면서 지하 2층을 더욱 면밀히 살펴봤다.

온몸에 마력을 쭉쭉 보냈다. 이제부터는 몸을 쓸 일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강화된 시력으로 2층 공간을 확인한 결과, 외부로 빠져나가는 비밀통로 같은 건 없었다.

반태수는 호흡을 고르며 비로소 눈앞에 있는 자들을 살펴봤다.

각종 무기로 무장했다.

마력과 무관한 무기들로. 대부분의 무기가 반태수를 노리고 온 암살자들이 들고 있던 무기와 똑같았다.

이들이 암살조직에도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암살조직 자체가 셰딤의 하부조직일 수도 있지.’

반태수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여겼다.

아무튼 이제 여기서 빠져나가기 위해 저들과 싸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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