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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03화 (199/351)

203화.  < 셰딤의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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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릭 벨크리스의 비행선이 마치 충돌이라도 하려는 듯 거대 비행선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들이 받을 것처럼 날아갔지만 실제 들이 받지는 않았고, 대신 데드릭 벨크리스가 자신의 비행선 지붕에 있다가 훌쩍 점프해 거대 비행선 위에 올라탔다.

아니, 올라탔다고 하기 보다는 높이 점프해서 내리찍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리라.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이 새빨간 불길에 휩싸인 채 거대 비행선 지붕에 작렬했다.

꽈아앙!

마치 불꽃이 비행선을 꿰뚫는 듯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밟은 곳에서부터 비행선을 관통해 아래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 결과를 지켜보지도 않고 거대 비행선 지붕을 타고 내달렸다.

밟을 때마다 불꽃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꽈과과과과광!

작은 폭발이 마치 발자국이라도 찍듯 일직선으로 쭉 내달렸다. 그 불꽃 위에는 데드릭 벨크리스가 있었고.

데드릭 벨크리스는 비행선의 끝부분에서 그대로 점프했다. 두 번째 비행선을 향해서.

열 대의 비행선은 일정 간격을 두고 숲을 선회하고 있었기에 점프력과 타이밍만 맞으면 얼마든지 다른 비행선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데드릭 벨크리스에게는 그 두 가지가 다 있었다.

높이 점프한 데드릭 벨크리스가 두 번째 비행선에 작렬했다.

꽈아앙!

두 번째 비행선도 불꽃에 의해 꿰뚫렸다.

꽈과과과광!

그리고 불꽃 폭발 발자국을 새겨야 했고.

꽈아앙!

데드릭 벨크리스의 세 번째 점프가 이어졌다.

***

반태수는 호숫가에서 데드릭 벨크리스의 활약을 지켜봤다.

"나도 저렇게 싸웠어야 하는 건데.”

호쾌하기 이를 데 없다.

불꽃과 점프, 그리고 달리기만으로 거대 비행선을 차례차례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벌써 다섯 대의 비행선이 불꽃과 함께 추락하고 있었다.

아마 비행선에 타고 있던 자들은 조만간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다섯 대의 비행선이 당하고 나서야 나머지 비행선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저런다고 데드릭 벨크리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이제 슬슬 구경은 그만하고 수거를 할 시간이다.

숫자가 많아서 그들을 모아 오는 것도 일이다.

추락하는 거대 비행선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한데 뭉쳐 숲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냥 둘 수 없어서 모였을 때, 일제히 점혈로 잡았다.

어느새 열 대의 거대 비행선이 전부 추락했다.

그리고 거기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전부 점혈로 잡았고.

이제 진짜 수거만 남았다.

하지만 그건 굳이 자신이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비행선이 다가오고 있었다.

비행선 지붕에 오연히 서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모습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났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비행선에서 훌쩍 뛰어내려 반태수 앞에 가볍게 착지했다.

"타노로스는 다 잡았습니까?”

"젠장. 허위정보였어. 내 이럴 줄 알았지.”

애초부터 정보가 진실일 확률이 20퍼센트 정도였다. 그런데도 혹시나 하고 움직인 것이다.

"나 없는 동안 암살자들이 왔었다고 들었다.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거지.”

"뭐, 별 일은 없었습니다.”

"별 일이 없긴! 암살자가 별 일이 아니면 뭐가 별일이야?”

반태수는 어깨를 으쓱 했다.

"아무도 안 다치고 암살자는 전부 잡았잖습니까. 오늘도 마찬가지고.”

"아, 그러고 보니 저 큰 비행선에 탔던 놈들, 탈출했을 텐데, 잡아야지.”

"이미 잡아뒀습니다. 수거가 문제지.”

데드릭 벨크리스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하여간 이 괴물 같은 놈.”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보십시오. 영감님이랑 나랑 둘 중 누가 괴물 같으냐고.”

“당연히 너지. 가만히 서서 그놈들을 다 잡았다고?”

반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죠. 하늘에서 점프하면서 거대 비행선 열 척을 추락시켰는데, 그게 훨씬 인상적이지 않겠습니까? 전 100대 영 봅니다.”

"하여간 한 마디를 안 져. 됐고, 위치나 말해 그놈들 수거해야지. 내가 뒤를 캐서 아주 싹 다 밀어버릴 테니까.”

반태수는 흔쾌히 위치를 알려주었다.

안 그래도 귀찮아서 이걸 언제 다하나 하고 있었는데, 대신 해주겠다니 잘 되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정말로 열이 올랐는지 비행선을 움직여 그놈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한데 자신의 비행선만 움직인 게 아니라 반태수의 비행선도 끌어들였다.

반태수 휘하의 승무원들이지만, 그래도 데드릭 벨크리스의 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반태수보다 그의 승무원들이 훨씬 오래 겪어왔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데드릭 벨크리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니 그 넓은 숲에서 점혈에 당해 쓰러진 자들을 순식간에 모을 수 있었다.

그저 지정한 위치에 가서 비행선에 싣기만 하면 되니 솔직히 어려울 일도 없었고.

호숫가 백사장에 착륙한 데드릭 벨크리스의 비행선에서 승무원들이 열심히 마비된 사람들을 밖으로 옮겼다.

위치에 따라 구분했기에 누가 암살자이고 누가 거대 비행선에서 탈출한 자들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옮길 때도 따로 구분해서 뒀고.

데드릭 벨크리스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반태수를 바라봤다.

"어떠냐. 내가 한 번 나서니까 금방이지?”

“예. 대단하시네요.”

"그나저나 어쩔 셈이냐? 슬슬 심문해야지. 지금 당장 할 거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쉬죠.”

데드릭 벨크리스가 슬며시 웃었다.

"그렇지? 오늘은 이만 쉬는 게 낫겠지? 아이고 멀리 다녀왔더니 아주 그냥 삭신이 쑤신다. 목도 엄청 마르고. 시원한 커피 한 잔 마시면 원이 없겠네.”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시원한 커피 한 잔 하죠. 아주 그냥 얼음장처럼 차가운 커피로 드리겠습니다.”

“오, 그럼 더 맛있나?”

"모르죠. 저도 처음 해보는 건데.”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적당한 곳에 마련해 놓은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막 일을 끝낸 승무원들을 전부 불렀다.

고생했는데 커피 한 잔은 대접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커피를 준비한 다음, 마법으로 아주 세심하게 냉각시켰다.

그냥 단순히 냉기를 확 일으킨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냉기가 스며들도록 신경을 썼다.

그렇게 먼저 두 잔을 만들어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내밀고 자신도 한 잔 챙겼다.

아직 승무원들은 근처에 테이블을 세팅 중이었다.

"먼저 드시죠.”

반태수의 말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크으."

냉기가 온몸 구석구석 퍼져 저릿저릿했다. 한 모금에 더위와 갈증이 싹 사라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맛과 향은 좀 떨어졌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커피를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켰다.

"크아아!”

입에서 아이스 브레스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아니 무슨 커피를 물처럼 마십니까?”

데드릭 밸크리스는 잔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

"한 잔 더. 이번엔 평소대로.”

반태수는 피식 웃고는 자신의 커피를 데드릭 벨크리스가 한 것처럼 벌컥벌컥 마셨다.

마시고 나니 왜 그랬는지 알겠다. 이건 이렇게 마시는 커피다.

굳이 마력을 쓰지 않아도 더위와 갈증이 싹 사라지는 마법을 겪을 수 있는 커피였다.

물론 앞으로는 굳이 이렇게 마실 생각이 없지만.

하지만 괜한 짓을 한 건 아니었다. 이걸로도 무언가를 얻었으니.

커피 구석구석 스며들어간 냉기가 마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하면서 약간의 영감을 받았다.

아마 이 영감은 나중에 맥주를 만들 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반태수는 평소의 커피를 빠르게 준비해 테이블에 툭툭 내려놨다.

두 비행선의 승무원들과 데드릭 벨크리스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커피를 즐겼다.

그렇게 시끄럽고 화려했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살라자 샤마쉬로부터 연락이 왔다.

- 번호 추적, 성공했네.

"어딥니까?”

반태수는 남아있던 잠이 싹 달아나는 걸 느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스태플레톤에 있네.

“스태플레톤이라고요? 암살조직 보스 치고는 열악한 곳에서 사네요.”

- 환경은 열악하겠지만, 솔직히 화려하게 살고 싶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네.

"그야 그렇겠지요.”

확실히 암살조직의 보스쯤 되면 밑에 부리는 부하의 수도 엄청날 테고, 스태플레톤에서도 상당히 큰 조직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곳이 열악하긴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물자를 구할 수 있긴 하다. 돈만 많으면.

- 그리고 새 암살자를 수급하는 데에도 상당히 조건이 좋은 도시이기도 하고.

"확실히 그건 그렇겠네요.”

- 아무튼 그놈이 스태플레톤에 있어서 내가 나서기는 좀 곤란하게 되었네.

"어차피 조만간 스태플레톤에 가야 하니 그때 처리하겠습니다.”

- 부탁하네. 참, 어제 또 습격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괜찮은가?

“네. 뭐, 별 거 없던데요. 게다가 영감님도 오셨고.”

- 어차피 자네 혼자 있었어도 충분히 해결했을 텐데, 영감님 있어봐야 시끄럽기나 하지.

"하하하. 그래도 요즘에는 없으면 허전하던데요.”

- 그거 병일세. 얼른 고치게.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반태수는 요즘 데드릭 벨크리스나 살라자 샤마쉬와 함께 하는 일이 제법 즐거워졌다.

그러다보니 가끔 오스윈 프리든이나 페일라 린치필드, 그리고 엄대협이 떠오르곤 한다.

얼른 여기 일을 마무리 하고 크랙톤으로 돌아가 그들과 만나고 싶었다.

- 그리고 그쪽에서 심문을 통해 얻은 정보는 바로바로 넘겨주면 고맙겠군. 이번 기회에 버트람 뷰고르를 어떻게든 엮어버리고 싶네.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그 작자를 얼른 정리하지 않으면 계속 귀찮아질 것 같은데.”

- 그 전에 처리를 해야지. 그러니 부탁하네.

"네. 어떤 정보든 나오는 대로 바로바로 보내드리죠.”

반태수가 전화를 끊자, 어느새 옆에 앉아서 가만히 듣고 있던 데드릭 벨크리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버트람 그놈 짓이란 확실한 증거는 없나?”

"그게 있었으면 벌써 영감님이 가서 때려잡지 않았겠습니까?”

"그야 그렇지. 그나저나 암살조직 보스가 스태플레톤에 있다고?”

"네. 옆에서 다 들었으면서 왜 또 묻습니까?”

"안타까워서 그러지! 안타까워서! 그놈 내가 아주 박살을 내주려고 했단 말이다!”

“저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다녀오는 동안 여기 개발할 계획이나 세우시면서 쉬세요. 시간 좀 더 나면 숲에 추락한 비행선들 다 수거 하시면 좋고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영감님이 부순 거 보니까 그냥 구멍만 하나 뚫린 정도던데, 그 정도면 수리 약간 하면 다시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데드릭 벨크리스는 멍하니 반태수를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만 오면 자신이 개처럼 부려 먹히는 듯한 기분을 버릴 수가 없었다.

"아, 영감님.”

“왜? 또 무슨 일로 날 부려먹으려고?”

"에이, 부려먹긴 누가 부려먹습니까? 제가 언제 영감님 싫어하는 거 부탁한 적 있습니까? 전부 영감님이 안달이 나서 달려가지 않았습니까.”

"야, 내가 또 언제 안달이 났다고 그래?”

"이번에 암살조직에 무기랑 신물질 공급한 놈들이 운영하는 비밀 연구소 하나를 알아냈는데, 관심 있으십니까?"

데드릭 벨크리스의 입가가 한껏 올라갔다.

"당연하지. 내가 아니면 누가 그런 데를 박살 낼 수 있겠어? 어딘데?”

"위치는 여기서 그렇게까지 멀지 않아요. 다만 지하에 있다는 게 문제죠.”

“지하? 어쩐지 이 근방은 위성으로 샅샅이 뒤졌는데 아무것도 없더라니.”

“지하에서 격렬히 싸우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무너지면 뚫고 올라오면 되지.”

"깊이가 얕으면 그래도 되겠죠.”

그 말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멈칫했다.

"깊이가 어느 정도인데?”

“지하로 30미터나 파고 들어갔어요. 미친놈들.”

데드릭 벨크리스가 손가락으로 뺨을 긁적였다. 아무래도 지하 30미터는 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반태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어떻게든 되긴 뭐가 된단 말인가.

확실한 대비책을 세우기 전까지 데드릭 벨크리스를 거기에 보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대책 세워오세요. 그 전에는 위치 안 알려줍니다.”

"뭐?”

데드릭 벨크리스가 경악한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대책은 무슨 대책! 내가 그냥 뚫고 나오겠다니까?”

“그놈들 일 생기면 자폭할 게 뻔한데, 아무리 영감님이라도 그럼 죽습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마 거길 터트리면 죽을 것이다.

반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느긋하게 방에서 나갔다.

"전 밥 먹고 어제 잡은 놈들 심문하고 있을 테니, 영감님은 그동안 대책 생각해 보시죠.”

홀로 남겨진 데드릭 벨크리스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 나지 않을 거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살라자 샤마쉬에게 전화를 걸었다.

***

반태수는 아침 식사를 한 다음, 어제 잡은 놈들을 심문했다.

예상했던 대로 암살자 쪽은 별로 나오는 게 없었다.

시작하기 전에 점혈로 한 번씩 뒤집어 줬더니, 알아서 술술 불었다.

전에 잡혔다가 다시 자폭하러 온 여섯 명은 특별히 신경 써서 길고 세심하게 다뤄줬다.

다들 깊은 후회 속에서 자지러졌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기에 심문도 짧았다. 그냥 괘씸하니까 점혈 한 번씩 해준 셈이었다.

그렇게 암살자 쪽을 대충 처리하고 열 대의 거대 비행선에 탔던 놈들을 심문했다.

그놈들 역시 점혈로 한 번씩 만져주니 다들 고분고분해졌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이들의 소속이 바로 셰딤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버트람 뷰고르와 셰딤의 연결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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