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201화 (197/351)

201화.  < 암살조직과 셰딤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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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마킹한 자들을 거의 일주일 정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추가로 들어간 마킹의 수가 백을 넘어갔다.

물론 전부 유효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삭제하는 것이 태반이었지만.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와 접촉하면 그 때마다 접촉자에게 마킹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두되 하나로 시작했던 일인데, 나중에는 두 개의 두뇌를 더 할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을 처음 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아마 다음에 같은 일을 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적은 두뇌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일로 얻은 경험과 데이터들을 잘 살릴 수 있다면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반태수가 알아낸 암살조직의 주요 인물은 두 명이었다.

실제 암살자와 그 두 명의 주요인물 사이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 역시 대부분은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한 자들이었다.

그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람은 다섯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 다섯 명에게는 여전히 마킹을 붙여뒀고, 나머지 사람들의 리스트는 살라자 샤마쉬에게 넘겼다.

때가 되면 살라자 샤마쉬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다섯 명에게 마킹을 붙인 이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하던 일 말고 다른 일도 관리하고 있어서였다.

아무튼 최종적으로 반태수가 알아낸 두 명은 실제 암살조직의 중간보스 쯤 되는 자들이었다.

이 암살조직의 규모가 또 상당해서 수많은 도시를 아우르며 활동 중이었다.

아무 의뢰나 받지 않는 조직이었고, 실제 이 조직을 이용하는 자는 대기업의 수장이거나, 아니면 최소 가신 가문에서 요직에 있는 사람 정도였다.

5대 가문이야 누구든 중요하니 그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고객이었고.

다들 이 조직이 최고라는 건 잘 안다. 단지 너무 비싸서 자주 이용하지 못할 뿐.

이 암살조직은 각 도시마다 한두 명의 책임자를 두고 운영했는데, 반태수가 찾아낸 두 사람이 바로 퀴무르의 책임자들이었다.

마킹을 통해 이들의 대화를 듣고 알아낸 바로는, 이들 위에 있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그 사람이 바로 암살조직의 보스였다.

처음 한 번 뚫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이렇게 제대로 구멍을 뚫어두니,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정말 엄청났다.

이놈들이 암살자 관리는 정말 지독할 정도로 철저히 하는데, 그 위쪽으로는 생각보다 허술했다.

아니, 객관적으로 말하면 허술하지는 않다. 나름 철저한 편이었다.

하지만 빈틈이 많았다.

이렇게 마킹으로 24시간 감시하면 제법 자주 중요한 단서들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러니 아마 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조사했다면 반태수처럼 많은 것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반태수는 이제 이 암살조직의 보스를 알아내는 것만 남겨두고 있었다.

반드시 보스를 알아내야 한다.

보스를 잡지 않으면 지금까지 한 일이 전부 무의미해 진다.

중간보스를 잡아봐야 이 도시와 보스와의 연결이 끊어질 뿐이다.

그리고 보스는 언제든 다시 중간보스를 이 도시에 파견할 수 있다.

그러니 중간보스나 관리자는 아무리 많이 죽여도 소용이 없다.

금세 다시 생겨날 테니까.

보스만 잡으면 그 아래로 줄줄이 모든 조직원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단숨에 박멸해야 한다.

하지만 보스를 알아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퀴무르에 있는 중간보스들은 지금까지 보스와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물론 아직 중간보스를 지켜본 건 이틀에 불과하지만.

그렇게 정보를 캐는 사이 암살자들이 반태수를 암살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끼 역할을 하는 여섯 명의 암살자가 맡은 임무는 폭탄 테러였다.

그냥 폭탄 테러도 아니고 자폭 테러였다.

한데 이놈들이 아주 흔쾌히 자기 목숨을 갖다 버리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점혈의 고통에 의지가 꺾여, 있는 정보 없는 정보 다 쏟아놓고는 죽는 건 안 두려워한다고?

좀 어이가 없었지만, 아예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저들은 강력하게 세뇌되어 있다. 그 세뇌를 무시할 정도로 점혈의 고통이 컸을 뿐이다.

그리고 이번 암살 계획에서 자신들이 언제든 자폭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좀 더 쉽게 선택했을 것이다.

아무튼 암살조직은 반태수를 암살하려한 여섯 암살자를 통해 반태수의 실력을 나름대로 측정했을 것이다.

암살자들이 보고할 수는 없으니 그들의 망막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이용했으리라.

그걸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굉장히 협소하다.

그들이 알 수 있는 건, 반태수가 몸을 마비시키는 마법을 쓸 수 있고, 물 마법을 잘 쓴다는 정도일 것이다.

"좀 어이가 없네.”

자폭하는 암살자들의 타겟은 반태수의 비행선이었다.

반태수가 평소 이용하는 비행선과 지금 만들고 있는 비행선 둘 다 타켓이었다.

각각 세 명씩.

그들에게 전달된 것은 강력한 폭탄이었다.

단순히 폭약만 담긴 폭탄이 아니라, 마법적 처리가 된 마도구형 폭탄이었다.

폭발을 증폭하는 마법과 폭발 마법이 함께 담겨 있었다.

화약의 폭발과 마법적 폭발, 그리고 그 파괴력을 증폭까지 하는 상당한 위력의 폭탄이었다.

아마 그게 하나 제대로 터지면 반태수가 타는 비행선의 절반 정도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것이다.

물론 비행선에 반태수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경우에.

지금 반태수는 자신의 비행선에 다양한 마법을 덕지덕지 발라뒀다.

충격을 흡수해서 다른 곳으로 방출하는 마법부터 시작해 외부에서 오는 충격을 반사하는 마법, 강판 자체의 내구력을 높이는 마법을 비롯해 다양한 안전 관련 마법을 부여했다.

저 정도 폭탄으로는 흠집도 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태수는 저 자폭 공격을 그냥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한 암살자들이 편히 자폭으로 죽게 내버려 둘 생각도 없었고.

‘이번에 포로 많이 잡겠네. 미리 준비해 둬야지.’

포로를 보관하려면 동굴 규모를 더 키워야겠다.

반태수는 시간 날 때 슬슬 가서 동굴을 더 깊이 파기로 했다.

"그나저나 암살 계획을 전부 알아내지 못해서 어떤 식으로 공격이 들어올지 좀 기대가 되긴 하네.”

반태수가 알아낸 건 딱 하나였다.

비행선을 이용한 초장거리 저격.

아무튼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얻으려고 오늘도 비행선을 조립하면서 사방에 흩어진 마킹으로부터 열심히 대화나 행동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반태수가 특히 신경 쓰는 건 퀴무르에 있는 두 명의 중간보스.

지금 그 중 한 명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그 누군가는 바로 암살조직의 보스였다.

***

퀴무르에서 활동 중인 암살조직의 중간보스인 덱카트루는 자신의 저택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새하얀 정장을 쫙 빼입은 중년의 남자였는데, 분위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덱카트루는 퀴무르에서 아주 활발히 움직였다.

그 모든 활동이 인맥을 쌓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쌓은 인맥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것이 중간보스의 임무였다.

"반갑습니다.”

덱카트루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손님으로 온 사내는 덱카트루의 손을 무시하고 그냥 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덱카트루가 손을 내민 채 잠시 굳어 있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아서서 사내를 노려봤다.

저 사내를 정중히 맞이한 건 보스 때문이었다.

자신의 보스가 중요한 손님이 갈 거라고 했다.

한데 그 중요한 손님이 저렇게 싸가지가 없을 줄은 몰랐다. 이걸 참아야 하나?

"누가 보면 지가 주인인 줄 알겠네.”

손님으로 온 사내는 벌써 집안으로 들어갔고, 자신이 손님을 쫓아가는 상황이 굉장히 낯설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응접실 소파에 편안히 앉아 있었다. 진짜 모르는 사람에게 저 사람이 주인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하지만 덱카트루는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여기서 오랫동안 각종 손님들을 맞이해 본 경험 덕분이었다.

손님으로 온 사내가 앞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앉으시죠.”

진짜 누가 손님이고 누가 주인인지.

덱카트루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밖에서 시간 끄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빨리 들어왔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갈수록 어이가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참아야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번에 암살 의뢰 하나 맡으셨죠?”

"어떤 의뢰 말입니까? 이번에 받은 의뢰가 제법 많습니다.”

“개척도시 근처 숲 속 호숫가에 사는 마법사에 대한 의뢰 말입니다.”

덱카트루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처음 말을 꺼냈을 때부터 이 의뢰를 말한다는 걸 짐작했으면서도 한 번 튕겨본 거였다.

"예. 조만간 실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장비를 가져왔습니다.”

"예? 장비요? 어떤 장비 말입니까?”

사내가 얼른 테이블 위에 새까만 상자를 올려놨다.

“이겁니다.”

"이게 뭡니까?”

덱카트루는 의아한 표정으로 상자를 살펴봤다.

금속으로 만든 듯했다. 한데 이음새가 없었다. 어쩌면 상자가 아니라 금속 덩어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물질입니다.”

사내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정 범위 내의 마력을 동결시켜 버리는 물질이죠. 지속시간은 뿌리는 양에 따라 다른데, 이 정도 양이면 반경 30미터 정도 넓이를 1시간 정도 너끈히 동결할 수 있습니다.”

“마력을 동결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겁니까?”

"이 물질이 살포된 곳은 마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전부 내쫓아 버리는 거죠. 마력 공백지역이 생성되는 겁니다.”

"마력이 없어도 마도구나 유물은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마법사도 결국 자기 코어에서 마력을 뽑아 쓰는 건데 이게 의미가 있을까요?”

"코어에서 마력 못 뽑습니다. 코어 자체가 흔들려서 제대로 유지하는 것도 힘들 텐데, 그 와중에 마력을 어떻게 뽑겠습니까.”

"상당한 위력으로 마력을 흩어버리는 모양이군요.”

"그냥 흩어버린다는 건 너무 약하고 마력을 배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경 30미터라…… 좀 애매한 범위로군요.”

"범위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짧은 순간이나마 마법사나 능력자에게 큰 빈틈을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잖습니까.”

"확실히……."

덱카트루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살집단의 중간보스이기에 그 짧은 순간의 빈틈이 얼마나 엄청난 기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대단한 장비까지 제공해 주셨으니 절대 실패해선 안 되겠군요.”

"하지만 전적으로 이 장비에 의존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이걸 가져온 것은 실전 테스트의 의미도 있습니다. 아직 테스트 단계라는 거, 잊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어차피 암살 계획을 아주 확실하게 세웠습니다. 아마 절대 실패하지 않을 테니 염려 놓으십시오.”

"그럼 용건도 끝났으니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예? 그냥 가시는 겁니까?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아닙니다. 연구소가 아닌 곳에 오래 머무르면 두드러기가 나서요.”

덱카트루는 저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아, 이건 이 장비 사용 설명서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으니 잘 숙지하시고, 이 장비는 1회용이니 염두에 두고 써주십시오.”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서류 한 장을 잘 접어서 손바닥만 하게 만든 것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리고 바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덱카트루는 헛웃음을 흘렸다. 끝까지 어이없는 사람이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덱카트루는 설명서를 읽어봤다. 사용법이 어렵지는 않았다.

저 금속 상자 안에 그 신물질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금속 상자는 신물질을 원하는 위치에 도포하는 장비이고.

이번 암살 대상은 마법사다. 아마 이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네. 이걸 누구한테 맡기지?”

덱카트루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휘하에 있는 암살자 리스트를 쭉 떠올려봤다.

이걸 맡겨도 괜찮을 암살자 몇 명을 금세 추려낼 수 있었다.

"그럼 고객님한테 망막 코드를 보내야겠군. 쯧, 이번 의뢰는 적자야.”

덱카트루는 투덜거리면서 버트람 뷰고르에게 망막 코드를 전송했다.

아마 이번 작전은 제법 볼만하리라.

***

반태수는 흥미진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력 동결이라니. 이놈들 진짜 대단하네.”

그 물질을 직접 획득해서 실험도 해보고 분석도 해보고 연구도 해보고 싶었다.

안 그래도 연구해야 할 것이 산더미인데, 계속 이렇게 흥미로운 것들이 나타나면 어쩌란 말인가.

"어쩔 수 있나. 전부 다해봐야지.”

두뇌가 더 필요하다. 벽을 한 번 더 넘어야 할 듯하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번에 아주 좋은 정보를 얻었다.

일단 암살조직 보스의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탐색이 가능한 폰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도할 가치는 있었다.

반태수는 그 번호를 바로 살라자 샤마쉬에게 전달했다.

번호를 통해 위치추적을 해서 보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면 최고고, 지역이라도 알아낼 수 있다면 할 만하다.

일단 목소리는 땄으니, 그걸 토대로 탐색하면 되니까.

아무튼 그건 그렇게 살라자 샤마쉬에게 토스했으니 됐고, 손님으로 온 사내에게 마킹을 붙인 것이 중요했다.

그놈이 분명히 연구소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게 무슨 연구소이겠는가. 당연히 셰딤의 연구소 아니겠나.

드디어 셰딤의 뒤를 제대로 밟았다고 생각하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고작 연구소 하나 처리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게 첫 걸음이다.

거길 시작으로 차근차근 처리해 나가면 된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반태수는 비행선을 조립하면서 조만간 다가올 암살에 대비했다.

가장 중요한 건, 방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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