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200화 (196/351)

200화.  < 암살조직과 셰딤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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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일상으로 돌아갔다.

케트라 브리저는 아리크로 가자마자 반태수가 준 명단의 사람들을 잡아 감옥에 가뒀다.

그리고 강도 높은 심문을 통해 그들의 배후나 동료를 파악해 나갔다.

반태수는 때를 기다리며 비행선 제작을 이어갔다.

암살자들이 돈을 받거나 장비를 받는 장소는 매번 달라지는데, 아예 불규칙하지는 않았다.

아마 그들은 자기들이 불규칙하게 장소를 선정한다고 믿는 모양인데, 그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자신도 모르는 습관 같은 것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제법 높다.

그리고 반태수는 각 장소들을 보고서 그런 비슷한 선택지 몇 개를 뽑아냈다.

데이터가 제법 많았기에 장소를 선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웠다.

반태수는 자신이 미리 찍어둔 스무 군데의 장소에 마킹을 해뒀다.

거기에 무언가를 놓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마킹을 찍어버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해뒀다.

아무튼 그 일은 이제 할당한 두뇌가 마킹을 확인하면서 진행할 테니, 자신은 그저 비행선이나 빨리 만들면 된다.

아무래도 비행선을 빨리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이번에 암살자들이 쓴 장비를 본 다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속성 종족들을 서둘러 스태플레톤으로 이동시키지 않으면 뭔가 사고가 터질 것 같았다.

속성 종족을 연구하면 대단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이번 암살자의 장비로 증명한 셈이다.

저걸 개발한 자들이 과연 저거 하나만 개발했을까?

모르긴 해도 더 다양한 것들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속성 종족이 가진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런 속성 종족을 가만히 내버려둘까?

아마 무슨 수를 써서든 확보하려 할 것이다.

‘스태플레톤에 가도 달라지는 건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거기에 더 지독한 놈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거기로 가야 한다.

반태수는 이번 기회에 속성 종족들과 함께 스태플레톤을 한 번 확 뒤집어엎을 생각이었다.

예전에 속성 종족을 상대로 작업을 하던 놈들도 결국 속성 종족을 스태플레톤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솔직히 스태플레톤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반태수가 보기에는 스태플레톤으로 데려갔을 확률이 제법 높았다.

스태플레톤에 있는 인력을 이용해 속성 종족들을 관리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그러니 그놈들과 관계된 조직들이 있을 것이다.

그 조직들은 속성 종족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반태수의 목적은 속성 종족들이 자리를 잡게 도와주면서, 그놈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놈들을 움직인 자들, 그러니까 배후를 캘 좋은 기회가 되리라.

그래서 좀 더 서둘러서 비행선을 만드는 중이다.

"크긴 크네.”

무려 3천 명을 한꺼번에 태울 비행선이다.

그냥 무작정 욱여넣는 것이 아니라 나름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하기 때문에 규모가 정말 만만치 않았다.

"음?"

반태수는 한창 비행선을 만들다가 고개를 들어 한 쪽을 올려다봤다.

비행선 한 대가 영역화를 파고들었다.

살라자 샤마쉬의 비행선이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빠르게 날아와 호숫가에 착륙했다. 반태수의 비행선과 아주 가까운 위치였다.

문이 열리고 살라자 샤마쉬가 발판도 내리기 전에 훌쩍 뛰어내렸다.

"하하하. 정말 오랜만이로군.”

살라자 샤마쉬가 양 팔을 활짝 펼치며 웃었다. 마치 앞에 있다면 당장에라도 끌어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반태수는 여전히 비행선을 조립하면서 말했다.

"며칠 안 된 것 같습니다만.”

"내 체감 시간으로는 1년은 된 것 같네.”

살라자 샤마쉬가 반태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하던 일은 잘 되어가나?”

"그럭저럭 할 만합니다. 살라자 님은 잘 되어 가십니까?”

살라자 샤마쉬가 씨익 웃었다.

"기업체 쪽 정리는 끝났네. 아버지와 할아버지 쪽으로 계속 만나자는 연락을 보낸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그럼 그쪽은 잘 마무리 된 겁니까?”

"비밀 연구소 관련된 일은 끝났네.”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5대 가문 내에 불순한 세력이 있었다. 그것들을 때려잡아야 한다.

일단 버트람 뷰고르를 잘 정리해야 한다.

그냥 냅다 처리해선 안 된다.

버트람 뷰고르를 이용해서 다른 자들을 끌어내야 한다.

"일단 버트람 뷰고르가 외부 세력과 손잡은 건 확실한데, 단서가 잘 안 보이는군. 요즘 묘한 움직임을 잡아내서 그쪽으로 일단 알아보고 있네.”

"묘한 움직임이라는 것이 외부 세력이 아니라 내부인 모양이죠?”

"맞네. 5대 가문 내에서 버트람 뷰고르가 가진 힘이 상당해서 조사도 쉽지 않군.”

반태수가 담담히 말했다.

"그 버트람 뷰고르가 지금 내 목숨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살라자 샤마쉬의 눈이 커다래졌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암살자를 보냈습니다. 두 번이나.”

"뭐라? 암살자를 두 번이나 보냈다고? 이 미친 영감탱이가!”

살라자 샤마쉬가 분노를 토해냈다.

당장에라도 뭔가 일을 벌일 것 같아서 반태수가 얼른 나섰다.

"별 거 아니었습니다. 두 번 다 사로잡았고, 놔줬으니까요.”

"뭐? 암살자를 놔줬단 말인가? 대체 왜?”

"알아볼 것도 있고, 그놈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서 좀 이용하려고 합니다.”

"암살자를 이용해?”

"암살조직을 이번 기회에 정리하려고요. 몇 가지 조치를 해뒀으니 운 좋으면 조만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반태수의 말에 살라자 샤마쉬가 무슨 조치를 했는지 집요하게 물었다.

그래서 암살자를 이용해서 뭘 하려는 건지 설명을 해 주었다.

살라자 샤마쉬는 신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감시는 어떤 식으로 하나? 내가 사람을 좀 붙여줘도 되겠나? 그쪽 방면으로 실력이 뛰어난 자들로만 보내주겠네."

"감시는 마법으로 하는 거라서 따로 인력은 필요 없습니다.”

"그래?”

살라자 샤마쉬가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할 게 없어서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정보 조직을 하나 운영하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살라자 샤마쉬의 양 입가가 한껏 올라갔다.

"그건 또 내 전문이지. 딱 어울릴 만한 최고의 인재들을 선별해서 보내주겠네. 자네 마음대로 쓰면 되네.”

살라자 샤마쉬는 반태수가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혼자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아, 정보조직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지휘관의 능력이 아주 중요하지.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정보사령관을 소개해주지."

반태수는 차마 그러지 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거절을 하겠는가.

"예. 감사합니다.”

반태수는 손에 든 비행선 부품 몇 개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잠시 쉬겠다는 듯 물러나서 살라자 샤마쉬와 함께 마실 커피를 준비했다.

그래도 이렇게 신경 써 주는데 커피라도 대접해야 하지 않겠나.

반태수가 커피와 쿠키를 차려서 주자, 살라자 샤마쉬가 크게 기뻐했다.

그걸 보며 반태수가 물었다.

"전에 커피 좀 챙겨 드렸잖습니까. 설마 그거 안 드시는 겁니까?”

"먹지. 그걸 어떻게 참나. 하하하. 그래도 혼자서 마시는 것보다는 자네가 주는 커피가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네.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로 그래. 아마 영감님도 똑같을 걸?”

이건 또 금시초문이었다.

그럼 오스윈 프리든이나 페일라 린치필드도 그럴까?

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겠다.

만일 진짜 그렇다면, 이건 한 번 알아볼 가치가 있었다.

자신의 성장과 관계된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

잠시 커피를 마시느라 침묵이 감돌았다.

살라자 샤마쉬는 지그시 눈을 감고 커피를 음미했다.

그렇게 커피를 반쯤 마셨을 때, 살라자 샤마쉬가 반쯤 만들어진 비행선을 보며 물었다.

"속성 종족들은 어쩌고 있나? 별 일 없나?”

"변화가 없습니다. 정말 정적인 종족이더군요.”

"걔들이 좀 그런 면이 있지. 그래서 사고도 잘 안 쳐. 이번이 굉장히 특수한 케이스라네.”

"판을 잘 짰더라고요. 아마 그 버트람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짠 판이었겠죠?"

"그럴 거라고 추측은 하는데, 딱히 연결고리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네.”

"그런 걸 찾으려면 판을 흔들어야죠.”

"어떻게 말인가?”

"그 비밀 연구소, 그냥 버트람 뷰고르가 독자적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조력자가 있어요.”

"그거야 예전에도 했던 얘기 아닌가. 셰딤이라고 했지? 그 조직이?”

"그것도 추측이죠. 한데 진짜 그런 거 같아요. 그리고 절 노리는 암살조직이 셰딤이랑 연결된 것 같고요.”

"증거는?”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습니다. 하지만 제법 뚜렷한 심증이죠.”

살라자 샤마쉬가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번득였다.

"셰딤이라고 추측한 이유가 연구주제 때문인가?”

"주로 생체에 관한 연구를 했죠. 셰딤이 가진 생체나 재료에 관한 기술이 아주 뛰어납니다.”

"버트람 뷰고르가 암살의뢰까지 넣으면서 뭘 원하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네. 아마 영감님이 흥분하길 바라는 거겠지. 솔직히 암살이 성공하면 나도 어떻게 할지 장담할 수 없고.”

반태수는 좀 의외라는 듯 살라자 샤마쉬를 쳐다봤다.

자신이 죽으면 데드릭 벨크리스는 확실히 흥분해서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살라자 샤마쉬는 안 그럴 것 같았다.

자신을 더 생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성향이 그러지 않을까 여겼다.

한데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짐작했던 성향이랑 좀 다르거나, 아니면 반태수를 위하는 마음이 생각보다 훨씬 크거나, 둘 중 하나다.

"우리가 흥분해서 달려들 때, 뒤를 칠 계획일 걸세. 아마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누군가를 움직이겠지. 내 생각에 그 누군가도 잡아야 하네. 아마 위험한 일을 꾸미는 놈일 테니까. 버트람 뷰고르처럼.”

"복잡하네요.”

"아닐세. 아주 심플하지. 자네를 죽여 우릴 도발하고 상황 봐서 뒤를 치는 거지. 그러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지도 모르지. 비밀 연구소를 다시 짓는다거나.”

"버트람 뷰고르가 그럴 여력이 있겠습니까? 한 번 실패해서 타격이 이만저만 아닐 텐데.”

"손잡은 조력자가 있잖나.”

"셰딤.”

"그렇지. 그 셰딤이라는 조직이 어느 정도 규모이고, 힘이 얼마나 강하고, 자금력이 어떤 수준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마 셰딤이 끼어든다면 여력이 충분할 겁니다.”

"뭔가 아는 게 있는 모양이군.”

"그저 짐작입니다. 확실한 물증이 없어서.”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곳곳에 있다. 반태수는 5대 가문의 위성을 부술 때마다 옆에 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위성이 셰딤의 것이라고 추측 중이었다.

위성에 발라놓은 도료는 마법적 처리를 통해 만든 물질이었다.

그러니 타노로스의 것은 아닐 테고, 저런 재료를 잘 만드는 놈들은 셰딤이니까.

“그 셰딤이라는 놈들, 꼭 잡았으면 좋겠군.”

"이번에 잡게 될 겁니다. 일부라도.”

그리고 어쩌면 그놈들이 운영하는 비밀 연구소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물 같은 물질을 만들어낸 연구소가 분명히 멀지 않은 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살라자 샤마쉬가 분위기를 살짝 바꾸며 슬쩍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은 토스트인가?”

반태수가 순간 대답을 못하고 그를 쳐다봤다.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라자 샤마쉬가 허둥지둥 반응하는 걸 보면 좋은 표정은 아니었나보다.

"아니, 난 꼭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애들이 워낙 애타게 원해서. 저기 보게 다들 이쪽 눈치만 보고 있지 않나.”

반태수가 고개를 돌려 살라자 샤마쉬의 비행선을 보니 모든 승무원과 조종사들이 밖으로 나와 정말로 애처롭게 반태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우.”

소름이 쫙 돋았다.

하지만 저런 걸 보고서 아침에 다른 걸 먹자고 하기도 좀 그랬다.

"뭐, 토스트 먹죠. 만들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원래는 만드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 요리 중간에 마력을 정교하게 부여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지 않을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워낙 자주 많이 만들다보니 이제는 손에 익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토스트를 찍어낼 수 있었다.

이건 전적으로 데드릭 벨크리스 덕분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토스트를 졸라댔으니.

반태수는 만세를 부르고 있는 승무원과 조종사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느새 그 옆에서 자신의 비행선 승무원과 조종사들도 함께 어우러져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다들 저렇게 기뻐하니 참으로 보기가 좋군.”

살라자 샤마쉬는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반태수가 보기에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살라자 샤마쉬였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음?’

갑자기 반태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방금 물건 전달 예상 위치에 박아놓은 마킹을 통해 수상한 놈을 발견한 것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틈, 어른 허리 높이의 철판으로 막혀 있는 곳이었는데, 주먹 네 개 정도 크기의 작은 가방을 툭 던지고 지나간 것이다.

어찌나 교묘히 던졌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물론 최대한 인적이 없는 시간을 찾아서 던지고 간 것 같긴 했지만.

반태수는 즉시 그놈에게 마킹을 붙였다.

‘일단 하나 성공.’

반태수는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털린 암살자들을 왜 살려뒀겠는가. 미끼든 자폭이든 써먹으려고 남겨둔 것이다.

아마 그놈들이 목숨을 버려가며 시선을 끌고, 진짜 작전은 다른 놈들이 하겠지.

‘어쨌든 전부 날 노릴 거란 말이지.’

그럼 준비를 해두면 된다.

어차피 저들이 무슨 물건을 전달했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어떻게 공격할지를 아는데, 그걸 못 막으면 마법사가 아니지.

"무슨 생각을 그리 하나?”

살라자 샤마쉬의 질문에 반태수가 상념에서 벗어났다.

이렇게 빨리 걸려들 줄 몰라서 너무 기뻤나보다.

"비행선 조립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 내가 방해를 했군. 미안하네. 난 이제 가서 좀 쉴 테니 얼른 하게.”

"심심하면 구경해도 괜찮습니다.”

"어…… 그래도 되나?”

"그럼요. 가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말해줘도 좋고요. 인테리어 쪽은 아주 끝내준다고 들었는데."

살라자 샤마쉬의 입가가 또 한껏 올라갔다.

"내가 안목이 좀 괜찮은 편이긴 하지.”

반태수는 비행선 조립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살라자 샤마쉬는 쉴 새 없이 감탄했다.

‘정말 대단한 마법사야.’

그렇게 비행선이 착착 제작되어가는 와중에도 반태수를 노리는 놈들의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반태수는 몇 명에게 더 마킹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슬슬 이놈들의 정체를 역으로 추적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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