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98화 (194/351)

198화.  < 암살조직과 셰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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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워낙 많이 들어서 그런지 처음 뵙는 건데도 왠지 친숙한 기분이네요.”

무리 중 가장 마력이 높은 사내가 말했다.

저들과는 대충 인사를 했다. 케트라 브리저를 따르는 자들이라고 했다.

보아하니 이번에 퀴무르에서 호만 브리저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좀 억울하다 싶은 자들이 개척도시 아리크로 이주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진 모양이었다.

그러니 저들은 어떤 식으로든 호만 브리저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었다.

케트라 브리저의 분위기를 살피니 저들을 잘 이용하긴 해도 크게 믿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이들은 가신 가문과 관계된 쪽에서 나름대로 능력을 발휘하던 자들이었다.

그래서 현재의 아리크를 운영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케트라 브리저가 저들을 완벽하게 신뢰하지 못하면서도 함께 끌고 가려는 이유였다.

아마 저 중에서도 선별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두 명이라도 건지면 다행일 테고.

또한, 저 무리 중에는 호만 브리저와 관계된 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케트라 브리저가 나름 고심해서 뽑아낸 인재들도 섞여 있었다.

그들의 출신이 대부분 한미하기에 가신 가문에서 떨어져 나온 자들과 잘 어우러지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름 자기들끼리는 단단히 뭉쳐서 손해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모인 자들이 케트라 브리저와 반태수가 있는 곳으로 와서 아예 자리를 잡아 버렸다.

케트라 브리저는 흔쾌히 그들과 함께 즐기기로 했고.

반태수는 솔직히 케트라 브리저와 둘이서만 있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러자고 우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충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다들 반태수 쪽은 거의 신경을 안 썼기에 이 마력 높은 사내가 다가와 먼저 말을 건 것이 좀 의외였다.

저들이 보기에도 반태수는 케트라 브리저와 상당한 친분이 있었다.

그러니 나중을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다가가기에는 반태수가 풍기고 있는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았다.

모든 접근을 차단하고자 마음먹고 벽을 세운 느낌이랄까?

반태수는 일부러 슬쩍 내보인 기세를 뚫고 자신에게 다가온 사내를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마력 보유량이나 그걸 운용하는 실력을 보아하니 이 기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꾸역꾸역 그걸 뚫고 왔다면 둘 중 하나다.

반태수가 판단한 것보다 능력이 월등하거나, 아니면 반태수에게 꼭 접근해야 할 목적이 있거나.

"저쪽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어 보이는데, 굳이 안 챙겨줘도 됩니다. 이왕 쉬러 온 거, 더 편한 사람들이랑 노세요.”

반태수의 대답에 사내가 빙긋 웃었다. 연기는 잘 못하는지 억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하하, 그럼 반 마법사님께서도 저쪽으로 가셔서 함께 하시겠습니까? 보시면 아시겠지만, 재미있는 녀석들이 많습니다. 아마 즐겁게 웃으실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물에 몸을 담그고 노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몇몇이 이쪽을 관심 있게 힐끗 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이 사내와 같은 목적을 가진 자들이리라.

‘고작 저 정도로는 전에 왔던 암살자 한 명도 못 죽일 거 같은데. 그럼 이놈들이 아닌가?’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그럼 가서 같이 놀죠.”

그러자 사내가 반색하며 반태수를 안내했다.

반태수를 뒤에 달고 돌아가는 사내의 표정이 의기양양해졌다.

보아하니 노는 것도 두 패로 갈려 있었다.

이 사내는 호만 브리저 쪽 사람이었다.

반태수가 물로 들어가자, 그곳에서 놀고 있던 케트라 브리저가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자들이 두 파벌로 갈라져 있다는 걸 알기에 양쪽을 오가며 두 패거리가 섞이도록 애를 쓰고 있었다.

이래서야 이게 노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지경이었는데, 마침 반태수가 온 것이다.

케트라 브리저는 하던 일을 그냥 손에서 놓기로 결정했다.

"물에 안 들어오실 줄 알았어요.”

그녀의 말에 반태수가 빙긋 웃었다.

"나 수영 잘합니다.”

케트라 브리저가 반태수의 말에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풋 웃었다.

확실히 여기 있으니 독보적이긴 하다.

문득 아까 봤던 빛 속성 종족들이 떠올랐다.

남자고 여자고 정말 아름다웠다. 한데 케트라 브리저를 보니 별로 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빛 속성 종족은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묘한 이질감이 있어서 인간적인 모습의 케트라 브리저가 더 매력적이었다.

문득 다른 속성 종족과 인간이 만나 낳은 사람도 보고 싶었다.

아무튼 반태수는 그냥 편하게 이들과 섞여서 놀았다.

별 거 없는 데도 물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나뉘었던 무리가 조금씩 섞이기 시작했다.

사실 거기에는 반태수의 개입이 살짝 있었다.

마력을 잘 통제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렇다고 마법을 쓴 건 아니었다. 그저 마력만 조절해서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친밀감을 만들고 경계심을 낮추고 그저 즐기기만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준 것이다.

덕분에 같이 놀기 시작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들 제대로 섞여서 놀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점점 더 좋아졌고,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케트라 브리저는 이런 변화를 예민하게 잡아냈다.

그래서 그녀의 시선이 반태수를 자주 찾았다.

이런 것이 저절로 될 리 없다. 반태수가 무언가 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자꾸 눈이 갔다.

반면 반태수는 이들 중 누가 새로운 암살자인지 궁금해서 그걸 찾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예리한 눈으로 살펴봐도 딱히 의심이 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고 있을 때, 몇몇 여자들이 반태수에게 접근했다.

분위기가 풀어지니 처음에 반태수가 세운 벽 때문에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자들 몇몇이 케트라 브리저에게 친근한 미소를 띠고 접근하는 모습도 보였다.

케트라 브리저는 아름답다. 또한 가신 가문 소속이고, 향후 개척도시 아리크의 주인이 될 사람이다.

그녀를 얻으면 아리크를 얻는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지 않겠는가. 남자라면 말이다.

원래라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반태수가 만든 분위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케트라 브리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상황을 이끌어 나갔다.

솔직히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 중, 눈에 차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일말의 끌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관심은 온통 반태수에게 가 있었다.

그리고 반태수를 빙 둘러싸듯 감싸고 과장된 리액션을 펼치며 웃고 있는 여자들에게 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었다. 다른 곳에 정신을 두고 여기 있는 남자들을 적당히 다루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케트라 브리저는 이내 코앞의 상황에 집중했다.

그리고 반태수는 자신에게 다가온 여자들과 가벼운 얘기를 나누면서 즐겼다.

사실 이런 경험은 처음 아닌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예쁜 여자들 사이에서 즐기는 상황이니 얼마나 자극적이겠는가.

마법사에게 자극은 곧 영감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그러니 지금 이건 노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마법 수련과도 같다.

반태수는 당당히 즐겼다.

정신 줄 놓고 노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반태수는 생각을 여러 개로 쪼개서 이용한다.

반태수가 각 두뇌에 할당한 것 중에 영역화가 있다.

두뇌 하나를 온전히 써서 유지하는 영역화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지금도 이렇게 노는 와중에도 영역화가 호수는 물론이고 훨씬 넓은 범위를 실시간으로 확인 중이었다.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짐승이나 마수, 그리고 마력의 흐름 등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분석했다.

그래서 알아낼 수 있었다.

호수에서 노는 사람들 중 몇몇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아니, 실제로 사라진 게 아니라 존재감만 사라졌다.

반태수는 반사적으로 그게 암살조직이 새로 선택한 방법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보통이 아닌데?’

이번엔 솔직히 좀 놀랐다.

영역화로도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사라진 순간만 딱 잡아냈는데, 뭔가 액체를 뒤집어 쓴 것처럼 머리끝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빠르게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사람의 수가 총 세 명이었다.

아마 호수 속으로 들어갔으리라.

그들이 굳이 호수 안에서 존재감을 지운 이유가 뭐겠는가. 그게 조건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아마 물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반태수가 영역화를 통해 호수를 샅샅이 뒤지고 있을 때, 여자들 몇몇이 반태수의 팔을 잡고는 살짝 당기며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반태수는 그냥 따라가 주었다.

"우리 잠수해요.”

여자가 그렇게 말하며 물속으로 쑥 들어갔다. 한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몇 명이 더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더니 반태수의 하체에 노골적으로 붙어 질척이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 하자는 거지?’

반태수는 방금 존재감이 사라진 사람들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니 먼저 의심부터 들었다.

반태수는 슬쩍슬쩍 움직여 질척거리는 손길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잠수해서 반태수에게 질척대며 장난을 치던 여자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깔깔 웃으며 반태수에게 더 가까이 붙었다.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잠수해서 이번엔 더 집요하게 질척댔다.

여러 여자들이 번갈아 잠수를 하며 장난을 쳤다. 그러면서 반태수를 조금씩 호수 안쪽으로 이동시켰다.

어찌나 교묘한지 반태수도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것들 다 한통속인가?’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영역화로 호수 전체를 확인했는데도 사라진 세 사람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건 정말 대단하다. 반드시 사로잡아서 대체 어떻게 한 건지 꼭 알아봐야겠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거면 물살이 일어나서 분명히 티가 날 텐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탐색의 기준을 바꿨다.

그 다음, 좀 더 적극적으로 여자들의 움직임에 호응해 주었다.

물속에 숨은 세 사람이 움직일 빌미를 만들어 주고자 한 것이다.

여자들은 신 나서 반태수와 장난을 치고 놀았다. 점점 호수 안으로 들어가니 자신들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여겼다. \

그러다보니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그때부터는 헤엄을 쳐서 더 호수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들 마력을 가진 능력자들이다.

호숫가에서 제법 멀어지긴 했지만, 다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반태수는 영역화에 더 집중했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순간, 무언가 작고 빠른 것이 물살을 가르고 움직이는 걸 확인했다.

정확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 역시 존재감이 없다는 점이었다.

다가오고 있는 건 확실한데,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물살 덕분에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반태수는 빠르게 마법을 펼쳤다.

다가오는 것의 예상 궤적 위에 단단한 얼음이 생겨났다.

한 겹이 아니라 수십 겹의 얼음이 궤적 위에 나타났다.

쩌저저저정!

물살을 가르고 다가오던 것이 얼음들을 박살 냈다. 그러면서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물살의 움직임을 통해 그것의 모양을 계산해봤다.

‘작살?’

작은 작살같이 생겼다. 크기는 석궁에서 쓰는 볼트 정도인데, 모양은 작살이었다.

새로운 마법을 펼쳤다.

물을 회전시켜 작살의 움직임을 막은 것이다.

그때 새로운 곳에서 작살이 쏘아졌다.

이번엔 세 개의 작살이 동시에 반태수를 향해 날아왔다.

어느새 반태수 주위에 있던 여자들은 멀어졌다. 공격이 시작될 즈음 다들 사방으로 헤엄쳐 흩어진 것이다.

그녀들은 멀찍이 돌아서 원래 있던 호숫가로 향하면서 힐끗힐끗 반태수를 살폈다.

눈빛과 표정을 보니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했다.

한패라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대가를 받고 이런 상황을 유도한 듯했다.

반태수는 신경을 끄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작살들을 향해 마법을 펼쳤다.

거대한 마력 역장이 반태수를 감싼 뒤 넓게 영역을 확보했다.

마력 역장에 새로운 마법진을 붙여 마력을 공급했다.

날아온 작살들이 마력 역장을 파고들었다.

반태수 주변에 만든 마법진들이 맹렬히 작동하며 역장에 마력을 공급했다.

역장이 더욱 강력해졌고. 파고들던 작살들도 전부 멈췄다.

반태수는 멈춘 작살들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끌어오려 했다.

한데 그 순간 작살들이 허무하게 물거품으로 흩어졌다.

흩어지는 순간, 다양한 정보를 영역화를 통해 빨아들였다.

놀랍게도 작살의 정체는 그냥 물이었다.

물을 쏘아 보내서 저런 힘을 발휘한 것이다.

솔직히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까 분명히 형태를 잡았는데, 확실히 작살 모양이었으니까.

아무튼 반태수는 그놈들이 어디 있을지 계속해서 찾았다.

영역화로 못 찾아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완벽하게 물과 동화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저놈들이 작살을 쏘는 순간을 잡아내야 한다.

작살을 쏘고 바로 움직일 테니, 정확한 타이밍에 그곳을 타격하면 된다.

반태수는 미리 마법을 준비했다.

실패해도 된다. 어차피 기회는 많으니까.

자신이 당하지만 않으면 저들은 계속 작살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금!’

세 군데에서 거의 동시에 작살을 쏘았다.

반태수는 위치를 잡은 순간 반사적으로 마법을 펼쳤다.

공격 마법이 아니라 마킹이었다.

‘붙였다!’

마킹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언제든 위치를 알아낼 수 있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당히 빠르네.’

암살자들은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듯 빠르게 이동했다.

반태수는 느긋하게 마킹을 통해 마력을 흘려 넣었다. 본격적으로 분석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꼭 물로 만든 옷을 입은 것 같네.’

심지어 마력도 그냥 흘려버렸다. 이러니 영역화가 잡아내질 못했지.

마력을 계속 흘려버리는 통에 분석하기가 좀 까다롭긴 했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마킹에서 뽑은 한 줄기 마력의 실이 물로 된 옷을 뚫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드디어 본체가 나왔다.

반태수는 빠르게 분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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