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90화 (186/351)

190화.  < 비밀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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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선 타고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데드릭 벨크리스의 물음에 반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마 비행선이 다가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감시체계는 갖췄을 겁니다. 굳이 미리 대비할 시간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뭐, 알아서 해라. 나야 편하고 재미있어서 좋으니까.”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팔다리를 이리저리 휘젓기도 하고 몸을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면서 신 나게 놀았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꼭 애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런다고 해서 부하가 걸리는 건 아니기에 그냥 내버려 뒀다.

"이제 숲으로 들어갑니다. 팔다리 조심하세요.”

"나 데드릭 벨크리스야. 이러다가 팔다리로 나무 좀 후려친다고 내가 다치겠냐?”

반태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조금 더 속도를 높였다.

바닥에서 2미터쯤 높이에 떠서 날아가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황무지였고, 이제 곧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숲이 바로 비밀 연구소가 자리한 곳이었다.

반태수는 일곱 연구소에서 뽑아낸 자료와 정보, 그리고 심문을 통해 얻어낸 정보를 모두 살라자 샤마쉬에게 보냈다.

살라자 샤마쉬가 가진 정보 가공 능력을 이용해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뽑아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반태수도 스스로 정보와 자료를 정리했다.

두뇌를 여러 개 쓰면서 분석하다보니 조금씩 정보처리 능력이 향상되었다.

살라자 샤마쉬로부터 비밀 연구소 위치가 날아왔을 때, 반태수는 아직 정보를 모두 처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뒤로 이동하면서 계속 처리한 결과, 숲에 도착하기 전에 비밀 연구소의 위치를 나름대로 뽑아낼 수 있었다.

살라자 샤마쉬가 보내준 정보와 비교해보니 정확히 일치했다.

아무튼 그 정보에 따르면 이 숲의 중심부에 비밀 연구소가 있었다.

5대 가문 소속의 누군가가 은밀히 운영하는 연구소였다.

그게 누구인지는 반태수도 모른다. 살라자 샤마쉬는 알겠지만 굳이 반태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데드릭 벨크리스와 함께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살라자 샤마쉬가 괜찮다고 했고.

살라자 샤마쉬는 데드릭 벨크리스와 함께 가면 그쪽에서도 오히려 껄끄러워할 거라고 했다.

덕분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가문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좀 알 수 있었다.

반태수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절묘하게 비집고 들어가면서 숲 안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 와중에 데드릭 벨크리스까지 신경을 써서 컨트롤 했고.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냥 혼자 신 나서 비행을 즐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고, 속으로는 끊임없이 감탄하는 중이었다.

그의 머리로는 이 복잡한 숲 속에서 두 사람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하면서 날아가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서였다.

심지어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가 휘젓는 팔다리까지 계산해서 움직였다.

팔다리를 그렇게 휘젓는데도 나무에 부딪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굳이 신경을 안 쓰고 휘두르는데 말이다.

"영감님, 혹시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건지는 아십니까?”

반태수의 물음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뚱하게 대답했다.

"연구소잖아. 더러운 짓거리하는 연구소.”

"누가 운영하는지 혹시 아십니까?”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5대 가문이 운영하는 거냐?”

이럴 때는 또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하며 반태수가 대답했다.

"정확히는 5대 가문에 소속된 누군가죠. 그게 누군지는 아직 모르는데 그 정도는 영감님도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데드릭 벨크리스가 사납게 웃었다.

"암, 당연히 알아야지. 그놈이 누군지 몰라도 날 여기서 만난 걸 후회하게 될 거다.”

"그놈이 누군지 모르지만 이 연구소에는 없을 거예요. 하수인이나 한두 명 있겠죠. 진짜는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 있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이런 연구소가 또 있는지도 모르고.”

데드릭 벨크리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여간 지저분한 놈들은 하는 짓도 똑같아. 이놈들 하는 게 꼭 타노로스 같잖아.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들.”

데드릭 벨크리스는 이를 까득까득 갈았다.

"아, 뭐해! 더 빨리 못 가?”

데드릭 벨크리스가 역정을 내자, 반태수가 속도를 더 높였다.

‘영감 성질을 괜히 건드렸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

드류 보드윈은 비밀 연구소를 총괄하는 연구소장이었다.

도시 밖 숲 속에 자리한 이 비밀 연구소는 속성 종족을 연구해 속성력을 강화하거나 마수에게 속성력을 부여하는 연구를 하는 곳이었다.

아직 분석 단계였기에 갈 길이 멀었지만, 어쨌든 연구는 계획대로 착착 진행 중이었다.

드류 보드윈은 난데없는 보고에 있는 대로 인상을 쓴 채, 보고한 자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재료를 수급하지 못했다는 겁니까?”

보고자가 식은땀을 흘렸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과 상황이 너무 달라졌습니다.”

드류 보드윈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지로 삼켰다. 지금 저 보고자에게 분노를 쏟아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잘 다독여서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들어야 한다.

"갑자기 어디서 그 많은 식량이 생겼는지부터 파악을 하는 게 좋겠군요. 원인을 제거해야 다시 원활한 상태로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예.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조만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군요.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계속 주시하면서 기회를 노리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예. 명심하겠습니다.”

보고자는 그렇게 대답한 다음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한데 조사 중에 좀 묘한 걸 발견했습니다.”

"묘한 것?”

"아무래도 식량 문제라서 오카리타 쪽 정보를 확인했는데, 그쪽에서 대량의 식량을 개척도시 쪽으로 이송 중이라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개척도시? 아리크 말입니까?”

"예."

드류 보드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냄새가 나는군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개척도시 아리크 쪽으로 식량을 구해서 보냈다는 거로군요. 그런데 정작 아리크의 식량은 퀴무르 쪽에서 보낸단 말이죠.”

"좀 더 정확한 정보를 가져오세요. 누가 주문했는지, 정확히 아리크의 누구에게 가는 식량인지.”

"예. 확인해 보겠습니다.”

보고자는 그렇게 대답하고 허리 숙여 인사한 다음 밖으로 나갔다.

드류 보드윈은 나가는 보고자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마 맡은 일은 확실히 처리할 것이다.

자신에게 설설 기고 있지만, 저자는 상당한 실력을 가진 능력자였다. 또한 갖고 있는 지위도 제법 높았다.

가진 배경의 힘만 이용해도 그 정도 정보를 뽑아내는 건 일도 아니리라.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이지?”

네 개의 속성 종족이 한데 모였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벌어진 적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그들이 따로 사냥을 하거나 물을 구하러 다닐 때 습격해서 재료를 조달해 왔다.

한데 식량이 대량으로 생기고 지하수가 터지는 바람에 그들이 안으로 똘똘 뭉쳐 버렸다.

네 개 종족이 모두 모이면 불협화음이 일어나야 하는데, 속성 종족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빈틈을 알아서 메워주었다.

그래서 더 단단해졌다.

"하, 이러면 계획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데……."

원래는 이런 식으로 재료를 수급하다가 이들을 전부 스태플레톤 쪽으로 데려가 가둬놓은 다음 대놓고 연구재료로 뽑아 쓸 계획이었다.

스태플레톤에 이미 손발이 되어주기로 약속한 조직들이 있었다.

그들이 속성 종족을 관리하며 꾸준히 재료를 공급하기로 했다. 벌써 계약도 마쳤다.

이제 실행하는 일만 남았는데, 막판에 일이 이렇게 꼬여 버린 것이다.

그래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당장은 이래도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테니까.

자신의 상관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이 연구소는 그가 직접 세웠다. 그러니 일이 좀 잘못 되더라도 결국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그분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문제는…… 다르반이야.”

다르반 메사이어.

여기가 아닌 다른 연구소의 연구소장이다.

지금 드류 보드윈과 다르반 메사이어는 서로 경쟁 중이다.

최근 새로 지을 계획 중인 세 번째 연구소까지 해서 모든 연구소를 총괄할 회장 자리에 누가 앉을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세 개의 연구소만 관리하는 회장이 아니었다.

연구소에 붙은 수많은 사업체를 모두 총괄하는 회장이었다.

이번 연구의 성과를 통해 회장 자리가 결정된다.

그러니 좀 늦어지더라도 확실히 기반을 다져야 한다.

"속성 종족 관리계획에 인력을 더 투입해야겠어.”

드류 보드윈은 최근 연구 성과에 대한 보고서를 확인했다. 이제 슬슬 성과가 보이려고 한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자신이 모시는 분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는다.

이 모든 연구의 베이스가 되는 이론과 자료가 모두 그분에게서 나왔다.

남들은 평생을 바쳐도 그분이 보내주신 것의 반은 이룰 수 있을까? 아니, 반의반이나 이룰까?

속으로 감탄하며 보고서를 읽고 있을 때, 희미한 폭음이 들려왔다.

"음?"

드류 보드윈은 보고서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방은 방음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 그런데도 들렸다면 제법 큰 폭발이 일어났으리라.

"폭발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을 텐데?”

드류 보드윈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방음에 막혀서 들어오지 못하던 온갖 소음들이 마구 쏟아졌다.

"이게 무슨……!”

소음의 정체는 적의 습격이었다.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사방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드류 보드윈은 허겁지겁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건너편 건물에서 마구 날뛰고 있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볼 수 있었다.

“데드릭…… 벨크리스! 저 작자가 대체 왜! 아니, 여긴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데드릭 벨크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환하게 웃었다.

그는 그대로 벽을 부수고 이쪽으로 날아왔다.

꽈앙!

이쪽 건물의 벽도 창문과 함께 부서졌다. 그리고 드류 보드윈은 가진 바 실력에 걸맞지 않게 허우적대다가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잡혔다.

"커억!”

목을 꽉 움켜쥐고 허공에 드류 보드윈을 번찍 들어 올린 데드릭 벨크리스가 나직이 말했다.

"잡았다, 요놈.”

드류 보드윈은 목에서 올라오는 고통을 억지로 버티며 주위를 둘러봤다.

여전히 사방이 공격당하는 중이었고, 쓰러진 능력자와 마법사들이 수두룩하게 보였다.

“크으윽!”

드류 보드윈은 갑자기 커진 고통에 시선을 다시 원래대로 돌렸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손아귀에 힘을 꽉 준 채, 고개를 살짝 삐딱하게 기울여 그를 보고 있었다.

눈빛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너, 나 아냐? 아까 보니까 아는 것 같던데?”

“크윽. 데드릭 벨크리스님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5대 가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하신 분인데.”

"그러니까 너도 5대 가문 소속이라는 얘기인데……."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이 건물에는 별다른 것이 없지만, 다른 건물의 부서진 부분을 통해 보이는 내부 광경은 굉장히 기괴하고 잔인했다.

"내가 모르는 걸 보면 잔챙이가 분명한데, 여기 연구소는 너 같은 잔챙이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거든.”

드류 보드윈의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다. 절대 입을 열어선 안 된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얼굴을 바짝 갖다 대며 물었다.

"누구냐? 뒤에 있는 놈.”

***

반태수는 적당히 마법을 펼쳐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툭툭 쓰러뜨렸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동안 쌓은 한을 풀겠다는 듯 마구 날뛰는 바람에 자신이 할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제압하거나, 연구자료나 정보를 챙기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연구소 부지 가장자리에 놓인 비행선을 발견했다.

비행선을 향해 우르르 달려가는 사람들도.

저들이 도망치게 둬선 안 된다.

반태수는 이곳 비밀 연구소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마법다운 마법을 준비했다.

복잡한 술식을 담은 커다란 마법진이 허공에 떠올랐다.

마법이 발동하면서 무언가가 비행선을 꾹 눌렀다.

거대한 압력이 가해지자 비행선 곳곳이 비명을 지르듯 삐걱거렸다.

비행선으로 달려가던 사람들이 그걸 보고 발을 멈췄다.

그들은 경악한 눈으로 비행선을 바라봤다.

끼기기긱!

비행선의 비명이 점점 커졌다. 그러더니 이음새에 있던 나사들이 튕겨 나오기 시작했다.

팅! 팅! 팅! 팅!

비행선을 내리 누르는 압력이 점점 커졌다.

꽈드드득!

이내 비행선이 찌부러졌다.

높이가 절반으로 줄어든 비행선이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걸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반태수는 느긋하게 비행선 쪽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십여 개의 마법이 펼쳐졌다.

마법이 펼쳐질 때마다 서 있던 사람들이 몸이 마비되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도 썼더니 이제 점혈을 숨 쉬는 것보다 더 쉽게 쓸 수 있었다.

주변을 슬슬 다 정리하다보니 데드릭 벨크리스가 적 우두머리를 잡은 모습이 보였다.

반태수는 영역화를 펼쳐 혹시 놓친 사람이 없는지 세심히 파악했다.

놓친 사람은 없었다.

지금은 마법으로 연구소 주위에 전격의 울타리를 둘러놨다. 거기 누가 걸리기라도 하면 바로 알 수 있게 조치까지 해뒀다.

전격의 울타리에 접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도망친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연구소를 전부 정리했으니 이제 데드릭 벨크리스가 잡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차례다.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가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건물 앞으로 가서 훌쩍 뛰어올라 뚫린 벽으로 들어갔다.

"왔냐? 여긴 다 끝났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고개를 돌려 반태수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저도 다 끝났습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포로 전부 데려가려면 아무래도 비행선 불러야겠는데요? 영감님 비행선이 자리가 좀 넓은 편이죠?”

"아무래도 그렇지. 내 비행선 부를까?”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데드릭 벨크리스가 바로 비행선에 신호를 보냈다.

이제 곧 데드릭 벨크리스의 비행선이 이리로 올 것이다.

퀴무르에 있으니 여기까지는 금방이다.

"연구소장을 잡으셨네요.”

"도망치려는 거, 내가 저쪽 건물에서 여기까지 단숨에 점프해서 잡았지.”

"잘하셨습니다. 배후는 좀 캤습니까? 그리고 혹시 다른 연구소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까?”

"이놈이 그렇게 쉽게 말 듣겠냐? 그러니까 인생의 쓴맛을 한 번 보여줘야지.”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연구소장, 드류 보드윈을 반태수 앞으로 휙 던졌다.

드류 보드윈은 얼마든지 제대로 설 수 있었지만 일부러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데드릭 벨크리스의 눈치를 살폈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데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저거 눈치 보는 거 봐라. 똑바로 대답할 놈 아니니까 얼른 시작하자. 제 몸 제법 아끼는 것 같으니 금방 술술 불 거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드류 보드윈에게 다가가 명치 어림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끄흡!”

드류 보드윈의 눈에서 검은자위가 사라졌다. 입에서 거품이 부글거렸고, 몸은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꺽꺽거리며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태로 경련하는 드류 보드윈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반태수가 적당한 시간이 지나자 발끝으로 등을 툭 건드렸다.

"커허허헉!”

드류 보드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몸부림치던 드류 보드윈은 데드릭 벨크리스의 한 마디에 벌떡 일어났다.

"한 번 더?”

드류 보드윈은 크게 외쳤다.

"뭐든 물어보십시오!”

이제 제대로 심문을 진행할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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