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88화 (184/351)

188화.  < 소탕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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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릭 벨크리스는 경악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대단한 마법사라는 건 알고 있었다.

직접 싸워보기도 했고, 살라자 샤마쉬로부터 들은 얘기도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이 이 정도일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완갑은 5대 가문에서 대단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마도구였다.

단순히 마력장을 이용해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전파 차단을 방해하는 그 어떤 시도조차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방식의 마력장을 동시에 겹쳐 펼치는 마법이 부여되어 있었다.

전파뿐 아니라 전기신호까지 막아낼 수 있는 마력장을 만들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데 그런 마도구를 갖다가 그 자리에서 즉시 술식을 추가해 더 뛰어난 마도구로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이 마도구에는 당연히 최고 수준의 보안이 깔려 있었다.

그 보안을 뚫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술식까지 새겨 넣다니. 그것도 기존 술식을 망가뜨리지도 않고.

마법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이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정도는 안다.

"영감님, 그러다 입에 벌레 들어갑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반태수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입을 텁 다물었다.

"야, 너 대체 뭐야?”

"뭐가요?”

"정체가 뭐냐고.”

"알만큼 아시잖아요. 마법사라는 거.”

"끄응.”

저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긴 했다. 맞다. 마법사다. 아주 뛰어난.

한데 그 뛰어난 정도가 5대 가문의 최신 마도구를 자유자재로 갖고 놀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내 마도구 제작 실력에 대한 얘기가 듣고 싶어요? 지금? 아니면 싸우러 가고 싶어요?”

"당연히 싸움이지!”

데드릭 벨크리스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참 알기 쉬운 영감이다.

"자, 그럼 갑시다. 그놈들 때려잡으러.”

"그래, 가자!”

***

퀴무르는 상당히 큰 도시였다.

크랙톤이 인구 2천만의 도시였는데, 퀴무르는 그보다 더 큰 도시였다.

인구는 3500만, 인구밀도가 너무 높아서 곳곳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도시였다.

그러니 개척도시를 짓고 있는 것이고.

아리크가 완성되면 퀴무르에서 최소 500만 이상의 시민을 공급해 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물론 아직 누가 갈지는 모른다.

아리크의 개발이 어느 정도 진척되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이주민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도시가 완성된 다음에 가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 전에 꾸준히 이주민을 보내서 함께 도시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도시 건설에 대한 방향을 올바로 설정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답게 어딜 가나 사람이 바글거렸다.

"이거 생각보다 만만치 않겠는데요?”

반태수의 말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인상을 쓰며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응.”

공격해야 할 일곱 군데를 전부 확인했다.

한데 두 군데를 빼고 나머지는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이 살아서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문제가 뭐냐 하면, 전파와 전기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목격자들이 많으면 이쪽이 벌이는 일이 알려진다.

적들이 대처도 못할 정도로 몰아쳐서 끝내버리는 것이 이번 일의 계획인데, 그게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누구 하나가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기라도 하면 바로 들통 날 테니까.

"이거 우리끼리 하면 안 되겠는데요? 적의 전력을 세밀히 파악해서 여러 사람을 동원하는 게 낫겠네요. 영감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난, 부를 사람 없다. 항상 혼자 일해서.”

"그걸 왜 그렇게 자랑하듯 말하십니까?”

"자랑이니까. 원래 사나이는 언제나 혼자야.”

반태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여자 많다고 자랑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누굴 불러도 저놈들을 상대하려면 만만치 않겠네요.”

"그렇지.”

"비교적 조용해서 들키기 어려운 곳이 두 군데 있잖습니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길 영감님이 맡으십시오.”

"그래도 될까?”

"네. 됩니다. 대신 절대 들키면 안 됩니다. 제가 준 마도구들 확실하게 쓰시고요.”

이미 전력 분석은 다 해뒀다. 어디든 데드릭 벨크리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할 곳은 없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지금 그에게 맡긴 두 곳 중 한 곳은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릴 것이다. 나머지 한 곳은 빠르게 끝낼 수 있을 테고.

반태수가 지도를 펼쳐서 한 곳을 짚으며 말했다.

"여길 먼저 치셔야 합니다. 아셨죠?”

"거기가 여기서 더 먼데?"

"그래도 여길 먼저 치세요. 여기가 더 빨리 끝낼 수 있으니까. 나머지 한 곳은 시간 좀 걸릴 겁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반태수가 살짝 의심스러운 눈으로 데드릭 벨크리스를 쳐다봤다.

저렇게 순순히 협조한다고 하니 왠지 더 못 미더웠다.

"이번 작전 하는 동안에는 말 잘 듣기로 했어. 그러니까 다음에도 또 이런 일 있으면 바로 나 불러라. 알겠냐?”

"영감님 하시는 거 봐서요.”

데드릭 벨크리스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히죽 웃었다.

"나야 항상 잘 하지. 그나저나 넌 어쩔 거냐? 나머지는 진짜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난감해 보이는데. 특히 여기는 아주 번화가 한가운데 아니냐.”

데드릭 벨크리스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놈들은 무슨 생체 연구소를 이런 데다 만들어? 이거 아무리 봐도 제정신 아닌 놈들이다.”

"전부 죽이면 안 됩니다. 뭔가 알 만한 놈들은 사로잡으세요.”

데드릭 벨크리스가 아공간 허리띠를 툭툭 두드리며 대답했다.

"아까 받은 마도구 수만큼 포로를 만들 테니 걱정은 던져버려라.”

여기 오기 전에 점혈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마도구를 열 개 넘겼다.

초커 형태로 된 마도구인데, 일단 목에 차면, 근육과 신경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게 만든다.

특정한 파장의 마력을 주입하면 큰 고통을 줄 수도 있었다.

안정성 문제 때문에 실제 반태수가 하는 것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뭐든 토해내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이거 살라자 그놈한테 자랑해도 되냐? 아주 배 아플 거 같은데. 큭큭큭큭."

살라자 샤마쉬는 반태수에게 점혈의 술식을 자신의 비행선과 바꿨다.

한데 그걸 이렇게 마도구로 대체할 수 있다는 걸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직접 술식을 파악해서 쓰는 거랑 마도구로 쓰는 거랑 같습니까?”

"다를 건 또 뭐야. 마비랑 벙어리, 고통. 이 세 가지 말고 뭘 쓸 수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그렇다.

사실 점혈을 만들었을 때는 이걸 이용해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생각했었다.

한데 막상 쓸 때는 방금 데드릭 벨크리스가 말한 세 가지 말고는 쓴 적이 없었다.

차라리 마도구 제작법을 넘기는 게 나을 것 같다.

물론 마도구 제작법과 점혈의 술식은 그 가치가 다르다.

어떻게 보면 점혈의 술식이 훨씬 높은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그건 점혈의 술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마법사에 한한다.

보통 사람에게는 마도구 제작법이 훨씬 높은 가치를 가질 것이다.

그 안에는 모든 변화에 따른 가능성을 철저히 계산해 적용한 술식이 있으니까.

그러니 추가로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물론 살라자 샤마쉬가 원한다면 말이다.

그저 마도구를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마도구만 팔면 된다. 적당한 숫자라면 그냥 제공해도 되고.

아무튼 대충 그렇게 정리를 했으니 이제 슬슬 움직일 차례가 되었다.

"영감님, 그럼 일 다 본 다음에 도시 입구에서 만나죠.”

"도시 입구? 굳이? 이왕 온 김에 며칠 쉬다가 가지? 여기 사람이 많아서 예쁜 여자도 많은 것 같던데.”

"도시 안에 있는 것들이 다가 아닙니다.”

"뭐? 그럼 도시 밖에도 있어?”

"그게 진짜죠.”

"호오. 그거 기대되는구나. 그럼 차라리 도시 밖에 있는 걸 먼저 처리하는 게 낫지 않나? 도시 밖에서 자리를 잡았으면 비행선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도시 안을 휘젓다가 그놈들이 비행선 타고 날아가 버리면 곤란하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었다.

"아직 어딘지 모릅니다.”

"뭐? 지금 나랑 장난해?”

"장난이라니요. 모르니까 알기 위해서 여길 터는 거 아닙니까.”

"아하, 그러니까 도시 밖 어딘가에 있는 건 확실한데,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려면 이놈들을 털어서 정보를 모아야 한다 이거지?”

"정확합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이거 더 흥미로워지는구나.”

"그러니까 포로 확실히 잡으시고, 아무거나 막 태워먹고 부수고 그러면 안 됩니다.”

"끄응. 그건 좀 어렵겠지만, 뭐 최대한 신경 써보지.”

"자, 그럼 전 먼저 갑니다. 처리할 놈들이 많아서 바쁘네요."

반태수가 그 말을 남기고 훌쩍 떠나 버리자, 데드릭 벨크리스가 인상을 팍 썼다.

"오늘따라 저거 왜 이렇게 얄밉지? 아오, 커피 때문에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에이씨, 이놈들 각오 단단히 해라. 다 뒤졌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감정을 꾹꾹 담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

데드릭 벨크리스는 반태수가 지정해준 첫 번째 목표 근처에 도착했다.

퀴무르에서 드물게 한적한 곳이었다.

이 도시는 인구가 포화를 넘어서서 곳곳에 높은 빌딩이 서 있다.

크랙톤처럼 저택 지대를 여러 군데 두는 건 꿈도 못 꾼다. 물론 오래전 조성된 저택지대는 있었지만.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적하고 위험한 곳은 곳곳에 있었다.

지금 여기가 바로 그런 곳 중 하나였다.

규모가 큰 고물상들이 모인 곳이었는데, 그래서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고, 오염된 하천이 중심부를 가르고 있었다.

그 하천에서 올라오는 냄새와 독기 때문에 하천 근처에 다가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하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놈들의 연구소가 있었다.

연구소에서 나오는 유독 물질을 그냥 하천에 방류하기 편해서 여기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히죽 웃으며 연구소로 다가갔다. 그리고 연구소를 겨냥해 마도구를 작동했다.

우우웅!

나직한 진동 소리와 함께 마력장이 펼쳐지며 전파 및 전기신호를 차단해 버렸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연구소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연구소는 주변의 고물상들과 비슷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건물이 여러 개 있었고, 정리되지 않은 고물을 잔뜩 쌓아 벽처럼 주변을 둘렀다.

정말 이런 곳에 숨은 놈들을 어떻게 찾았는지 칭찬이라도 해주고픈 심정이었다.

일단 마력장이 사라지면 자동으로 다시 펼치게 해놓았다.

원래 마도구에는 없던 기능인데, 반태수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겪으면 겪을수록 대단한 녀석이야.’

자신이 이 정도로 판단했는데 살라자 샤마쉬는 어떻겠는가.

아마 비행선을 내준 것도 점혈이라는 술식이 가진 당장의 값어치보다는 반태수라는 사람이 가진 미래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승무원과 조종사를 모두 승계해 주고 그들에 대한 급여나 비행선 운영비까지 전부 살라자 샤마쉬가 부담할 이유가 없다.

반태수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컨테이너 앞에 도착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총알이 쏟아졌다.

타타타탕!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이 그 자리에서 옆으로 미끄러지듯 급격히 이동했다.

총알은 전부 컨테이너 문을 뚫고 나갔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안에 있는 자들을 슥 훑었다. 썩 대단한 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 다 죽어야지.”

빠지지지지지직!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에서 전격이 마구잡이로 뿜어져 나갔다.

컨테이너 안에는 다섯 명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전격에 휩싸여 구워져 버렸다.

"뭐야, 전격 하나 못 막는 놈들이었어? 이거 너무 싱거운데?”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컨테이너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다른 컨테이너로 향했다.

이곳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총 네 개 있었는데, 이제 하나 정리한 것이다.

두 번째 컨테이너에는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문이 벌컥 열리며 안에서 능력자들이 뛰쳐나온 것이다.

그들은 데드릭 벨크리스를 보자마자 얼어붙어 버렸다.

"뭐야, 날 아는 놈들이었어?”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꽈득!

한 놈의 머리가 사라져 버렸다. 주먹에서 나간 충격파가 머리를 날려 버린 것이다.

다들 어어 하는 사이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들에게 달려들어 마구 힘을 뽐냈다.

능력자들이 변변한 반항도 못해보고 다들 당해버렸다.

두 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죽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살아남은 두 명에게 점혈 초커를 채웠다.

이제 컨테이너는 두 개 남았다.

한데 그 중 한 곳에는 일반인 한 명이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탐지 유물을 처음 여기 들어올 때부터 수시로 썼기에 컨테이너 박스 안에 몇 명이 있고 마력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전부 파악했다.

아무튼 거긴 제일 나중에 가도 될 듯하다.

물론 도망치지 못하게 대비는 해놓고.

데드릭 벨크리스는 컨테이너 박스의 문에 달린 손잡이와 문을 우그러뜨리며 비틀어 강제로 문을 잠가 버렸다.

안에 있는 놈이 능력자는 아닌 듯하니 도망칠 수 없으리라.

데드릭 벨크리스는 마지막 컨테이너 박스로 다가갔다.

이번엔 좀 기대를 했다. 거기 있는 세 명의 능력자가 가진 마력이 상당했으니까.

그들도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사방으로 달아났다.

상대가 데드릭 벨크리스라면 도망치는 게 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코웃음을 쳤다.

"흥, 근성 없는 것들.”

데드릭 벨크리스가 양 팔을 도망치는 사람 중 두 명을 향해 겨눴다.

철컥! 철컥!

양 팔을 감싸고 있던 옷이 어깨에서부터 분리되었다. 그냥 옷이 아니라 금속으로 만든 옷이었다.

그리고 내부에 굉장히 복잡한 마법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푸슈욱!

두 개의 팔뚝이 두 사람을 향해 로켓처럼 쏘아져 나갔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쪽은 아예 신경을 꺼 버리고 나머지 한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아아!

등에서 거대한 불꽃이 뿜어져 나가며 데드릭 벨크리스가 엄청난 속도로 쭉 날아갔다.

꽈앙!

마지막 놈을 그대로 덮쳤다.

"커허헉!”

그놈이 피를 토했다.

날아가지는 못했다. 충돌 순간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의 목을 팔뚝으로 감아버렸으니까.

"아이, 새끼, 더럽게. 팔에 묻었잖아.”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의 목을 움켜쥐고 다시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금속 그물에 잡힌 능력자 두 명이 옴짝달싹 못한 채 웅크리고 있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들에게 점혈 초커를 채웠다.

금속 그물, 아니 옷의 팔뚝을 회수한 데드릭 벨크리스는 마지막 컨테이너 박스의 문을 뜯어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안에는 커다란 유리관이 있었다.

뭔지 모를 액체로 꽉 채워진 유리관 안에 온몸을 뜯어내며 분해한 듯한 모양의 어둠 속성 종족이 잠겨 있었다.

액체 때문에 분해한 장기나 피부, 뼈나 혈관 등이 차근차근 밖으로 나열되듯 늘어서 있었다.

그 아래에 하얀 가운을 입은 늙은이 한 명이 몸을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늙은이의 목에 점혈 초커를 채웠다.

"포로를 너무 많이 잡았는데?”

데드릭 벨크리스는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가 초커를 찬 놈들을 전부 컨테이너 박스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이걸 이렇게 하라고 했던가?”

손바닥만 한 메달을 컨테이너 박스에 붙였다. 그리고 마력을 담아 중심을 꾹 누르니 순식간에 컨테이너 박스가 사라졌다. 아니,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 진짜 끝내주네. 이거 유물인가?”

반태수가 준 메달이었는데, 이게 유물인지, 아니면 직접 만든 건지 말해주지 않았다.

어쨌든 한 군데는 클리어 했다.

예상했던 대로 빠르게 끝났으니 이제 오랫동안 싸울 수 있는 곳을 정리할 차례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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