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87화 (183/351)

187화.  < 소탕 >

================

아리크로 돌아온 반태수는 먼저 케트라 브리저에게 갔다.

그리고 속성 종족들이 아리크 주변의 마수를 토벌해 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 다음 살라자 샤마쉬에게 연락해 이쪽 상황을 모두 전달했다.

속성 종족들을 전부 스태플레톤으로 이주시킬 거라는 계획도 얘기했다.

- 스태플레톤이라…… 좀 까다로운 도시를 택했군.

"다른 도시에 자리 잡기엔 이종족들의 이질감이 너무 큰 것 같더라고요.”

- 그렇긴 하지.

"솔직히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종족들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아서 그냥 스태플레톤에 데려다 주기로 했습니다.”

- 스태플레톤으로 가겠다고 한 이상, 내가 자네를 도울 방법이 많지 않네. 차라리 가신 가문에 얘기를 하는 편이 나을 걸세. "영감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가신 가문에 연락하라고. 자기는 거기 못 간다고.”

- 가려면 갈 수도 있지. 거기 타노로스가 있으면 영감님은 들어가서 처리할 수 있거든.

"타노로스요? 그럼 제가 거기 타노로스가 있다고 거짓 제보라도 하면 영감님 데려갈 수 있다는 겁니까?”

- 가능하지. 그런데 그렇게 해서 영감님 데려가 봐야 뭐 하겠는가.

"그거야 그렇죠. 그래도 신기하긴 하네요. 타노로스가 있으면 금지에도 들어갈 수 있다니.”

- 타노로스가 거기 있는 걸 아는데, 못 가게 막으면 영감님이 아주 돌아버리거든.

"아…… 왠지 이해가 가네요.”

- 영감님이 돌아버리면 그게 더 처치가 곤란해져서 높으신 분들이 예외를 인정해 주셨지.

"사실 굳이 누구의 도움을 안 받아도 이종족이 3천 명이나 되는데 거기 정착하는 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그래도 초기에 자리 잡을 때는 도움이 필요할 걸세. 거기 조직들이 갑자기 3천 명이나 되는 이종족이 나타났는데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지 않나.

"그야 그렇죠. 사실 거처를 마련하려면 땅이나 건물도 구입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필요하긴 합니다.”

- 가신 가문 중에서 스태플레톤에 선을 댄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네. 프리든 가는 알지? 전에 같이 갔을 테니까.

"예.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나름 탄탄해 보였습니다.”

- 그래도 프리든 가 혼자서 스태플레톤에 3천 명이나 되는 규모의 거점을 마련하는 게 만만치 않을 걸게. 나서스 가에도 같이 도움을 요청해 보게.

"나서스 가에서도 스태플레톤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까?”

- 스태플레톤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가신 가문 중에서 나서스 가가 스태플레톤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일 클 걸세.

나서스 가라고 하니 키에라 나서스가 떠올랐다. 후계자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5대 가문으로 간 이후,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제 돌아오고도 남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한 번 연락을 해봐야겠군요.”

- 린치필드 가문은 아쉽게도 스태플레톤에는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더군. 그러니 굳이 연락할 필요는 없을 걸세.

반태수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연락을 안 한단 말인가. 일단 말은 꺼내 봐야지.

‘아니, 그러면 오히려 미안해하려나?’

생각보다 쉽게 여길 문제는 아니었다. 반태수는 잠시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 그리고 아리크 쪽에 작업을 벌인 놈들에 대한 건 대충 윤곽이 나왔네.

"아, 그렇습니까? 그놈들 소탕할 때 꼭 불러주십시오.”

-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네. 자네 도움이 아무래도 제법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 아리크에 작업을 한 놈들 중에 5대 가문의 비밀연구소 하나가 끼어 있는데, 내가 대놓고 그걸 공격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됐네.

"배후가 만만치 않은가보군요.”

- 정치적인 문제일세. 배후가 만만치 않다기보다는 배후와 엮인 사람들이 나랑 좀 껄끄러워서. 내가 대놓고 아리크 쪽을 건드릴 수가 없네. 조사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했지.

"정보만 주시면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반태수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자 살라자 샤마쉬가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 연구소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되네. 상주하는 마법사나 능력자의 수가 만만치 않아. 게다가 좋은 장비로 무장한 병력이 제법 큰 규모로 갖춰져 있네.

"조심해서 확실히 파악한 다음 처리하겠습니다. 너무 염려 마십시오.”

- 자네 실력은 잘 알지만, 노파심에서 하는 말일세. 나야 잘 할 거라고 믿지.

"무슨 뜻인지 잘 압니다. 한 순간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일으키는 법이죠.”

- 잘 아는군. 자료는 바로 보내주겠네. 적당한 시기에 알아서 정리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하게.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지원해줄 테니.

거기까지 말한 살라자 샤마쉬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영감님 통해서 커피 보내준다는 거, 어떻게 됐나? 영감님이 안 움직이려고 하나?

"영감님 말고 다른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곁에서 안 떨어지려고 하네요.”

- 후우. 하여간 그 영감탱이, 내 그럴 줄 알았지. 알겠네. 신경 써줘서 고맙고, 나중에 보세.

살라자 샤마쉬와의 통화가 끝나자, 반태수는 비행선 쪽을 쳐다봤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반태수의 비행선에 있었다. 자신의 비행선은 호숫가에 방치해 놓고.

반태수는 케트라 브리저와의 잠자리 이후로 호수에 가지 않았다.

잠을 꼭 여기서 자야 할 이유가 있으니 굳이 번거롭게 호수에 가서 뭐하겠는가.

거긴 나중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개발을 시작하면, 그때나 슬그머니 가서 참견 몇 마디 해주면 그만이다.

아무튼 반태수가 호수에 가지 않으니 데드릭 벨크리스도 호수에 가지 않고 여기에 눌러 앉아버렸다.

반태수는 비행선으로 다가갔다.

비행선 앞에 흔들의자까지 갖다 놓고 앉아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보고 있으니 배알이 슬슬 뒤틀렸다.

"영감님, 안 바쁘신가보네요?”

"안 바쁘긴! 네놈이 시킨 일 처리하느라 내가 얼마나 정신없는지 알아?”

"오! 그래서 처리하셨습니까?”

"에헴. 내가 누구냐. 데드릭 벨크리스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놈들이 수두룩한 진정한 사나이지. 벌써 업체 다 찍어 놨다.”

진정한 사나이랑 이번 일 처리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처리했다니 그거면 됐다.

"그래서 재료는 언제 도착합니까? 호수 쪽에서 작업했으면 좋겠는데.”

"응? 그거야 모르지. 준비하는 놈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 호수 쪽에서 작업을 한다고? 그럼 물건을 그쪽에서 받아야겠구나.”

"영감님, 우리 시간 별로 없는 거 아시죠?”

"내가 누구냐. 데드릭 벨크리스야. 내가 직접 주문을 했는데, 그놈들이 여유롭게 일을 할 것 같아? 그랬다가 나중에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고 커피나 한 잔 말아봐라.”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려서 왠지 기분이 묘했다.

이 영감이 최근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할 때가 있다.

아무튼 또 시킬 일이 있으니 아쉬운 쪽이 커피를 준비해야지 어쩌겠는가.

반태수는 커피 한 잔을 준비해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건넸다.

"오, 네가 웬일이냐? 이렇게 순순히 커피를 내주고.”

"내가 또 언제 커피 달라는데 안 준 적 있습니까?”

"뭐, 그랬던가?”

데드릭 벨크리스는 아님 말고 하는 표정으로 커피를 손에 든 채 흔들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 다음,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더없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정확히 그 타이밍에 반태수가 슬쩍 말을 꺼냈다.

"영감님, 혹시 식량 좀 구할 수 있습니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한쪽 눈을 슬쩍 뜨고 반태수를 힐끗 바라봤다.

"식량은 왜? 너 설마 이종족 애들 밥까지 책임지려고 그러는 거냐?”

"스태플레톤에 갈 때까지는 먹여 살려야죠.”

"그런다고 걔들이 고마워할 거 같냐? 너 내 말 똑똑히 들어. 이종족 애들은 자기들밖에 몰라. 자기들이 최고라고 여기고 최우선으로 자기들을 챙기는 게 이종족이야.”

반태수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진짜 이종족이 그렇다고 해도 자신에게는 안 그러니까.

"어둠 속성 종족 애들, 아리크 부수러 온 거 보면 딱 답 나오잖아. 자기들 필요할 때는 언제든 뒤통수 칠 수 있는 것들이야.”

"그러는 영감님은 왜 이종족 애들한테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요?”

"신경을 쓰긴 누가써. 그냥 좀 안됐다 싶어서 눈여겨본 거지.”

"영감님, 설마 귀찮아서 이러는 거 아니죠?”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절대 그럴 리가 없지. 내가 얼마나 힘들고 바쁜지 잘 알 텐데 혼자만 여유롭게 즐기려고 하는 건 아닐 거야. 그렇죠?”

데드릭 벨크리스는 뜨끔한 표정으로 커피를 후룩 마셨다.

"으음, 좋구나.”

"말 돌리시네? 뭐야, 정말로 귀찮아서 그런 거였어요?”

"야, 이놈아! 귀찮긴 누가 귀찮아! 그냥 전화 한 통 하면 끝나는 일인데.”

"그럼 전화 한 통 해주시죠.”

데드릭 벨크리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얼마나 필요한데?”

“3천 명이 보름 정도 먹을 양이면 충분하겠네요.”

“뭐? 3천 명? 어둠 쪽 애들 천 명도 안 되는 걸로 아는데? 야, 너 설마 네 종족 전부 먹여 살리려는 거야?”

"비행선도 3천명 규모로 만드는데 식량도 그 정도 있어야죠.”

"이건 뭐 호구도 아니고.”

"다 써먹을 일이 있을 겁니다.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이종족 애들 데려가 쓰기로 했어요. 아주 적극적이던데요?”

"그럴 리가.”

데드릭 벨크리스가 피식 웃었다.

"그래, 기대해 보마. 나중에 걔들을 한 번 직접 부려 봐야, 아…… 내가 호구였구나. 얘들은 돈 주고 쓰면 안 되는 애들이구나. 하고 후회하지.”

"그래서 전화 언제 하실 겁니까?”

"그래, 한다, 해. 내가 전화 지금 한다고.”

데드릭 벨크리스는 투덜거리며 전화기를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식량을 확보했다.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던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서스 가에 직통으로 연락하신 겁니까? 역시.”

"흥, 나 데드릭 벨크리스야. 고작 3천 명분 식량 구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그런데 나서스가에서 여기까지 식량 운송이 가능하겠습니까?”

"못할 건 또 뭐야. 어차피 비행선으로 나를 텐데. 위치 딱 찍어 줬으니까 이리로 올 거다.”

"호수로 찍었죠?”

"그럼 내가 아리크로 찍었을까봐? 나 데드릭 벨크리스야.”

"어우, 그럼요. 잘 알죠.”

오늘 데드릭 벨크리스라는 이름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다 참아줄 수 있다. 데드릭 벨크리스 덕분에 비행선 재료도 식량도 다 해결했으니까.

데드릭 벨크리스는 다시 흔들의자에 몸을 맡기고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왠지 가만 내버려 두기가 싫어졌다.

"영감님, 조만간 싸울 일이 생길 거 같은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데드릭 벨크리스가 벌떡 일어났다.

"어디냐, 가자.”

"아니, 당장 싸운다는 게 아니고 조만간요, 조만간.”

데드릭 벨크리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설마 이종족 애들 식량 때문에 당장 가도 되는 걸 뒤로 미룬 거냐?”

반태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데드릭 벨크리스를 쳐다봤다.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하여간 뻔한 녀석이라니까. 야, 그런 건 그냥 밑에 애들 시키면 돼. 식량 호숫가에 쌓아놓으라고 하고, 이종족 애들한테 알아서 가져가라고 하면 끝나. 뭘 시시콜콜 다 신경 쓰고 챙기고 앉았어?”

맞는 말이다.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을 수긍하면서도 그걸 수긍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뭔가 자괴감이 들었다.

"알았습니다. 당장 가죠.”

물론 가기 전에 식량에 관한 일을 누군가에게 맡겨야겠지만.

반태수의 머릿속에 케트라 브리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라면 아마 이종족들과 관계된 일을 잘 처리해줄 것이다.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냐?”

“퀴무르요.”

“퀴무르? 거기 브리저 가문이 다스리는 곳 아니냐?”

"맞습니다.”

반태수는 그렇게 대답하고 데드릭 벨크리스를 쳐다봤다.

"이번 일 벌인 놈들은 전부 거기에 있습니다.”

정확히는 거기에 있는 놈들만 알아낸 거고, 실질적인 뿌리는 아직 알아내지 못한 거지만.

퀴무르에 있는 놈들만으로 이번 일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그들은 외부와 그 어떤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

외부와 연결된 것은 속성 종족들이 유일했다.

그것이 살라자 샤마쉬가 알아내고 확인한 것이었다.

"그럼 아주 간단하겠네. 그냥 가서 박살 내면 끝나는 거 아냐?”

"도주를 막아야죠.”

"흥,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그놈들이 도망갈 여유가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쳐야 할 곳이 일곱 군데나 됩니다. 영감님이랑 저랑 잘 나눠서 쳐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럼 전화기를 못 쓰게 만들어야겠네.”

"데이터 통신이나 인터넷도요.”

데드릭 벨크리스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난 그거 가능하게 할 만한 장비가 있는데, 넌?”

"전 마법 쓰면 됩니다.”

"아…… 너 마법사였지?”

반태수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 말은 무슨 뜻입니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마법사다운 사람이 바로 자신인데, 저런 말을 왜 한단 말인가.

"무슨 뜻은. 아무 뜻 없다. 그냥 생각해보니 마법 쓰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영감님,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 안 납니까? 설마 저한테 졌다고 기억에서 삭제한겁니까? 그때 쓴 마법들 하나도 기억 안 납니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인상을 팍 썼다.

"그때 얘기는 왜 해? 간신히 다 잊었는데!”

반태수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냥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로 기억에서 지우듯 잊고 살았던 것이다.

"아무튼 영감님이 쓴다던 장비 한 번 보죠.”

데드릭 벨크리스가 아공간에서 완갑 하나를 꺼냈다.

"이거다. 이거 유물 같지만 사실은 마도구야. 5대 가문의 마도 기술을 집대성해서 만든 작품이지."

반태수는 완갑을 받자마자 바로 분석을 시작했다.

당연히 보안마법이 걸려 있었지만, 간단하게 술식을 분석해 보안을 뚫어버렸다.

보안 너머에 있는 술식들을 빠르게 분석했다.

확실히 제법이다. 하지만 유물에는 한참 못 미친다.

그래도 위상공간을 이용해서 술식을 중첩시켰다.

분석은 순식간에 끝났다.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쓸 만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안했다.

"영감님, 이거 살짝 개조합니다.”

"뭐? 야! 안 돼!”

하지만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가 채 손을 뻗기도 전에 마력을 일으켰다.

우우웅!

데드릭 벨크리스가 경악한 눈으로 반태수와 완갑을 번갈아 바라봤다.

"야이, 이거 쉽게 얻을 수 없는 마도구란 말이야! 나한테는 잘 안 준다고!”

하지만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일을 마무리했다.

별 거 아니었다. 몇 개의 술식을 추가한 것뿐이었다.

기존 술식은 아예 안 건드렸다. 내부에 새 위상공간을 만들어 거기에 술식을 추가했을 뿐이다.

반태수가 수정이 끝난 완갑을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다시 넘겼다.

"영감님, 왜 이렇게 간이 작습니까? 내가 이걸 뭐 망가뜨리기라도 하겠어요? 자신 없으면 시도도 안 했습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채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거, 마력장을 이용해 전파와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거죠? 유선 쪽으로 흐르는 전기신호를 차단할 때 빈틈이 있어서 차단력을 강화하고 빈틈을 막았습니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입이 쩍 벌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