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 기습 4 >
==================
반태수는 영역화에 집중했다. 분명히 뭔가 영역화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영역화 안쪽으로 들어오려다 만 느낌이다.
그런데 명확하지가 않았다.
영역화를 건드리고 간 것의 존재감이 너무나 희미했다.
반태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더욱 집중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데드릭 벨크리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뭐 하냐? 여자 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이러면 곤란하지.”
반태수가 손을 들어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을 막았다. 지금은 모든 걸 영역화의 감각에 집중할 때다.
데드릭 벨크리스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집중할 환경이 조성되자, 반태수는 조금 편하게 영역화를 살필 수 있었다.
‘뭔가가 간을 보고 있어. 내 영역화를 파악했다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까지 반태수의 영역화를 파악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대신 유적에서는 영역화가 막힌 적이 있다.
그래서 더 연구하고 개선했다. 유적에서 안 막히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가게 될 유적 중에서 영역화가 안 통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그 미지의 존재는 반태수의 영역화를 계속 건드리고 빠지는 일을 반복했다. 크게 돌면서.
아마 이대로 가면 도시를 중심으로 영역화가 큰 원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영역화의 범위가 상당히 넓기에 그걸 빙 둘러 다 확인하려면 지금 저 속도로 며칠은 걸릴 것이다.
아마 적당히 하다 보면 그걸 깨닫고 결국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1시간 정도 영역화의 경계만 두드리던 자들이 결국 안으로 들어왔다.
‘대단하네.’
영역화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존재감이 희미했다.
사람인지 아닌지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분석도 불가능하다.
반태수는 최대한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위치조차 놓칠 것 같아서였다.
그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했다.
‘이자들이 아마 어둠 속성을 가진 종족인 모양이야.’
밤이라서 훨씬 더 존재감을 잘 죽일 수 있나보다.
반태수는 집중을 유지하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영감님, 그놈들 왔습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사납게 웃었다.
"흐흐흐. 기다리다 잠들 뻔했다. 얼른 가자. 한바탕 날뛰어야지.”
반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비행선을 나섰다. 그 뒤를 데드릭 벨크리스가 따라왔다.
"날아갈 겁니다.”
반태수는 마법을 써서 자신과 데드릭 벨크리스를 동시에 띄웠다.
"얼른 가자!”
데드릭 벨크리스가 크게 외쳤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소음 차단 마법을 써뒀다. 싸우러 간다고 광고할 일 있나. 하여간 대책 없는 영감이다.
반태수는 영역화에 들어온 어둠 종족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영역화의 범위를 줄여서 정찰 위력을 높였다.
그렇게 반경 1킬로미터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존재감이 좀 제대로 잡혔다.
그래도 아직 분석할 정도는 아니다.
제대로 분석할 수 있으려면 마력의 실을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영감님, 거의 다 왔습니다.”
"그래? 안 보이는데?”
"아마 잘 안 보일 겁니다.”
"넌 감지 마법을 쓰고 있는 거냐?”
"비슷한 겁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비슷한 건 또 뭔가.
하지만 그런 자잘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데드릭 벨크리스의 스타일이다.
"감지 마법에도 잘 안 걸리는 거냐?”
"희미하네요. 그러니 눈에도 잘 안 보일 겁니다.”
"방향이나 짚어봐라. 눈알 튀어나오게 집중해서 볼 테니까.”
반태수가 손가락을 들어 침입자들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눈에 힘을 주고 그쪽을 바라봤다.
마력까지 써서 시력을 강화했기에 마치 어둠이 확 걷히는 것처럼 시야가 환해졌다.
흐릿한 잔상 같은 것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본능적으로 방금 그것이 침입자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잘 안 보이는데 재빠르기까지. 만만치 않겠는데?”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제법 재미있는 싸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눈에 힘을 주고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잔상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놔라.”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반태수가 그를 잡고 있던 마법을 풀어 버렸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아래로 뚝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곳에 침입자 한 명이 있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흐릿한 잔상 같은 침입자의 정수리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꽈앙!
폭음과 함께 데드릭 벨크리스의 주먹이 바닥에 꽂혔다. 피한 것이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가까이 있는 놈에게 달려들었다.
어느새 그의 몸에 장착한 유물들 몇 개가 작동했다.
콰우우!
데드릭 벨크리스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그 바람에 공격을 당한 침입자가 미처 피하지 못했다.
쩌어어엉!
데드릭 벨크리스의 공격이 방어를 위해 교차한 팔의 중심에 꽂혔다.
강력한 힘과 충격에 침입자가 뒤로 쭉 밀려났다. 그러다가 스륵 사라져 버렸다.
"와! 이놈들 진짜 까다롭네.”
데드릭 벨크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방금 일격에 제법 힘을 담았음에도 침입자에게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공격 방법은 주먹질만 있는 게 아니었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 곳곳에 부착된 유물이 작동했다.
파지지직!
몸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데드릭 벨크리스의 눈 주변에 푸르스름한 빛이 맺혔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주위를 슥 둘러보고는 씨익 웃었다.
"이제 좀 보이는구나.”
아직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놓치지 않고 모든 침입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어둠 속성을 가진 종족을 밤에 상대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자, 그럼 제대로 시동을 걸어 볼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침입자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으로 돌진했다.
그들이 기겁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흩어지는 속도보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 중심에 한 방 꽂아 넣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꽈르르릉!
강력한 전격이 쏟아져 나갔다. 한 갈래가 아니라 수십 갈래로 뻗어 나가는 전격이었다.
근처에 있던 침입자들의 몸을 전류가 타고 올라갔다.
"크으윽!”
그들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냈다. 그러면서 빠르게 흩어졌다.
전격을 맞은 자들의 존재감이 약간 짙어졌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들을 향해 다시 돌진했다.
주먹에 짙은 전격이 휘몰아쳤다.
빠지지직!
그의 주먹이 침입자 한 명을 노리고 쭉 뻗어나갔다.
워낙 빨라서 피할 수 없었다. 침입자는 몸을 웅크리며 팔을 들어 주먹을 막았다.
꽈드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팔이 부러졌다. 그리고 주먹에 휘몰아치던 전격이 팔을 타고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빠지지지직!
"크어억!”
결국 더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은 침입자의 존재감이 갑자기 확 커졌다.
"이제 한 놈 잡았네."
데드릭 벨크리스가 콧김을 한 차례 훅 내뿜고는 다음 타겟을 정해 달려들었다.
***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싸움을 공중에 뜬 상태로 가만히 지켜봤다.
굳이 도울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좀이 쑤셔서 한 번 날뛰어 보겠다고 나온 사람 아닌가.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알아서 원하는 만큼 신나게 싸울 것이다.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에게서 눈을 떼고 나머지 침입자들을 확인했다.
이제 그들은 강력한 영역화 안에 있었다.
숫자는 모두 합해 30명. 정보와 일치했다.
전부 존재감이 희미해서 잠시라도 집중이 흐트러지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날뛰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피하려고 다들 사방으로 흩어진 채였다.
아마 어떤 식으로든 이 상황을 피해 다시 뭉쳐서 아리크로 갈 생각인 듯했다.
아니면 적당히 잘라내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내빼는 방법도 있었다.
‘그 방법은 안 쓸 것 같군.’
바닥에 쓰러진 자는 한 명이었는데, 굳이 그 사람을 챙겨서 데리고 갔다.
동료를 굉장히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반태수는 이들의 능력에 감탄했다. 아무리 밤이라지만, 존재감을 이 정도로 감출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었다.
게다가 감각도 엄청나게 예민한 모양이다. 영역화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니.
하지만 반태수에게는 이들을 확실히 무력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숫자도 30명 밖에 안 되지 않나.
반태수의 주위로 30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가 바로 사라졌다.
그 순간, 30명의 침입자에게 마킹이 달라붙었다.
30명의 침입자, 아니 정신을 잃은 한 명을 제외한 29명의 침입자는 크게 당황했다.
그들은 특유의 예민한 감각을 통해 자신들의 몸에 이질적인 마력이 달라붙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문제는 마력이 붙긴 붙었는데, 어디에 붙었는지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이 마력이 어떤 효능을 가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반태수는 마킹을 이용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다.
마킹을 중심으로 영역화를 펼칠 수도 있고, 마킹을 통해 마력을 빨아들여 마법을 쓸 수도 있었다.
다만, 마킹을 통해 마력을 빨아들이면 예민한 어둠 종족이 마킹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위치를 안다고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텐데.
침입자들의 몸에 붙은 마킹이 주변 마력을 맹렬히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예민한 감각이 마킹의 위치를 파악했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폭력을 피해 사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마킹을 지우려는 시도를 했지만, 마킹은 마치 그 자리에 없기라도 한 것처럼 어떤 방법으로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
마킹이 빨아들인 마력이 실처럼 풀려나와 마법진을 만들었다.
침입자들은 마법진이 주변에 생성되는 걸 그냥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번쩍!
마법진이 터지며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아악!”
침입자들이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혹시나 해서 시도했는데, 역시나였다.
어둠 속성 종족이라고 하더니 빛에 약하다.
아니, 이건 빛에 약하다기보다는 눈뽕을 맞은 것뿐인가?
아무튼 여전히 마킹은 남아 있었고, 열심히 마력을 빨아들이는 중이었다.
적당히 마력이 모이면 또 마법을 쓸 것이다.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 쪽을 힐끗 쳐다봤다.
‘하, 영감 정력적이네.’
진짜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방금 터진 강렬한 빛도 데드릭 벨크리스에게는 전혀 영향을 안 미친 모양이었다.
하긴, 그렇게 많은 유물로 온몸을 도배했는데, 고작 눈뽕에 당하면 안 되지.
방금 빛 덕분에 침입자 일곱 명이 추가로 당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침입자들을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 그저 쓰러뜨리기만 했다.
원래 저런 스타일이 아닌데, 힘 조절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다시 시야가 돌아왔는지 침입자들의 움직임이 또 달라졌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민첩해졌다. 또한 존재감도 훨씬 옅어졌다. 아니, 존재감 자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강한 영역화로도 잡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반태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저렇게 되면 데드릭 벨크리스는 싸우기 어려워지겠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
반태수는 느긋하게 마킹을 통해 영역화를 펼쳤다. 지금까지 한 것 중에 가장 강력한 영역화를.
정확히 침입자의 몸에만 적용하도록 영역화의 범위를 극도로 좁혔다.
반태수는 이 어둠 속성 종족의 몸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래서 데드릭 벨크리스가 날뛰는 동안 이들의 몸을 분석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장기는 사람과 거의 같았다. 한데 몸 전체에 어둠 속성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냥 깃든 것이 아니라, 마치 마력과 결합하기라도 한 것처럼 단단히 묶여 있었다.
이건 일부러 이렇게 하려고 해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였다.
세포 단계에서 어둠 속성 마력과 결합한 채로,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했다.
이들이 왜 이렇게 어둠에 순식간에 동화되어 존재감을 줄일 수 있는지 바로 이해했다.
그런 특별한 육체를 가졌는데, 능력자가 되면서 얻은 마력도 어둠 속성이었다.
아무래도 저들은 능력자로 각성하더라도 어둠 속성 마력을 자연스럽게 얻게 될 것이다.
능력자가 안 되어도 어둠 속성 능력자와 비슷할 텐데, 거기에 각성과 동시에 마력이 생성되면 그게 어둠 속성 말고 뭐가 되겠는가.
저들이 마력을 다루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웬만한 다른 능력자들에 비해 훨씬 조절 능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마력을 다루는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어둠이 체질이구나.’
어둠 속성 마력을 다루는 데 극도로 특화되어 있었다.
반태수는 굉장히 흥미로운 표정으로 분석을 계속했다. 저 절묘한 세포와 마력의 결합이 반태수의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았다.
왠지 저걸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저건 자신이 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해 있다는 것을.
‘그래도 언젠가는.’
요즘 자주 올라오는 자신감이 또 뇌리를 자극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에 머리가 뜨거워졌다.
"그럼 슬슬 정리를 해볼까?”
이제 얻을 건 다 얻었다. 그러니 포로를 얻을 차례다.
반태수는 마킹으로 마력을 빨아들였다.
침입자들이 열심히 그걸 막으려고 애썼지만, 역시나 아무 의미가 없었다.
반태수는 점혈을 펼쳤다.
어둠 속성 마력이 세포 단위로 결합해 있기에 지금까지 쓰던 단순한 점혈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반태수는 훨씬 복잡한 술식을 가미해서 점혈을 펼쳤다.
데드릭 벨크리스에 의해 쓰러진 자의 수는 총 14명, 나머지 16명이 점혈에 당해 움직이던 자세로 멈췄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걸 보고는 인상을 팍 썼다.
"한창 재미있게 싸우는 중이었는데!”
"그렇게 싸워서 언제 끝납니까? 밤도 늦었는데 슬슬 자야죠.”
"하루 이틀 정도 안 자도 안 죽어!”
"잠을 안 죽으려고 잡니까? 피로도 풀고 활기찬 내일을 맞이하려고 자는 거죠. 혹시 압니까? 끝내주는 꿈이라도 꿀 수 있을지?"
"네놈이 언제 꿈같은 거에 의미를 뒀다고 그런 말을 해?”
"아무튼 이제 정리하죠. 재미있는 친구들 같은데 심문 과정도 서로 편했으면 좋겠네요.”
그 말에 데드릭 벨크리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아마…… 괜찮을 거다. 뭐 얘들은 아는 게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반태수가 데드릭 벨크리스를 빤히 쳐다봤다.
"뭐, 왜!”
"영감님 이 사람들에 대해 뭔가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요? 아까부터 계속?”
"알긴 뭘 알아 이놈아. 얼른 가자. 아, 생각해보니 우리 저녁도 안 먹었잖아. 빨리 가서 밥이나 먹자."
밥이라는 말에 반태수는 반사적으로 케트라 브리저가 떠올랐다.
'밥은 잘 챙겨 먹었으려나?’
물론 잘 챙겨 먹었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반태수에게 슥 다가와 히죽 웃었다.
"왜? 밥 잘 먹었는지 궁금하고 걱정되고 그래?"
"걱정까지는 아니고요. 워낙 많이 잘 먹으니 잠깐 생각난 겁니다.”
"그게 걱정이지 뭐. 자자 얼른 가자. 어쩌면 오늘 밤에 재미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반태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마법을 써서 30명의 포로를 허공에 띄웠다.
"뭐야, 나는! 나는 왜 방치하는 건데!”
"합니다, 해요. 좀 진득하니 기다릴 줄도 알아야죠.”
"나한테 없는 게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인내야. 날 기다리게 하지 마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이 훅 떠올랐다.
"그렇지! 자, 가자!”
또 한 차례 한숨이 나왔다.
반태수는 얼른 아리크 쪽으로 날아갔다.
오늘은 빨리 밥 먹고 자야겠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