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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181화 (177/351)

181화.  < 기습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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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자 샤마쉬는 비서의 보고를 받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잡아냈구나!”

반태수로부터 포로들의 심문 결과를 받자마자 브리저 가문에 특급 감시망을 가동했다.

5대 가문의 특급 감시망은 위성과 휴대전화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기기를 통한 감시에 각 가문에 깊이 침투한 정보원들을 통해 이뤄진다.

특급 감시망을 통해 호만 브리저가 어딘가로 통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한데 통화 내역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불법 개조 스마트폰을 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청을 못하는 건 아니었다.

감청뿐 아니라 전파를 분석해 누구와 통화하는지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살라자 샤마쉬는 다양한 방식의 도청을 통해 호만 브리저의 통화 내용을 파악했다.

호만 브리저가 외부의 어떤 조직과 손을 잡은 건 확실했다.

문제는 그 외부 조직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아직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외부 조직이 타노로스일 수도 있고, 5대 가문의 누군가일 수도 있었다.

살라자 샤마쉬의 머릿속 저울은 5대 가문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강철관 안에서 거대 마수를 배양해? 그런 기술을 5대 가문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해낼 수 있을 리 없지.’

5대 가문과 비견될 만한 기술력을 가진 조직은 타노로스다. 아니, 타노로스의 기술력은 5대 가문을 넘어선다.

모든 분야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5대 가문을 능가하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마력을 배재한다.

모든 기술에 마력이 들어가지 않는다. 순수한 기술로 마력을 짓밟으려 하는 것이 타노로스였다.

이번에 반태수가 확보한 강철관은 유물이라고 했다.

그러니 그걸 이용해 마수 배양 연구를 한 놈들은 타노로스일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반태수가 슬쩍 언급한 조직이 있다.

‘셰딤이라…….'

어쩌면 셰딤이라는 조직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

살라자 샤마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어쨌든 외부의 조직은 결국 호만 브리저와 접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호만 브리저를 중심으로 감시망을 강화하면 된다.

또한 호만 브리저를 앞에 내세워 눈을 가리고 있을 경우를 생각해 주변을 감시하는 것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

살라자 샤마쉬는 직접 나서서 감시망을 확인하고 호만 브리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그렇게 감시한 지 사흘 만에 호만과 접촉하는 자를 확인했다.

즉시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이동 경로를 확인했고, 공항에서 나오는 CCTV 영상도 확인했다.

그가 탄 비행기를 확인하고 탑승 명단에서 이름을 확보했다.

확보한 이름과 관계된 모든 정보를 수집했다.

그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동안 5대 가문이 쌓아놓은 데이터베이스의 힘이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망을 빠르게 가동해 수상한 지점들을 파악했다.

의심스러운 장소를 정확히 37군데 찾아냈다.

하지만 그 모든 곳이 진짜 적의 거점이나 비밀 연구소는 아닐 것이다.

그 중 진짜를 가려내야 한다.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한꺼번에 처리할 수도 있지만, 살라자 샤마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일 저 중에 없으면 적에게 괜한 경각심만 심어주는 꼴이 된다.

그러니 하나하나 정확히 확인해 진짜만 가려내 아주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 과정을 거쳐 세 군데의 거점을 확인했다.

의심스러운 곳이 아니라, 확실한 곳을 가려낸 것이다.

세 곳 모두 비밀 연구소였다.

살라자 샤마쉬는 저런 식의 비밀 연구소가 더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일단 감시만 하기로 했다.

더 많은 정보를 얻어서 다른 비밀 연구소까지 전부 확보해 한꺼번에 정리해야 한다.

안 그러면 꼬리만 싹둑 자르고 다른 곳에서 암세포처럼 자라날 테니까.

아무튼 지금 발견한 비밀 연구소는 전부 도시 내에 있는 것들이었다.

‘도시 밖에도 분명히 뭔가가 있을 텐데.’

도시 밖은 조사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비행선을 타고 다니면서 수상한 곳을 살펴보는 정도?

위성으로 스캔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도시 밖이라고 해서 아예 드러내놓고 연구소를 짓지는 않을 테니까.

하여튼 골치 아픈 놈들이다.

살라자 샤마쉬는 호만 브리저를 감시하면서 얻어낸 적의 기습 정보를 반태수에게 전달했다.

이제 개척도시 아리크는 반태수에게 맡기면 된다.

자신은 나머지 비밀 연구소나 적의 거점을 찾는 일에 집중하고.

‘다 찾으면…… 반 마법사한테도 몇 개 정도 처리를 맡겨야겠군.’

5대 가문 사람들만으로도 뭐든 할 수 있겠지만, 살라자 샤마쉬는 되도록 반태수와 함께 일을 하고 싶었다.

반태수의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혹시라도 놓치는 부분을 반태수가 확인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나저나…… 커피는 대체 언제 오는 거지? 이놈의 영감탱이 자기 일 아니라고 늑장부리는 건가?’

살라자 샤마쉬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다시 한 번 정보의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

반태수는 살라자 샤마쉬가 보내준 정보를 확인 중이었다.

"양이…… 너무 많은데?”

옆에 있던 데드릭 벨크리스가 낄낄 웃었다.

"하여튼 웃기는 놈이야. 저런 걸 누가 읽는다고. 자기한테나 재미있지, 남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한다니까."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을 대충 흘리며 태블릿을 들여다봤다.

살라자 샤마쉬가 보낸 정보의 양은 정말 많았다.

반태수는 이 정보를 모두 읽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여겼다.

아마 중요한 정보는 얼마 안 될 것이다.

한데 막상 정보를 읽으니 이미 정리가 완벽하게 끝나 있었다.

결국 꾀 부리지 않고 모두 읽었다.

살라자 샤마쉬가 보낸 정보에는 정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현재 작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정보 안에 있었다.

‘아니, 비밀 연구소 위치는 왜 있는 거야?’

그것도 어차피 여기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 있는 비밀 연구소를 말이다.

반태수에게 필요한 건 마지막에 붙은 한 페이지 정도였다.

호만 브리저가 적과 내통했고, 외부의 힘을 이용해 또 한 차례 아리크를 기습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습 방식은 능력자를 동원하는 것이었다.

‘도시 밖에서 사는 자들을 이용한다고?’

그들이 기습에 이용하려는 능력자는 도시 밖에서 사는 자들이었다.

반태수는 도시 밖 사람들을 한 번 겪어봤다.

예전에 데드릭 벨크리스와 함께 타노로스 놈들의 함정에 달려들었을 때, 그때 도시 밖 사람들과 싸워봤다.

정말 별 거 없었다.

당시의 그들이 기습한다면, 굳이 반태수가 나서지 않아도 아리크에 머무는 사람들만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한데 이번 기습에 동원한 인원이 고작 30명 정도라고 했다.

머릿수라도 많으면 모르겠지만, 30명으로 뭘 어떻게 하겠는가.

반태수는 약간의 위화감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데드릭 벨크리스를 쳐다봤다.

"도시 밖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좀 아십니까?”

"약간?"

"예전에 도시 밖 사람들하고 싸운 적 있잖습니까. 영감님 상자에 갇히고.”

데드릭 벨크리스가 인상을 팍 썼다.

"그 얘기는 왜 해? 잘 잊고 있었는데.”

"그때 싸웠던 자들이 도시 밖 사람들 아니었습니까?”

"그랬지.”

"솔직히 별 거 없었는데, 영감님 생각은 다릅니까?”

"별 거 없었지. 그때는.”

"그럼 좀 다른 사람들도 있습니까?"

"있지.”

반태수가 눈을 반짝였다.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얼마 전 케트라 브리저의 어머니가 도시 밖 사람들이라고 할 때도 분위기가 좀 달랐다.

"도시 밖에 사는 사람은 두 종류야. 하나는 도망자들이지.”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내용이니까.

도망자들이 모여 힘을 합쳐서 도시 밖에서 살아가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금세 죽을 테니까.

도시 밖은 그만큼 위험하다.

"별 거 없다고 하긴 했지만, 그거야 너나 나 같은 사람들 입장이고. 보통 사람들에 비하면 굉장히 위험한 놈들이야.”

"뭐, 그거야 그렇겠죠.”

"아무튼 그 놈들은 일종의 범죄조직이라고 보면 돼. 만나는 족족 박살을 내줘야지. 안 그러면 타노로스 같은 놈들한테 붙어먹거든.”

그렇게 붙어먹어서 만든 일이 지난 번 데드릭 벨크리스 납치 미수 사건이다.

"내가 두 종류라고 했지? 두 번째가 인간과 다른 종족이야.”

반태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간과 다른 종족이라고요? 진짜 그런 게 있습니까?”

이번엔 데드릭 벨크리스가 이상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넌 설마 그런 얘기, 한 번도 못 들어봤냐? 확인은 못해도 소문으로는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니는데?”

"못 들어봤습니다. 그래서 다른 종족이라는 게 어떤 건데요? 뭐 엘프, 그런 겁니까?”

"그런 건 이야기 속에서나 나오는 거고.”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럼 인간과 다른 종족이 나오는 건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것 역시 지구로 가져가면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텐데.

"그럼 뭡니까?”

"그냥 속성 좀 강하게 타고나는 거지.”

"속성을 타고난다고요?”

"예를 들어 빛 속성을 타고난 종족은 몸에서 빛이 난다거나, 빛 속성 능력을 펼칠 때 위력이 훨씬 높아진다거나, 뭐 그런 거지.”

"신기하네요. 몸에서 빛이 난다니.”

"어둠 속성을 가진 종족은 어두울 때 보면 아예 안 보여. 낮에도 잘 숨고. 그림자에 들어가면 잘 안 보이거든.”

"그럼 전격 속성을 가지면 몸에서 전기가 흐르는 겁니까?”

"전격 속성은 아직 나도 못 봤다. 내가 본 건 빛이랑 어둠, 물이랑 불 정도야. 그나마 보기만 하고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다.”

"물이랑 불은 어떻습니까?”

"물 속성 종족은 가만히 있어도 몸에서 물이 줄줄 흘러. 불 속성은 호흡할 때마다 땀구멍에서 불길이 확 뿜어져 나오고.”

듣다 보니 왜 도시 밖에서 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몸으로 보통 사람들과 섞여서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을 테니까.

자기들끼리 모여서 살면 마음은 편할 것 아닌가.

"아무튼 그런 식이면 이번 기습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되겠군요.”

고작 30명이라고 하지만, 만일 어둠 속성을 가진 자들이 밤에 기습한다면,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른 속성도 마찬가지다. 능력이 훨씬 강력해지는 건데, 불 속성 인간들이 똘똘 뭉쳐서 강력한 불로 공격을 하면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반태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데드릭 벨크리스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앉았어? 걔들이 아무리 발악을 해봐야 널 어떻게 당해?”

"달랑 그자들만 오는 건 아닐 거 아닙니까. 누가 같이 올지도 모르고, 어떤 장비를 갖췄을지도 모르는데 방심하면 안 되죠.”

반태수는 문득 케트라 브리저가 떠올랐다.

그녀의 어머니가 도시 밖 사람이라고 했다. 과연 어떤 속성이었을까?

반태수는 그녀의 몸을 떠올려봤다.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영역화로 대강 분석은 해뒀다.

마력의 방향성을 생각하면 아마 빛 속성이 아닐까, 짐작했다.

문득 케트라 브리저의 외모도 어머니의 영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네요.”

"재미있겠지. 이번엔 내가 싸우면 안 되나?”

데드릭 벨크리스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될 텐데, 반태수의 허락을 굳이 받으려 한다.

이게 다 커피 덕분이다.

"들키지만 않으면 영감님이 싸워도 문제는 없겠죠.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래도 돼?”

데드릭 벨크리스의 표정이 더없이 환해졌다.

정말 어지간히도 싸우고 싶은가보다.

"됩니다. 일단 언제 올지 모르니 가서 감시는 좀 해야겠네요. 같이 아리크로 가시죠. 대신 비행선에서 나오면 안 됩니다.”

"내 비행선은 여기 두고 가야겠지?”

"당연한 말씀을.”

"내가 날아가면 좀 요란한데.”

"그냥 가만히 계십시오. 제가 알아서 합니다.”

"그럼 나야 편하고 좋지.”

반태수는 피식 웃으며 마법을 펼치려다가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물었다.

"그냥 이대로 가시면 됩니까? 비행선에 전할 말은 없고요?”

"그냥 가. 어차피 나 없어지면 알아서들 해.”

"그럼 갑니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오오!”

신이 나서 팔다리를 이리저리 휘적거리는 모습을 보며 반태수가 슬쩍 웃었다.

이내 두 사람의 몸이 허공에 쭉 떠올랐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아리크를 향해 날아갔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괴성을 지르며 어찌나 비행을 즐기는지, 반태수는 추가로 소음 차단 마법까지 펼쳐야 했다.

***

반태수는 비행선에 머물렀다.

원래는 나가서 도시도 좀 둘러보고 케트라 브리저도 만나보고 할 생각이었는데, 데드릭 벨크리스만 비행선에 방치하기 뭐해서 같이 있어주었다.

"넌 여기서 뭐 하냐?”

"영감님 상대해주고 있잖습니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쯧쯧 혀를 찼다.

"나 같은 영감이랑 같이 있고 싶어? 한 발만 밖으로 나가면 눈이 휙 돌아갈 정도로 예쁜 여자가 있는데?”

반태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데드릭 벨크리스를 쳐다봤다.

이 영감이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하여튼 패기가 없어요, 패기가. 내가 너 나이 때는, 아랫도리 휘두르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어.”

"그게 자랑이십니까?”

"당연하지!”

반태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니까 여기 있지 말고 얼른 나가서 찰싹 달라붙어 있어. 저번에 보니까 너한테 마음이 좀 열려 있는 것 같던데. 조금만 더 하면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거야.”

데드릭 벨크리스가 창을 통해 비행선 밖을 확인했다.

“슬슬 날이 저물 거 같은데? 밤이 되면 많은 기회가 열리는 법이지. 그러니까 여기서 궁상 그만 떨고 얼른 나가 봐.”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언제 기습이 들어올지 모르는데.”

"그거야 기습이 들어왔을 때 생각하면 되고.”

"영감님은 너무 생각을 뒤로 미루는 거 아닙니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기분 좋게 웃었다.

"으하하하! 그게 핵심이야. 생각을 왜 미리 해? 머리 아프게! 으하하하!”

반태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영역화는 광범위하게 펼쳐뒀다. 어느 쪽으로 들어오든 전부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느새 해가 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데드릭 벨크리스의 충동질도 계속됐다.

슬슬 설득 당해서 케트라 브리저를 찾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영역화에 무언가 희미한 것이 스치고 지나갔다.

반태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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