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74화 (170/351)

174화.  < 개척도시 아리크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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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트라 브리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눈이 잘 안 떠진다. 잠을 푹 자지 못한 느낌이었다.

반태수의 저택에서 잤을 때는 진짜 끝내주는 아침을 맞이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쭉 잔 것이 얼마만인지 몰랐다.

그리고 반태수의 비행선 안에서 잤을 때도 그랬다.

잠을 오래 잔 것도 아닌데, 피로가 싹 날아가고 활기가 온몸 구석구석에 맴돌았다.

한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온몸이 찌뿌드드하고 잔 피로가 남아 있었다.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침대가 마치 늪처럼 몸을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게 일상이었다. 반태수의 저택과 비행선에서의 잠자리가 특별한 거였고.

"뭐가 문제지?”

케트라 브리저의 침대는 마법이 부여된 굉장히 비싼 침대였다.

그동안은 별 불만 없이 써왔다.

한데 비교 대상이 생기니 없던 불만도 같이 생겨났다.

"침대가 특별한 건가?”

그거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케트라 브리저는 두 손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우, 침대 하나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녀는 억지로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정신이 좀 맑아졌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천막에서 지낸다. 하지만 그녀의 천막은 좀 특별했다.

여러모로 신경을 써서 만든 천막이었기에 웬만한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나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천막은 천막이었다.

밖으로 나가서 일단 반태수의 비행선이 있는 곳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비행선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주변에 승무원들이 흩어져 있었다.

뭘 하나 봤더니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도 하고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고 있었다.

케트라 브리저는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청소와 주변정리가 끝났는지 승무원들이 테이블 위에 요리를 갖다 놓기 시작했다.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커다란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비행선의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지는 먹어봐서 안다.

반태수 저택의 요리와 맞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요리 후 마시는 붉은 드몬트 잎으로 우린 차 한 잔은 정말 끝내줬다.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였다.

그렇게 서 있으니 승무원들이 그녀를 발견하지 못할 리 없다. 승무원 중 한 명이 얼른 비행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승무원과 함께 반태수가 비행선에서 나왔다.

반태수는 케트라 브리저에게 다가갔다.

"좋은 아침이에요.”

케트라 브리저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렇게 인사했다.

반태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아직 밥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요? 저걸로는 좀 모자라겠지만, 음식이야 더 준비하라고 하면 되니까.”

커다란 테이블 가득 요리가 깔려 있었지만 케트라 브리저가 끼면 저걸로는 턱없이 부족할 거다.

"그, 그래도 되나요?”

“됩니다.”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같이 가자는 듯 턱짓을 하고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케트라 브리저가 얼른 반태수 옆에 바짝 붙었다.

반태수가 먼저 자리를 잡고 앉자, 케트라 브리저가 반태수 옆에 앉으려다가 멈칫하더니 반태수의 맞은편에 앉았다.

정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반태수는 가까이 있는 승무원에게 음식을 더 하라고 지시한 다음, 식사를 시작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맛이었다.

이걸 다 먹고 느긋하게 커피 한 잔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리라.

천천히 식사를 하다가 앞자리에 앉은 케트라 브리저를 힐끗 쳐다봤다.

정말 맛있게도 먹는다.

보통 저렇게 먹으면 게걸스러워 보여야 하는데, 워낙 예뻐서 그런지, 아니면 나름대로 품위가 있어서 그런지 그냥 좋아 보였다.

보고 있으니 또 식욕이 돋는다.

반태수는 식사를 계속했다.

이내 테이블 위에 있던 요리가 접시만 남고 싹 사라졌다.

중간에 리셋을 한 번 했다. 그러니까 두 테이블을 먹어치운 것이다.

승무원들은 처음에는 함께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려다가 따로 차려 먹었다.

그러니 온전한 두 테이블을 먹어치웠다고 할 수 있었다.

반태수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었다.

케트라 브리저와 마주 앉아서 먹으니 식욕이 계속 일어나 더 많은 양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굳이 적당히 먹을 이유가 없으니 식욕이 일어나는 대로 그냥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케트라 브리저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이내 그녀의 앞에 차 한 잔과 케이크 몇 조각이 놓였다.

반태수 앞에는 커피가 놓였다.

그리고 다른 승무원들도 전부 커피를 마셨다.

케트라 브리저는 그 모습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차나 커피는 취향에 따라 마시는 기호품이니까.

그녀는 붉은 드몬트 잎으로 우린 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케이크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기에 승무원들에게 눈짓을 해서 케이크를 더 가져다주었다.

그녀가 먹은 조각 케이크를 다 합치면 온전한 한 개의 게이크보다 양이 더 많았다.

"으음. 정말 좋은 차예요.”

케트라 브리저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마지막 한 모금을 음미했다.

반태수도 마지막 한 모금의 커피를 음미하며 그녀를 가만히 쳐다봤다.

아공간에 식재료를 꽉꽉 채워오긴 했는데, 이대로 가면 모자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분위기를 보아하니 매일 아침마다 밥을 얻어먹으러 올 것 같지 않은가.

오면 쫓아낼 수도 없고.

‘최대한 빨리 임무를 마무리 하거나…….'

아니면 적당한 때를 봐서 근처 도시로 가 식자재를 보충하고 와야겠다.

"여기 분들은 전부 커피를 좋아하시나 봐요.”

케트라 브리저는 그렇게 말하고는 옆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승무원과 조종사들을 둘러봤다.

"이렇게 좋은 차를 두고 전부 커피를 마셔서 솔직히 좀 놀랐어요.”

그녀의 시선이 반태수의 손에 있는 빈 머그컵으로 향했다.

"반 마법사님도 커피를 드시고.”

"원래 비행선에서는 차를 더 즐기는데, 오늘은 커피가 더 끌렸습니다.”

"그렇군요. 이 차, 정말 괜찮지 않아요?”

차가 정말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좀 챙겨드릴게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승무원 한 명을 쳐다봤다.

안 그래도 이쪽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서 봤는데, 그가 얼른 비행선으로 들어가더니 드몬트 차를 상자에 가득 담아서 가져왔다.

드몬트 차는 반태수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승무원들이 꾸준히 비행선에 비축해 놓고 있었다.

살라자 샤마쉬가 미리 지시해 놓은 일이기도 했다.

드몬트 차를 비롯해 그동안 살라자 샤마쉬의 권력과 재력을 통해 구하던 귀한 식자재나 물건들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즉, 지금 승무원들은 반태수를 마치 예전 살라자 샤마쉬를 모시듯 하고 있었다.

아무튼 드몬트 차를 받은 케트라 브리저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정말 감사드려요. 이거 진짜 구하기 힘든 건데……."

특히나 지금처럼 가문에서 끈이 떨어지고 환경도 팍팍해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구하기 어려운 차였다.

"대체 정체가 뭐예요? 저런 비행선에 드몬트, 그것도 붉은 드몬트 차에……."

반태수는 그저 빙긋 웃기만 했다.

정체가 뭐긴 뭐겠는가. 딴 세상에서 넘어온 마법사지.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아…… 오늘 일정이요. 음, 그러니까……."

케트라 브리저는 잠시 머릿속으로 정리를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전 도시 건설의 전반적인 상황을 살피고 보고서 확인하고, 자금 조달 준비를 진행해요.”

"그럼 난 혼자 알아서 움직이면 되겠군요.”

케트라 브리저가 기대감이 깃든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음껏 날뛰시면 돼요. 어제 그놈, 꼭 잡아주실 거라 믿어도 되죠?”

"믿으세요.”

반태수의 대답에 케트라 브리저가 환하게 웃었다.

"그럼 가시죠. 일은 천막에서 하는 겁니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케트라 브리저의 천막 쪽으로 걸었다.

반태수는 그녀를 바래다준 후, 카랑클에 이은 두 번째 마수 무리를 잡기 위해 이동했다.

여전히 영역화 내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영역화를 크게 확장한 채로 날아올랐다.

자잘한 생명체들이 걸려들었다. 작은 동물, 그리고 늑대 마수, 곤충들.

약간 움직이니 영역화에 마수 무리가 걸려들었다.

카랑클 정도로 위험하진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까다로운 마수 무리였다.

그리고 그 마수 무리 근처에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아주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영역화로 정보를 뽑아보니, 소리와 기척을 없애는 마법을 몸에 걸고 있었다.

그리고 몸의 색을 변화시키는 마법도 썼다. 마수 무리가 황무지에 모여 있었기에 황무지와 비슷한 색으로 위장한 것이다.

반태수는 빠르게 그쪽으로 날아갔다.

아직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위성으로 감시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그러니 함부로 왜곡을 써선 안 된다.

어차피 쓸 생각도 없긴 했지만.

가까이 다가가며 좀 더 세밀하게 정보를 뽑아냈다. 마도구와 유물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세 개의 마도구와 두 개의 유물을 갖고 있었다.

마도구 세 개는 광범위한 공격 마법이 부여되어 있었다.

공격 범위는 굉장히 넓은데, 공격력이 너무 낮아서 실전에서는 효용이 별로 없는 마도구였다.

하지만 마수 무리를 흥분시키는 데에 써먹으면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위력이 너무 약해서 세 개를 동시에 쓰는 모양이었다.

반면 두 개의 유물 중 하나는 좁은 범위에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효능을 갖고 있었다.

마수를 도시 쪽으로 몰 때 쓰기 위한 장비인 듯하다.

그리고 유물 하나는 환상 마법이 부여되어 있었다.

마수 무리에 광범위 공격을 해서 흥분시켜 환상 마법을 통해 달려들게 만들고, 방향이 틀어질 때마다 폭발 마법으로 방향을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고작 저 장비로 마수를 정교하게 몰이하는 게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실력이 대단한 모양이네.’

카랑클 무리를 몰았던 솜씨를 보면 보통이 아닌 놈이다.

진짜 정확하게 아리크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저놈이 마수 무리에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잡아야 한다.

마수들이 돌진하기 시작하면 준비도 없이 너무 급하게 마법을 써야 해서 효율이 떨어지니까.

반태수는 순식간에 마수 무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막 마수무리 근처에 숨어서 마도구를 쓰려던 사내를 발견했다.

사내가 마도구를 작동했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반태수가 벌써 주변에 마력을 깔아 왔으니까.

마도구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그대로 중화되어 없던 것처럼 되어 버렸다.

"어? 이거 왜 이래?”

사내가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하여간 제대로 일하는 놈이 하나도 없어. 이거 몇 번 쓰지도 않은 건데 벌써 망가지면 어쩌자는 거야? 불량 마도구 검증도 안하나?"

그 순간, 사내의 뒤로 반태수가 뚝 떨어졌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사내의 등을 쿡 찔렀다.

"컥!"

사내는 깜짝 놀랐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누가 등을 찔렀으니까.

하지만 그 뒤의 일이 더 놀라웠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려고 했는데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누구냐고 소리치려는 순간 또 등을 쿡 찔렸다.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아프게 하는 것도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나중에 케트라 브리저에게 이 사내를 인계한 다음, 본격적인 심문을 하기 전에 한 번 써주면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반태수는 그렇게 점혈을 통해 사내를 제압해 놓고, 다시 하늘로 훌쩍 날아올랐다.

이제 마수 무리를 처리할 차례였다.

영역화로 살펴봤는데, 카랑클처럼 질긴 마수는 아니었다. 그냥 간단히 전격 샤워 몇 번 쏟아주면 쉽게 잡을 수 있는 놈들이었다.

전격 속성에 약점을 가진 마수였으니까.

꽈르르르르르릉!

수백 개의 벼락이 동시에 떨어졌다.

벼락들은 하나하나 정확히 마수의 머리에 꽂혔다.

단 하나의 벼락도 낭비되지 않았다.

술식을 워낙 정교하게 짰기 때문이다.

반태수는 마수가 전멸했는지 확인한 다음 모조리 아공간에 넣었다.

혹시 팔 수 있으면 팔고, 아니면 다시 갖다 버리면 되니까.

이왕 나온 김에 근처 마수들을 정리하기로 한 반태수는 점혈로 잡은 사내를 그냥 방치한 채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마수 무리를 토벌했다.

너무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저 가까운 곳에 있는 놈들만 처리했을 뿐이다.

개척도시 아리크 근방의 마수를 전부 토벌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좀 필요할 듯했다.

‘진짜 위치 한 번 잘 잡았네. 이렇게 마수가 많이 모인 곳은 찾기도 어려울 거 같은데.’

***

반태수가 생각보다 일찍 돌아오자, 케트라 브리저가 얼른 천막에서 나가 반태수를 맞이했다.

사실 오늘 저녁때나 돼야 돌아올 줄 알았는데 점심도 먹기 전에 돌아와서 좀 놀랐다.

한데 막상 나와 보니 반태수 옆에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는 것 아닌가.

"반 마법사님, 그분은 누구신가요?”

"누구겠습니까? 마수 토벌하러 갔다가 같이 올 사람이.”

케트라 브리저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반태수 옆의 사내를 가리키며 입을 벌렸다.

"서, 설마 카랑클 무리 건드린?”

"맞습니다. 내가 잡아오겠다고 했잖아요.”

케트라 브리저가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문해서 배후를 알아봐야죠? 그쪽에서 할 겁니까?”

반태수의 물음에 케트라 브리저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이쪽에는 심문에 능숙한 사람이 많으니까.

"그럼 잠시만 기다려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내에게 점혈을 펼쳤다.

그러자 사내의 눈동자가 위로 휙 올라갔다. 온몸이 경련하는데, 움직이지는 못한다.

입에서 거품이 나온다.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저럴까?

몇 분쯤 지나고 반태수가 점혈을 해제하자 사내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눈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반태수는 목소리가 나오게 해 주었다.

그러자 사내가 열심히 말을 쏟아냈다.

"뭐든 대답하겠습니다! 그냥 편하게 죽여주십시오!”

방금 그 꼴을 다신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내의 목소리와 눈빛, 표정은 절박하기 그지없었다.

케트라 브리저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반태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데려가면 됩니다. 가서 차근차근 물어보세요. 직접 할 거죠? 말 안 들으면 날 불러요.”

사내가 맹렬히 외쳤다.

"말 잘 들을 겁니다! 안 부르셔도 됩니다!”

반태수가 어깨를 으쓱 했다.

"그렇다네요.”

케트라 브리저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직접 할게요.”

반태수가 마력을 뽑아 사내를 허공에 띄웠다.

"옮기는 것까지만 해주죠.”

케트라 브리저는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몸을 돌려 어딘가로 걸어갔다.

반태수가 사내를 띄운 채 그녀를 따라갔다.

케트라 브리저는 새삼 반태수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깨달았다.

함께 카랑클을 죽일 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저 사내의 몸과 정신을 모조리 제압하는 광경을 보니 갑자기 확 와 닿았다.

케트라 브리저가 반태수를 데리고 간 곳은 다른 천막들과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천막이었다.

크기는 작은데, 반태수는 거기에서 마력 반응을 확인했다.

‘소음 제거 마법.’

저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이었다.

심문실로 사용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원래는 중요한 회의를 할 때 쓰는 곳이에요.”

그래서 일부러 다른 천막들과 떨어뜨려 놨다. 누군가 올래 다가오기 어렵게 해 놓은 것이다.

반태수는 천막 안에 사내를 넣어주고 물러났다.

"필요하면 연락해요. 심문은 꼭 직접 하시고.”

그 말을 남기고 자신의 비행선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물론 마킹은 붙여뒀다.

케트라 브리저는 돌아가는 반태수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천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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