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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173화 (169/351)

173화.  < 개척도시 아리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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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화염폭발 마법으로 카랑클들을 계속 날려 버렸다.

카랑클들은 불꽃에 휩싸였는데도 잘 죽지 않았다.

반태수가 굳이 이런 식으로 카랑클들을 날려버린 것은 이놈들이 너무 빠르게 몰려왔기 때문이다.

일단 돌진을 저지하면서 다음 수를 고민하기로 한 것이다.

반태수는 화염폭발 마법을 마치 지뢰처럼 바닥에 계속 깔았다. 상당히 넓은 지역에 깔았기에 카랑클들이 지뢰를 피할 방법은 없었다.

그 상태에서 영역화를 펼쳤다.

"보통 놈들이 아니네.”

피부가 질기고 단단했다. 약점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약점마다 갑각이 감싸고 있어서 오히려 다른 곳보다 더 단단했다.

높은 온도의 불꽃, 그것도 마력이 섞인 불꽃에 휩싸였는데도, 털이 좀 탄 거 말고는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폭발 때문에 강한 충격을 받았는데도, 거의 타격이 없는 듯했다.

영역화로 빠르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격이나 빙결에 대한 내성도 상당히 높았다.

꽈과과과과과광!

그 와중에도 화염폭발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카랑클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기려 하고 있었다.

화염폭발 지뢰지대를 뚫을 수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여길 뚫을 작정인 모양이었다.

그놈들이 반태수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이 화염폭발이 반태수의 작품이라는 걸 아는 눈치였다.

반태수는 그러는 중에도 끊임없이 영역화를 통해 카랑클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카랑클의 약점을 발견했다.

목에서 명치로 이어지는 선의 중간지점.

정확히 그곳에 마력코어 하나가 있었다.

육체를 강화하는 마력을 컨트롤하는 코어였다.

크기가 깨알만 해서 정확히 코어를 명중시키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코어를 부술 수만 있다면 카랑클의 육체에 공급되는 마력이 엉켜 주화입마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다만 그저 명중시키기만 한다고 코어가 부서지는 게 아니었다.

코어를 부술 수 있을 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

물리력만으로는 안 되고, 마력이 가미되어야 한다.

아무튼 그렇게 약점을 알아냈으면 그 뒤를 이어가는 건, 반태수에게 있어서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키아아아아!”

카랑클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돌진을 시작했다.

반태수는 바닥에 마력을 넓게 깔았다.

달려오는 카랑클의 수는 500마리가 넘었다. 아마 무리가 전부 몰려온 모양이었다.

‘이거 상황이 자연스럽지가 않은데?’

저 많은 카랑클들이 굳이 개척도시를 똑바로 노리고 달려올 이유가 있을까?

누군가 카랑클을 자극하고 방향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식의 방해가 계속 들어올 것이다.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바닥에 깐 마력을 이용해 마찰력을 없애고 카랑클의 다리 쪽으로 바람을 훅 불었다.

쿠과과과과광!

500마리가 넘는 카랑클들이 일제히 앞으로 넘어졌다.

다리가 뒤로 획 들려서 몸이 허공에 붕 뜬 상태로 바닥에 엎어진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정도 충격만으로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카랑클이 고작 그 정도로 충격을 받을 일은 없었다.

반태수가 노린 것도 그들에게 충격을 주는 게 아니었다.

넘어진 순간, 정확한 위치에 바닥에 깔려 있던 마력이 바늘처럼 삐죽 올라가 정확히 카랑클의 코어를 찔렀다.

파삭!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코어가 박살 났다.

바닥에 쓰러진 카랑클들이 온몸을 기괴하게 비틀기 시작했다.

반태수는 천천히 걸어가 쓰러져 온몸을 비트는 카랑클의 숨통을 하나하나 끊어놓기 시작했다.

카랑클을 확실히 죽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을 잘라내는 것이다.

가슴의 코어가 살아있으면 목을 잘라내기가 어렵겠지만, 코어가 사라져서 방어력이 급감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목을 잘라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마리 카랑클의 목을 잘라낸 반태수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거기서 계속 구경만 할 겁니까?”

그러자 케트라 브리저가 화들짝 놀라 후다닥 달려왔다.

"네! 가요! 금방 갑니다!”

그녀는 반태수 옆에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반태수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뭐 하는 겁니까?”

"제 존경심을 눈빛으로 표현하는 중인데요.”

반태수는 어이없는 눈으로 케트라 브리저를 쳐다봤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빤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예쁘긴 진짜 예쁘다.

반태수는 케트라 브리저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손을 옆으로 휙 휘둘렀다.

슈각!

카랑클의 목 하나가 싹둑 잘렸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7서클이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죠? 얘들 회복력 좋은 거 알 테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요.”

반태수는 그 말을 끝으로 휙 돌아서서 기계적으로 카랑클의 목을 확확 잘라냈다.

케트라 브리저는 멍하니 반태수를 보다가 피식 웃고는 반태수가 했던 것처럼 마법을 펼쳐 카랑클의 목을 잘라냈다.

슈각!

카랑클의 목이 반쯤 잘렸다. 케트라 브리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우, 쪽팔려.”

그녀는 다시 한 번 마법을 펼쳤다.

촤악! 툭.

그제야 깔끔하게 목이 떨어졌다.

케트라 브리저는 그 뒤로도 열심히 카랑클의 목을 잘랐다.

한 번에 자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보통 두 번에서 세 번 시도를 해야 목을 자를 수 있었다.

케트라 브리저는 이를 악물고 집중했다.

결국 마지막 카랑클의 목을 잘라낼 때쯤, 한 번에 잘라내는 걸 성공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성취감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 시원하다.”

마지막에 마법 한 방으로 카랑클의 목을 잘라낸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카랑클의 목을 칠 때마다 피가 팍팍 튀어서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렇게 피를 뒤집어쓴 채로 상큼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왠지 기괴했다.

반태수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은 모습으로 케트라 브리저에게 다가갔다.

"좀 씻어야겠네요.”

그 말에 케트라 브리저가 흠칫 놀라더니 자신의 모습을 살피고는 크게 당황했다.

"어……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아무튼 덕분에 일 두 번 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도움이 됐습니다.”

카랑클의 회복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코어가 깨져서 온몸의 근육과 뼈가 뒤틀리고 찢어지고 분리되었는데도 그걸 기어코 회복해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아마 케트라 브리저가 가세하지 않았다면 수십 마리 정도는 다시 일어났을 것이다.

물론 일어나자마자 바로 누웠겠지만.

반태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이것들은 어떡할 겁니까?”

"다 가져가야죠. 잡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카랑클 사체는 정말 쓸모가 많거든요.”

케트라 브리저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카랑클 사체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사체가 너무 많아서 사람을 잔뜩 데려와야겠네요. 아리크로 돌아가서 트럭을 몰고 와서 실어가면 될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돈 들어갈 일 많았는데 당분간 숨통 좀 트이겠어요.”

반태수는 그런 케트라 브리저를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자신의 뺨에 와 닿는 따가운 시선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반태수를 바라봤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반태수가 고개를 스윽 돌리며 주변에 쓰러진 카랑클 사체를 둘러보고는 다시 시선을 케트라 브리저에게 고정했다.

"저거 다 누가 죽였습니까?”

"어…… 반 마법사님이랑 제가 같이요?”

반태수가 무표정하게 계속 그녀를 쳐다봤다.

"반 마법사님이 다 잡으셨죠. 예.”

반태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재정 상황이 어렵긴 어렵나보군요.”

케트라 브리저가 한숨을 쭉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좀 힘들긴 해요. 그래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요.”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합니까?”

"일단 제가 가진 사업체를 통해서 조달하는데,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요."

그녀의 사업체도 최근 사정이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었다.

아마 거기에도 무언가 입김이 닿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저것들을 무상으로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케트라 브리저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걸 본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손을 좀 보태셨으니 몇 마리는 나눠드리죠.”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바닥에 널린 사체들을 아공간에 넣기 시작했다.

그걸 본 케트라 브리저의 눈이 또 한 번 커다래졌다.

"아공간도 가지신 거예요?”

그녀는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카링클의 사체를 보며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놀랄 게 또 남았으면 미리 말해주세요.”

마수 사체를 모두 챙긴 반태수는 케트라 브리저를 보며 말했다.

"이제 돌아가죠. 아무래도 멀리 도망친 거 같으니.”

"예? 도망쳐요? 누가요?”

"누군 누구겠습니까. 이 사태를 만든 놈이죠.”

케트라 브리저의 표정이 확 굳었다.

"그럼…… 누군가 일부러 카랑클을 이쪽으로 몰았다는 건가요?”

"그게 아니면 왜 굳이 이놈들이 똑바로 개척도시 건설 현장으로 달려갔겠습니까? 설마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게다가 무리의 일부도 아니고 전부 달려왔는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듣고 보니 수상하다. 아니, 이 정도면 확실하다. 누군가 아리크를 노리고 카랑클 무리를 보냈다.

아마 제때 도착하지 못했으면, 그리고 반태수가 없었으면 참혹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물론 막아내긴 했으리라. 아리크에 있는 능력자들도 만만치 않으니까.

하지만 정말 큰 피해를 입었을 테고, 아마 다시 공사를 시작하기 어려운 꼴이 되었을 것이다.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도 죽고 다치고.

"그놈…… 잡을 수 있을까요?”

반태수가 씨익 웃었다.

"당연한 말씀을.”

케트라 브리저는 반태수의 저 자신만만한 미소가 참으로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

아리크로 돌아갈 때는 반태수가 케트라 브리저를 안고 날아서 갔다.

케트라 브리저는 반태수에게 안긴 채 날아가는 내내 아래를 보며 감탄을 거듭했다.

사실 비행선을 타고 가면서도 똑같이 봤을 광경인데도 왠지 요란하게 감탄을 했다.

사실 반태수도 굳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빨리 돌아가서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좀 서두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몇 마리 주실 거예요?”

케트라 브리저는 반태수에게 안긴 채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물었다.

반태수는 좀 당황했지만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다섯 마리요.”

"겨우 다섯이요? 제가 쓴 마력이 얼마인데, 조금만 더 써줘요.”

"그럼 여섯?”

"스무 마리!”

반태수는 어이없는 눈으로 케트라 브리저를 쳐다봤다.

즐거운 듯 생글생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긴장감이 탁 풀어졌다.

"좋습니다. 스무 마리 가져가시죠.”

"정말요? 그럼 서른 마리!”

"다섯 마리.”

"잘못했어요! 스무 마리!”

반태수는 대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날아갔다.

아리크에 도착할 때까지 케트라 브리저가 스무 마리를 달라고 조르고 또 졸랐다.

반태수는 도시에 도착하고 나서야 아공간을 열어 카링클 사체 스무 마리를 꺼내주었다.

케트라 브리저가 너무 좋아하며 자신도 모르게 반태수를 확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카링클 스무 마리를 줘서 고맙다는 것보다는 오늘 일을 해결해 줘서 고맙다는 뜻이 훨씬 컸다.

"반 마법사님이 아니었다면 정말 끔찍했을 거예요.”

그녀는 반태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이나 안고 있었다.

그동안 힘들었지만 참고 억눌렀던 감정들이 오늘 마구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그녀는 반태수에게 떨어지며 똑바로 얼굴을 바라봤다.

"저녁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아마 반 마법사님은 따로 드시는 게 나을 거예요. 우리 쪽 음식은 좀…… 대충 끼니만 때우면 된다는 식이라서요. 그거라도 괜찮으면 같이 드실래요? 맛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한 끼 정도는 이쪽의 식사를 경험해 보려고 했었다.

"밥 먹으러 가죠.”

반태수는 케트라 브리저의 뒤를 따라가면서 영역화의 범위를 확장했다.

이번에 벽을 넘으면서 영역화의 범위가 극도로 넓어졌다.

이제 반경 수십 킬로미터 정도는 어렵지 않게 확인이 가능했다.

좀 더 무리하면 100킬로미터보다 훨씬 넓은 범위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러면 뽑아내는 정보의 양이 좀 줄어든다.

반태수는 일단 반경 120킬로미터 범위를 영역화로 덮었다.

아마 오늘 카랑클 사태를 일으킨 놈이 다시 일을 꾸밀 가능성이 높았다.

근처에 마수 서식지가 여러 개 있다고 했으니 그 중 하나를 건드리지 않겠는가.

‘아니면 한꺼번에 여러 개를 건드릴 수도 있고.’

그러니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반경 120킬로미터 정도를 감시하면 한꺼번에 여러 군데에서 일이 터져도 반태수 혼자 감당할 수 있다.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어땠어요? 맛은 나쁘지 않았죠?”

케트라 브리저의 말에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았습니다.”

"그래도 전 반 마법사님 저택에서 먹었던 요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우리도 그 정도 요리를 만들 수 있으면 더 많이 먹었을 텐데.”

반태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케트라 브리저를 쳐다봤다.

저 여자, 오늘도 반태수가 먹은 것의 열 배쯤 되는 양을 먹어치웠다.

그러고 한다는 말이 저거라니.

어쩌면 이 개척도시에서 쓰는 자금의 대부분이 식비일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도착할 타이밍을 노린 건지 모르겠군.’

도착할 타이밍을 노린 거라면 개척도시 안에 세작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케트라 브리저의 최측근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케트라 브리저가 곧 도착한다고 연락한 사람이 확성기를 들도 사람들에게 떠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운이 좋았을 수도 있으니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지.’

진짜 세작이 있다면 찾아내는 건 쉽다.

의심스러운 놈들에게 전부 마킹을 붙이면 되니까.

이미 밥 먹기 전에 그렇게 했다.

‘이제 움직이기만 기다리면 되지.’

반태수는 영역화와 마킹을 전부 점검한 다음, 케트라 브리저에게 말했다.

"잠은 내 비행선에 가서 잘 겁니다.”

"아, 그렇군요.”

케트라 브리저가 애절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제발 자기도 데려가 달라는 애원이 담겨 있었지만, 반태수는 모른 척 돌아섰다.

"그럼 내일 아침에 봅시다. 일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비행선으로 들어가는 반태수의 모습을 케트라 브리저는 끝까지 바라봤다.

"치, 한 번을 안 돌아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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