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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172화 (168/351)

172화.  < 개척도시 아리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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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반태수 일행은 일단 씻었다.

도시 밖 멀리까지 나갔다 와서 그런지 땀도 많이 흘렸고, 온몸이 먼지투성이였다.

반태수는 씻은 다음 개운한 표정으로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케트라 브리저도 마침 다 씻었는지 막 나오고 있었다.

‘나랑 씻는 속도가 비슷하네.’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배고프죠? 좀 늦었지만 밥 먹읍시다.”

비행선을 보고 온다고 도시 밖 멀리까지 다녀오는 바람에 저녁 식사 때를 놓쳤다.

지금 먹으면 야식과 저녁밥의 중간쯤이 될 듯했다.

"고마워요.”

케트라 브리저는 밥 먹자는 소리에 환하게 웃었다.

점심을 대충 때워서 진짜 배고팠다.

반태수는 그녀를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엄대협은 저택에 도착한 순간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가신 가문 사람과 같이 밥을 먹지 않으려고 사라진 모양이다.

식탁에는 이미 화려한 요리가 잔뜩 세팅되어 있었다.

씻는 동안 요리사들이 준비한 것이다.

케트라 브리저는 반쯤 눈이 뒤집혀서 요리를 열심히 먹었다.

어찌나 잘 먹는지 반태수는 한동안 그녀가 먹는 모습을 멍하니 보기만 했다.

‘먹방 같은 거 하면 아주 다 쓸어버리겠네.’

케트라 브리저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식욕이 돌았다.

반태수는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먹었는데도 반태수가 훨씬 빨리 먹었다. 케트라 브리저가 워낙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식탁 위에 있는 요리를 한 번 리셋할 정도로 막대한 양을 먹어치웠다.

저 늘씬한 몸 어디에 그 많은 음식이 들어간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시 위에 아공간이라도 있는 건지 심각하게 의심해봤다.

케트라 브리저는 민망한 표정으로 반태수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요리가 참…… 맛있네요. 아리크는 좀 열악해서……."

아무래도 아리크에서는 잘 먹고 편히 지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리크는 식량과 물자를 어떤 식으로 보급합니까?”

"비행선으로 근처 도시에서 보급해요.”

아무래도 가신 가문이니 아공간 아이템을 막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아공간 아이템은 유물로 구할 수밖에 없는데, 구한다 하더라도 보안을 뚫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5대 가문은 다양한 아공간 유물의 보안을 뚫는 데 성공한 모양이지만, 가신 가문은 아직 그 정도 실력이 안 되는 듯하다.

"그래도 항구는 만들어 놨어요. 쓸 수 있는 비행선이 한 대뿐이라서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가문의 도움을 안 받고 개척도시를 건설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뭔가 방법을 생각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어떤 방법이요? 가문에 고개를 숙이고 시키는 대로 하는 방법이요?”

"그보다는 후원자를 찾는 게 어떻습니까?”

"후원자요?”

케트라 브리저의 눈이 동그래졌다. 순간 혹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아리크에 후원을 하겠는가.

"후원자를 못 구하겠으면 투자를 받는 건 어떻습니까? 지분을 적당히 쪼개서 여러 투자자를 모으면 훨씬 수월해질 텐데요.”

"전 도시의 지분을 최소 60%는 확보하고 싶어요. 그런데 투자자들은 항상 그보다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하더라고요. 자기들이 50%를 넘게 갖고 싶은가 봐요.”

반태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도 좀 이상한데요? 충분히 잘게 쪼개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설마 그것도 누가 방해한 겁니까?”

"모르죠. 그것까지 알아보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죠.”

투자 몇 번 구하려고 했다가 저런 식으로 잘 안 되니, 금세 포기해 버렸나보다.

"도시 건설이 끝나면 입주할 인원은 확실히 확보된 거 맞습니까? 나중에 오기로 한 사람들 전부 다른 곳으로 빼돌리면 아리크만 곤란해지는 거 아닙니까?”

그 부분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케트라 브리저의 표정을 보니, 나중에 뭔가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가보다.

"일단…… 지금은 도시를 건설하는 것만 생각하려고요. 완성하면 분명히 잘 될 거예요.”

아마 반태수가 끼어들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차 입주까지 끝났다고 했죠? 그들이 건설을 하는 겁니까?”

"네. 4차 입주자들까지 건설에 투입하고, 그 뒤로는 차츰 다른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죠.”

케트라 브리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총 300만 명을 받을 계획이에요. 그 뒤로는 지속적으로 이주를 받아들여서 도시를 꾸준히 확장할 거고요.”

계획대로만 되면 순조롭게 새로운 도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얘기를 하니 케트라 브리저의 눈이 반짝거렸다.

“제가 아리크의 위치를 그쪽에 잡은 이유가 있어요. 우리 도시는 제약을 중점적으로 키울 거예요.”

“제약? 도시 근처에 약초가 많습니까?”

"네. 여기 크랙톤도 제약으로 좀 유명하잖아요. 아마 우리 아리크는 더 유명해질 거예요.”

몰랐다. 크랙톤이 제약으로 유명한지. 여기서 제일 유명한 건 신분증 아니었나?

하긴, 여기는 수천 명의 약초꾼들이 매일 나가서 약초를 캐오는 도시다,

"그래서 마수 토벌을 더욱 철저히 하려고 해요. 자체적으로 토벌대를 운용하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러기에는 돈도 인력도 모자라네요.”

케트라 브리저는 기대감이 반짝이는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러니 잘 부탁드려요. 우리 도시 주변에서 마수가 한 마리도 안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건 불가능한 거 아시죠?”

케트라 브리저의 표정이 살짝 시무룩해졌다.

"네."

늑대 마수는 아무리 쫓아내고 죽여도 곧 다시 생긴다.

전 세계를 방랑하듯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곳에 정착하는 일을 반복하는 놈들이라서 토벌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겨난다.

“솔직히 카랑클 무리만 처리해 주셔도 감지덕지죠.”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위협적인 마수는 전부 처리할 겁니다. 계산만 확실하게 해주세요.”

계산이라는 말에 케트라 브리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예…… 그래야지요.”

"자, 그럼 밥도 다 먹었으니 이제 일어납시다. 내일 일찍 출발하려면 일찍 자야죠.”

"아, 그래야죠.”

자리에서 일어난 케트라 브리저는 반태수 옆에 슬그머니 붙어서 물었다.

"마법 연구실은 이 저택 안에 마련하셨나요?”

"네. 그게 편하니까요.”

"저…… 거기 구경 한 번 해도 될까요? 대마법사의 연구실은 어떨지 너무 궁금하네요."

반태수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뜬금없이 연구실을 보여 달라니.

7서클 마법사의 호기심인가?

반태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 그러시죠.”

어차피 감춰야 할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연구실 구경쯤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반태수는 케트라 브리저를 데리고 자신의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에는 진짜 별 거 없었다.

케트라 브리저는 이게 진짜 연구실이라고? 하는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좀 휑하죠?”

케트라 브리저는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연구실 내부를 둘러봤다.

그녀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쇳덩어리 하나가 보였다.

정말 단순히 생긴 쇳덩어리였다. 20센티미터 정도 길이의 그냥 두툼한 덩어리였다.

한데 거기서 마력 반응을 발견했다.

케트라 브리저는 마력에 지극히 민감했다. 그녀는 홀린 듯 다가가 쇳덩어리를 집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알겠다. 이건 유물이다.

‘그런데 이런 유물도 있었나?’

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살펴보니 뭔가 종 모자란 것 같기도 했다.

"이거 뭔가요?”

그녀의 질문에 반태수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연구의 흔적이죠.”

굳이 아공간에 담을 필요성을 못 느껴서 연구실에 그냥 뒀다.

그랬는데 그걸 딱 집어낸 것이다. 확실히 재능은 있다.

"연구의 흔적…… 그런데 이거 느낌이 유물이랑 굉장히 비슷하네요.”

당연하다. 이건 반태수가 유물 제작을 연습할 때 쓰던 도구였으니까.

반태수는 대충 대답하지 않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케트라 브리저가 어찌나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지 결국 그녀와 마법에 대한 대화를 한동안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쇳덩이의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났고, 케트라 브리저의 눈빛이 더욱 반짝였다.

"대체 몇 서클이에요?”

"비밀입니다.”

"무슨 그런 게 비밀이에요? 9서클인가요? 아니면 10?”

아예 8서클이냐고는 묻지도 않는다.

"이제 잘 시간입니다.”

반태수는 억지로 대화를 중단하고 그녀를 침실로 보냈다.

그 과정에서 케트라 브리저는 투정도 부리고 애교도 부려봤지만, 반태수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케트라 브리저를 억지로 침실에 밀어 넣은 반태수는 문을 닫고는 한숨을 쭉 내쉬었다. 그러다가 피식 웃었다.

옥신각신 하는 과정에서 제법 친해진 느낌이었다.

아마 개척도시 아리크로 가서 지내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을 듯했다.

***

케트라 브리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밥을 먹은 다음 반태수의 비행선을 탔다.

그녀의 비행선이 있는 곳까지 반태수의 비행선을 타고 가고, 거기서 각자의 비행선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반태수의 비행선에 탄 케트라 브리저는 더없이 부러운 눈으로 반태수와 비행선 내부 곳곳을 번갈아 바라봤다.

"진짜 끝내준다.”

케트라 브리저는 그렇게 말하며 비행선 내부를 계속 둘러봤다.

그 와중에 비행선이 이륙했고, 도시 밖, 케트라 브리저의 비행선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케트라 브리저가 간절함과 유혹을 가득 담아 반태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비행선 바꾸면 안 될까요?”

"아무리 농담이라도 그런 미친 소리를 하면 화낼 겁니다.”

반태수가 정색하고 말하자, 케트라 브리저가 입술을 삐죽였다.

자신도 진짜로 그러자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냥 농담 삼아 한 말이었다.

그만큼 이 비행선이 멋지다는 얘기를 한 건데 저렇게 정색을 하니 민망했다.

그때 승무원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벌써요?”

케트라 브리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승무원을 바라봤다.

승무원은 사무적인 어조로 대답했다.

"네. 비행선 바로 옆에 착륙했습니다.”

케트라 브리저는 가기 싫다는 티를 있는 대로 내며 천천히 비행선에서 내렸다. 가는 내내 몇 번이나 애절한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때마다 반태수의 냉정한 표정을 보고 시무룩해졌고.

비행선을 나눠 타고 다시 출발했다.

크랙톤에서 개척도시 아리크까지는 약 1200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다.

그 정도 거리면 서울에서 뉴욕까지보다 멀다.

비행기를 타도 15시간은 가야 하는 거리였다.

당연히 비행선으로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더구나 케트라 브리저의 비행선은 반태수의 비행선보다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케트라 브리저의 얘기를 들어보니 크랙톤까지 나흘이나 걸렸다고 한다.

날아가는 속도를 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조종사 두 명에게 케트라 브리저의 비행선을 몰고 오라고 지시하고, 케트라 브리저를 자신의 비행선에 태워 빨리 개척도시 아리크로 날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좀 무리해서 하루 안에 도착할 수도 있었다.

케트라 브리저의 비행선을 몰아야 할 두 명의 조종사에게는 반태수가 특별히 커피와 쿠키를 넉넉하게 지급했다.

두 사람은 그걸 받고 더없이 만족했다.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자신들이 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리고 케트라 브리저는 신이 나서 반태수의 의견에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했다.

반태수의 비행선은 최대 속도로 개척도시 아리크를 향해 날아갔다.

꼬박 하루를 다 쓰고서야 아리크가 시야에 들어왔다.

반태수는 비행선 3층, 그러니까 지붕에 올라가 저 멀리 보이는 개척도시를 쳐다봤다.

수십 개의 빌딩이 한창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공사 중인 빌딩들을 감싸듯 빙 둘러 크고 작은 천막들이 세워져 있었다.

천막의 수는 정말 많았다.

제대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다들 천막에서 지내는 모양이다.

그렇게 보고 있는데, 케트라 브리저가 지붕으로 올라와 옆에 나란히 섰다.

"어때요? 제법 괜찮아 보이죠?”

"그건 모르겠고, 살기 불편해 보입니다.”

케트라 브리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불편하죠. 많이 불편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자금은 충분합니까?”

케트라 브리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충분하지 않은 모양이다.

"진짜 계획대로 도시 세울 수 있는 거 맞습니까?”

돈도 충분치 않고, 분명히 지속적인 방해가 들어올 것이다. 아무리 봐도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았다.

그러는 사이 비행선이 도시에 도착했다.

반태수는 도시에서 좀 떨어진 곳에 비행선을 착륙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 섬뜩한 느낌이 마법사의 감각을 건드렸다.

누군가가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건 그보다 좀 더 원초적이고 폭력적인 느낌이었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쉴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죠?”

"마수들이 움직인 모양입니다.”

그 말을 남기고 반태수가 하늘로 훅 날아올랐다. 그리고 카랑클 무리가 있는 쪽으로 휙 날아갔다.

케트라 브리저는 그 광경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헤 벌렸다.

"날아갔어……."

하지만 그녀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달려갔다.

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빠른 이동 정도는 가능했다.

달리면서 마법을 펼쳤다.

실드를 이용해 바람을 뒤로 흘려내도록 모양을 만들고 뼈와 근육을 강화해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뒤에서 바람을 일으켜 속도를 더했다.

거기에 마력까지 이용했다.

케트라 브리저는 차가 달리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카랑클 무리가 서식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오래 달릴 필요는 없었다. 개척도시에서 20분쯤 달리니 카랑클 무리가 보였으니까.

카랑클 무리가 개척도시가 있는 쪽을 향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반태수가 달려오는 카랑클 무리를 폭격하고 있었다.

꽈과과과과광!

바닥에서 불꽃이 폭발하며 치솟았다. 카랑클 무리가 거기에 휩쓸려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온몸이 불로 뒤덮인 채로.

꽈과과과과광!

폭발이 계속 이어졌다.

케트라 브리저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무수한 카랑클이 불꽃이 되어 하늘로 휙휙 날아가는 광경은 정말로 굉장했다.

다시 한 번 반태수에게 의뢰를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런 마법사가 아리크에 머물러 준다면 앞으로 걱정할 일은 하나도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반태수의 저택에서 하룻밤 지냈던 일이 떠올랐다.

그렇게 경계심이 풀어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케트라 브리저는 외모 때문에 곤란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티를 내지 않으면서 항상 주변을 경계한다.

한데 그날 그 경계심이 풀어졌다.

어쩌면 반태수가 강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대고 싶었나?’

케트라 브리저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눈에 여전히 불꽃에 휘말려 날아나는 카랑클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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